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97)
쿵!
이제 서리거인의 걸음 소리가 확연히 들릴 정도로 가까워졌다.
눈보라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동체.
‘또 보네.’
일전에 상우는 서리거인을 마주친 경험이 있었다.
이미 수십 일 동안 오딘의 탑을 돌아다녔기에 안 마주치는 게 이상할 정도긴 했다.
하지만 당시에 알라바르 공략대원들과 함께였는데, 멀리서 서리거인을 목격한 그들은 굳이 레이드를 시도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었다.
서리거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귀찮아서 안 잡았는데.’
물론 상우는 서리거인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나 그 역시 굳이 분신을 따로 돌려서 레이드를 시도하지는 않았었다.
위용은 보스급 몬스터였는데, 굳이 보스급 몬스터를 잡는다고 해서 상우에게 떨어지는 소득은 적었으니까.
가끔씩 아이템을 드랍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었던 탓도 있었다.
그 때문에 오히려 오딘의 탑 외의 던전을 쓸어담아서 괴마흡정의 힘으로 스탯을 빠르게 올리는 게 이득이었다.
그런데 지금, 야수조련 스킬을 익힌 상우 앞에 다시 서리거인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번에는 잡아야겠다.’
저 거대한 얼음의 거인을 야수조련으로 테이밍한다면?
상우는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졌다.
그리고 그가 기대하는 사이.
서리거인은 이제 코앞에 도달하였다.
쾅!
녀석이 내디디는 한걸음에 지면이 떨어 울렸다.
‘볼 때마다 놀랍단 말이지.’
하나 상우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아직 냉기수호자들, 아니, 얼음정령 암살자들과 상대 중인 몬스터들을 조율하며 서리거인을 냉정하게 살필 뿐이었다.
‘걍 덩치만 큰 물리타입이려나.’
만약 단순 물리타입이고, 저런 둔한 움직임이 계속 유지된다면 상우가 손쉽게 요리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녀석의 전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상우가 분석하는 사이.
대략 4~500미터가량 떨어져 있던 녀석의 몸에서 기이한 파장이 퍼져나갔다.
‘흠?!’
그와 동시에 상우는 위기를 직감했다.
‘피해!’
명령과 동시에 분신들과 상우가 블링크 스킬로 사방팔방 흩어졌다.
꽤나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나타난 상우와 분신들.
그리고, 그들이 방금까지 있었던 영역 전체가 얼어붙었다.
쩌저적-!
삽시간에 얼어붙어버리는 상우의 몬스터들.
트윈 헤드 오우거도, 맨티스 쉬림프도 그 극한의 냉기에 버티지 못했다.
녀석들의 피부는 서리와 얼음덩어리들로 덮여갔고.
그렇게 몬스터들은 단숨에 얼음덩어리로 변하고 말았다.
‘미친… 아이스 노바 같은 건가.’
마치 게임에서나 봤던 스킬과 비슷한 공격에 상우가 당황하는 사이.
다행히 몇몇 몬스터들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상우가 방금 전 포획한 얼음정령 암살자들이었다.
오히려 극한의 냉기가 더해진 덕분인지 이전보다 쌩쌩해진 듯했다.
다만 문제는, 아직 남아 있던 상우가 조련하지 못한 다른 얼음정령 암살자들 역시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어버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런 피라미가 문제가 아니지.’
얼음정령 암살자를 피라미 취급하는 상우.
상우의 시선은 서리거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물리타입처럼 보이는 거대한 동체와 굼뜬 움직임과는 다르게, 마법 계열 공격을 하는 녀석이었다.
‘공격 패턴이 저거뿐인가?’
만약 방금 공격 외에 다른 공격 패턴이 있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기에 상우는 신중하게 녀석을 살폈다.
그리고 다른 분신들을 놀려 주변 전장을 정리해나갔다.
[염동력]
[염동력]
[염동력]
[염동력]
……
아직 멀쩡한 얼음정령 암살자들에게 데미지를 주고.
[야수조련]
[야수조련]
[야수조련]
[야수조련]
……
조련하는 일련의 작업들이었다.
[조련에 성공하였습니다.]
[조련에 성공하였습니다.]
[조련에 성공하였습니다.]
[조련에 성공하였습니다.]
……
[야수조련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조련에 성공하였습니다.]
……
시간이 없었기에 강도와 파워를 높여 서둘러 진행하는 상우.
서리거인이 공격에 약간의 딜레이가 있는지 가만히 있는 사이, 상우는 순식간에 얼음정령 암살자들을 모두 자신의 몬스터로 만들어버렸다.
‘이건 됐고.’
대략 40여 마리의 얼음정령 암살자들이 모두 상우의 편이 되어 이제 상우가 아닌 서리거인을 노리기 시작했다.
투명한 몸체라 보이지 않는 녀석들은 상우와 분신들의 명령에 따라 삽시간에 흩어져 서리거인을 에워쌌다.
그와 동시에 분신들 역시 서리거인을 에워쌌고.
‘공격!’
상우의 명령에 따라 공격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얼음정령 암살자들이었다.
녀석들은 미끄러지듯이 돌진하여 서리거인의 몸체에 반월형의 검 모양 얼음팔을 휘둘렀다.
깡!
까가강!
까각!
하나, 마치 얼음 골렘처럼 생긴 서리거인의 겉표면에 미세한 흠집만 남았을 뿐이었다.
‘미친… 강도가 얼마나 단단한 거야.’
얼음정령 암살자들의 공격이 먹히지 않아 상우가 눈살을 찌푸리는 사이.
분신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팟!
총알처럼 뛰쳐나가는 분신들.
제일 먼저 도달한 건 볼케닉 레이저 레플리카(복제품)를 든 분신이었다.
녀석은 거의 5m에 달하는 불꽃 형상의 오러블레이드로 서리거인의 허리춤을 베었다.
파삭!
역시 불꽃은 얼음과 상성이기 때문일까.
강력한 화염공격에 강력해 보이던 녀석의 동체에 기다란 흠집이 났다.
‘얕아.’
하지만, 수십 층 빌딩 크기인 녀석의 몸에 비하면 육안에 잘 보이지도 않을 상처였다.
거기에.
서걱-
파사삭-
볼케닉 레이저를 들지 못한 다른 분신들의 검기 공격들은 잘 통하지도 않았다.
‘너무 단단하잖아.’
살짝 짜증이 생긴 상우.
그는 슬슬 본격적으로 공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지금까지는 서리거인을 테이밍하기 위해 자잘한(?) 공격만 퍼부은 감도 없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때였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서리거인의 머리 쪽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고주파의 굉음이 터져 나오더니.
휘이이이익!
머리 높이 치켜 올려진 녀석의 주먹이 땅바닥을 향해 내리꽂혔다.
아니, 내리꽂힐 뻔했다.
‘이게…!’
녀석의 움직임을 본 상우.
그는 곧장 분신을 움직였다.
그러자 서리거인의 근처에 있던 분신들.
그중 팔 부근에 위치해 있던 분신 하나가 공중으로 튀어 오르더니 아공간 입구를 열었다.
푸화아아아아악-!
그곳에서는 농축되어 있던 핵에너지, 뉴클리어 레이저가 쏘아지며 서리거인의 팔 한 짝에 구멍을 뚫어버렸다.
그러곤 그 레이저는 아래로 내리그어지며 서리거인의 팔을 ‘잘라’버렸다.
휘이이이- 쿠우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닥에 떨어지는 서리거인의 팔.
초고층 빌딩에 달린 건물 일부가 떨어지며 붕괴하듯, 극한의 지대에 쌓인 눈과 얼음알갱이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리고 휘두르던 충격을 이기지 못해 균형을 잃고 앞쪽으로 쓰러지는 서리거인.
쿠우웅!
녀석이 가까스로 왼쪽 팔로 지면을 짚으며 바닥에 처박히는 꼴을 면했다.
하지만 그 거대한 일격에 극한의 지대는 지진이라도 난 듯 거대한 진동이 계속되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궁-!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상우는 떨리는 지면에서 뛰어올라 공중에 위치했다.
‘후, 좀 놀랐네.’
그러곤 살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뭔가 의미심장한 공격을 하려던 서리거인.
상우는 왠지 당해주면 안 될 것 같았기에 재빨리 팔을 잘라 버렸던 것이다.
다행히 팔을 자른 것으로 녀석의 공격은 무효로 돌아간 상태였다.
‘…근데 한번 당해줄 걸 그랬나. 어차피 분신이라 피해도 없는데.’
살짝 아쉬워하는 상우.
어차피 테이밍할 서리거인인데, 기술을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만약 분신이 저 거인의 공격에 당해 역소환당한다 하더라도, 최근에 분신술 스킬의 재사용대기시간이 7시간가량이었기에 피해가 그리 크지도 않았다.
하지만 상우는 분신과의 일체감에 놀란 나머지 기술을 보기도 전에 파훼해버리고 말았다.
‘에이씨, 괜히 잘랐네.’
생각해 보니 괜히 한 것 같아서 아쉬움에 머리를 긁적이는 상우.
그는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소위 좌절 자세라 불리는 OTL 자세를 취하고 있는 서리거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서 일어나, 인마. 힘을 내라고!”
몬스터를 향해 격려를 해주며 어서 일어나기를 기원했다.
상우의 격려를 듣고는 힘이 생긴 것일까.
서리거인은 주춤주춤 움직이더니, 고개를 상우 쪽으로 돌렸다.
눈이 없이 거대한 얼음 덩어리일 뿐인 녀석의 머리통.
하지만 그 머리의 앞부분이 상우를 향하자마자.
쩌저저적-!
아까와 같이 지역 전체를 얼어붙게 하는 광역 공격이 상우가 있는 자리에 펼쳐졌다.
‘헙!’
온몸이 마비되며 찢겨나가는 듯한 느낌에 재빨리 블링크 스킬로 그곳을 탈출한 상우.
다른 분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팟, 팟, 팟!
그렇게 블링크 스킬로 멀찌감치 떨어진 뒤에 겪은 피해를 살피는 상우.
온몸이 퍼렇게 얼어붙어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얼음조각과 함께 떨어져 나가는 살점들.
‘크흐윽….’
금강불괴의 몸을 가진 이후로 상처를 입은 게 얼마 만인가.
타이베른 행성에서 오크왕 드락사르를 만난 이후, 뜻밖에도 이미 어느 정도 정복했다 생각했던 오딘의 탑 1층에서 자신에게 이런 피해를 줄 몬스터를 만나게 된 상우였다.
[마그마 코어]
상우는 마그마 코어의 힘으로 신체 내부의 열에너지를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피부에 달라붙어 있던 얼음조각들이 녹아내렸고.
[성력]
[그레이트 힐링]
기존 재생력과 회복스킬로 상처들이 삽시간에 회복되었다.
[뉴클리어 바디]
몇몇 분신들은 아예 뉴클리어바디를 활성화하여 얼어붙어 파손된 시체를 회복하고 냉기를 떨쳐내 버렸다.
그렇게 다시 최상의 상태로 돌아온 상우와 분신들.
상우가 서리거인을 다시 노려보았다.
녀석 역시 회복을 시도하려는지 잘려나간 얼음 팔을 들어 올려 어깨 쪽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와… 회복도 한다고?’
이대로 뒀다간 끝도 없을 거라 생각한 상우.
그는 전력을 다해 서리거인을 파괴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준비해.’
그러자 분신들이 블링크 스킬을 사용했다.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
직후 서리거인을 에워싸며 나타난 분신들.
분신들이 녀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뉴클리어 레이저!’
상우의 명령에 따라 5기의 분신이 아공간 입구를 열었다.
그곳을 통해 뿜어져 나가는 초극열의 핵에너지 줄기.
푸화아아아아아아아악-!
그뿐만이 아니었다.
뉴클리어 바디 상태로 있던 분신들.
녀석들의 손에서도 뉴클리어 레이저의 압력과 속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강력한 핵에너지의 불꽃 줄기가 토해져 나갔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악-!
10여 기의 분신들이 토해낸 엄청난 화염 공격.
영하 7~80도를 넘나드는 극한의 대지 속에서도 화염공격은 기세를 잃지 않고 서리거인을 직격했다.
콰과과과광-!
극열과 극한이 만나 굉음을 토해내며 녀석의 몸체가 터져나갔다.
순식간에 잘려나가는 녀석의 팔과 다리들.
그와 함께 막대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피슈우우우우우우우-
안개가 눈보라와 만나며 주변 영역을 뒤덮어버렸다.
뿌예진 시야 탓에 잘 보이지 않는 전방.
하나, 상우는 안력을 돋구어 안개 너머를 꿰뚫어보았다.
‘끝났나?’
팔과 다리를 잃고 지면에 떨어진 녀석의 몸체.
머리와 몸체만 남은 서리거인은 묘하게 꿈틀거릴 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살아 있네.’
상우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방금 전 공격 때 테이밍하기 위해 일부러 머리를 남겨두었는데 다행히 살아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는 서리거인의 빈사 상태를 확인하자마자 지체없이 야수조련 스킬을 사용했다.
[야수조련]
상우의 몸을 통해 퍼져나가는 기이한 파장.
그 파장이 바닥에 누워 있는 서리거인을 덮쳤다.
위이이이이잉-
기존의 야수조련 스킬 때보다 오래 걸리는 시간.
‘…실팬가?’
상우가 초조해져 가는 가운데.
마침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조련에 성공하였습니다.]
조련에 성공했다는 메시지였다.
“나이수!”
상우가 주먹을 허공에 내지르며 환호를 질렀다.
딱 봐도 막강해 보이는 몬스터를 손에 넣었으니까.
그는 곧장 스톰브링어 검법으로 전방에 바람을 일으켜 수증기와 눈보라를 흩어버렸다.
휘이이익-
그러자 바닥에 누워 있는 서리거인의 모습이 등장했다.
팔다리가 없이 잘려나간 몸체가 거대했기에, 마치 얼음 동산을 보는 듯했다.
‘좋아, 좋아.’
하지만 상우는 마냥 흐뭇했다.
사실 방금 전 녀석이 회복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차피 팔다리는 갖다 붙여서 회복하면 되었기에 별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곧장 서리거인에게 명령을 내렸다.
‘회복해라.’
그러자 움직이려는 듯 묘하게 꿈틀거리는 서리거인.
쿠구궁-!
그 꿈틀거림에 지면이 흔들렸다.
역시 대단한 크기의 동체였다.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도 녀석이 회복되려는 기미는 감감무소식이었다.
‘…혼자 회복 안 되나?’
그제야 머리를 긁적이는 상우.
사실 팔다리가 잘려나갔으니 움직이는 게 어불성설이었다.
그는 분신들과 얼음정령 암살자들에게 멋쩍게 명령을 내렸다.
‘얘들아. 얘 팔 좀 붙이자.’
그러자 분신들과 얼음정령 암살자들이 움직였다.
사방에 흩어진 서리거인의 팔다리를 향해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