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71)
그리고 그런 상우를 뒤에서 쳐다보고 있는 카이린.
‘저 사람이 몬스터들을 전멸시켰다고?’
자신이 누워 있던 건 꼬박 하루.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그렇게 카이린이 상황 파악을 못하고 어리둥절해할 무렵.
-그동안 모두 고생했다. 이만 해산하도록.
열화와 같던 영지민들의 성화와 달리, 나이젤은 싱겁게 군중들을 돌려보냈다.
‘에게, 뭐야. 난 또 파티라도 하는 줄.’
왜 보통 중세시대를 떠올리면 전쟁 이후에 화려한 연회를 열어 전쟁으로 심신이 지친 장병들을 위로하는 뒤풀이 자리를 가지지 않던가.
상우도 그런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었는데 나이젤이 이렇게 끝내버리자 맥이 빠져버렸다.
그리고 영지민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공작님. 그래도 오늘 같은 날에는 축제를 벌여야 하는 거 아닙니까!”
“좋소!”
“오늘 내가 돼지를 잡겠습니다! 모두 우리집에 오십시오!”
“오~ 브라이언. 좋네. 나도 닭 좀 가지고 자네 집으로 가겠네.”
영지민들은 십시일반 음식들을 모아 자체적으로 파티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 영지민들을 보면서 감동하는 한 편, 속으로 가슴이 쓰린 나이젤.
‘영지가 조금만 더 안정이 되었더라면….’
그렇다면 이 정도 일에 영지 전체에 축제를 여는 일도 어렵지 않았을 터였다.
하나, 오랜 전쟁으로 재정이 악화일로를 걸은 지금.
레이븐 영지에 남은 자금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빚 투성이.
이런 연회에 쓸 돈은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었다.
‘그래도 희망이 생겼어.’
어제 갑자기 찾아온 형님과 그의 제자.
올 때부터 샤르드방 결계 지역 한 구역을 쓸어버리고 왔다기에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이젤의 기대는 배반되지 않았다.
영지의 어려움을 들은 레이븐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레이븐이 나서니 자연스레 제자인 상우도 따랐다.
그렇게 그들은 결계 지역으로 출동했고, 몬스터들을 초토화시켰다.
말 그대로 몬스터들을 풀과 흙으로 돌려보낸 상우와 레이븐.
이미 그들은 핵무기, 전략무기를 넘어서는 힘을 지닌 초극강의 초인들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상우에게 있는 분신들.
분신들마저 몇몇 불러들이자 1시간도 안 되어 모든 샤르드방 결계지역에 있던 몬스터들은 이제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물론 몬스터들은 끊임없이 밀려왔기에, 멀리서 몰려오고 있던 몬스터들이 도달할 때까지 시간을 번 정도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24시간, 365일을 수십 년 동안 몬스터들을 경계하고 긴장하며 살아왔던 병사들과 영지민들에게는 엄청난 희소식이자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제는 몬스터들로부터 조금은 안심해도 되겠다는 희망.
이 속도라면 몬스터들을 언젠가는 몰아낼 수도 있겠다는 희망.
이런 희망들을 말이다.
다만 나이젤은 그런 영지민들의 희망에 동참할 수 없었다.
힘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나이젤의 사정을 상우도 드디어 눈치챈 걸까.
그가 은근하게 나이젤에게 물었다.
“저기 공작님. 연회는 안 여세요?”
아직 열광의 환희가 가시지 않은 영지민들이 파티를 열기 위해 조금씩 레이븐 공작가를 빠져나가는 걸 착잡하게 보고 있던 나이젤은 상우를 쳐다보았다.
-연회라… 아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연회를 열 여유가 없네.
돈이 없어서, 라는 뒷말은 빠졌지만 얘기하지 않아도 많은 게 느껴지는 나이젤의 대답이었다.
그 말에 상우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혹시 제가 도움을 드려도 될까요?”
-음? 자네가?
“예. 지구에서 음식 좀 가져오면 연회 열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렇다.
상우는 지금 음식들을 사올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그래도 사부님의 영지인데 이렇게 쪽팔리게 끝낼 순 없잖아. 내가 도움 좀 드려서 체면 좀 세워드려야지.’
레이븐 역시 착잡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영지민들을 보고 있었기에, 그는 사부의, 아니 레이븐 공작가의 기를 좀 세워주고 싶었다.
‘대충 이 도시 사람들이랑 병사들만 배불리 먹이면 될 거 같은데. 한 백만 명 잡으면 되려나.’
백만 명이라 치면 1인당 만원씩만 써도 1백억 원이라는 예산이 소요된다.
하나 상우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사실 상우가 레이븐에게 배운 스톰브링어 검법만 해도 가치를 측정할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동안 레이븐에게 얻기만 했지 무언가 제대로 해준 기억이 없어서 받은 걸 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내 연봉이 얼만데. 백억이야 이제 금방 버니까.’
현재 지구에서 S급 헌터의 평균 연봉은 2천억 가량.
그것도 고위급 몬스터 레이드 등을 꾸준히 돌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상우의 분신들은 달랐다.
이미 웬만한 S급 헌터들은 혼자서 찜 쪄먹을 정도로 강한 분신들.
즉 이미 S급 헌터나 마찬가지인 녀석들은 꼭 고위급 몬스터는 아니더라도 닥치는 대로 24시간 몬스터들을 잡았고, 그러다보면 고위급 몬스터들 역시 심심찮게 잡을 수 있었다.
거기에 최근에는 상우에게 들어오는 광고 건수와 오딘의 탑 출입서비스와 같은 부가 수입까지 있었기에 분신 한 기당 기대 수익은 1년에 2천억 이상이었다.
물론 상우는 최근에 급속도로 강해졌기에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아서 본인도 자신이 얼마나 버는 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벌어들인 금액이 1조원 이상을 육박할 정도.
그래서 그 돈 중에 백억 원 정도를 퍼낸다고 해서 전혀 무리가 갈 수가 없었다.
여담이지만 S급 헌터의 세금은 국가에서 감면해주기 때문에 상우의 S급 헌터로의 승급을 위한 로비를 JM에이전시에서 진행 중이었다.
-상우 군. 자네가 얼마나 돈이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무리할 필요 없네.
나이젤에 걱정된다는 듯, 그리고 부담스럽다는 듯 말했다.
“괜찮아요. 사부님의 고향이니까 제가 돕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일종의 기부랄까요. 그러니까 영지민들한테 딱 시원하게 얘기해주세요. 연회 열겠다고.”
-음….
나이젤이 갈등하는 사이.
옆에서 듣고 있던 레이븐이 대신 입을 열었다.
-모두 주목.
목소리에 힘을 실었는지 나지막하지만 조용한 목소리가 넓게 퍼져나가며 뒤돌아 걸어가던 영지민들의 발을 멈추게 했다.
-계획이 변경되었다. 오늘 밤은 레이븐 공작가 주관으로 연회를 열도록 하겠다. 최소한의 경계병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음껏 즐기도록.
딱딱하게 말하는 레이븐.
하나 거기에 담긴 연회를 시작한다는 말에 모두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리고 레이븐은 거기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참고로 연회 비용은 여기에 있는 내 제자, 상우가 낸다고 하니 부담가지지 말도록.
그 말과 동시에 사람들이 모두 함성을 질러댔다.
“와아아아아아아-! 연회다!!!”
“정상우 기사님 만세!”
“정상우!”
“정상우!”
“정상우!”
이미 기사로 둔갑(?)한 상우였다.
그렇게 모두과 환호하며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일 무렵.
상우가 이미 준비했는지 아공간이 열리며 그 속에서 알록달록한 박스들이 속속들이 튀어나와 바닥에 쌓이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닥-
어찌나 수량이 많은지 순식간에 영지민들과 레이븐 공작가 사람들 사이에 있던 빈 공간을 메워버리는 상자들.
그 상자들 안에서 고소한 기름 냄새가 퍼져 나왔다.
“이건 무슨 냄새지?”
“맛있는 냄새야….”
모두가 냄새에 감탄할 무렵.
누군가가 정답을 맞췄다.
“튀긴 닭 냄새인데?”
그렇다.
상우가 쏟아내고 있는 건 바로 치킨이었던 것이다.
그는 연회를 열자는 말을 함과 동시에 이미 분신들과 JM에이전시를 움직여 치킨들을 주문하였던 것.
이는 배달의 성지이자 치킨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이었기에 충분히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고 상우는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천만 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국민 전원을 매일 책임지는 우리의 치킨 프랜차이즈들.
거기에 동네 치킨집과 냉동치킨 등을 대량생산을 하는 전문 공장까지.
판매책을 알아보니 치킨을 구하기는 매우 쉬웠다.
상우는 그저 주문하고 움직여 받은 물량들을 아공간을 통해 타이베른 행성에 있는 분신에게로 보내주면 되었다.
그렇게 상우가 보내는 치킨 테러(?)가 레이븐 공작가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
그리고 행복한 테러는 단순히 쌓기 놀이로 끝나지 않았다.
맛있는 냄새와 치킨 박스들이 정원을 가득 채울 무렵.
[염동력]
상우는 염동력으로 상자들을 움직여 모두에게 날려보내기 시작했다.
“1인당 한 개씩 받으세요!”
상우가 소리쳤다.
못 알아듣고 저마다 상자를 여러개 잡으려고 아우성치는 영지민들.
나이젤이 이를 통제했다.
-1인당 1개씩만 가져가거라.
그 말에 고분고분 하나씩만 챙기는 영지민들이었다.
이후 상자를 받고 열어보는 그들.
한국식 배달형 박스 형태나 비닐 포장이 낯설었던 이들이 모두 쩔쩔매다가 결국 찢어버리는 식으로 상자를 오픈하는 경우가 많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을 맞이한 치킨의 영롱한 자태.
“이… 이것은.”
“이것은 닭인가, 예술품인가.”
“닭을 이렇게 맛있어보이게 튀길 수 있단 말인가.”
“일단 맛을….”
치느님을 영접하고 감동을 금치 못한 영지민들이 그 자리에 서서 허겁지겁 치킨 한 조각을 들고 입에 넣었다.
그러자 그들의 입을 감싸는 고소한 기름의 맛과 조화가 된 짭조름한 닭고기의 향연.
영지민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마, 맛있어.”
“이거 엄청 맛있잖아!”
이후 함성 소리는 온데간데없이 공작가 전체가 오물거리는 소리에 휩싸였다.
“이봐, 이거 먹어봐. 이건 엄청 달다고.”
“이건 엄청 매운데? 입에서 불이 난 거 같군. 근데 맛있어.”
여러 군데에서 가져오다보니 약간 랜덤추첨 느낌으로 치킨의 종류가 제각각 달랐다.
그렇기에 서로 치킨들을 교환(?)하며 먹는 가운데.
누군가 공작을 향해 물었다.
“공작님, 이 음식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너무 맛있습니다!”
귀족을 향해 직접적으로 묻는 당돌한 영지민.
그 말에 나이젤이 상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이보게, 이 음식의 이름이 무엇인가?
“치킨입니다.”
-치킨? 멋진 이름이군.
나이젤은 그 말을 영지민들에게 전해주었다.
-이 음식의 이름은 치킨이라고 한다. 모두 알고 먹도록.
“치킨…. 알겠습니다!”
그렇게 영지민들에게 치킨의 이름이 각인되었다.
그리고 한 사람.
‘음식 이름이 치킨이구나….’
감동한 얼굴로 치킨을 오물거리는 카이린.
그녀는 안 그래도 굶었다가 먹는 거여서 그런 걸까.
치킨이 너무너무 맛있었다.
‘닭고기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이렇게 부드럽다니….’
이미 튀긴 닭 요리는 여기에도 있어서 몇 번 먹어보기는 했지만, 한국식 치킨에 맛에 비할 바가 못 되었으니까.
그렇게 그녀는 치킨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상우는 치킨을 먹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분신들을 움직였다.
‘다른 곳도 나눠줘야지.’
이미 결계 근처에 대기시켜놓은 분신들을 이용해 경비대 쪽에도 치킨을 전달했고(경비대와 말이 안 통했지만, 치느님의 향기로 이해시켰다), 다른 도시들도 분신을 움직여 전달했다.
그렇게 레이븐 영지 전체에 치느님의 포교활동이 펼쳐지고 있었다.
* * *
그렇게 연회가 지나가고 며칠 후.
상우는 탐탁치 못한 얼굴로 카이린을 마주하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부님.
전용 통역기가 생겼는지 통역마법을 통해 인사를 하는 카이린.
상우도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잘 부탁드려요.
그 역시 나이젤에게 통역기 하나를 받았기에 대답은 곧잘 했다.
다만 지금 상황이 좀 귀찮았을 뿐.
‘내가 왜 쟤를 가르쳐야 하는 거야.’
이는 사부인 레이븐의 말 때문이었다.
상우는 어제 레이븐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스톰브링어 검법은 1인 전승을 원칙으로 한다. 즉, 사제 개념이 없다.
사제란 공부를 같이 한 형제 같은 관계를 의미했다.
일종의 선후배랄까.
그런 개념이 없이 오로지 한 명의 제자만 받아서 그에게만 검법을 전수하는 게 레이븐 공작가의 원칙이었던 것.
그런데 레이븐은 이제 자신의 가문에 스톰브링어 검법을 다시 전해줘야만 했다.
원칙상 자신은 더 이상 제자를 받을 수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레이븐은 차선책을 찾았다.
-그렇기에 상우 네가 카이린을 제자로 받아야겠구나.
“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