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6)
쓸 땐 쓰자 (2)
먼저 향한 곳은 의류 코너였다.
가을이지만 곧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겨울의류 판매가 한창인 매장.
“쌤, 어떤 옷 사실 거예요?”
“곧 겨울이니까 따뜻하시라고 패딩 사드릴까 생각 중이야.”
“패딩 좋죠. 그럼 한 층 더 올라가야겠네요. 따라오세요!”
하연이는 자기 동네 백화점도 아니면서도 물 만난 고기처럼 이리저리 매장을 돌아다녔다.
브랜드와 가격, 가성비와 요즘 유행 트렌드 등을 얘기하면서 상우의 부모님과 여동생의 패딩을 골라주었다.
사이즈는 다 하연이 기준이었다.
“어머니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
“음··· 너보다 좀 작아. 한 요정도?”
“동생 분은요?”
“엄마랑 비슷해.”
“아버님은요?”
“아빠가 엄마보다 좀 크실걸?”
“우와- 그럼 오빠, 아니 쌤만 가족들 중에서 엄청 크네요?”
“그치. 그리고 그냥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
“··· 나중에요.”
그렇게 패딩 3벌을 주문하였다.
가족이라는 소속감을 주기위해 같은 브랜드 제품으로 고른 상우.
다만 그 브랜드 패딩이 무려 100만원 상당으로 비싼 제품이었기에 일순간에 300만원이라는 거금이 결제되었다.
상우가 쓰는 돈을 보고 하연이는 놀란 눈치였다.
“쌤, 금수저예요?”
“아니거든. 내가 말했잖아. 나 요새 돈 많이 번다고.”
“그거 뻥 아니었어요?”
“진짜라고. 게다가 난 자수성가란다. 움화화화~”
“··· 바보.”
패딩은 부피가 상당해서 물건은 추석 전날 날짜에 맞춰서 본가로 택배로 보내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상우는 하연이가 여자의 안목으로 꼼꼼히 봐준 게 너무 고마워서 그녀에게도 패딩을 하나 사주려했다.
“하연아, 쌤이 하나 사줄게. 골라봐.”
“대박! 진짜요?”
“응. 진짜로.”
사준다는 말에 신나 보이는 하연.
허나 뭔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거절했다.
“음··· 생각해보니까 받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리고 전 집에 작년에 사놓은 거 있어요.”
“작년 껀 작년 꺼고, 걍 새로 하나 사. 쌤이 사줄게.”
“괜찮아요. 아직도 쓸만한 걸요. 그리고 남자가 돈 그렇게 헤프게 쓰면 못써요.”
“끙- 알았어. 나중에 사달라고 할 걸 하고 후회하지 마.”
“··· 벌써 좀 후회되는데···. 그냥 사주실래요?”
“그럴까?”
“농담이에요. 헤헤.”
하연이는 웃으며 한사코 싫다며 거절했다.
사주려는 자와 받지 않으려는 자의 우스꽝스러운 밀당이었다.
결국 하연이의 패딩은 제외하고 의류 쇼핑을 마친 두 사람.
“식품 매장이 지하지? 지하로 가자.”
이후 건강식품을 보러 식품 매장을 찾았다.
상우가 찾는 건 추석 선물 세트로 제격인 홍삼세트였다.
지하에 도착하자, 매장 가득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보니, 식품 매장은 온통 추석음식과 추석선물세트로 가득했다.
다만 두 사람은 이미 배터지게 먹은 상태이기 때문에 먹는 거에는 큰 흥미가 없는 상태.
살 것만 빨리 사고 가자는 마음으로 홍삼 매장을 찾았다.
그리고 30만원 상당의 홍삼세트 2개를 구매했다.
“왜 두 개나 사세요?”
“어? 어··· 그냥. 엄마, 아빠 하나씩 드리려고.”
사실 하연이 부모님 드리려고 산 거였지만, 안 받으려 할 게 분명하기에 둘러댄 상우였다.
“돈 너무 많이 쓰시는 거 아니에요?”
상우의 카드 1일 한도는 500만원이다.
근데 밥값 135만원에 패딩값 300만원, 거기에 홍삼값까지 합쳐서 거의 500만원 가까이 썼기에 한도가 간당간당한 상태였다.
‘내 카드 1일 한도가 500이었나? 이거 예전에는 몰랐는데 씀씀이가 커지니까 되게 한도가 적구나.’
은행 가서 한도를 늘려야겠다고 다짐한 상우였다.
그렇게 쇼핑을 마친 상우는 홍삼세트를 들고 하연이와 함께 매장을 나서려고 하였다.
그때 그의 눈에 매장 한쪽 진열장에 놓인 헬스용 단백질 보충제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까 성장을 위해선 보충제도 좀 먹어줘야 한다던데, 분신들 좀 챙겨줄까.’
분신들이 성장한 경험치가 상우의 것이 되기 때문에, 분신들의 먹을 거에도 신경을 써주기는 해야 한다.
사람의 근육은 먹고 쉬면서 성장하니까.
다만 요새는 매일 재소환해주어서 따로 밥을 먹이지 않아도 리셋이 되었기에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분신이 3기가 되면서 재소환해주는 텀이 3교대로 길어졌기 때문에 식사를 챙겨주긴 해야 했다.
“하연아 잠깐만, 저기 좀 보고 가자.”
“네!”
보충제가 놓인 진열장은 작았는데, 식품매장에서 그다지 인기는 없어보였다.
직원도 없어서 안심하고 이리저리 보충제를 살펴보는 상우.
‘게이너는 몸 키우는 용도랬고··· WPC, WPH, WPI, BCAA, 크레아틴··· 이게 다 뭐야. 뭘 사야하는 건지 모르겠네.’
상우는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뭐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구분이 안되었다.
그렇게 대충 보다가 발을 돌리려던 무렵이었다.
상우의 눈을 사로잡는 한 단어가 있었다.
보충제의 포장지에 적힌 그 단어는 바로,
[No 스테로이드 성분!]
스테로이드였다.
‘그래, 스테로이드는 몸에 안 좋으니까 있으면 안 되지. ··· 가만, 스테로이드?’
스테로이드는 근육 성장에 도움이 되는 성분으로, 먹고 안 먹고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대신 면역력 저하, 호르몬 이상, 신장 기능 퇴화 등 그만큼 부작용도 심한 다루기 위험한 성분이었다.
‘··· 하지만 분신한테 먹인다면?’
상우의 눈빛이 변했다.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눈빛이었다.
* * *
그 시각, 세계헌터협회(WHA: World Hunter Association).
슈트가 잘 어울리는 중년의 백인 마이클 해리스.
살짝 벗겨지려하는 이마가 아쉬운 그는 세계헌터협회의 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지금 부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오라클이 재해를 예지하였습니다.”
“··· 내용은?”
“유동성 포탈 생성 및 수백 마리의 대규모 몬스터 침입입니다.”
“몬스터의 종류는?”
“확인된 것들 중 최고 위험등급의 몬스터는 A급이었습니다. 그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위치와 예상일은 확인되었나.”
“그녀의 말대로라면 예지에 등장한 희생자들 대부분이 한국어를 쓰는 동양인들이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한반도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시간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만, 그녀의 예지로 본 희생자들의 옷차림이 가을에 어울리는 가벼운 차림이었다고 합니다. 아마 근시일내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군. 지금 즉시 재해경보를 발령하게.”
“등급은 무엇으로···?”
“··· City(도시)급으로 하게.”
도시급 재해경보는 바로 한국의 헌터협회로 전달되었다.
재해경보를 전달받은 협회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뭐? 도시급?”
“예! WHA에서 방금 내려왔습니다!”
“지금 즉시 길드에 협조 공문 보내게. 당장!”
한국헌터협회장 오병훈이 소리를 질렀다.
그로부터 1시간 뒤.
여의도 헌터협회 건물 대회의실에는 한국의 내로라하는 길드들의 수장들이 속속들이 도착하였다.
국내 길드 1위, 혜성길드 단장, 신혜성.
‘저 벽창호 같은 박원태 자식이랑 같이 있어야 한다니··· 으득.’
국내 길드 2위, 태양길드 단장, 김일곤.
“이거 사람을 불러놓고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이지!”
국내 길드 3위, 케이너스길드 단장, 박원태.
‘··· 신혜성, 더 강해졌구나.’
국내 길드 4위, 봉황길드 단장, 황윤혜.
‘흥, 남자들이란···.’
국내 길드 5위, 고구려길드 단장, 배철만.
“도시급 재해경보라니, 이거 큰일이군. 별일 없어야 할 텐데···.”
국내 길드 6위, 욜로길드 단장, 한미호.
“이잉, 피부에 뾰루지 나쪄···.”
···
···
···
국내 길드 20위, 화랑길드 단장, 김유신.
‘···.’
마치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 하는 것처럼 회의장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다행히 금세 상위권 길드의 단장들이 모두 도착하였고, 회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자, 모두 조용히 해주십시오.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회의장.
회의 진행을 맡은 협회장이 입을 열었다.
“협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안내 받으신 대로, 현시간부로 도시급 재해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그래서 국내 헌터 협회 소속 길드들의 협조가···.”
“언제 발생하고, 위치는 어디요?”
신혜성이 말을 끊고 물었다.
신혜성.
깔끔하게 올린 포마드 헤어스타일에 팽팽한 피부는 그가 도저히 50대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게 했다. 하지만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그는 무언가가 마음에 안 드는지, 그의 눈매를 더 날카롭게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심기가 불편한 상태.
그래서일까.
말을 자르고 들어오는 무례함에도 불구하고 협회장 오병훈은 끽 소리도 못했다.
“··· 구체적인 발생 위치와 시간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반도라고 특정된 상태입니다.”
그러자 태양길드단장 김일곤이 소리를 질렀다.
“그게 말이야, 방구야! 길드에서 한반도 전역을 커버하라는 말이냐!”
그의 말에 일부가 선동되었는지 웅성거렸다.
“맞습니다. 공략 뛸 헌터들도 부족한 형국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재해를 막으라뇨. 그것도 한반도 전역을··· 저희 길드는 못합니다.”
“저희도 빠지겠습니다.”
“저희 길드도···.”
하위권 길드들이 너도나도 빠지겠다고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10위권 이내의 길드들은 발언에 신중해보였다.
그렇게 협회장 오병훈이 회의 진행을 제대로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 매고 있을 때였다.
묵묵히 앉아있던 케이너스길드 단장 박원태가 나섰다.
“협회장님,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예, 박원태 단장님. 어떻게 말입니까?”
“각 길드에서는 긴급출동대기조는 항시 대비시키고, 자신들의 거점지역만 우선적으로 순찰을 하는 것으로 하시지요. 그리고 재해가 발생했을 때 지역을 가리지 않고 모두 나서서 도와주는 걸로 합시다.”
“··· 괜찮은 의견 같습니다. 다른 의견 있습니까? 없으면 거수로 표결하겠습니다.”
단장들 중 과반수 이상이 박원태의 의견을 대부분 동의했다.
신혜성 역시 뭔가 마음에 안드는 눈치였지만, 손을 들어 순순히 동의했다.
“결정되었습니다. 각 길드에서는 거점 지역을 잘 방어해주시고, 긴밀히 협조관계를 유지해주시기 바랍니다. 경계태세는 3개월간 유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산된 회의.
각 길드의 단장들이 우르르 나갈 무렵, 회의장을 나서는 박원태를 뒤에서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어이, 원태 군.”
바로 신혜성.
박원태는 자신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다만, 30대 초반의 나이지만 이미 한 길드의 길드장인 그를 ‘원태 군’이라고 부른 상황. 돌아설 때부터 이미 박원태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허나 신혜성은 그의 표정은 상관없다는 듯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 용건이 있습니까?”
“오늘 깔끔한 회의 진행 잘 보았네. 역시, 혜성길드 출신답군.”
“··· 할 말 없으시면 먼저 가보겠습니다.”
“워워, 잠깐 기다려보게. 이번에 케이너스길드 공략1팀에서 오딘의 탑 출정을 갔다지?”
그 이야기가 나오자 박원태의 얼굴이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오딘의 탑에 들어간 케이너스길드의 공략1팀은 현재까지도 연락두절 상태였으니까.
“이거이거~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소식이 없어~ 공략이 자알~ 진행 중인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그래, 공략은 잘 돼가고 있는가?”
“··· 지세요.”
박원태가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응? 뭐라고 했는가. 잘 안들리는군.”
“닥치라고 개새끼야!”
그러자 신혜성의 표정 역시 싹 굳었다.
허나 이내 특유의 빙글빙글 웃는 낯짝으로 바뀌는 신혜성.
그는 여유롭게 말했다.
“이거 예의란 걸 못 배운 친구군. 어른을 공경해야지, 말을 그렇게 하면 쓰나. 그래도···.”
신혜성은 박원태의 곁을 스쳐가며 그의 어깨를 툭툭 털어줬다.
“어른인 내가 이해해야지. 그리고 정장은 좀 다리고 다니게. 꼬깃꼬깃 그게 뭔가. 수염도 좀 깎고. 하하하.”
그렇게 신혜성은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겨진 박원태.
그의 하얗게 꽉 움켜진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 * *
백화점 쇼핑을 마친 상우와 하연.
데이트를 마친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하연이의 집에 들렀다.
같이 내린 상우는 하연이의 집에 같이 올라가 그녀의 어머니 김옥정 여사에게 홍삼 세트를 선물로 드리고 왔다.
“곧 추석이라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상우 학생,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쌤 고마워요!”
“안 바쁘면 들어와서 과일이라도 먹고 가요.”
“하하, 아닙니다. 일이 있어서···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즐거운 명절 되세요.”
그렇게 홍삼을 주고 하연이의 집을 나섰다.
하연이가 배웅 나오는 걸 말리며 집으로 들여보냈다.
“괜찮아. 위험하니까 집에 들어가.”
“알았어요. 쌤, 톡할게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상우는 강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에이전트님. 밤중에 죄송합니다.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어서···.”
-아닙니다. 어떤 아이디어인가요?
“사실 분신의 피해가 저한테 전달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분신들한테 스테로이드를 먹여보면 어떨까요? 어차피 저한테 부작용은 없을 거고, 근육 성장의 이점만 취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스테로이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