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95)
상우의 외침에 영문을 모르는 듯 어리둥절해하던 사람들이 몇 발자국씩 뒤로 물러서더니, 이내 훌쩍 몸을 날려 뒤로 빠졌다.
다행히 그의 알림은 늦지 않았던 것.
허나 상우는 이 상황이 매우 답답했다.
‘같은 편을 공격하려 하다니.’
야마토의 행동 때문이었다.
자칫하면 그의 방사능의 범위에 사람들이 휩쓸릴 수도 있었으니까.
상우야 분신들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어도 상관이 없지만, 생물체가 한순간에 타들어가 버리는 저 정도 방사능 위력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자칫하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그건 마치 장난이었다는 듯, 야마토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은 채 몬스터들을 향해 움직였다.
‘저 정도 위력이라면 빨리빨리 움직여서 몬스터들을 쓸어버려야 할 거 아니야.’
상우가 야마토에게 호감이 없긴 했지만, 그가 미워서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다.
냉정히 생각했을 때 그의 생각처럼, 야마토가 빨리 움직인다면 더 쉽게 몬스터들을 물리칠 수 있을 거라는 건 합리적인 도출이었으니까.
하지만, 야마토는 마치 주목 받는 걸 즐기기라도 하는 듯 방사능을 펼친 채 설렁설렁 걸어다녔다.
물론 그 범위에 들어온 몬스터들이 죽어나가고 있었지만, 더 빨리 움직여 방사능의 범위에 더 많은 몬스터들을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런 야마토를 보면서 잠깐 한숨을 쉰 상우는 다시 움직였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훨씬 도움이 되니까. 신경 쓰지 말자.’
그가 색욕의 상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 사실을 밝히는 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지금은 몬스터 웨이브를 막는 데 집중해야 하니까.
이미 분신들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상우는 몸을 날렸다.
[체인 라이트닝]
화려한 번개의 연쇄 공격이 펼쳐지며, 방사능의 범위에 살짝 휘말려 비틀거리던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야마토가 지나간 자리에 방사능이 좀 남아있는지 몸이 어지럽고, 코피가 흘러나왔다.
[리커버리]
[큐어]
[큐어 포이즌]
하지만 재생력과 회복 스킬을 바탕으로 버텨내는 상우와 분신들.
그리고,
[독내성이 0.001 올랐습니다.]
[독내성이 0.001 올랐습니다.]
[독내성이 0.001 올랐습니다.]
···
독내성 수치가 평소와는 다를 정도로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방사능의 오염효과가 독으로 받아들여지는 듯 했다.
‘오호, 이거라면 이 기회에 독내성을 많이 올릴 수 있겠는데.’
상우는 눈을 빛냈다.
계획은 순식간에 수립되었다.
‘이번 사냥에서 야마토를 쫓아다니며 독내성을 왕창 올리자.’
몬스터도 잡고, 야마토에 대해서도 좀 알아보면서 감시하고, 독내성도 올리고.
일석삼조였다.
이후 상우는 분신들과 함께 야마토의 방사능 범위에 드나들면서 몬스터들을 잡았다.
방사능에 피폭되고 회복하기를 반복.
여러 분신들이 동시에 같은 일을 반복해서인지 독내성 수치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우를 미묘한 눈으로 힐끔힐끔 바라보는 야마토.
그렇게 전투는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 * *
그 시각 화상 회의 중인 국제안전보장이사회.
드넓은 회의장에 상임위원들이 착석해 있었고, 홀로그램 화면으로 각국의 수장들의 얼굴이 떠올라있었다.
의장이 그들 앞에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 현재 몬스터웨이브를 막아내는 시간이 벌써 72시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몬스터들의 숫자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몬스터들의 물량이 무한하다고 여겨지지는 않지만, 현재 파악된 오키나와 포털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들의 숫자와 그 증가 속도
를 볼 때, 낙관하기는 이릅니다. 이에 인라이튼 그룹의 회장인 조지 루카스 씨가 의견이 있다고 하여 모셨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의장 한 가운데에 루카스가 나타났다.
팟!
그는 홀로그램 얼굴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루카스입니다. 세계의 위원 분들을 한 자리에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지만, 쓸데없는 미사여구는 여기서 생략하고,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에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의 위원들 모두 귀를 기울였다.
“다들 아시다시피 오키나와 현에서 발생한 몬스터 웨이브는 그 숫자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포탈을 통해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지요. 즉, 포탈을 없애야지만 몬스터 웨이브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건 다 아는 사실입니다. 물속이라 몬스터들을 뚫고 들어가는 게 어려워서 문제가 아닙니까.
“맞습니다. 바닷 속에서 해양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수십 배는 어려우니까요. 일단 유영할 수 있게 되어서 움직임이 수십 배는 빨라지고, 사람들은 호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잠수정 같은 건 해양몬스터의 밥이 되기 십상이고 말이죠. 그래서 소수의 정예 헌터들의 잠
입이 필요합니다.”
-S급 헌터들로 몬스터웨이브를 뚫고 포탈로 잠입하자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물론 다른 헌터들도 같이 하면 좋겠지만, 일단은 저 혼자 가볼 생각입니다.”
그 말에 위원들이 웅성거렸다.
-그렇군요. 루카스 씨의 순간이동 능력이라면···.
-그런데 그룹의 회장이 직접 나선다는 말입니까. 이거 대단하군요.
-루카스 씨의 살신성인에 존경을 표합니다.
감탄하는 위원들.
그 때 중국의 위원이 루카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루카스 씨는 오키나와 현 어디에 포탈이 있는지 위치를 아십니까?”
“그렇습니다. 인라이튼 그룹의 정보망을 이용해 알아냈습니다.”
정확히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그때도 내가 잠입했었지.’
던전 코어의 파괴에 앞장서던 ‘그 시절’이 떠올라 루카스는 입이 씁쓸해졌다.
“아무튼 제가 잠입할 생각입니다. 해양몬스터들의 시선을 끌어줄 다른 헌터들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는 게 더 편할 거 같군요.”
-흠··· 그럼 언제 움직이실 계획이십니까.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하루빨리 몬스터웨이브를 막아야 하니까요.”
그 말에 의장이 물었다.
“알겠습니다. 따로 지원은 필요 없으신지요.”
“괜찮습니다. 포탈이 파괴되면 다시 말씀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시죠.”
이후 루카스는 사라졌다.
몇 분이 흘렀을까.
팟!
어느새 전투슈트차림으로 바꿔 입은 루카스가 전신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회의장에 나타났다.
-성공입니까?
누군가 물었다.
그 말에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마나핵폭탄을 코어에 설치하고 왔습니다. 30초 뒤면···.” 스마트 고글로 시간을 확인하던 루카스.
그가 입을 열었다.
“터졌겠네요. 각국에서는 몬스터의 출현 숫자에 변화가 있는지 한 번 확인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잠시 후.
오키나와현에서 이동 중인 몬스터 웨이브의 흐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오키나와 현 쪽에서 이동 중인 몬스터들의 숫자가 줄었다고 합니다.
-성공입니다.
-이제 잔여 몬스터만 청소하면 되겠군요.
-다행입니다. 이번 사태도 잘 수습되겠습니다.
드디어 몬스터 웨이브가 끊어진 것이다.
원인을 파악하여 해결한 루카스 덕분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루카스 회장.
-당신은 인류의 영웅입니다.
-고맙습니다.
위원들의 칭찬이 이어지려는 그때.
루카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그 누군가는 해냈을 일이지요. 아무튼 잘 해결되었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른 일처리들도 있으니까요. 그럼 이만.”
팟!
루카스가 사라졌다.
이후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는 사건의 수습과, 앞으로 재난 국가들을 대상으로 군대와 헌터들을 얼마나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안건을 놓고 논의를 하다가 끝났다.
홀로그램 얼굴들이 사라지며 끝나버린 화상 회의.
회의를 마친 미국의 상임이사국 위원 알버트 모건은 급히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했다.
“가주님, 알버트입니다.”
-어떻게 되었나.
“점퍼가 몬스터 웨이브의 원인을 해결하였습니다. 곧 몬스터 웨이브는 안정화될 거 같습니다.”
-흠, 곧 폭락한 엔화와 위안화가 안정화되겠군. 물량을 별로 확보하지 못했는데 말이지. 알았네. 내가 ‘마스터’에게 보고하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알버트.
그는 미국 은행 업계 최대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는 JP모건뱅크의 소유주, 모건가의 사람이었다.
‘이번 사태로 또 짭짤하게 벌어들이겠군.’
모건가와 ‘조직’의 다른 회원들은 이번 몬스터웨이브 사태로 엔화와 위안화의 환치기를 통하여 막대한 수익을 거머쥐게 될 터였다.
그는 긴장을 푼 채 조여 있던 넥타이를 슬쩍 풀었다.
그리고 아직 승리한 것은 아니지만, 아끼던 위스키를 꺼내들었다.
‘마스터를 위하여.’
조직을 이끄는 위대한 남자.
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인간.
돈이 돈을 부르는 자본주의 시대에서, 마스터와 함께하는 그는 언제나 승리자로 있을 것이다.
* * *
다음날.
서울의 한 호프집.
······
가게 TV에서 흘러나오던 뉴스 속보를 보면서 경도가 입을 열었다.
“우물우물- 야, 포탈 제거됐다는데?”
입에 치킨을 오물거리면서 말을 하자 고깃조각이 입에서 튀었다.
고깃조각은 잘 튀겨져 접시에 놓여있는 치킨들 사이로 떨어졌다.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고깃조각이 떨어지는 걸 보고 있던 상우는 염동력으로 입에서 튄 고깃조각을 테이블 밖으로 쳐냈다.
“아씨, 더럽게시리. 다 처먹고 말해.”
투덜거리는 상우.
그제야 입에 든 걸 삼키는 경도였다.
“꿀꺽. 아, 쏘리. 근데 몬스터 웨이브 이제 신경 안 써도 되냐.”
“아니, 신경 써야지. 지금도 멀티태스킹 중이다.”
그 말을 하며 상우는 잘 구워진 닭다리를 집어 들었다.
닭다리를 통째로 입 안에 넣고 쏙 빼자, 살은 사라지고 뼈만 나왔다.
“슈벌, 개부럽네. 누구는 치킨 먹으면서 돈 벌고.”
“놀다니. 분신 열심히 굴리면서 일하고 있거든?”
“퍽이나. 정작 니는 지금 치킨 뜯고 있잖아.”
“그런가? 하하하.”
“복 받은 새끼. 맨날 놀고 있으면 연락 좀 자주 해라. 밥 좀 자주 사고. 돈도 많은 시키가.”
“오키오키.”
요새 김우현과 집구석에서 맨날 게임하고 놀다보니 절친이었던 경도에게 소홀해진 상우였다.
그래서 오랜만에 경국대 앞에서 경도와 만나 치킨을 뜯는 중이었다.
“야, 근데 다른 애들은?”
“시험기간이잖아. 다들 레포트 쓰고 시험 공부하느라 바쁘지.”
“근데 너는 안 하냐.”
“나야 뭐, 포기했다. 졸업하고 아부지 회사 가면 되니까.”
사실 경도는 꽤 금수저였다.
경도의 아버지는 상품을 가공하여 브랜드 회사에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규모가 상당히 컸다.
물론 지금은 상우가 워낙 잘 나가서 그에 못비비긴 하지만.
“금수저 새끼. 아버님 등골 좀 그만 빼먹어.”
“너만 하겠냐, 각성 금수저야.”
“내가? 그런가.”
상우도 헌터가 되기 전까지는 소위 ‘각성 금수저’라 불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느덧 자신은 그 부러워하던 각성 금수저가 되어있었다.
모두가 바라는 워너비처럼 말이다.
“어. 암튼 그건 그렇고 너 복학 언제 하냐?”
“복학이라··· 글쎄.”
상우는 대학 졸업장은 반드시 따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사회생활에 있어서 필수 요소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미 그는 충분히 많은 돈을 벌었고, 헌터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대학이란 게 무엇인가.
사회 생활에 필요한 공부를 하기 위한 기관이 아니던가.
‘근데 나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앞으로 컴퓨터공학을 써먹을 일도 없고.’
굳이 그에게 필요한 걸 따지자면 경영이나, 세무 정도랄까.
지금은 모은 돈을 어떻게 쓰고 관리할 지가 중요했고, 그의 원래 전공인 컴퓨터공학은 이제 쓸 데가 없어졌다.
따라서 지금은 딱히 복학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딱히 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그냥 자퇴할까.”
“자퇴? 야. 자퇴를 왜 하냐. 20대 초반에 돈도 많은데, 캠퍼스 라이프를 즐겨야지.”
“흠···.” “학교 캠퍼스 지나다니면 예쁜 여자애들이 얼마나 많냐. 그런 애들 중에 한 명 골라서 대시라도 해봐. 이 모솔 시키야.”
상우의 아픈 구석을 찌르는 경도.
그렇다.
상우는 아직까지 여자 친구를 사귄 적이 없었다.
허우대는 멀쩡해서 말이다.
“하,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아나.”
“쉽지, 인마. 너 정도면 다 꼬시고 다닐 건데, 아오. 내가 너라면 한국의 플레이보이로 진짜 전국구 돌아다녔다.”
“지랄은 크크큭.”
“크큭. 암튼, 말 나와서 말인데, 이 형님이 팍팍 도와줄게.”
“어떻게 도와줄 건데.”
“여자 소개시켜준다. 어때.”
“오호, 소개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