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8)
저주받은 물건 (1)
얼마 전, 상우는 2호의 활약으로 뿔토끼 사냥으로 큰 수익을 얻었다.
그때 기분은 매우 좋았다.
하지만 가슴 한켠에 자리한 의문점이 그를 찝찝하게 했다.
‘분신은 왜 사격을 잘할까?’
헌터자격증 시험을 통과한 것만 봐서는 상우는 사격을 곧잘 한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주 잘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상우 본인은 뿔토끼를 잘 못잡았으니까.
그런데 분신은 본체인 상우 자신의 능력의 50%밖에 발휘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었다.
50%밖에 발휘 못하는 분신이 본체보다 사격을 잘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진 것.
‘··· 하지만 말이 돼.’
허나 운동, 택배 알바, 헬스, 슬라임 사냥, 사격 등등을 시키면서 지켜본 결과, 분신의 능력은 딱 잘라서 상우 자신의 50%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헬스만 하더라도, 상우 본인이 들어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에 가까운 근력을 발휘하곤 했으니까.
상우는 분신들과 패밀리어 스킬을 통해 감각을 공유하면서 몇 가지 이유를 찾아냈다.
‘분신들··· 진짜 죽을 것처럼 하는구나.’
시키는 명령을 반드시 수행해내는 분신의 절대적인 복종심이, 매순간 분신의 한계치까지 힘을 이끌어내는 것.
차 밑에 깔린 아기를 구하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트럭을 혼자 들어올린 어머니의 일화처럼, 만약 능력치가 1이 안되는 평범한 일반인이어도 자신의 한계치까지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무엇보다 스킬 설명에는 없지만, 분신의 특성이야 말로 개사기임이 틀림없다.’
분신술 스킬 설명에는 없지만, 분신이 훈련하면서 성장하면 상우 자신에게 전해진다던지, 감정이 없는 분신의 기계적인 멘탈 같은 부분이야말로 이 분신술 스킬의 사기적인 강함이었다.
‘그 중에서도 마치 컴퓨터로 프로그래밍된 로봇처럼 움직인다는 점 때문에 나보다 더 강해.’
사람은 집중력에 한계가 있다.
감정과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금방 딴 생각을 하게 되고, 공상하고, 미래나 현 상황에 대한 불안감, 눈앞에 닥친 위기에 대한 공포 등 갖가지 잡념들 때문에 냉정하게 일을 처리할 수가 없다.
하지만 분신은 다르다.
명령을 반드시 수행하는 기계적인 마인드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버벅이지 않고 주어진 명령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마치 입력된 걸 그대로 출력하는 컴퓨터처럼 말이지.’
체육관에서 1호의 움직임을 보고 깨달은 바가 있는 상우는, 지난 며칠간 패밀리어 스킬로 1호와 2호를 주기적으로 관찰했다.
그리고 분신을 강화시킬 최적의 방법을 찾아냈다.
‘그래. 그냥 모든 동작을 그냥 입력하면 되는 거야.’
마치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상우는 지난 며칠간 유명 헌터BJ들의 사냥 공략 영상들을 돌려봤다.
만약 상우의 생각대로라면 이제 분신도 사냥 공략법대로 사냥을 할 수 있을 터.
‘이제 진짜로 1호가 공략 영상대로 사냥을 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일만 남았어.’
이를 위해 상우는 1호와 함께 택시를 타고 인천에 있는 사냥터로 향하고 있었다.
2호는 강준모에게 부탁해 뿔토끼 사냥을 돌려놓은 상태였고, 학교는 쨌다.
‘돈은 부지런히 갚아야지.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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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근력: 0.734 → 0.741
·순발력: 0.521 → 0.533
·체력: 0.680 → 0.687
·지구력: 0.565 → 0.573
·마력: 0.144 → 0.148
·활력: 0.313 →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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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오르고 있는 능력치들. 특히 순발력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마력은 생각보다 적게 오른 상황.
‘사격으로 사냥하니까 마력이 덜 오르는구나.’
F~D급 헌터들 수준에서는 총기가 필수일 정도로 총기의 위력이 강하지만, 멀리서 죽이면 몬스터가 죽을 때 주변으로 흩어지는 마나를 흡수할 기회가 적어지게 된다. 더 위로 갈수록 총기가 안 통하는 몬스터들이 나오기 때문에 마력을 올리는 것은 필수인데, 총기를 사용하면 할수록 성장이 더뎌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 사냥이 중요하지.’
왜냐면, 이번 사냥은 뿔토끼 사냥 때와는 다르게 근접전 위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니까.
이윽고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사냥터에 도착했다.
택시비는 3만원으로 상우의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
사냥터는 인천시에 상하수도로 물을 공급하던 정수장이었다.
지금은 버려진 채로 쓰이지 않는 시설.
이곳에 열린 포탈을 들어가면 이족물고기 몬스터가 나온다.
이족물고기는 1~2m 크기에 두 다리가 달린 물고기 형상으로 두 다리를 이용해 물속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걸어다니는 놈이었다. 게다가 다리가 개구리처럼 근육이 발달해있고, 메뚜기처럼 관절이 역방향으로 꺾인 형태라 그런지 그 점프력이 대단했다. 그 다리 힘을 이용하여 먹잇감을 발견하면 앞으로 뛰어서 총알같이 덮쳐들고, 상어처럼 이빨이 빼곡하게 달린 커다란 입으로 먹잇감을 먹어치우는 몬스터였다.
총알에 맞으면 쉽게 죽지만 그 빠름 때문에 F급 헌터들이 쉽사리 상대할 수 없는 몬스터인데, 상우는 왜 이족물고기를 선택했을까.
‘솔플 공략 영상 속에 나온 사냥터 중에 가까운 곳이 있어서 다행이다.’
사냥터 선정 이유는 단지 가깝다는 이유였다. 나머지는 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기 귀찮았던 것.
아무튼 상우는 1호를 데리고 정수장 주위를 둘러보고는, 정수장을 내려와서 주변에 있는 모텔에 방을 잡았다.
이후 손바닥만 한 군용대검이 아닌 팔뚝만한 크기의 대검과 글록 권총으로 1호를 준비시켰다.
그리고는 1호를 남동구 정수장으로 출발시켰다.
1호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상황은 영상통화로 확인했다.
이윽고, 경비소를 지나 포탈에 입장한 1호.
포탈 안쪽은 전파가 안잡히고, 마정석을 이용한 특수장비만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거기서 전화통화가 뚝 끊겼다.
그때서야 상우는 눈을 감고 패밀리어 스킬을 발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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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있지만 상우의 어두웠던 시야가 밝아지며 1호의 시야가 보였다.
‘오, 포탈 너머로도 되네.’
패밀리어 스킬이 포탈 너머로는 통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제대로 사용됐다.
1호의 시야를 통해 주변을 살피자 1호의 뒤쪽은 포탈이었고, 앞쪽은 어느 숲속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앞쪽 나무에는 라는 팻말이 걸려있었다.
상우는 팻말을 따라 1호를 이동시켰다.
그러자 세찬 물소리와 함께 계곡이 나타났다. 그 세기 때문에 새하얗게 부서지는 것처럼 보이는 물줄기들.
다만 나무가 울창하여 빛이 드리우지 않아서인지, 계곡은 이끼가 많이 껴있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미 일단의 무리들이 이미 사냥 중이었다.
“막아! 탱커 뭐해!”
“어그로 끌리잖아. 딜 중지!”
“힐 좀 줘!”
숲과 계곡가 사이에서 적절히 포지션을 분배하면서 사냥 중인 헌터들과 짐꾼들이 보였다.
상우는 그런 그들을 피해 1호를 계곡 상류 쪽으로 이동시켰다.
물줄기가 세차기 때문에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족물고기들의 체력이 빠진 상태라는 공략 정보 때문이었다.
‘1호야. BJ좀비가 이족물고기 사냥한 영상 있지? 이제 거기 영상 속에서 나온 장소로 이동하자.’
상우가 봤던 영상은 BJ좀비라는 이름의 헌터가 유튜브에 올린 이라는 영상이었다.
영상 속 위치와 비슷한 곳에 다다른 상우가 1호에게 명령을 내리자, 1호가 두리번거리며 영상 속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은 계곡가와 나무들이 빼곡한 숲 사이의 폭이 비교적 좁은 커다란 바위 언덕이었다.
1호가 조금만 물러서도 숲에 들어갈 위치에 서자 상우는 명령했다.
‘자, 1호야. 그럼 이제 영상에서 본 그대로 사냥하자. 시작!’
그 생각이 끝나길 무섭게 1호는 냅다 글록 권총을 빼들었다.
탕!
커다란 총성이 계곡에 울려 퍼지자, 어그로가 끌렸는지 계곡 물속에서 이족물고기들이 하나둘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흐리멍텅한 눈깔과 벌려진 입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징그럽다.
어느 정도 육지에서 걸어 나온 이족물고기들은 다리를 굽히기 시작했다.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는 이족물고기의 다리근육.
키야아악-!
그리고는 3마리의 이족물고기가 괴성과 함께 뛰었다. 아니, 날아올랐다.
이미 이족물고기가 뛰어오르기 위해 다리를 굽힐 때부터 이를 지켜보고 있던 1호는 재빨리 뒤로 물러서며 숲에 있는 나무 뒤로 섰다.
그러자 1호를 노리고 직선으로 날아오던 이족물고기들이, 제 추진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숲에 있는 나무에 처박혔다.
쿵!
충격이 대단했는지 나무에 부딪힌 충격에 잠시 경직상태에 놓인 이족물고기들.
이족물고기들을 향해 다가간 1호는 깔끔한 손놀림으로 대검을 아가미 사이로 찔러넣었다.
푸확-
핏줄기가 튐과 동시에 1호는 옆에 있는 다른 이족물고기에게 다시 대검을 휘둘렀다.
그때 경직이 해소되었는지 일어나려고 하는 반대편에 있는 이족물고기.
1호는 왼손에 들린 권총을 겨눴다.
탕!
[마력이 0.001 올랐습니다.]
몇 초만에 순식간에 이족물고기 3마리를 해치운 1호.
그 모습은 마치,
「행님들 보이시죠? 이족물고기가 금붕어 대가리라 그런지, 생각이란 게 거의 없이 본능만 있다 아닙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어그로를 끌어서 나무에 꽂히게 하면 뭐다? 생선 꼬치다~」
상우가 보았던, 헌터 BJ좀비가 영상에서 보여준 공략 과정을 그대로 빼닮았다.
‘그래, 이거지! 내 예상이 맞았어!’
분신이 던전 공략이라는 데이터를 가지게 되면 그대로 출력할지도 모른다는 상우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거다.
하지만 이족물고기들은 집단 서식하는 몬스터들이다. 어그로가 끌렸으니 사냥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동족들의 죽음은 상관없다는 듯 수십 마리의 이족물고기들은 1호를 향해 뛰어들었다.
하늘을 뒤덮을 기세로 뛰어오르는 이족물고기들의 모습은 장관이었지만, 이를 1호의 시야로 지켜보고 있던 상우를 질리게 했다.
‘··· 시발 좆됐다.’
다행히 자기 자신이 아닌 분신인 1호가 처한 상황이기에, 상우는 놀라지 않고 차분히 1호의 시야를 통해 상황을 지켜봤다.
처음 1호는 나무에 처박혀 꿈틀거리는 이족물고기 대여섯 마리의 숨통을 쉽사리 끊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회복하고 일어난 이족물고기들이 달려들기 시작하자 숲속의 나무를 끼고 정신없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두 다리로 다다다다 뛰어오며 커다란 입을 벌리는 이족물고기.
1호는 그 입안에 총알을 먹여주었다.
그와 동시에 왼쪽에서 달려드는 이족물고기를 피해 오른쪽으로 뛰면서 대검을 휘둘렀다.
대검은 이족물고기의 눈을 가르고 머리까지 뚫은 뒤 재빨리 회수되었다.
‘으··· 징그러워.’
상우는 이족물고기의 눈에서 뽑히면서 대검에 대롱대롱 딸려 나온 이족물고기의 눈알이 징그럽다고 느꼈다.
얼마나 징그러웠는지 소름이 꼬리뼈부터 시작해 등줄기를 타고 쫙 퍼질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1호는 그런 사소한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지 한 치의 동요도 없었다.
물론 지금 멈추면 이족물고기들에게 살점이 뜯겨나갈 상황이니까.
뒤로 물러서며 나무를 등진 1호는 이족물고기가 달려들 때 한걸음 옆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1호의 몸통 대신 나무를 씹어먹는 이족물고기.
콰직!
치악력이 얼마나 강한지 나무도 겉이 바스라질 정도였다.
대신 그 이족물고기는 수백 개의 이빨이 나무에 박혀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1호는 그 녀석을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다른 이족물고기들이 계속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1호는 계속 나무를 이용하여 이족물고기들이 절대 뛰어들 상황을 주지 않으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요리해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상우는 패밀리어 스킬의 유지가 버거워짐을 느꼈다.
동시에 1호의 호흡이 부족해서 터질 것 같은 폐의 고통과, 대검을 휘두르느라 끊어질 것처럼 아파오는 손아귀,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느라 후들거리는 허벅지의 고통이 그를 괴롭게 했다.
‘으윽··· 뒤지겠네. 이제 2마리 남았나.’
탄창도 거의 두 번이나 비운 상태였는데 다행히 총알은 50발 정도로 충분히 남은 상황.
‘얘가 급소에만 백발백중이라 그렇지, 나 같았으면 50발도 부족하겠네.’
정확히 머리나 아가미에만 꽂아 넣는 1호의 사격 실력 덕분에 총알 소모가 줄어든 거였다.
탕!
이제 남은 건 1마리.
마지막 이족물고기가 나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들었다. 하지만, 1호는 여유롭게 옆으로 한걸음 물러서며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이족물고기의 머리에 대검을 가져다댔다.
날아가는 이족물고기의 힘에 의해 머리부터 배까지 길다란 상처를 남기며 단숨에 갈라지는 이족물고기.
마침내 1호는 모든 이족물고기를 처리해낸 거였다.
‘드디어 끝났네. 고생했다. 1호야.’
상우는 사냥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에 안도했다. 이제 1호를 복귀시킬 차례.
이제는 패밀리어 스킬을 유지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족물고기 사체는 짐꾼 불러서 찾아가야겠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패밀리어 스킬을 종료하려던 그때.
<>
이족물고기의 울음소리와 닮은, 하지만 더 공포스러운 울음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왔다.
‘어, 씨발?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