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45)
거대한 뼈 (1)
그리고.
그것은 지상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쿠과과과과과-
지면이 무너지면서, 거대한 충격에 카타콤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너집니다! 빨리 뛰어요!”
상우와 일행들은 분신들이 도망칠 때부터 이미 달리고 있었다.
쿠구구궁-
지진 때문에 통로 곳곳이 무너지면서 매몰되기 시작했다.
비록 카타콤 지하 1층이지만 상당히 깊숙이 내려온 터라 잘못하면 생매장당할 상황이었다.
그리고 일행의 앞쪽 통로도 전부 막혀버리고 말았다.
“꺄아아악-! 막혀써!”
“뚫어요!”
“난 그런 무식한 거 못한다고!”
“젠장!”
다급한 상황 속에서 배철민이 움직였다.
그의 전매특허 몸통박치기가 약하게 매몰된 지점을 강타했다.
콰앙!
흙더미가 터져나가며 길이 뚫렸다.
“이쪽입니다!”
배철민의 리드에 따라 모두 통로를 달렸다.
“더 빨리! 선아 씨 버프 좀!”
“아씨! 매스 헤이스트!”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김선아의 버프가 이어졌다.
빨라지는 일행의 속도.
하지만 달리면서 마법 스킬을 사용하는 게 좀 어려웠던 걸까.
김선아는 무리를 했는지 순간적으로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아악!”
그 모습을 보고 멈춰선 상우.
관성 때문에 멈추는 것도 애를 먹었다.
동시에 같이 멈춰서는 일행들.
“먼저 가세요! 제가 데려갑니다! 어서요!”
하지만, 상우가 먼저 보냈다.
재빨리 김선아에게 다가가 확인해보니 다리를 접질린 것처럼 보였다.
“업혀요!”
급박한 상황이라서인지, 망설이는 기색 없이 김선아는 냉큼 상우에게 업혔다.
김선아의 허벅지를 옆구리 사이에 꽉 끼워 잡으며 단단히 고정한 상우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꽉 잡아요!”
상우는 검은색 구슬의 기운이 몸에 들어오면서 6.66의 능력치가 상승했다.
평균 능력치가 18에 도달해서였을까.
김선아의 몸무게는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연의 힘은 대단했다.
지진으로 인해 통로가 무너지는 속도는 치타처럼 달려가는 상우의 속력을 훨씬 넘어서있었다.
“꺄아아악!”
바로 뒤까지 통로가 무너지는 게 느껴진다.
김선아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상우를 더욱 강하게 확 끌어안았다.
상우는 부들부들 떨리는 김선아의 몸에서 그녀의 공포를 느꼈다.
그 와중에도 상우와 김선아를 둥둥 뜬 채로 제대로 쫓아오고 있는 영상촬영구.
‘조금만 더···. 여기서 죽을 수 없다고! 더 빨리!’
상우는 힘을 냈다.
분신들에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자신의 목숨이 걸린 상황.
도시급 재해 때 느껴본 느낌과는 달랐다.
그때는 절망이었다면, 지금은 생존욕구가 끓어올랐다.
‘난 살 수 있다! 살고 말테다!’
패밀리어 스킬은 종료한 지 오래 전.
모든 정신력을 달리는 데 집중했다.
“이야아아아아!”
기합을 넣으며 달리는 상우.
그게 시발점이었다.
[기합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새롭게 생겨난 스킬.
그와 동시에 몸에 다시 없던 힘이 솟아나는 게 느껴졌다.
좀 더 강하게!
좀 더 빠르게!
‘살 수 있다고!’
타다다다다다-!
지면을 차는 힘도 강해졌다.
상우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바닥이 조금씩 패일 정도였다.
보폭은 4m, 5m, 6m를 넘어섰다.
이제는 발을 내딛을 때마다 거의 날 듯이 뛰어갔다.
[달리기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돌진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순발력이 0.001 상승합니다.]
[정신력이 0.001 상승합니다.]
이윽고 잠시 지체되어 보이지 않았던 일행들의 꽁무니가 보였다.
“보, 보여요!”
눈을 꼭 감고 있다가 언제 눈을 뜬 건지 김선아가 외쳤다.
상우도 더 힘을 냈다.
그리고, 일행들은 드디어 처음 들어섰던 카타콤 입구 쪽에 도달했는지 공터에 멈춰 서서 하나둘 빠르게 점프하여 위로 올라갔다.
“다 왔어요!”
상우와 김선아도 거기에 도달하려는 순간.
콰과과과광-!
엄청난 양의 토사가 뒤에서부터 밀어닥치며 상우와 김선아를 덮쳤다.
“크억······.”
흙더미가 완전히 그들을 깔아뭉갰다.
* * *
“우리는 버려졌었다.”
대격변 이후 버려진 도시 생드니.
그곳은 지옥이었다.
정부가 없는 그곳은 몬스터와, 예전부터 있었던 범죄자들로 들끓었다.
무법지대인 그곳은 하루를 살아남는 게 고역인 극한의 생존무대였다.
“우리는 쥐를 잡아먹고···.”
식량은 이미 대부분 범죄자들의 손에 떨어진지 오래.
이미 보이는 애완동물들은 다 잡아먹었고.
나중에는 벌레들을 잡아먹었으며.
그러다 굶어죽을 지경이 되자 죽은 몬스터 시체에서 고기를 떼어다가 먹었다.
복통과 설사, 구역질을 해가며 죽을지언정 배고파 죽는 것보단 나았다.
생존자들은 독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오줌을 마시며 살았다.”
독성이 강한 몬스터의 피는 독이었다.
오줌을 걸러 마셨으며.
비가 오는 날은 축복이었다.
“···그렇게라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카타콤 덕분이었지.”
몬스터도 길을 헤매는 지하 미로 카타콤.
생드니의 생존자들 대부분은 카타콤과 지상을 오고가며 생존을 도모했다.
“그리고··· 마침내 힘을 얻게 되었어.”
그러다 각성하게 되었다.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몬스터를 찢어발기고.
자신들을 괴롭히던 범죄자들을 쳐 죽일 수 있는 힘을.
생존자들을 나몰라라 하고 내팽개친 채 도망가버린 더러운 위정자들.
그들을 족칠 수 있는 힘을 말이다.
“나도 힘을 얻었지.”
그런 각성자들 중에는 특별한 존재가 있었다.
바로 지금 얘기하고 있는 남자.
메이즈메이커(Maze Maker: 미로제작자)였다.
그의 본명이 무엇인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그 누구도 몰랐다.
다만, 땅을 움직이는 기묘한 능력이 있다는 것.
그리고 생드니, 나아가 카타콤의 실질적인 지배자라는 것밖에는.
“보잘 것 없지만, 나는···. 나는 살아남은 이들을 규합했다.”
누구도 하지 않으려 한다면, 내가 하겠다고.
내가 생드니를 지키겠다고.
그는 그렇게 생존자들을 모았다.
그는 땅을 움직이는 힘으로 카타콤 내부를 돌아다니며, 통로 곳곳에 벽을 치는 방식으로 몬스터들을 한곳으로 몰아냈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빠져나간 정리된 빈 방에는 생존자들이 살 수 있는 거주구역을 만들었다.
몬스터들이 없는 완벽한 은신처였다.
괴물들 때문에 범죄자들도 감히 들어올 수 없는 최고의 요새였다.
사람들은 그를 칭송했다.
“당신은··· 구세주입니다.”
그도 자신이 도움이 되는 게 매우 기뻤다.
그리고, 자신이 이런 능력을 얻게 된 것이 사람을 살리는 구세주로서의 운명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이자, 가장 큰 실수였다.
그는 평소와 같이 일의 사명감을 지니고 더욱 열심히 공간을 넓혀나가고, 몬스터들을 몰아내었으며, 바깥에서 생필품을 구해서 돌아왔다.
허나, 돌아온 거주구역은 미쳐버려 있었다.
“살려줘!”
“나가게 해달라고! 끄아아악!”
“메이즈메이커! 이 씨발 새끼야! 살려달라고!”
어떻게 들어온 건지, 거주구역 내부에는 몬스터들이 가득했었던 거였다.
완벽하고 안전한 은신처를 만들기 위해, 은신처 외부로 통하는 통로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메이즈메이커 자신만이 땅을 움직이는 힘으로 통로를 즉석에서 만들 수 있었을 뿐.
결국, 사람들은 메이즈메이커가 만든 폐쇄된 공간 속에서 몬스터들에게 사냥당하고 만 것이다.
모두 죽어버리고 몬스터들만 남은 은신처.
카타콤의 힘 때문인지, 죽은 사람들은 언데드로 소생했다.
과연 그걸 살아났다고 부를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
그는 생존자들이 언데드들로 변한 게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했다.
이후 생존자들에게 사죄하기 위해, 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양상이 이상했다.
이미 언데드로 변해버린 그들을 위해서 카타콤 내부로 스며드는 헌터들을 언데드 무리에 던져주기 시작했던 거다.
그는 언데드 무리에게 ‘먹이’를 공급해주기 시작한 거였다.
약한 헌터들은 바로 언데드 무리에 바로 연결해주었고.
강한 헌터들은 미로를 오가게 하며 힘을 약화시킨 다음에 밥으로 던져주었다.
“··· 모든 건 제가 책임진다. 내가 책임진다. 내가 책임진다. 내가 책임진다. 내가 책임진다. 내가 책임진다. 내가 책임진다. 내가 책임진다. 내가 책임진다. 내가 책임진다···. 클클클클클. 내가 책임진다고!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그는 미쳐버렸다.
카타콤에서 왜 끊임없이 헌터들이 실종하는지.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메이즈메이커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는 맛있는 먹잇감을 발견했다.
강한 기운을 품고 있는 중년의 미남자와 헌터들.
바로 프랑수아 샤토브리앙이 이끄는 나폴레옹 길드였다.
“최고급 품질의 먹이가 들어왔군.”
메이즈메이커는 카타콤 포탈 입구에 설치된 카메라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먹잇감을 확인한 그는 자신의 방식대로 함정을 팠다.
그만의 요리가 시작된 거였다.
약한 헌터는 빙글빙글 돌려서 체력을 갉아먹은 후 생존자들이 모인 언데드방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강한 헌터는 그 자신조차 접근할 수 없는 오염지역으로 보내면 되었다.
그렇게 오염지역에서 지치거나 죽어가는 헌터들에게 다시 통로를 열어주면 허겁지겁 언데드 무리가 있는 줄도 모르고 뛰어들었으니까.
물론 대부분의 헌터들이 사냥을 들어오는 건 그냥 놔두었다.
‘그래야 위험하다는 소문이 안 나서 먹잇감들이 찾아오겠지. 클클클.’
가끔씩 사냥을 할 뿐이었다.
아주 가끔씩.
샤토브리앙과 그의 나폴레옹 길드는 운이 없게도 메이즈메이커에게 찍힌 거였다.
그런 메이즈메이커의 사냥은 이번에도 성공하는 듯했다.
오염지역에 이상 징후가 생기기 전에는.
콰과과과광-!
무너지는 미궁 속에서 메이즈메이커는 미동도 않고 두 손을 올리고 있었다.
온 힘을 다해서 생존자들, 아니 언데드 무리들이 모여 있는 거주지역으로 향하는 지진의 힘을 막아서고 있었다.
“··· 크으으윽! 내가··· 내가 책임진다···!”
땅이 물밀 듯이 밀려왔지만, 메이즈메이커의 힘이 그런 토사의 해일을 막아섰다.
흙더미가 메이저메이커 앞에서 벽처럼 단단해졌다.
그런 벽이 밀려오는 토사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메이즈메이커는 다시 무너진 흙더미를 벽으로 단단하게 만들며 버텼다.
“내가 책임진다! 크아아아아악-! 내가 책임진···.”
그리고.
소리를 지르는 그를, 바닥에서 솟아난 거대한 기둥이 덮쳤다.
콰과과과광!
기둥과 토사에 휘말려 흔적도 없이 찢겨져나가는 메이즈메이커.
허무한 최후였다.
그리고, 그를 끝장내버린 기둥이 지상으로 올라왔다.
쿠구구구궁-!
기둥.
그건 기둥이 아니었다.
검푸른 색에 마디가 여러 개 나누어진 그건, 사람의 손가락 뼈였다.
다만, 크기가 너무 거대할 뿐.
뼈로 된 손가락이 지상을 완전히 뚫고 나왔다.
그 손가락 뒤로 손뼈, 팔뼈가 보였다.
그리고 어깨뼈를 지나, 쇄골뼈가 드러났다.
지상으로 올라오는 뼈로부터 후두두둑 흙무더기가 쏟아져 내린다.
그리고 여러 개의 마디를 지닌 목뼈와 함께, 녀석의 머리가 솟아올랐다.
시뻘건 두 개의 안광.
뻥 뚫린 두 개의 콧구멍.
가지런히 박혀있는 날카로운 치아.
그것은 거대한 ‘해골’이었다.
그 마치 작은 스켈레톤을 수십, 수백 배의 크기로 확대해놓은 모양새랄까.
머리와 왼쪽 팔을 꺼낸 녀석은, 나머지 몸도 지상으로 꺼내놓기 시작했다.
쿠과과과과과과광-!
대지에 잠겨있던 녀석의 몸이 일어나자, 카타콤 전역이 부서져 나갔다.
그 힘에 의해 카타콤을 덮고 있던 기묘한 결계도 부서졌다.
그리고,
[쿠와아아아아아아-!!!]
마침내 지상으로 올라온 녀석이 포효했다.
성대가 없음에도 마력에 의해 대기가 진동하며 사방에 기괴한 소음을 울렸다.
그 압력에 의해 남아있던 건물의 유리가 터져나갔다.
수백미터 높이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
아파트마저도 발목 정도 높이밖에 되지 않았다.
녀석은 일어서자마자 한 걸음 내딛었다.
콰과과과과광-!!!
건물들이 검푸른 뼈로 된 거대한 발에 의해 마치 두부가 으깨지는 것처럼 쉽게 부서져나갔다.
그런 거대한 뼈 거인의 옆쪽 바닥.
뼈에 비하면 마치 먼지 같이 작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맙소사···.”
“저게··· 몬스터라고?”
바로 고구려길드와 욜로길드원들이었다.
그들은 매몰된 상우와 김선아를 구하기 위해 포탈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중, 갑자기 포탈이 사라지는 걸 보고 반색을 하고 땅을 파헤치고 있었다.
근데 웬걸?
갑자기 땅 속에서 거대한 뼈가 솟아오르는 게 아닌가.
“S급 몬스터···.”
“도망쳐야···.”
누군가 중얼거렸다.
심지어 A급 헌터이자 욜로길드 단장인 한미호마저도 안색을 굳힌 채 거대한 뼈 거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바닥에 들썩거렸다.
“뭐, 뭐야!”
“또 나와?”
“물러서!”
이미 거대한 뼈 거인이 지하에서 올라오는 걸 목격한 그들은 놀란 나머지 크게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도망치려 할 무렵.
바닥에서 두 개의 인영과 동그란 그림자가 솟구쳐 올랐다.
“푸하아-!”
“살았다!”
그들은 바로 상우와 김선아, 그리고 영상촬영구였다.
그들은 지하에 매몰되었음에도, 굴하지 않고 땅을 파고 겨우겨우 기어올라왔던 것.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그런 그들을 보고 놀랐던 길드원들은 반색을 하며 다가왔다.
“써나야아! 살아있어쪄?”
“상우 씨, 다행입니다.”
반가운 해후도 잠시.
거대한 뼈 거인의 움직임에 도시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하늘을 가려 어둡게 하고 있던 것의 정체인 뼈 거인을 발견한 상우는 크게 놀랐다.
“뭐, 뭐에요, 저게?”
“··· 모릅니다. 카타콤에서 올라왔는데, S급 몬스터로 보여요. 도망쳐야 할 거 같습니다.”
“S급 몬스터요?”
S급 몬스터.
그 자체만으로도 홀로 도시나 국가를 궤멸시켜버릴 수 있는 측정불가의 몬스터.
도대체 저런 초거대 괴물을 누가 상대한단 말인가.
‘S급 헌터가 아닌 이상 절대 불가야.’
아무리 몬스터를 사냥해서 돈을 좇는 헌터들이라지만, 저건 사냥 범위 바깥이었다.
게다가 상우는 이미 글러트니를 비롯한 많은 분신들이 역소환되어버린 상태.
“구조요청은 했어요?”
“이미 한 지 오래죠!”
“팀장님, 그럼 튑시다! 가시죠!”
결국 상우 일행은 쉴 틈도 없이 후다닥 도망쳤다.
뼈 거인으로부터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위.
하늘에 한 남자가 떠 있었다.
아니, 사라졌다가 하늘에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핑- 핑- 핑-
“예상대로다. 드디어 나왔구나, 타이탄.”
멀끔한 슈트를 입은 채 팔짱을 끼고 먼 곳에서 타이탄 스켈레톤과 파리 시를 굽어보고 있는 남자.
그는 조지 루카스.
S급 헌터 ‘점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