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76)
“맞았어!”
상우는 불의 창이 피안개를 직격하는 걸 똑똑히 지켜보곤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에르제베트, 그녀는 죽지 않았다.
어딘가 남아있던 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허공에 스르르 뭉쳤다.
사아아아아-
하지만 그녀는 멀쩡하지 못했다.
원래의 아름다움을 잃은 상태였다.
왼쪽 상반신 전체가 화상으로 일그러진 끔찍한 모습이었으니까.
그녀의 목에서 피가래가 들끓는 소리가 들렸다.
“크르르르륵···.”
그녀는 일그러진 얼굴을 들어 화상으로 얼룩진 몸을 바라보았다.
“내 피부가··· 내 피부가···!!! 이 씹어먹을 녀석들이! 죽여버릴 테다!!!”
직후 그녀의 분노가 폭발했다.
산발이 된 머리가 기운의 폭주에 휘말려 미친 듯이 휘날렸다.
[뱀파릭 오러]
그리곤 그녀의 몸이 검붉은 오러에 휩싸이더니,
[블러드 클로]
열 개의 손톱이 검처럼 늘어났다.
동시에,
[블러드 익스플로젼]
케이너스 길드원들의 몸이 핏물로 터져나갔다.
그리고 분신들의 몸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상우도 마찬가지였다.
‘크허어억! 마법 내성이 있는데도 이 정도라고···?’
케이너스길드원들은 모두 죽고 이제 남은 건 상우와 분신들 뿐.
[블러드 드레인]
그와 동시에 터져나간 케이너스길드원들의 핏물이 에르제베트를 향했다.
다시 순식간에 회복하기 시작하는 그녀.
상우는 안색을 굳혔다.
‘아니 딜탱에 회복까지 된다고? 너무 사기잖아. 이걸 어떻게 이기냐고.’
자기 자신도 딜탱이 되면서 어마어마한 재생력까지 있었지만, 본인 생각은 안하는 상우였다.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분신들을 움직여 블러드 익스플로젼의 범위에 벗어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 기술은 따로 조준이 필요 없는 것인지 몸이 미친 듯이 끓어올랐다.
‘으으윽··· 너무 고통스러워···.’
피가 들끓기 때문일까.
움직임이 약간 둔해진 분신들을 향해 에르제베트가 뛰어들었다.
여태까지 회피만 하던 모습과 달리 저돌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러곤 그녀의 손톱이 내리꽂혔다.
까가가각- 금강불괴임에도 불구하고 에르제베트의 손톱은 분신들의 몸을 갈랐다.
호리호리한 몸과는 달리 엄청난 괴력.
동시에 분신의 몸에서 뿜어진 피가 에르제베트의 검붉은 오러를 타고 흡수되었다.
흡수된 힘을 받아들여 회복되어가는 그녀.
하지만, 역시 금강불괴의 물리내성은 대단했다.
단단하고 두터운 가죽을 가까스로 갈라낸 에르제베트의 손톱은 그대로 분신의 몸에 틀어박혔으니까.
손톱은 분신의 몸에 박혀 옴짝달싹 못했다.
에르제베트는 순식간에 분신에게 사로잡힌 형국이 되었다.
그녀가 살짝 당황했다.
‘페이크다. 이 년아.’
상우가 눈을 빛냈다.
에르제베트가 근접하자, 약간 둔해져있던 분신들이 상우의 명령을 받더니 몸이 끓어오르는 고통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히려 에르제베트에게 반격했다.
촤아아악-
서걱-
에르제베트의 거의 회복되어가던 화상 입은 왼팔이 오러블레이드에 의해 썰려나갔다.
“꺄아아아아아악-!”
팔을 잃고 뒤로 물러나는 그녀.
그녀의 얼굴이 흉측하게 물들어갔다.
“빌어먹을 먹잇감이 감히 나를 놀려! 오냐, 끝장을 내주마!”
그 말과 함께 에르제베트가 두 손을 상우가 있는 바닥을 향해 뻗었다.
[아이언 메이든]
동시에 아무것도 없는 바닥이 물결처럼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바닥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철제 관.
철제관은 10m 높이에 뚜껑과 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철제임에도 주변에 눌러붙은 검붉은 핏자국이 매우 불길해보였다.
그리곤 등장한 관과 관뚜껑은 마치 파리지옥처럼 상우를 덮치며 잠겼다.
이 관이 소환되고 덮치는 그 속도가 너무 순식간이라, 상우는 미처 피하지 못했다.
‘뭐야!’
관 안쪽은 어두컴컴했다.
[파이어]
기초마법 스킬인 파이어 스킬을 사용하여 불꽃을 피워보려 했다.
파식-
하지만, 불꽃은 잠깐 튀어오르며 연기만 내뿜고는 이내 사그라들었다.
‘어, 설마.’
상우는 파이어스킬을 계속 반복했다.
허나, 마찬가지였다.
이 안쪽에서는 마법 스킬이 제대로 발동이 안되고 있었다.
[아공간]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아공간 스킬을 사용해보았지만, 역시나 공간의 균열이 일어나는 듯 하다가 순식간에 흐트러져버렸다.
‘젠장. 마법이 안통하는 공간이라니.’
엄청난 디스펠 효과가 아이언 메이든 안쪽에 자리잡은 듯 했다.
상우는 오러블레이드를 검에 피워올려보았다.
위이이잉-
다행히 녹푸른 기운이 검에 번져가며 정상적으로 오러블레이드가 작동되었다. 그는 오러블레이드의 빛을 이용해 사방을 살펴보았다.
보이는 관 안쪽은 수없이 많은 송곳 같은 가시들이 가득했다.
‘아이언 메이든···?’
문득 인터넷에서 보았던 역사 속 고문도구가 떠올랐다.
아이언 메이든.
중세 유럽의 고문기구로써, 관 안쪽에 가시가 촘촘히 박혀있었다.
그렇기에 관 뚜껑을 닫기 전에는 안에 갇힌 피고문자에게 가시에 찔릴 거라는 공포감을 주고, 관을 닫으면 가시에 찔리게 하여 서서히 피를 흘려 고통과 함께 죽게 만드는 끔찍한 고문도구였다.
‘저 가시에 찔려 죽긴 싫다고.’
상우는 곧장 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씌워 관 안쪽을 들쑤셨다.
꽈광-! 꽈광-!
까가가강-!
오러블레이드에 부딪친 가시들이 불꽃을 피워내며 일부 깨져나갔다.
하지만, 잘 잘리지 않았다.
오러블레이드의 절삭력을 감안했을 때 어마어마한 강도.
게다가 가시들은 아직도 수천 개는 될 정도로 많이 남아있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하지만 상우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렀다.
[선풍참]
상우의 몸이 바람개비처럼 휘돌았다.
동시에 사방으로 뿜어져가는 바람의 검기들.
까가가가가강-!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리곤 아이언 메이든 안쪽의 가시들은 서서히 재생되고 있었다.
상우는 아이언 메이든이 완전히 줄어들기 전에 가시를 모두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부수는 걸로는 방법이 없어. 블링크가 먹힐까?’
상우는 윈드워크로 가시 사이사이를 가볍게 건너뛰며 아이언메이든의 벽 쪽에 다가갔다.
현재 블링크의 사거리는 대략 4~5m 정도.
벽 너머로 블링크를 시도한다면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제발 되라.’
상우는 곧장 블링크를 시도했다.
[블링크]
하지만, 역시나 마법 스킬은 발동하지 않았다.
대신 바깥에서 희미하게 분신들이 아이언메이든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강-
까강-
쾅!
분신들은 에르제베트를 상대하면서도 상우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아이언메이든을 부수고 있었던 것.
그러나 오버마인드로 연결된 분신들의 시야로 보았을 때, 아이언 메이든은 전혀 이상이 없었다.
‘젠장···.’
금강불괴가 있기에 다치지 않을 거라는 희망도 있었지만, 이런 가시의 강도와 압박속도를 보았을 때 장담은 어려웠다.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남은 방법은 단 하나였다.
검으로 모든 가시를 부수는 것.
그렇기에 상우는 포기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바깥에 있는 분신들도 에르제베트를 견제하며 아이언 메이든을 두드렸다. “소용없다! 얌전히 사로잡혀라!”
에르제베트는 승리를 예감했다는 듯 여유 넘치는 태도로 분신들을 상대하며 아이언 메이든이 완전히 수축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10m가 넘었던 거대한 아이언 메이든이 인간의 형상으로 쪼그라들었다.
동시에 가만히 멈춰서는 분신들.
그 모습을 보며 에르제베트는 눈을 빛냈다.
“호호호호! 역시 내가 이겼군.”
정적이 흐르는 오딘의 탑 입구.
격전이 일어난 지 몇 분 지나지도 않았지만, 우주공간 같은 그 곳에는 시체들과 피비린내가 가득 퍼져 있었다.
그 피냄새를 만끽하며 에르제베트는 분신을 향해 움직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서있는 분신.
서글서글한 눈매와 근육질 몸매가 파워드슈트에 감겨 모델 같은 비율을 자랑했다.
특히 젊음이 가져다주는 하얗고 뽀얀 피부가 눈부셨다.
그걸 보며 에르제베트의 눈에 시기심이 담겼다.
“나보다 피부가 좋아보이는군. 건방지게.”
그녀는 자신의 손톱으로 분신의 얼굴을 마구 난도질했다.
피범벅이 된 분신의 얼굴.
하지만 얼굴은 꽤나 단단했는지, 에르제베트의 강력한 근력으로도 완전히 망가뜨리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제야 성이 좀 풀리는지 손을 거두는 에르제베트.
“흠흠, 분이 좀 풀리는군. 자, 이제 일을 마무리해볼까.”
그녀의 임무는 칠죄종의 상징을 지닌 정상우를 데려오는 것이었다.
목표는 생포였지만, 어렵다면 사살도 가능했다.
하지만, 아이언 메이든을 사용하여 깔끔하게 생포에 성공한 것.
아이언 메이든에 찔렸다고 해서 바로 사망하지는 않는다.
그저 고통과 함께 무력해진 상태로 오래오래 가둬둘 수 있다.
그녀 입장에서는 완벽한 생포용 도구인 셈.
“가볼까.”
그녀가 손을 아래로 향하자, 아이언 메이든이 물결치는 바닥으로 스르륵 잠겼다.
동시에, 박쥐로 변화한 에르제베트.
박쥐의 무리는 흩어지면서 엄청난 속도로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시체들과 함께 분신들만 남겨진 공간.
갑자기 분신 하나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움직였다.
스으으윽-
허공에 열리는 아공간.
그와 동시에, 아공간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What the Fuck!”
곱슬거리는 갈색머리에 거칠게 난 수염.
목 늘어난 티셔츠에 반쯤 풀린 눈.
도저히 헌터로 보이지 않는 남자, 블레스였다.
갑자기 오딘의 탑 입구에 나타난 그는 안색을 굳혔다.
“이거 완전 쑥대밭이구만.”
하지만 말과는 달리 이미 그는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이 생명이었으니까.
그의 손에서 뿜어져나가는 황금빛 성력.
동시에, 가만히 있던 분신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블레스의 앞에 시체들을 차곡차곡 모았다.
에르제베트의 손짓에 의해 목이 달아난 남자도 목과 몸통이 맞추어져 블레스에 앞에 놓였다.
그렇게 모인 직후.
[성천포]
구름도 없는 우주공간 같은 공간에서 갑자기 빛무리가 저 높은 허공에 서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시체들이 놓인 바닥을 향해 빛의 기둥이 내리꽂혔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피가 빨려나가 말라비틀어져있던 사람들의 몸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이 뜯겨져 나가있던 케이너스길드원 역시 회복하여 몸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외형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회복된 뒤에도, 한동안 황금빛 성력의 줄기는 쓰러져 있던 케이너스길드원들을 감쌌다.
“후, 힘들군.”
블레스가 성천포를 중단하였다.
그러자 잠시 후.
죽었었던 케이너스 길드원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으음··· 여기가 어디···.”
“허억! 허억! 나 분명 죽었었는데.”
목을 더듬으며 기겁하는 남자.
그런 그를 보며 정신을 차린 주변 케이너스 길드원들이 달려들었다.
“현우야!”
“살았구나!”
그를 얼싸안고 흐느끼는 케이너스 길드원들.
분신 7호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휴, 골든타임 겨우 마췄네요.”
그렇게 잠시 감동스러운 재회(?)를 나눈 그들은 이내 상우와 블레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역시 블레스였어.”
“블레스 씨, 당신이 우리를 살려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갑자기 블레스를 향해 엎드려 절하기 시작하는 케이너스길드원들.
살아났다는 기쁨에 눈물 콧물을 한바가지로 쏟아내고 있었다.
블레스는 그런 신파가 익숙한지 귀찮다는 듯 한 마디 했다.
“어이, 나보다는 얘한테 감사하라고. 얘가 나 데려왔으니까.”
블레스가 분신 7호를 가리켰다.
그 말에 분신 7호를 보면서 꾸벅 인사하는 케이너스 길드원들.
“감사합니다. 상우 씨!”
“덕분에 살았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사실 제가 누굴 데려왔든 블레스 씨가 아니었으면 여러분 못 살렸을 거예요. 블레스 씨, 감사합니다.”
분신 7호가 상우처럼 말하며 블레스에게 공을 돌렸다.
그런 분신을 보며 블레스가 짜증을 냈다.
“그건 그렇고. 야, 정상우. 다짜고짜 사람을 아공간에 쳐넣는 게 어딨냐. 진짜 내가 사람 목숨 달린 일만 아니었으면···.”
“하하, 지난번에 블레스 씨가 죽은 지 얼마 안 되면 다 살릴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 말 떠올라서 블레스 씨 찾은 건데, 아시다시피 상황이 너무 급해서···. 치료 비용은 케이너스길드에 확인해서 넉넉히 쳐드릴 테니까 너무 서운해하지 마세요.”
“두고 본다, 내가.”
“예예. 서울로 보내드릴까요?”
“이왕 온 거 구경 좀 하고. 근데 여기 무슨 일이야?”
“아, 그게 사실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대답하는 분신 7호.
분명히 상우는 아이언 메이든에 갇힌 채로 에르제베트에게 잡혀갔다.
그런데 분신은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 * * 한편 그 시각.
서울의 한 실내체육관.
분신 4호, 아니 상우는 레이븐과 함께 바닥에 앉아있었다.
눈을 감고 극도로 집중한 듯한 모습.
겉보기에는 마나엔진 수련을 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잠시 후.
“후아-!”
상우가 심호흡을 토해내며 눈을 떴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레이븐이 상우에게 물었다.
-제자야, 어떻게 되었느냐.
“성공입니다. 바티칸에서 미끼를 물었어요.”
-그렇군. 다행이구나.
“예. 근데 진짜 에르제베트라는 여자 미친 듯이 쎄네요. 케이너스길드원들이 모두 죽어버려서, 싸우는 중에 분신 움직여서 블레스 씨 찾아가느라고 머리 뽀사지는 줄 알았습니다.”
-뽀사지는 게 뭐냐.
“아, 머리가 아팠다는 뜻이에요.”
-그렇구나.
그렇다.
사실 오딘의 탑으로 향한 상우는, 상우가 아니었다.
그저 오버마인드로 접속된 상우처럼 움직이는 분신이었을 뿐.
‘연막작전이 성공했어.’
사실 이번 연막작전의 실마리는 상우가 우연히 아공간을 이용해 공간이동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뒤부터였다.
아공간을 통해 분신을 들여보내고, 반대로 상우 자신도 분신이 열어낸 아공간을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상우는 분신과 자신의 위치를 바꾸는 데 재미가 들렸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다.
‘가만, 나를 분신으로 대체하는 건 어떨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