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88)
마나확성기를 사용했는지, 그 소리는 내성 앞 허름한 길목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리고 그 경고성이 두 진영의 희비를 가르게 했다.
“드디어….”
힘을 피워내던 바레인과 창백한 안색이었던 하르딘 황자의 얼굴에 희망이 싹텄고,
“이런….”
반대로 제르미는 침음성을 흘렸다.
그는 레이븐 영지에 나타나기 전부터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어디에서도 사전 허가 없이 다른 영지를 불법 침입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으니까.
하물며, 한때 최강으로 군림하던 레이븐 공작가임에야.
‘속전속결하려 했거늘.’
옛 황자에 대한 나름대로의 예우를 지키려 하다 보니 시간을 너무 끌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황자를 잡고 빠진다.
통신 마법으로 비스마르크 기사단에게 짧게 명령을 내린 제르미는 곧장 벨트에 내장된 비전 마법을 발동시켰다.
[블링크]
블링크 벨트.
비스마르크 기사단장이 되어 비스마르크 공작에게 친히 받은 마법무구라 그럴까.
그의 벨트는 무려 블링크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 무구였다.
그리고 이름처럼 그의 신형이 5m가량을 순간이동하더니 곧장 하르딘 황자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곧장 황자의 등에 손을 갖다 대는 제르미.
[쇼크]
그러자 장갑에 내장된 전기 충격 마법이 발동되었고,
파지직-
전기가 튀는 소리와 함께 하르딘 황자는 눈을 까뒤집으며 힘없이 제르미의 품으로 쓰러졌다.
제르미가 발동한 건 순간이동 스킬이었기에 그야말로 1초도 안 되는 눈 깜짝할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게 이대로 제르미가 황자를 확보하고 모든 상황이 종료될 것 같은 순간이었다.
‘위험!’
제르미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품 안에 있는 하르딘 황자를 방패 삼으며 몸을 뒤로 돌렸다.
정확히 바레인이 있는 방향이었다.
슥-
그리고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언제 도착했는지 모르게, 푸른 오러블레이드에 둘러싸인 바레인의 검이 하르딘 황자의 코앞에 정확히 멈춰있었던 것.
‘또 온다!’
그리고 바레인은 첫 일격이 하르딘 황자에 의해 가로막혔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았다.
제르미의 눈앞에 있던 검이 마치 사라지듯 회수되더니 곧장 제르미의 빈틈을 향해 찔러왔다.
‘빨라!’
제르미는 도저히 검을 뽑아 바레인의 이격을 막아낼 틈을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헤이스트]
그래도 겨우겨우 헤이스트 마법까지 발동 완료하여 신체 움직임을 끌어올렸다.
이후에는 그저 가까스로 하르딘 황자를 방패 삼아 바레인의 검을 막아설 뿐.
그러면 언제 그렇게 빨리 휘둘러졌냐는 듯이 바레인의 검은 아슬아슬하게 하르딘 황자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다시 회수되더니 날아오는 바레인의 삼격.
제르미는 눈앞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이것이 그랜드 소드마스터….’
그들은 검에 있어서 일가를 이룬, 검의 주인이라는 소드마스터를 뛰어넘은 일대종사들.
크라니드의 대침공 시절을 겪지 못한 꽤나 젊은 나이의 제르미는 단 한 번도 그랜드 소드마스터와 겨뤄본 기억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강함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단지 소문만 들었을 뿐.
그래서 소드마스터이자 인챈트 마법무구를 두른 자신이라면 내심 그랜드 소드마스터와 비견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나, 뚜껑을 열어보니 이게 웬걸.
‘압도적으로 강하다.’
만약 그가 늙지 않았다면.
자신에게 하르딘 황자라는 인질이자 방패가 있지 않았다면.
그는 바레인의 단 일검도 버티지 못하고 목이 달아났을 터였다.
제르미는 바레인의 검을 정신없이 막아서며 가까스로 명령을 내렸다.
-…도와라!
사실 좀 답답했다.
그가 바레인을 정신없이 상대하는데 이상하게도 비스마르크 기사단 모두가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
‘잠깐만 시간만 벌면 되는데 이것들이….’
꽤나 정예인 비스마르크 기사단이었지만, 바레인의 위세에 압도된 탓인지, 아니면 틈을 노리기 어려운 건지 반응이 없었다.
하나, 그건 제르미의 착각이었다.
“헙….”
제르미는 바레인의 검을 피하며 정신없이 물러서다가 등에 무언가 부딪치는 감각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분명 내성 성문과 떨어져 있어서 공간이 제법 있었는데.’
자신이 벌써 내성 성벽까지 물러났단 말인가.
그리고 그게 그의 마지막 의문이었다.
서걱-
아무런 기척도 없이 하르딘 황자를 부둥켜안고 있던 그의 왼팔이 마치 망가진 장난감처럼 떨어져 나갔다.
“…음?”
상황 파악을 못 한 제르미가 바닥에 쓰러져가는 하르딘 황자를 멍하는 쳐다보는 사이.
댕겅-
바레인의 검에 그의 목이 달아났다.
검력에 의해 저만치 날아가 바닥을 나뒹구는 제르미의 머리.
너무 깔끔하게 베어진 걸까.
제르미는 목이 달아났음에도 얼마지간 생애 마지막 광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누구.’
그의 눈에 담긴 건 전신을 타이트하게 감싼 검은색의 기괴한 옷을 입은 한 남자의 등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쓰러진 하르딘 황자를 품에 안는 걸 보며 제르미의 시야는 점차 어두워졌다.
그렇게 이제 내성 앞에 남겨진 건 지친 바레인과 정신을 잃은 하르딘 황자, 그리고 의문의 남자뿐.
“헉… 헉….”
바레인은 떨리는 전신을 애써 진정시키며 눈앞에 나타난 새로운 남자에게 경계심을 품었다.
자신이 제르미를 상대하는 동안 비스마르크 기사단을 거의 ‘삭제’시켜버린 의문의 남자.
그는 비스마르크 기사단과의 전투에서 도움을 주었지만, 바레인은 결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왜냐하면 황자의 신변이 낯선 이에게 맡겨진 상태니까.
“…누구냐.”
바레인이 폭발시켰던 코어의 힘을 추스르며 남자에게 물었다.
그가 말을 거는 이유는 단 하나.
잠시나마 지친 육신을 달래서 힘을 끌어모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서글서글하게 잘생긴 의문의 남자는 하르딘 황자를 부축한 채 입을 열었다.
-어, 음…. 그쪽도 여기 황자라는 분이랑 같은 편인가요…?
엄청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파악이 잘 안 된다는 듯한 어벙한 물음.
그의 언어는 생소했지만, 통역 마법을 거쳤는지 바레인의 뇌리로 제대로 전달되었다.
“…나는 하르딘 황자 전하를 모시고 있네.”
그렇다.
그는 상우였다.
아니, 상우의 분신이었다.
‘뭐라는 거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바레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상우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실 지금의 분신은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내성에 상주시켜놓은 상우의 분신이었다.
원래는 상우가 직접 접속을 하지 않고 카이린을 가르치거나, 순찰을 돌게 하거나, 나이젤이 부탁하는 잡일을 처리하는 용도로 사용했던 분신.
그랬는데 갑작스러운 나이젤의 부탁에 급히 이곳으로 출발했던 거였다.
상우는 자신의 목에 걸린 통신기를 어루만졌다.
-아아, 나이젤 님. 말씀하신 그 핏방울 모양 있는 애들은 다 죽였고요. 황자로 보이는 곱상한 남자도 확보했습니다. 근데 여기 앞에 웬 검사로 보이는 노인분 한 분 계시는데 같은 편 맞죠?
그가 통신기를 통해 나이젤에게 물었다.
비스마르크 기사단의 적인 걸로 보이는 저 노인이 눈치 상 하르딘 황자와 같은 편처럼 보이긴 했지만, 상우는 잘 몰랐기에 확실히 짚고 넘어가려 했다.
-기다려주게. 상우 군.
그리고 경비초소에 달린 영상통신기를 통해 현장을 생생히 확인 중이던 나이젤.
그는 바레인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상우에게 급히 답했다.
-워워, 싸우면 안 되네. 그는 전 황실근위기사단장 바레인 경일세. 하르딘 황자의 편이지.
-아아, 넵. 알겠습니다.
-그와 함께 영지성으로 복귀해주게.
-예이~
이제야 상황 파악이 끝나자 속 시원하다는 듯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상우.
그가 안도하며 입을 열었다.
-저기요 할아버지? 방금 확인 끝났습니다. 바레인 경이시라고…. 흠흠. 아무튼 나이젤 님, 아니, 레이븐 공작님이 모셔오라고 하시네요. 따라오시죠.
상우는 제 할 말을 전하고는 바레인을 등 뒤에 두고는 휙 등을 돌렸다.
그러더니 저벅저벅 걸어서 성벽 위로 휙 뛰어올랐다.
수십 미터는 될 엄청난 높이를 아무렇지 않게 가뿐히 오르는 상우.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잠시 멍하니 있던 바레인이 뒤늦게 상우를 쫓았다.
“멈추게!”
-빨리 올라와요.
팔로 드는 것도 귀찮은지 염동력으로 하르딘 황자를 둥둥 띄워놓은 상우가 어서 오라고 손짓을 했다.
바레인은 지친 심신을 달래며 땅을 박차고 성벽 위로 올라섰다.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내성 경비대 병력과 상우의 모습.
그리고 그 안쪽에 자리한 거대한 도시였다.
‘이곳이 레이븐 영지….’
망해간다던 소문과 다르게, 그리고 꽤나 황량하던 외성과는 다르게 그곳은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곳곳에 소음과 굴뚝 연기가 가득했다.
참으로 활기가 넘치는 도시였다.
그래서 바레인은 그곳에 잠시 시선이 빼앗겼지만, 이내 자신의 주군인 하르딘 황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분을 이리 주게.”
바레인이 통역기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상우에게 그의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눈치껏 하르딘 황자의 신변을 요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불안한가 보네.’
그리고 그의 부탁에 상우가 씨익 웃었다.
-가져가요.
마치 물건 주듯이 상우는 염동력으로 띄워진 하르딘 황자를 스윽 바레인에게 내밀었다.
그런 그를 소중히 품에 안는 바레인.
마나코어를 폭발시킨 탓인지 이전보다 훨씬 노쇠해진 그의 얼굴에 안도가 어렸다.
“전하….”
아직 정신을 못 차리는 하르딘 황자.
하나 바레인은 일부러 그를 깨우지 않았다.
‘지치셨을 터.’
오히려 이럴 때 푹 쉬는 게 나았으니까.
그렇게 하르딘 황자를 품에 안은 바레인은 상우를 쳐다보았다.
“레이븐 공작에게 안내해 주게.”
이제 가자는 바레인의 말.
상우가 그의 말을 눈치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실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염동력으로 바레인과 하르딘 황자를 동시에 띄우는 상우.
“어어…?”
갑자기 떠오르는 몸의 부유감에 당황하는 바레인.
그리고 그가 마음을 추스를 사이도 없이 상우와 그들은 내성 안에 자리 잡은 레이븐 공작의 저택을 향해 쏘아졌다.
파아앙-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며 사라지는 세 사람.
그렇게 그들이 떠난 뒤.
잠시 동안 잔뜩 긴장한 채로 도열해 있던 내성 경비대원들과 경비대장이 한숨을 푹 쉬며 긴장을 풀었다.
“상황 종료! 모두 자리로 돌아가도록!”
경비대장이 집결한 경비대원들을 다시 제자리로 물리는 사이.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던 경비대원들이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후아… 기세 장난 아니다.”
“저분이 바레인 경이라고? 와씨… 전설을 내 눈으로 보다니.”
“근데 전 공작님 제자 분이 훨씬 쎄보이던데?”
“그러게. 역시 차기 제국의 수호검이라 그런가.”
“전대 그랜드 소드마스터도 뛰어넘었나 봐.”
“그럼 제자 분도 그랜드 소드마스터라는 거야?”
“그렇겠지. 바레인 경도 긴장하는 거 못 봤냐.”
감탄하는 경비대원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상우의 무력이 그랜드 소드마스터에 도달했다는 소문이 제국에 퍼지기 시작한 게.
* * *
“흐으음….”
하르딘 황자는 따뜻한 이불에 살짝 몸이 덥다고 느끼며 몸을 비척비척 뒤집었다.
‘음… 음? 이불?’
자신은 분명히 밖에 있었는데.
당황하며 황자는 정신이 번뜩 드는 걸 느꼈다.
그와 함께 눈을 뜨자, 시야 가득히 꽤나 정갈하지만 고급스러운 방의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낯선 환경이었다.
벌떡-
머리에 찬물을 끼얹은 듯 머리가 맑아지며 몸을 일으킨 황자.
그는 후다닥 침대에서 몸을 빼내서 주변을 살폈다.
‘여긴 어디지?’
그는 옆에 살짝 열려 있는 창문을 열어보았다.
다행히 완전히 구금된 건 아닌지, 창문은 막힘없이 열렸다.
그리고 자신이 위치한 곳이 꽤나 고층인지 푸른 잡초가 가득한 정원과 담벼락이 한눈에 들어왔다.
‘…뛰어내릴까?’
자신이 비스마르크 기사단에 사로잡혔다면 아직 경계가 허술할 때 이곳에서 탈출하는 게 상책일 터.
하르딘 황자는 꽤나 깊어 보이는 바닥을 보며 침을 삼켰다.
‘해야 돼….’
자신이 깨어났는지 수시로 감시할 수도 있기에, 지금이 기회였다.
하르딘 황자는 언제 갈아입혀 졌는지 모를 잠옷 차림으로 조심조심 창가로 기어 올라갔다.
그때였다.
팟!
하르딘 황자가 있는 방에서 마나의 파장이 퍼져나감과 동시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꽤나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그 남자.
바로 상우였다.
-저기요. 뭐 하세요?
그리고 그는 나타나자마자 창가를 낑낑거리며 올라가고 있는 황자를 보며 물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