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74)
스톰브링어를 중심으로 휘돌기 시작하는 미증유의 기운.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바람이 휘몰아쳤다.
꽈과과과광-!
꽤나 맑았던 하늘 역시 언제 그랬냐는 듯 먹구름이 드리운 채 천둥 번개를 토해내고 있었다.
기존의 폭풍참의 전조보다 훨씬 빠른 양상이었다.
‘바람 속성의 위력을 증가시켜주는 건가.’
상우가 탐난다는 듯 레이븐의 스톰브링어를 쳐다보다가 이내 전장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자신의 손에도 거대한 기운, 폭풍참이 펼쳐지려 하고 있었으니.
그리고 마침내 그 기운은 상우의 팔을 지나 검을 통해 뻗어 나갔다.
[폭풍참]
[폭풍참]
[폭풍참]
[폭풍참]
[폭풍참]
[폭풍참]
…그와 동시에 바람이 분신들 하나하나를 중심으로 미친 듯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이븐의 폭풍참 역시 함께 펼쳐졌다.
쏴아아아아아아-!
밀집한 구역에서 펼쳐진 태풍들.
그런데 여러 개의 태풍의 핵이 같은 장소에 강제로 만들어지면 어떻게 될까.
자연적으로 절대 발생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쿠고오오오오-!
각기 하나하나의 태풍의 바람과 압력들이 얽히고 상쇄되는가 싶더니, 결국 하나의 거대한 태풍의 핵으로 합쳐진 것.
그 엄청난 압력에 공중에 떠 있던 분신들과 상우는 몸이 찌그러지는 듯한 압박을 받았다.
-크흑… 배리어!
상우와 분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방어막을 둘러쳤다.
그리고 곧장 지면에 있는 레이븐에게 향했다.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갑작스러운 압력에 사부가 위험할 거라 판단했으니까.
하나 레이븐의 상태는 양호했다.
아니, 평온했다.
바람이 그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듯이.
-사부님, 괜찮으세요?
-나는 괜찮구나.
레이븐이 스톰브링어를 까딱거리며 대답했다.
그러자 레이븐을 보호하고 있던 공간이 넓어지며 상우와 분신들 주변까지 감쌌다.
태풍의 한가운데에 있음에도 고요한 그곳.
-아 스톰브링어…. 바람에 영향을 안 받나 보네요.
상우가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괜히 엘리멘탈 소드라 불리는 게 아니지. 바람을 다루고,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단다.
약간 자랑기가 섞여 있는 레이븐의 말.
상우는 더더욱 스톰브링어가 탐이 났다.
‘아, 갖고 싶다.’
자신의 애검, 풍혼 역시도 대단한 검이긴 했지만, 바람을 다루는 스톰브링어에 비할 바는 아닌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동안 반복 사냥으로 피를 꽤나 머금게 해서 풍혼의 절삭력과 강도가 강해졌음에도 말이다.
‘그래도 뭐 이제 내꺼나 마찬가지지. 내가 제자니까 물려달라고 하면 언젠간 주실 거니까.’
그렇게 상우가 스톰브링어에 정신이 팔려 딴생각을 하는 사이.
10기의 분신과 레이븐이 펼친 거대한 태풍은 오크군단이 있는 이 일대를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
초속 100m를 훌쩍 넘어가는 매서운 기세의 바람들.
바람의 줄기 하나하나가 총탄에 비견될 만했다.
그리고 그런 바람의 여파에 휘말려 허공으로 날아가던 오크들이 그 칼날바람에 믹서기처럼 분쇄되었다.
촤아아악-
한줄기 핏물로 화해버렸지만, 그 핏물은 거대한 자연 앞에서 한 줌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버렸다.
오크 전사도, 오크 투사도, 와이번 라이더도, 코모도 라이더도 모두가 말이다.
하지만 워낙 숫자가 많아서일까.
촤아아악-
촤아아악-
촤아아악-
칼날바람에 찢겨져 나가는 오크들이 많아지자, 태풍의 바람은 점차 붉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그만큼 대기 중에 핏물의 농도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이거 좀 너무 일을 벌였나….
상우가 이런 광경을 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는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좀 과했던 거 같기도 하구나.
레이븐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 역시 폭풍참을 펼쳐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개를 중첩시킨 적은 없었으니까.
하나만 펼쳐도 그 핵과 연결된 기운을 통제하기 바쁜데 2개를 동시에 펼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진풍경은 레이븐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그만 끝낼까요?
-…그러자꾸나.
태풍이 지속된 지 고작 몇 분이 지나지 않았지만, 그들은 폭풍참을 종료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육안에는 보이는 건 먼지뿐이었으니.
그래서 태풍의 핵과 연결된 마나의 흐름을 역으로 돌려 현재 태풍을 원상태로 돌려놓았다.
쏴아아아아아아…
하나 워낙 강력한 태풍이었기에 자체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품어서 상쇄시켜서 흩어버리는 작업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만큼 강력했기 때문.
상우와 레이븐은 거의 피를 토할 정도로 끙끙거린 끝에 겨우겨우 태풍을 멈춰 세울 수 있었다.
-쿨럭….
피를 한 움큼 게워낸 상우.
무리하게 마나를 사용한 탓에 체내에서 마나가 들끓으며 장기에 손상을 가한 탓이다.
그렇지만 죽은 피를 토해내자 혈색은 금세 좋아졌다.
엄청난 재생력과.
[성력]
[그레이트 힐]
회복 스킬 덕분이었다.
분신들과 레이븐에게 회복스킬을 싸악 걸어준 상우는 지친다는 듯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후아, 죽겠네요.
팔을 땅에 대고 상체를 받친 채 거의 눕다시피 한 상우.
그런 상우를 보며 레이븐 역시 피곤하다는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삭신이 쑤시는구나.
그런 레이븐의 모습에 상우가 새삼스럽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항상 수련에 매진하고 빈틈을 보여주지 않던 사부가 이렇게 무방비하게 널브러져 있는 건 거의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야, 사부도 지칠 때가 있었네요. 신기방기합니다.
-요 녀석, 나도 사람이다. 이놈아.
-하하하. 전 지치지 않는 괴물인 줄 알았네요.
-괴물한테 한 번 맞아보련?
-아아아, 사양하겠습니다. 이미 많이 맞았잖아요.
훈련 중에 분신들이 많이 맞았다는 걸 어필하는 상우.
하지만 레이븐이 째려보았다.
-그건 분신이고. 니 녀석 본체도 좀 맞아봐야 사부의 위엄을 알지 않겠느냐.
-그, 글쎄요…?
상우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태풍의 여파로 사납게 들끓던 대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며 흙먼지들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러자 보이는 전방의 광경.
상우가 잘됐다는 듯 주제를 돌렸다.
-어, 끝났다. 오크들 남았는지 살펴보고 후딱 돌아가죠.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난 상우가 먼지로 뿌연 전장으로 튀어갔다.
탓!
그리고 그런 상우를 보는 레이븐.
그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강해졌구나. 제자야.’
이제 레이븐 자신도 쉽게 승패를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고작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이만한 성취라니.
레이븐은 자신의 제자가 기껍고 자랑스러웠다.
그와 동시에 지치는 걸 느꼈다.
‘나도 늙었군.’
폭풍참의 여파 때문일까.
스톰브링어의 힘을 빌렸음에도.
상우로부터 회복 스킬을 받았음에도.
그의 손은 아까부터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지친 상태였다.
그래서 상우와 말장난을 하며 애써 주의를 돌린 레이븐이었다.
자신의 약한 모습을 상우에게 보이기 싫었으니까.
‘그래도 아직 물러날 때는 아니니….’
지금 당장에라도 상우에게 모든 걸 맡기고 쉬고 싶은 심정.
하지만, 레이븐 영지와 리버.
이 두 가지가 염려되어 레이븐은 쉴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지친 몸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오크군단이 절멸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그때였다.
‘…뭔가 남아 있다?’
앞쪽에 거무스름하게 무언가 거대한 음영이 보였던 것.
레이븐이 스톰브링어를 휘둘렀다.
그러자 한 줄기 바람이 일어나 전방의 먼지를 걷어 냈다.
시야가 훤히 보이며 모습을 드러낸 그 대상은.
-드락사르?
아직까지 살아 있는 드락사르와 수백의 오크무리들이었다.
수천만은 되어 보였던 오크군단에 비하면 지금 보이는 건 고작 수백 정도.
하나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들 모두의 몸은 이상한 붉은 아우라에 감싸여 있었고, 안광 역시 시뻘겋게 발광하고 있었으니.
그리고 상우와 분신들은 그 앞에서 도열한 채 대치 중이었다.
레이븐이 몸을 훌쩍 날려 상우 옆에 섰다.
척-
-오셨어요?
-그래. 이거 놀랍군. 드락사르가 살아 있다니.
레이븐 자신조차도 태풍의 여파에 직격당했다면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웠을 터.
그런데 드락사르의 몸은 생채기를 제외하고는 매우 멀쩡했다.
나머지 오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쿠와아아아악-!
그리고 분노했는지 소리를 지르는 드락사르.
그와 동시에 오크들 역시 소리를 질러댔다.
우!
우!
우!
우!
일반적인 몬스터들과 달리 그 기합의 소리가 질서정연한 게 심상치 않았다.
쿠와아아아악-!
그리고 드락사르가 마침내 뜨겁게 달아오른 붉은 검을 번쩍 들어 올리며 싸움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쿠오오오오오-!
키에에에에에!
크아아아아악!
오크들이 달려들었다.
‘온다!’
상우는 곧장 아공간을 열어 슬로스를 불러들였다.
분신이 블링크로 태풍의 여파에 휘말려 날아간 슬로스를 찾아서 짊어지고 아공간을 넘어서 상우 앞까지 도달하기까지 1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느려져야만 하는 오크들.
하나, 오크들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미친 듯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그 모습에 살짝 당황한 상우.
‘뭐야, 왜 안 먹혀.’
생명체를 상대로 거의 실패한 적이 없었던 이그저스트 필드.
그 나태의 기운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광기 때문에 그런가.’
상우가 붉은 안광을 토해내는 오크들의 눈을 보며 정답을 살짝 추측하는 사이.
오크들이 바로 앞에 도달했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해결책을 시도하는 상우.
[중력제어]
중력 마법이었다.
그와 동시에 강대한 중력이 오크들의 몸을 내리눌렀다.
파삭-
콰과과곽-
지면에 금이 갈 정도로 엄청난 압력.
그리고 그 압력은 오크들을 성공적으로 멈추어내는 데 성공했다.
오크들 모두가 납작해진 채로 지면에 달라붙어 헐떡거리고 있었으니까.
-까불고 있어.
상우가 중얼거리며 분신들을 움직였다.
오크들의 목을 따기 위해서였다.
[오러 레인포스]
검에 오러블레이드의 기운이 응축되더니 이내 바닥에 누운 오크들의 목에 내리쳐졌다.
하나.
퍽-
상우가 예상치 못한 소리와 감각과 함께 오크의 목은 베어지지 않았다.
목에 검이 절반가량 박힌 채로 꿈틀거리는 오크.
녀석은 자신을 공격한 상우에게 맹렬한 적의를 토해내며 중력 제어의 압력 속에서 손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단단해. 무슨 금강불괴 오크도 아니고.’
상우가 자신이 이전에 베어 넘겼던 오크들의 방어력을 생각하며 의아해하는 사이.
다른 분신들도 마찬가지의 상황을 겪고 있었다.
퍽-
퍽-
퍽-
퍽-
…서걱이라든지 뎅겅이라든지 하는 시원하게 베어 넘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최강의 절삭력을 자랑하는 오러블레이드든, 오러 레인포스든 어떤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말이다.
-사부님, 여기 오크들 상태가 좀 이상한데요?
상우가 레이븐에게 상황을 얘기했다.
그러자 옆에서 여러 차례 검을 내리쳐 오크 하나를 끝장낸 레이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구나. 보통 오크의 생명력이 이렇게 질길 리가 없는데.
-얘네들 전쟁하면서 뭐 강화된 오크 그런 건가?
-글쎄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들이 갸우뚱하는 사이.
무언가 압도적인 기세가 전방에서 뻗어 나왔다.
그 기세에 놀라서 고개를 돌려 확인하는 상우와 레이븐.
‘헙!
거기에는 전방을 뒤덮을 듯한 거대한 불꽃 줄기가 날아오고 있었다.
[블링크]
블링크로 재빨리 현장을 이탈한 상우.
레이븐 역시 윈드워크로 가뿐하게 피했다.
그러자 불줄기는 상우와 레이븐이 있던 자리를 그대로 직격했다.
꽈과과과과과과과광-!
터져나가는 지면.
중력 제어의 기운마저 흐트러져버릴 정도로 압도적인 화력이었다.
‘뭐지?’
그리고 상우는 그 불줄기가 날아온 곳을 쳐다보았다.
그곳에 있는 건 거인에 맞먹는 거대한 오크 드락사르.
‘저 녀석이구나.’
아마도 드락사르의 손에 들린 붉은 검이 그 거대한 불줄기의 원인일 것으로 보였다.
그때 레이븐이 침음성을 흘렸다.
-음… 조심해라 제자야.
-예? 왜요.
상우는 레이븐의 긴장 어린 목소리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실 지금도 그다지 긴장감이 없었던 상우였으니까.
강해진 자신이 저 오크들을 상대로 절대로 질 거라고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 검….
레이븐의 조용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마도 볼케닉 레이저 같구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