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24)
영상에는 중동 곳곳에 일어나기 시작한 언데드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거 진짜야?”
“응. 진짜야.”
“말도 안 돼.”
상우는 믿을 수가 없었다.
언데드 마스터 라모스는 자신의 손으로 없앴다.
사자의 서 역시 자신에게 있는 상황.
‘그런데 언데드가 일어나고 있다고?’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뉴스를 보아하니 이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상우는 수습이 먼저임을 깨달았다.
‘사자의 서 다시 가져와야겠네.’
생명의 서의 비밀을 알아보는 건 좀 더 미뤄야 할 듯싶었다.
대신 사자의 서의 힘으로 준동하기 시작한 언데드를 다시 되돌려놓을 생각이었다.
생각에 잠긴 상우를 보며 우현이 물었다.
“또 분신 움직일 거야?”
“그래야 될 거 같아. 집중 좀 해야겠어.”
상우가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알았어. 힘내고 와.”
그런 상우를 그녀가 토닥여줬다.
우현의 따뜻한 손을 느끼며 상우는 이스라엘에 있는 분신을 움직였다.
* * *
화려한 회의실.
어두운 그곳에 홀로그램 화면이 떠있었고,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잠깐 정지.”
마스터의 음성에 따라 화면이 멈추었다.
영상에 비춘 건 등을 돌리는 상우의 모습.
그리고 그 너머로 슬쩍 보이는 검은 아공간과, 그곳으로 막 빨려 들어가고 있는 미지의 빛이었다.
그렇다.
마스터는 지금 카드마스터 댄이 보고한 녹화영상을 확인 중이었다.
“확대해봐.”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홀로그램 화면이 해당 빛을 확대하여 크게 보여줬다.
흐릿한 빛.
하지만 그건 분명히 책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책?”
마스터가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사자의 서는 검은 색 책인데, 빛으로 이루어진 책이라…. 사자의 서에 무슨 변화가 생긴 건가.’
그의 추론은 정확했다.
그리고 그 추측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빛의 책은 마스터의 호기심, 그리고 ‘탐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궁금하군. 어떤 아이템일지.”
분신이란 능력을 가진 아바타, 정상우.
그리고 그가 가진 칠죄종의 힘.
거기에 빛의 책까지.
그는 슬슬 ‘정상우’란 열매가 탐스럽게 익었음을 깨달았다.
‘잘 익었구나.’
열매가 잘 익었으니 이제 수확해야 할 때.
’힘의 흡수가 마무리되는 대로 움직여야겠군.‘
마스터는 궁전 바깥에 있는 호수를 떠올렸다.
호수 밑바닥에서부터 조금씩 그에게 흘러들어오고 있는 힘.
그 힘을 느끼며, 마스터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서렸다.
* * *
‘라모스가 당하다니….’
루카스의 안색은 심각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는 지금 시기에 죽을 인물이 아닌데.’
원래는 블랙메시아의 수장으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일루미나티의 마스터가 사라졌던 이후에도 미쳐 날뛰던 인물이 바로 라모스다.
그런 그가 이렇게 일찍 아바타에게 죽다니.
‘전혀 연결고리가 없었건만.’
라모스가 테러를 벌여 이목을 끈 장소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이다.
정상우가 머물고 있는 한국의 서울과는 거의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곳.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바타가 예루살렘에 나타나 라모스를 끝장내버린 거다.
루카스는 자신이 그토록 우려하던 ‘변수’로 인해 미래가 완전히 어그러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정상우….’
애초에 미래에는 전혀 없던 인물.
분신술을 사용하는 헌터 역시 루카스가 알던 미래에는 없었다.
‘그런데 혜성처럼 나타났지. 뜬금없이 말이야.’
그리고 그 이유를 루카스는 내심 짐작하고 있었다.
‘각성 프로그램….’
인류의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가 시행했던 계획, 각성 프로그램.
능력이 없는 일반인들이 안전하게 포탈을 넘을 수 있도록 해주는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그가 알던 미래보다 훨씬 많은 인류가 시스템 유저로 등록되어 각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루카스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정상우 역시 각성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각성한 케이스였다.
‘이게 녀석의 미래를 완전히 뒤바꾼 건가.’
아마도 루카스가 회귀하기 전 정상우는 각성 프로그램이 없었기에 각성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을 확률이 높았다.
이름 없는 일반인으로 말이다.
사실 포탈을 넘는 행위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일이었으니까.
즉, 정상우는 루카스가 계획한 각성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라고 볼 수 있었다.
‘오히려 내가 고마운 일이지. 인류의 전력이 늘어나는 건 나쁘지 않으니까. 하지만… 미래가 너무 어그러지면 문제가 되지.’
루카스는 한숨을 쉬었다.
그가 진행한 각성 프로그램 덕분에 인류의 전력은 굉장하게 올라간 상황이다.
한데, 그만큼 변수가 많이 발생하게 되었고, 루카스가 알던 미래는 점차 어그러지고 있었다.
아니, 이미 많이 바뀌어버렸다.
더 이상 미래는 그의 손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 중에서도 정상우, 녀석이 가장 큰 변수다.’
분신술이라는 사기적인 능력에 칠죄종의 힘을 가진 남자.
능력도 능력이지만 무서운 점은 지금도 성장 중이라는 것.
누구보다 빠르게 말이다.
거기에 이번에는 라모스를 죽여서 더욱 성장했을 터.
‘날뛰지 못하게 해야 한다.’
루카스는 사이가 멀어졌던 상우를 만나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곧장 비서를 호출했다.
“지금 정상우가 어디에 있지? 위치 확인해봐.”
-네, 회장님.
잠시 후.
-본체는 서울 용산 한남동에 위치한 자신의 저택에 있는 것으로 추측되며, 분신 3기와 함께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에 분신 2기가 있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이스라엘? 흠, 언데드 몬스터 테러가 끝났는데도 아직 철수하지 않은 것인가.”
-아닙니다. 현재 이스라엘에 새로운 언데드 몬스터들이 준동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따라서 아바타는 이스라엘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뭐?”
언데드 몬스터가 또 나타났다고?
“그게 무슨 소리지?”
-자료 바로 올려드리겠습니다.
루카스는 곧장 정보팀이 보낸 자료를 확인했다.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중동 전 지역, 그리고 인접한 아프리카 등지로부터 몬스터들이 들끓고 있다는 보고였다.
특히 그 자료에는 몬스터들의 세기와 숫자를 에너지 결집 정도로 나타내고 있었는데, 낮을수록 밝은 색, 강하고 많을수록 검은색으로 표시된 상태였다.
한데, 아프리카에 위치한 에너지 수치는 매우 불길한 시커먼 검은색이었다.
자료를 보는 루카스의 표정이 어두워져갔다.
“이런….”
검은색 에너지는 등급 외 몬스터가 등장할 때나 나오던 수치.
그리고 아프리카에는 ‘그것’이 있었다.
바로,
‘…분노의 상징!’
루카스는 본능적으로 분노의 상징이 나타났음을 깨달았다.
분노의 상징은 전 인류가 힘을 합쳐 막아내야 했던 최악의 괴물.
그리고, 그 사실을 알자마자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팟!
* * *
상우는 허공을 날고 있었다.
후덥지근한 날씨.
몸이 익어버릴 것 같은 태양의 열기는 그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는 하늘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중동의 전 지역을 내려다보았다.
“휘유… 많네.”
바글거리는 언데드들.
마치 회색 물결의 바다가 출렁이는 것처럼 보였다.
대격변 당시 사망했던 사망자들의 시체가 워낙 많았을까.
아니면, 그동안 헌터들이 무자비하게 학살했던 시체가 많았던 걸까.
그야말로 해일처럼 언데드들이 온 사방을 휘젓는 중이었다.
‘막아야지.’
중얼거리며 상우는 옆을 쳐다보았다.
그 옆에는 복제된 사자의 서를 든 분신이 또 허공을 날고 있었다.
방금 소환한 또 다른 분신이었다.
상우는 분신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의식을 집중했다.
[소울 링크]
영혼이 결속되어 있으면 능력치와 힘을 공유할 수 있는 희대의 능력.
그 능력이 펼쳐지자, 사자의 서를 든 두 분신 외에, 아직 사자의 서를 들지 못한 나머지 분신으로부터 힘이 링크를 타고 뻗어 나갔다.
그러자, 상우는 순식간에 분신들의 힘이 끝없이 팽창하는 듯한 감각을 받았다.
‘좋아. 이거지.’
체감상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막대한 거력이 느껴졌다.
실제로도 능력치는 소울링크의 도움을 받아 이미 2,000을 넘긴 상태.
‘자, 해볼까.’
상우는 손을 뻗었다.
손에 들린 사자의 서에 막대한 에너지가 집중되었다.
옆에 있던 분신도 마찬가지였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모든 언데드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쿠구구구구구….
천지 사방을 뒤흔들던 소란이 끝이 나고 찾아온 정적.
갑자기 세상이 고요해진 가운데 상우는 씨익 웃었다.
‘쉬운데?’
상우는 따로 흑마법을 아는 건 아니었다.
그저 사자의 서에 마나를 집중하여 ‘멈춰’라는 의지만 떠올렸을 뿐.
본능적으로 행한 행위였는데 그게 매우 잘 먹힌 것이다.
‘그런데 따로 조종하는 소환사가 있는 건 아닌가.’
크라니드의 의해 몬스터 웨이브처럼 이 언데드 몬스터들이 자연스레 준동한 건지, 아니면 따로 소환자가 있는 건지.
원인은 파악이 잘 되지 않았지만, 어차피 사자의 서에는 ‘다른 사용자의 언데드를 지배할 확률이 생깁니다’라는 특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상관없어 보였다.
‘원래 소환한 녀석이 있으면 더 잘 됐지. 어디 니가 소환한 애들을 내가 어떻게 부리나 똑똑히 보라고.’
상우는 곧장 명령했다.
‘돌아가.’
무덤에서 올라온 인간의 시체들은 본인의 안식처로.
지옥에서 올라온 몬스터들은 해를 끼치지 말고 나에게로.
그 생각과 동시에 언데드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동치는 언데드의 바다.
상우는 살짝 조마조마해하며 그 물결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얼마 후.
“휴우….”
상우는 안심할 수 있었다.
언데드 무리들은 갈라지기 시작했는데, 무덤에서 올라온 인간의 시체로 이루어진 언데드들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고, 대신 남은 몬스터들의 언데드들은 상우가 떠있는 아래로 집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아좋아.’
상우는 언데드 준동을 다시 해결했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거의 수백만, 아니, 아직 제어하지 못한 언데드들까지 합치면 수천만에 가까운 언데드 무리를 얻어서 입이 찢어지려 했다.
‘사자의 서가 대단하긴 하구나.’
고작 분신 2기만으로도 수백만의 언데드를 다룰 수 있다니.
이는 사자의 서의 힘이 대단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자의 서를 가지고 혼자서 수만의 언데드를 다뤘던 라모스와 비교했을 때 상우의 능력치가 거의 배에 달할 정도로 높았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오버마인드라는 정신력과 지배력, 통솔력을 보강해주는 희대의 스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무튼 이대로 마무리 된 거 같고… 언데드는 사자의 서에 저장이 가능하댔지. 그럼 저장해볼까.’
이 몬스터들이 남이 소환한 거라면 안될지도 모르겠지만, 상우는 시도해보기로 했다.
‘어떻게 하나… 저장? 역소환?’
역소환을 떠올리며 사자의 서에 힘을 집중하자, 바다처럼 지상에 깔려 있던 언데드 무리들이 연기처럼 흩어지더니 사자의 서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그 연기의 양이 어찌나 많은지 그 일대에 엄청난 장관이 펼쳐졌다.
“와씨, 오진다.”
상우는 사자의 서로 빨려들어가는 언데드들을 보며 감탄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마지막 연기까지 빨려들어가고, 이제 남은 건 정적 뿐.
아니, 요란하게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바로 영상촬영드론들 때문이었다.
그 드론들을 보며 상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또 골치 아파지겠네.”
아마도 언론에서는 또 상우를 찬양하는 기사들로 도배될 터.
그럼 뭐 어떠하랴.
‘즐기지 뭐.’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하고, 이곳에서의 일을 마무리 지은 후 상우는 아프리카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오면서 확인해보니 언데드 사태와 몬스터 파동은 중동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서도 난리라고 했으니까.
‘오랜만에 아프리카에서 사냥 좀 하고.’
겸사겸사 들를 생각이었다.
상우는 사자의 서를 아공간에 집어넣으며 곧장 몸을 날렸다.
팟-! 슈우우우우우-
제트기보다 더욱 빠르게, 마하의 속도로 날아가는 상우.
보호되지 못한 머리카락이 바람에 영향에 의해 펄럭거렸다.
아프리카로 가까워질수록 햇볕은 뜨거웠지만 바람은 시원했다.
그렇게 기분 좋게 날아가던 무렵.
꿈틀-
상우는 순간적으로 이상한 감각을 받았다.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착각.
동시에 저 멀리서 무언가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듯한 감각을 받았다.
‘음?’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그 공격’이 날아왔다.
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