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44)
리버는 무표정한 얼굴로 움직였다.
하늘을 수놓는 까만 점들.
아니, 죽어가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
그의 몸은 공간을 접듯이 움직였다.
그러자 잘려나간 팔을 검은 그림자로 대체한 기이한 몰골의 마스터가 나타났다.
한창 힘을 집중하던 마스터는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남자로 인해 놀란 눈치였다.
“…누구냐.”
“저메인.”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리버의 목소리에 마스터의 눈이 좁아졌다.
“누구지.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느냐.”
“그건 내가 너의 친구였기 때문이지.”
“친구? 웃기는군. 난 절대로 너 같은 친구를 둔 적이 없다. 꼬불머리.”
“그렇게 오래 살았다면 기억하지 못할 수도.”
알 수 없는 리버의 말.
마스터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그를 향해 리버가 조용히 읊조렸다.
“저메인. 옛정을 생각해서 너를 지켜보려 했다. 하지만 지금 이 행동은 지나치군. 소중한 유저들을 날려버리다니.”
“뭐?”
“어쨌든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친구여. 잘 가라.”
그게 마지막이었다.
퍽-
얼굴에 의문만 가득 띄운 채 마스터의 몸이 산산이 흩어져가기 시작했다.
“무, 무슨…!”
흩어져가는 손을 들어 올리며 무언가 말을 하려던 마스터.
그게 그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마스터의 몸은 한순간에 먼지처럼 흩어지더니 리버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 파동.
그 막대한 기운을 흡수하며 리버는 무표정한 얼굴로 마스터가 사라진 자리를 보았다.
거기엔 미처 흡수되지 못한 2개의 검은 구슬이 놓여 있었다.
바로, 탐욕과 분노의 핵.
그 칠죄종의 두 상징들을 보는 리버의 얼굴에 이채가 서렸다.
‘오랜만이군.’
두둥실 떠올라 리버의 손에 들어온 칠죄종의 핵들.
그러자 그 핵들은 마치 주인이라도 만난 듯 공명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런 핵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리버.
그는 조용히 칠죄종의 상징들과 함께 공간을 뛰어넘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나타난 루카스와 상우.
그곳은 우주 공간이었다.
-리버…!
리버를 보자마자 텔레파시로 외치는 루카스.
상우 역시 절망적인 순간에 나타난 수상한 남자를 보며 긴장했다.
그때였다.
손을 척 뻗는 리버.
그러자 지구의 주변을 돌던 시체들이 지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장관.
하지만 그만큼 무서운 모습이기도 했다.
‘마스터만큼 강한 자다.’
상우 역시 그 모습을 보면서 긴장하는 가운데.
리버의 의사가 텔레파시를 통해 전해졌다.
-루카스, 실망이군.
-리버…. 마스터를 막아야 합니다.
-그는 이미 처리했다.
충격적인 말.
루카스의 두 눈이 동그래진 가운데.
-힘이 벅차면 미리 얘기했으면 좋았을 것을. 아무튼 이제 수습은 내가 하겠다. 다만….
리버의 눈이 상우를 향했다.
-내가 뿌린 씨앗은 내가 거둬야겠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우, 아니, 우주 공간에 있는 상우의 분신이 올가미에 걸린 것처럼 정지했다.
그러더니 상우가 명령하지도 않았음에도 저절로 아공간이 열렸다.
스으으으윽-
우주 공간을 통해 아공간에 있던 대기가 미친 듯이 토해져 나왔다.
“꺄아아아아악!”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당황하는 가운데.
딱-
리버의 손짓에 아공간에 있던 상우가 강제로 끌려 나왔다.
“이이이이익…!”
상우는 끌려가지 않기 위해 전신의 힘을 끌어올리고 갖가지 스킬들을 동원했다.
하지만 속수무책.
우주 공간으로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그러면서 아공간이 닫히려 하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아공간 속에 있는 우현과 마주쳤다.
우주 공간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가구를 붙들고 애쓰고 있는 그녀.
그녀의 두 눈은 우주 공간에 있는 상우를 보며 동그랗게 떠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며 상우는 본능적으로 어떤 말을 전했다.
-…부탁해.
그 말을 끝으로 아공간이 닫혔다.
상우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든 게 알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분신이 제 말을 듣지 않고 아공간을 열고.
또 자신은 멋대로 끌려 나왔다.
하지만 상우는 본능적으로 원흉이 누군지 느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저 괴상한 남자.
“무슨 짓이야!”
상우가 소리쳤다.
하나 우주 공간이라 음성은 아무런 매개체가 없어 퍼지지 못했다.
그래도 알아들은 걸까.
리버가 답했다.
-내 이름은 리버.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지.
그 말에 상우는 놀라고 말았다.
그가 사용하는 이 시스템.
이 시스템의 주인이라니.
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 말,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한 불안함.
그 모든 게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섞였다.
그러나 상우가 물어본 건 그의 ‘생존’이었다.
-나를 어쩔 셈이냐.
-네가 가진 내 것들. 돌려받아야겠다.
-네 거? 그런 건 없다.
-아니. 넌 가지고 있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우의 주변으로 분신들이 나타났다.
거대해진 글러트니와 엔비, 슬로스, 그리고 러스트까지.
칠죄종의 분신들이었다.
그리고 그 분신들은 나타나자마자.
쑤와아아아아아악-
몸에서 칠죄종의 핵들이 몸에서 뽑혀나갔다.
그와 동시에 분신의 몸에 새겨져 있던 문신들이 사라져갔다.
칠죄종의 힘을 잃은 것.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에 상우가 놀랄 무렵.
그의 옆에는 또 다른 남자가 소환되었다.
우주 공간에 나타난 거대한 체구의 사나이.
갈기 같은 머리카락이 우주 공간에 퍼졌다.
바로 레오가르도였다.
-으아아아아아아…!
붙잡힌 게 답답한지 몸을 요동치는 레오가르도.
하나 이내 그의 얼굴이 갈라지며 검은 구슬이 튀어나왔다.
오만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레오가르도는 운명했다.
-레오!
그 모습에 절규하는 루카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리버는 모든 구슬들을 한 손에 모았다.
그러더니.
챙-
한순간에 그 모든 칠죄종의 기운들을 터뜨려버렸다.
우주 공간 속으로 흩어져버리는 검은 기운들.
-무슨 짓이야!
상우가 절규하듯 소리쳤다.
헌터 생활 내내 거의 함께해온 칠죄종의 힘.
그게 저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다니.
그런 상우를 보며 리버가 말했다.
-분한가.
-그래. 내 칠죄종의 힘인데 네가 무슨 마음대로!
-칠죄종이라… 재밌군.
재밌다고 말하는 리버.
하나 그의 얼굴엔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일곱 가지 죄의 근원이라…. 내 부정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칠죄종이라 불리다니 우습군.
-뭐?
상우는 놀랐다.
루카스도 마찬가지.
그들은 칠죄종이 리버의 감정이었다는 말에 놀란 눈치였다.
-내가 오래전에 내 존재에서 추출해 낸 일곱 가지 부정한 감정. 그래. 그게 바로 너희들이 말하는 칠죄종의 정체다.
-……!
그렇다.
칠죄종.
온갖 신비한 힘을 가진 죄의 씨앗이 되는 감정들.
하지만 이 기운들은 사실 리버가 오래전에 버린 그의 감정이었다.
감정이라기보단 일종의 사념체.
리버의 말이 이어졌다.
-사랑하는 사람도 잃고, 복수도 성공했지만, 너무도 힘들었다.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나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다. 그리고 허무했지. 어차피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데.
무언가 회한에 찬 어조로 말하는 리버.
하나 역시나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어색한 연기를 하는 듯한 그의 모습은 우주 공간과 어우러져 무척이나 소름끼쳤다.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인데. 네가 칠죄종을 만든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아아, 그래서 생각했지. 신이 된다면, 그녀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뭐?
-그런 이유로 난 감정을 버리기로 했다. 감정이 아닌 철저한 이성만으로 상위차원의 존재, ‘신’이 되겠다고. 그래서 내 감정들을 버린 것이다. 그런데 내가 실수한 거 같군. 내가 버린 부정적인 감정의 파편들이 ‘칠죄종’이라는 이름으로 지구에 있을 줄이야.
-…….
그제야 모든 전말을 이해하게 된 상우였다.
루카스도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 눈치.
화가 났다.
자신이, 아니, 전 세계인이 고작 이런 오타쿠 같은 녀석한테 놀아난다는 사실에.
-그게 말이냐, 새끼야.
으르렁대는 상우를 리버가 쳐다봤다.
-미안하군. 하지만.
리버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자.
팍-!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
그러더니 말을 이어갔다.
-죽은 자의 말은 듣기 싫군.
그 말을 끝으로 리버는 상우에게 시선을 뗀 리버는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무시하는 리버의 태도에 화가 난 상우.
하지만 그는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피로 범벅인 가슴.
그의 가슴은 휑하니 뚫려 있었다.
“이, 이게….”
원래 이 정도 상처라도 재생이 될 텐데.
1만에 달하는 재생력도 발휘되지 않고 있었다.
마치 무엇에 막히기라도 한 듯 회복 스킬도 발동하지 않았다.
아니, 시스템이 먹통이었다.
그러자 상우는 후회가 되었다.
시스템을 멀리하라는 사부님, 오라클의 충고가 귓가에 아른거렸다.
‘젠장….’
그리고 그렇게 상우는 피를 토하며 눈을 감았다.
-상우 씨!
레오가르도에 이어 상우까지.
한순간에 두 불세출의 영웅이 죽어나가자 루카스의 두 눈엔 핏발이 섰다.
-리버! 이게 무슨 짓입니까!
소리치는 루카스.
하나 리버는 무표정했다.
-아아, 네가 좋아하던 ‘변수’를 제거했다. 루카스. 저 녀석들이 난리를 치는 동안 자꾸 내 유저들이 죽어나가서 말이야.
-…….
-그리고 루카스. 네놈도 변수지.
리버의 투명한 눈이 루카스를 향했다.
루카스는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그토록 노력했는데.
이번에도 넘지 못한단 말인가.
하나.
-하지만 참아야지. 자네는 쓸모가 많으니.
루카스는 살아남았다.
-…감사합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굴욕적으로 대답하는 루카스.
-대신 이제 더 이상 실수는 용납하지 못한다. 그러니 최대한 유저를 키워라. 알겠는가.
-알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리버는 사라졌다.
순간이동을 한 흔적도 없이.
루카스는 공허한 눈으로 우주 공간을 바라보았다.
허공을 유영 중인 두 시체.
얼굴이 갈라진 레오가르도와 몸통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뚫린 정상우.
그 시체들을 보는 루카스의 머릿속에는 온갖 후회와 회한이 소용돌이쳤다.
‘그토록 노력했는데… 그토록 미래를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하나 지금의 모습.
지금의 미래는 오히려 이전보다 최악이었다.
전 세계인의 절반이 죽었고.
마지막까지 있던 레오가르도마저도 죽었다.
게다가 골치 아팠지만 큰 변수로 자라주었던 정상우마저도.
‘미래는 막을 수 없는 건가.’
전인류가 멸망하는 미래를.
고통 속에서 절규하던 동료의 모습을.
그런 동료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그렇게 후회하고 있을 때였다.
스으으으윽-
우주 공간에 아공간이 스으윽 열리더니.
푸화아아아아아아아아-!
막대한 화염과 함께 온갖 물건들이 우주 공간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검과 슈트, 쥬얼, 현금, 가구, 냉장고, TV 등등.
그리고 그 속에는 사람들도 섞여 있었다.
갑작스레 우주 공간에 튀어나와 숨을 쉬지 못하고 바둥바둥거리는 사람들.
루카스는 그들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상우의 지인들이었으니.
그는 그걸 깨닫자마자 곧장 움직였다.
팟-
빛과 함께 사라진 루카스는 멈춰진 시간 속에서 그 모든 사람들을 데리고 텔레포트했다.
[텔레포트]
그렇게 우주 공간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루카스.
방금 전까지 우주 공간에 있다가 지상의 지면을 밟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러다 이내 살았음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대기를 힘차게 들이마셨다.
“후아, 살았어!”
“죽는 줄 알았네.”
“아버님, 어머님 괜찮으세요?”
“엄마! 괜찮아? 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던 사람들.
그러다 그들은 문득 바닥에 놓인 두 구의 시체에 눈길을 줬다.
피로 물든 전투슈트를 입은 두 남자.
그리고 한 남자의 실루엣은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오빠!”
제일 먼저 상우를 알아본 우현.
그녀가 상우의 시체를 향해 뛰어들었다.
가슴이 뻥 뚫린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상우.
그는 틀림없이 죽은 상태였다.
“아아아아… 상우야!”
“오빠!”
“상우 씨!”
그제야 가족들과 지인들이 상우를 알아보고 달려들었다.
죽은 상우를 보며 엉엉 우는 사람들.
루카스는 차마 말을 못하고 그런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대성통곡이 이어지던 가운데.
벌떡-
울고 있던 우현이 상우의 곁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루카스에게 다가왔다.
“점퍼 맞죠?”
“…예. 맞습니다. 우현 양.”
“부탁이 있어요.”
“무슨 부탁입니까.”
“저와 상우 오빠를 블레스 씨에게 데려다주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