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04)
그가 휘두른 검을 맞고 쇄도해오던 무언가가 튕겨 나갔다.
‘꼬챙이?’
그건 그저 기다랗고 뾰족한 형태의 작대기였다.
재질은 동굴의 벽과 똑같아 보이는 거무튀튀한 재질.
허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안 잘렸어.’
상우가 휘두른 검에 격중하고도 그 작대기는 꽤나 멀쩡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
그래서 상우는 속으로 좀 놀라고 있었다.
볼케닉 레이저와 자신의 근력이라면 베어버리지 못할 건 거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거기에 집중할 시간이 없었다.
‘또 온다!’
방금 날아왔던 꼬챙이가 다시 쏘아져오는 게 느껴졌으니까.
상우는 정신을 집중하며 사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연참]
사방팔방 휘둘러지는 검격.
원래라면 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처럼 사방에 검광이 가득했겠지만, 볼케닉 레이저의 화염 때문인지 불꽃이 공간을 장악했다.
꽝!
도저히 검이 휘둘러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폭음이 일어나고.
[아공간]
상우는 재빨리 아공간을 열었다.
스으으으…
허나, 아공간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뭐야, 아공간이 왜 이래.’
항상 비슷한 원형의 형태로 열리던 아공간의 입구.
그런데 지금은 뭔가 일그러진 모양새였다.
다행히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는지 그곳을 통해 상우가 불러들인 분신들이 속속들이 넘어왔다.
‘휴, 놀래라.’
상우는 왠지 이 동굴 같은 공간에 들어오면서 생긴 영향 때문일 거라는 직감을 느꼈지만, 자세히 살필 시간이 없었다.
계속 날아오는 이상한 공격을 처리해야했으니까.
‘뭉쳐!’
그의 명령에 따라 일부 분신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자리와 자세를 잡았다.
가장 방어하기 효과적인 위치였다.
그 모양새는 마치 레이븐 기사단이 연무장에서 펼치던 공격대형과 흡사했다.
‘어? 레이븐 합격진?’
상우는 분신들의 대형을 보며 좀 놀랐다.
이 합격진은 상우가 분신에게 따로 배우게 하거나 훈련시킨 적이 없었으니까.
그저, 카이린에게 스톰브링어 검법을 전수하기 위해 연무장을 오고 가다가, 레이븐 기사단의 훈련 장면을 몇 번 스치듯 본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훈련 장면이 무심결에 무의식에 남았던 걸까.
분신들은 상우의 무의식을 반영했는지 그 레이븐 합격진의 대형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걸 이렇게 써먹네.’
상우는 역시 분신이라는 생각을 하며 공격을 대비했다.
‘방금도 혼자서도 막았는데, 충분하겠지.’
솔직히 여유가 생겼다.
현재, 상우와 분신들이 펼친 건 12명의 소규모 분대 단위 인원으로 펼치는 전법.
적은 인원으로 합격진 외부의 공격을 수월히 방어하거나 합격진 내부의 적을 집중 공격할 수 있는 대형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아까처럼 공격이 쏘아져온다면 쉽사리 막아낼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허나,
쐐애애애애애애애액-
쐐애애애애애애애액-
쐐애애애애애애애액-
쐐애애애애애애애액-
이전과는 다른 엄청난 파공성.
그와 동시에,
까가가가가가가강-!
까가가가가가가강-!
까가가가가가가강-!
까가가가가가가강-!
상우가 있는 벌집 구조의 복잡한 동굴 전체가 금속이 부딪치는 소음으로 떨어울리기 시작했다.
귀가 떨어져 나갈 듯한 끔찍한 소음.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상우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막아!’
전신을 엄습하는 극도의 불안과 위기감.
그의 예측은 정확했다.
동체시력 스킬과 순발력 800이 넘은 상우의 극도의 안력.
그 시야에 동굴 벽에 부딪치고 튕겨나가면서 예측할 수 없는 궤도로 쏘아져오는 꼬챙이들, 그리고 돌멩이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으니까.
‘헙!’
꼬챙이와 금속 덩어리들.
거의 비 같은 형상으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금속 조각들이 상우 일행을 덮쳤다.
[배리어]
[배리어]
[배리어]
[배리어]
……
배리어 스킬의 중첩으로 사방을 둘러쳤지만, 역시나 압도적인 물리력에 마치 원래도 없었던 것처럼 부서져나갔고.
상우는 당연한 듯 분신들과 함께 검을 휘둘렀다.
[백연참]
[백연참]
[백연참]
[백연참]
……
12기의 분신들이 펼치는 압도적인 검의 폭풍.
그 검들은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꼬챙이들과 금속 조각들 하나하나를 튕겨내고 있었다.
깡!
까가강!
쾅!
검에 의해 궤도가 비틀리는 금속 조각들.
허나, 분신들의 판단은 잘못됐다.
동굴의 구조가 복잡하고 폭이 좁기 때문일까.
구슬 모양의 금속 조각 중 하나가 튕겨져나가 다른 벽에 부딪치더니, 궤도가 비틀려 근처에 있던 분신의 사각을 찔렀다.
파악!
사각이었기 때문일까.
아무리 감정 없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분신이라 할지라도, 그 공격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인지 금속 구슬에 맞고 말았다.
‘미친… 금강불괸데.’
그리고 상우는 깜짝 놀랐다.
그 작은 금속 구슬에 맞은 분신의 팔이 거의 뜯겨나가다시피 떨어져나갔기 때문이다.
물리방어력 250에 가까워지고 있는, 일반인의 250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방어력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머리에 맞으면 골로 간다.’
상우는 긴장했다.
비록 지금 여기 있는 게 본신이 아닌 분신일지라도, 분신을 한 번에 10기를 잃게 되면 꽤나 손해니까.
‘70시간 동안 쿨타임을 기다릴 수야 없지.’
그렇기에 더더욱 긴장하고 집중하며 금속조각들을 신중하게 쳐냈다.
맞부딪치면 그 물리력이 강했기에 옆으로 쳐냈는데, 이제는 금속 조각이 튕겨져 나가는 궤적 역시 계산하면서 쳐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깡-!
까강!
깡!
상우와 분신들의 대형 주변으로 소음이 끊임없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오버마인드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톰브링어 검법 2단계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톰브링어 검법 3단계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오러 블레이드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동체시력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안광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시력과 검술 관련 스킬의 레벨이 쭉쭉 오르기 시작했다.
그만큼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팔이 뜯겨져 나간 분신은 뒤로 살짝 물러나 회복을 시작했다.
[성력]
[그레이트 힐]
이미 800에 달한 재생력 때문에 팔이 조금씩 자라고 있었던 상태.
허나, 거기에 회복 스킬까지 더해지자 팔은 순식간에 재생되었다.
스르르르륵-
회복을 마친 분신.
녀석은 뒤에서 큰 기술을 준비했다.
[풍벽]
분신이 휘두른 검을 타고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사라지지 않고 전방에 원뿔 형태로 크게 확장되더니 동굴 앞을 뒤덮었다.
그러자, 풍벽에 휘말린 금속 조각 투사체들의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덕분에 한결 여유가 생긴 상우.
[풍벽]
[풍벽]
[풍벽]
[풍벽]
……
다른 분신들이 사방에 풍벽을 펼쳐 투사체의 속도를 대폭 감소시켰다.
‘글러트니, 액체화.’
그리곤 곧장 글러트니를 액체화시켰다.
그러자 열심히 검을 휘두르던 글러트니가 앞으로 튀어나가며 물처럼 투명해져갔다.
출렁-
퍽-
액체로 변한 글러트니의 몸을 관통하고 격중하는 금속조각들.
다행히 액체 상태라 물리 공격력 대부분을 상쇄시켰기에 큰 피해는 없었다.
‘막아.’
글러트니는 풍벽의 바로 뒤에 자리 잡았고.
탐식의 핵을 지나치려는 투사체를 모두 흡수하기 시작했다.
[본 가디언의 뼛조각을 흡수하였습니다.]
[본 가디언의 뼛조각을 흡수하였습니다.]
[본 가디언의 뼛조각을 흡수하였습니다.]
[본 가디언의 뼛조각을 흡수하였습니다.]
……
그러자 본 가디언의 뼛조각을 흡수하였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뼈라고?’
금속 조각처럼 보였는데 뼈라니.
시스템이 틀릴 리는 없었기에 상우는 그저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일단 이건 나중에 확인해보고.’
지금 중요한 건 공격의 근원을 찾아야하는 것.
상우는 어둠 속을 노려보았다.
그의 시력으로도 어둠 저 멀리가 보이지 않았다.
‘구조가 복잡하니, 몇 번 꺾어 들어가야겠지.’
아마도 미지의 적은 이 튕겨져나가는 투사체를 이용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격하고 있을 터였다.
판단을 마친 상우는 곧장 움직였다.
[블링크]
공간을 격하고 나타난 상우.
볼케닉 레이저 때문에 사방이 순식간에 환해졌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투사체 하나가 상우의 다리를 꿰뚫고 지나갔을 뿐.
‘큭!’
불에 덴 듯한 고통도 잠시.
상우는 고통을 참으며 다시 투사체가 날아오는 그 너머를 꿰뚫어 보았다.
[블링크]
그렇게 상우는 다시 공간을 격하고 나타났고.
[이터널 바디]
이번엔 영리하게 바로 이터널 바디를 사용하여 투사체의 공격을 흘려버렸다.
[해제]
[블링크]
그리곤 이터널 바디를 해제하며 다시 공간을 뛰어넘었다.
‘이터널 바디 상태에서 스킬이 써지면 참 좋을 텐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극도의 집중력으로 이터널 바디 스킬과 블링크로 공간을 뛰어넘길 몇 차례.
상우는 드디어 자신들을 공격하던 근원 중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건?’
저걸 생명체라 부를 수 있을까.
동굴, 그리고 투사체와 똑같은 재질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기이한 생명체.
그것은 거대한 성게 같은 형상의 모습으로 동굴에서 몸에 달린 가시 같은 걸 쏘아내고 있었다.
‘저게 본 가디언?’
글러트니를 통해 보게 된 시스템 메시지에 떠오른 이름을 보면 본 가디언이라는 이름의 몬스터.
저 몬스터의 이름이 왜 본 가디언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상우는 곧장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오러 블레이드]
스톰코어 마나엔진, 그리고 마그마 코어의 힘을 받고 뿜어져나간 전신의 마나.
그 마나는 오른팔을 타고 볼케닉 레이저를 타고 흐르더니 기존의 오러 블레이드 대신 기다란 화염을 뿜어냈다.
마치 용광로 같은 형상이었다.
그리고 그 뜨거운, 용암 같은 불줄기는 쭈욱 늘어나더니,
‘뒤져라!’
곧장 녀석을 직격했다.
꽝!
투사체를 쳐낼 때부터 경도(단단함)을 어느 정도 짐작했기에 상우는 최선을 다했다.
덕분에 볼케닉 레이저의 화염은 성게 형상의 본 가디언을 관통했다.
[마력이 0.001 올랐습니다.]
마력이 올랐다는 시스템 메시지.
‘죽였다.’
상우는 한숨을 쉬었다.
몬스터 하나를 잡을 때 최선을 다하기는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끝난 게 아니었다.
‘아직 남았어.’
투사체 공격은 동굴을 타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풍벽]
일단 풍벽을 펼치며 투사체의 공격을 느리게 한 상우.
블링크로 전진해도 시원찮을 판에 왜 가만히 멈춰선 걸까.
‘블링크 스킬이 무한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블링크 스킬의 횟수 제한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전진하려면 다른 분신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아공간]
풍벽을 통해 시간을 번 상우가 분신들을 불러들였다.
나타난 분신들은 예의 그리했던 것처럼 이터널바디와 풍벽, 글러트니를 활용해 투사체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이렇게 차근차근 전진하면 되겠지.’
일종의 세이브 포인트를 만든 상우.
그는 블링크 횟수가 남아있는 다른 분신의 몸으로 접속했다.
그리곤 다시 전방을 바라보았다.
벌집구조로 얼기설기 얽혀있는 복잡한 동굴.
그 너머를 향해서.
[블링크]
그리고 그렇게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오딘의 탑 2층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 * *
불타버린 거무튀튀한 껍질들이 널브러져잇는 대지.
온 사방에 고기 썩은 내가 가득한, 죽음이 내리앉은 땅이었다.
그리고 거기엔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하고 새하얀 가재가 울부짖고 있었다.
키에에에에에엑-!
녀석은 이미 팔다리는 모두 잘려나간 상태.
다만 꽤나 생명력이 있는 건지 몸을 꿈틀거리며 뒤꽁무니에서 구슬 같은 알들을 수백 개씩 토해내고 있었다.
[아공간]
그리고 그런 알들은 그 가재의 꼬리쪽에 올라서있는 상우의 분신에 의해 아공간 입구를 타고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기계적으로 가재의 움직임을 제어하며 알들을 수거하는 분신.
허나 분신은 혼자 있는 게 아니었다.
가재의 머리 쪽에도 하나가 더 있었으니까.
[야수 조련]
[야수 조련]
[야수 조련]
[야수 조련]
……
녀석은 끊임없이 가재의 머리통을 향해 야수조련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분신의 몸을 통해 기이한 파장이 흘러나가 여왕가재의 머리를 직격했다.
키에에에에에엑-!
정신 조작에 지지 않으려는 건지 저항하는 여왕가재.
허나, 그 울음소리는 처음의 저항에 비하면 이미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그리고, 분신은 마나가 무한하기라도 한 듯, 지치지도 않고 계속 야수조련 스킬을 사용 중이었다.
[야수 조련]
[야수 조련]
[야수 조련]
[야수 조련]
……
기계적으로 스킬을 계속 사용하는 분신.
여왕가재가 불쌍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이는 되든 안 되든 마치 매크로처럼 야수조련을 사용하다보면 언젠가는 조련되지 않을까 생각한 상우의 생각 때문에 벌어진 일.
그리고, 상우의 생각이 맞았던 걸까.
몇날 며칠에 걸쳐진 세뇌 작업에 여왕가재는 점차 지쳐갔고.
마침내.
[조련에 성공하였습니다.]
여왕가재는 상우의 것이 되고 말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