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 Tyrant RAW novel - Chapter 345
11화. 영원토록 행복하게 (完)
“으우우……?”
페르난도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세 사람을 이리저리 쳐다보았고, 아르덴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주의 깊게 경청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울먹이던 페르난도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으아아앙!”
말도 안 되는 경쟁으로 기어코 아기를 울리다니. 지켜보던 메이블마저 폭발했다.
“셋 다 나가 주시죠?”
“메이브을.”
“…….”
“조용히 하마.”
불쌍한 척해도 소용없었다.
“안 돼.”
메이블은 단호하게 그들을 모두 내쫓았다.
다음 방문객은 메이블보다 먼저 출산하고 몸조리를 마친 에밀리였다.
그녀는 어두운 표정으로 터덜터덜 메이블의 침실에 들어섰다.
“에밀리 언니! 몸은 좀 괜찮아? 젤로스는 건강하지?”
젤로스.
그랬다. 에밀리도 아들을 낳았다.
자식들을 결혼시켜 황실과 사돈을 맺어 권력을 탐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잃고 말았다.
“메이블. 셋째 계획은 없어?”
“어, 없는데.”
“그래? 그럼 내가 둘째를 낳아야 하나? 당장은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데 곤란해……. 둘째가 또 아들이면 어떡하지? 그러다 후계자 다툼이라도 벌이면 성가신데 말이야…….”
비록 이번에는 계획이 빗나갔지만, 다음번을 노리려는 심산이었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었으니까.
“아, 오라버니가 축하한다고 전해 달래.”
“엔리케가? 이번에 편지 보냈으면서 또 전해 달라니.”
“여러 번 축하하고 싶은가 봐.”
엔리케에 대해 관심 없는 에밀리는 심드렁하게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가 봐야겠다. 그런데 메이블, 나중에 젤로스 데리고 와도 돼? 해 보고 싶은 게 있거든.”
“응? 당연히 되지. 그런데 해 보고 싶은 게 뭐야?”
“어릴 때부터 황제와 소꿉친구로 자란 공작가의 후계자.”
“…….”
“오라버니가 노렸다가 메이블이 황제가 되는 바람에 실패해 버린 바로 그 계획 말이야.”
“엔리케는 딱히 노리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제 야심을 있는 대로 드러낸 에밀리가 돌아갔다.
다음 방문자는 가데니아 후작과 데버릴 부인이었다. 따로 약속을 잡았는데 공교롭게도 방문 시간이 겹쳐 버렸다.
증손자들을 본 가데니아 후작은 감동에 휩싸였다.
“황제 폐하는 8개월 후에 겨우 뵈었는데, 황자 전하들은 1개월 만에 뵐 수 있다니 아주 감격입니다……!”
“아하하.”
메이블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빠를 쫓아내서 다행이다.’
있었으면 또 얼마나 개처럼 서로 물어뜯고 싸웠을지 안 봐도 뻔했다.
가데니아 후작은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두 증손주를 바라보았다.
“안아 보셔도 돼요.”
라리마가 페르난도와 아르덴을 후작에게 안겨 주었다. 그는 흐뭇하게 웃으며 작기만 한 아기들을 내려다보았다.
“아주 건강하고 잘생기셨군요. 허허허. 두 분 중 한 분은 가데니아를 이으셔야 하겠지요?”
메이블에게 가데니아 가문을 잇게 하려는 후작의 목적이 수포가 되며, 그는 아직도 가주 직에서 물러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한 아이는 황제가 되고, 다른 아이는 가데니아 가문을 이으면 좋겠네요!”
메이블의 대답에 가데니아 후작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무럭무럭 자라셔서 가데니아 가문을 이으시려면, 이 할아비가 오래오래 살아야겠습니다.”
그때, 잠자코 대화를 듣고 있던 데버릴 부인이 피식 웃으며 한마디했다.
“과연 뜻대로 할 수 있을지.”
“……무슨 뜻인가?”
“혼잣말이었는데, 아직 가는 귀는 먹지 않았나 봅니다?”
“이 노망난 할망구가!”
“아기들 앞에서 말 가려 하시게, 늙은 할아범.”
“지금 말을 곱게 할 상황이 아니잖은가!”
어김없이 두 사람은 서로를 헐뜯으며 싸우기 시작했다. 너무도 익숙한 광경이라 메이블은 그림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사이가 좋으시네.’
앞으로도 건강하고 오래오래 사실 것 같았다.
다음 방문객은 오랜만에 수도로 올라온 파시피카와 여전히 아기를 좋아하는 리산드로였다.
리산드로는 까르르 웃는 페르난도를 보며 좋아 까무러쳤다.
“흐억, 나를 좋아하는 아기는 오랜만이야……!”
“리산드로 지금 나 저격한 거야?”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파시피카는 말없이 두 눈을 깜빡이는 쌍둥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귀여우시군요.”
메이블과 리산드로가 동시에 놀랐다.
“오? 누님이 웬일이야?”
“감상을 말했을 뿐이다. 호들갑 떨지 마라, 릿.”
놀란 것도 잠시 메이블은 환하게 웃었다.
“칭찬 고맙습니다!”
오스카와의 관계가 진전되며 파시피카 또한 전보다 더 표현을 많이 해 보려는 게 눈에 보였다.
쌍둥이의 귀여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리산드로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메이블을 돌아보았다.
“아! 폐하. 혹시 오스카는 결혼 생각 없다고 합니까?”
“으응? 잘 모르겠는데…….”
그러자 파시피카가 리산드로에게 단호하게 경고했다.
“릿.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아니, 누님. 우리 오스카가 연애에 관심이 없잖아……. 꼬마 황제 폐하께서는 이렇게 깜찍한 쌍둥이 황자 전하들도 낳으셨는데……!”
리산드로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지만 파시피카는 여전히 단호했다.
“알아서 하게 둬라.”
언제는 애를 들들 볶더니, 이제는 알아서 하게 두란다.
리산드로는 입술을 삐쭉였다.
“또 나만 나쁜 사람 만들지, 나만…….”
리산드로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측근들의 방문이 끝나자 이제는 외국으로부터 선물과 축하 서신이 속속 도착했다.
[조카들의 탄생을 축하하며.]랑가르드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축하 선물이 무더기로 도착했다.
르네즈미도 축하 편지와 함께 귀여운 아기 장난감을 함께 보냈다.
그리고 아벨라르도에서는…….
[둘 중 한 명은 아벨라르도로 보내 주시죠. 둘 다 잠재 신성력이 엄청나던데 차기 신왕으로 밀어주겠습니다.]둘 중 한 명을 아벨라르도로 보내라며 매일같이 서신을 보내왔다.
서신이 도착할 때마다 구스타프는 메이블에게 그것을 건넸지만, 번번이 에이단의 손에 갈기갈기 찢겼다.
그러다가 결국 에이단이 이를 빠득 갈며 서신을 펼쳐보지도 않고 구스타프에게 건넸다.
“태워 버려.”
구스타프는 생각했다.
‘너무 익숙하다……. 과거로 돌아간 것만 같다…….’
모두 그대로였다. 퇴사하지 못하고 아직도 이 짓을 하고 있는 자신도.
어쨌든 에르마노의 쌍둥이 황자는 모두의 축복 아래 아주 건강하게 태어났다.
***
약 2년이 흘렀다.
결과적으로 에밀리의 계략은 성공했다.
쌍둥이를 낳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셋째를 가졌고-.
“마마!”
사랑스러운 막내딸, 알리샤를 낳았기 때문이다.
알리샤는 나의 연분홍색 머리카락과 에이단의 빨간색 눈동자를 물려받은, 토끼같이 깜찍하고 귀여운 딸이었다.
그렇게 무려 에르마노 황가는 2남 1녀의 다복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쌍둥이들까지 함께 돌봐 준 유모가 이번에 은퇴하면서 알리샤의 전담 육아 시녀는 무려 라리마가 되었다.
하지만 영 미덥지 못하단 말이지…….
“으아아, 얘. 여기 있던 장난감 못 봤어?”
“아까 챙기셨어요…….”
“맞다, 그랬지?”
라리마가 제게 대답한 시녀를 보며 머쓱하게 웃었다. 가끔 덤벙거리긴 해도 아이들을 돌보는 마음만큼은 부모 못지않아서 마음을 놓고 맡길 수 있었다.
“귀여운 우리 공주 전하. 제가 짐 챙기는 동안 얌전히 앉아 계셨네요오?”
“우!”
“아구구, 대답도 잘하시지.”
라리마는 알리샤를 얼른 유아차에 태웠다. 오늘은 바로 북쪽 숲으로 소풍을 나가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쌍둥이들과 다른 사람들은 이미 북쪽 숲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나와 알리샤만 가면 됐다.
햇빛이 강하니 유아차의 차양을 드리우고 밖으로 나가는데, 갑자기 알리샤가 무언가 외쳤다.
“때오뚜!”
“응? 젤로스?”
“우!”
갑자기 에밀리네 아들 이름을 부르다니…….
그렇지 않아도 에밀리의 사돈 작전은 절찬리 진행 중이라 젤로스는 거의 매일같이 황성에 들르곤 했다.
쌍둥이들의 소꿉친구라는 관계는 이미 훌륭하게 만든 후였다.
‘무서운 에밀리.’
다정다감한 성격의 젤로스가 알리샤와 자주 놀아 주더니, 이제 아주 친해진 모양이었다.
이러다 정말로 에밀리의 원대한 계획이 성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젤로스는 내일 또 올 거야.”
“우!”
하지만 아직 그렇게 보고 싶은 건 아닌지 알리샤는 금세 관심을 껐다.
북쪽 숲에 도착하자 그늘에 이미 피크닉 매트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 위로 아빠와 오스카, 에이단, 쌍둥이와 양이가 앉아서 놀고 있었다.
“엄마!”
나를 발견한 첫째 페르난도가 책 한 권을 들고 달려왔다.
“이거 엄마예여?”
그러면서 책을 펼쳐서 보여 주기에 뭔가 싶어 봤더니 내용이 가관이었다.
얼마 전에 했던 ‘아기 천사 신화’ 연극을 동화로 만든 책이었으니까.
“아오, 이 아빠가 진짜…….”
“하라부지? 하라부지가 왜여?”
“아니야. 하라부지는 아주 멋진 분이란다…….”
나는 인자하게 웃으며 페르난도에게 책을 돌려주었다. 페르난도가 방긋 웃으며 외쳤다.
“마자요!”
우리 애들한테는 좋은 것만 보여 줘야지. 그러니까 할아버지의 어두운 취미 생활은 비밀이다.
내가 페르난도에게 붙잡혀 대화하고 있자 에이단이 가까이 다가왔다.
“페르난도. 엄마 괴롭히면 안 된다.”
“안 괴롭혀써!”
“…….”
에이단이 아무 말 없이 두 팔을 뻗자 페르난도가 토도도 달려가 꼭 안겼다. 에이단이 아이를 들어 올리자 녀석은 아빠 머리칼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뽑히기 직전까지 퍽퍽 잡아 뜯었지만 에이단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칭찬했다.
“손 힘이 좋군.”
그러자 매트에 앉아 있던 아빠가 소리쳤다.
“잘한다! 다 뜯어 버리거라, 귀여운 페르난도야. 아주 대견하다!”
아빠가 신나게 웃으며 에이단의 머리카락을 다 뜯어 버리라며 악담을 퍼부었다.
그리고 오늘도 나에게 은근슬쩍 이혼을 권유하는 게 아닌가.
“메이블. 대머리 남편은 별로지 않으냐? 썩 걷어차 버리거라.”
“괜찮아. 에이단은 대머리라도 잘생겼으니까.”
“하, 쉽지 않군…….”
한편 오스카는 아르덴에게 붙잡혀 뭐라는지 모를 학술서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하고 있었다.
“그로니까 숙부께선 그러케 생각하신다는 거군여.”
“이건 일반론적인 생각에 불과하긴 해.”
“고견. 잘 드러씀미다.”
에르덴 저 녀석은 대체 누굴 닮은 걸까. 일단 나는 아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양이가 알리샤와 놀아 주고 있었다.
[그쪽으로 가면 안 돼! 악! 꼬리 놔라! 아프다고!]“양이!”
거대화하면 알리샤가 무섭다고 울어서 그러지도 못하고 야옹야옹 우는 양이의 모습이 아주 안쓰러웠다.
그렇게 내가 가져온 간식을 모두 나눠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아빠가 아르덴에게 물었다.
“아르덴은 할아버지가 제일 좋지?”
우웅. 아르덴이 진지한 얼굴로 고민을 시작했다.
“아니여.”
“……!”
아빠의 두 눈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당연한 대답인데 왜 충격을 받는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아빠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럼…… 누가 제일 좋으냐?”
“엄마여. 엄마가 젤 조아여.”
“할아버지는?”
“하라부지는 5등임미다.”
“……!”
아빠가 더 큰 충격으로 목석이 되어 버렸다. 그러자 페르난도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내 다리에 머리를 파묻었다.
“나도 엄마가 제일 조아! 너도 그러치, 샤샤?”
그 말을 알아들은 영특한 알리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 마마, 쪼아!”
그러고는 히- 하고 해맑게 웃는 게 아닌가. 뽀얀 뺨이 통통하게 솟아오르자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웠다.
나는 팔을 힘껏 뻗어 세 아이를 와락 품에 안았다.
“엄마도 우리 아기들 제일 좋아해!”
“꺄아!”
까르르. 아이들이 웃음을 터트리는 소리가 아주 듣기 좋았다.
한바탕 제일 좋아 소동이 끝난 후에 에이단이 내 옆에 툭, 무심하게 앉았다.
“메이블. 그 말 진심입니까?”
아이들이 제일 좋다고 하니까 바로 다가와 질투하는 유치한 남편이라니.
하지만 에이단은 뒤끝이 긴 편이라 삐치면 오래 갔다. 나는 에이단에게 귓속말했다.
“에이단은 0등이야.”
아빠와 오스카가 애들을 보고 있는 틈을 타 얼른 에이단의 뺨에 쪽, 뽀뽀했다.
에이단은 누그러진 듯하면서도 기어코 나를 나무랐다.
“나는 애들한테도 메이블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운단 말이야.”
“나중에 크면 꼭 진실을 말해 줘야 합니다.”
“알겠어.”
그러자 에이단이 옅게 미소 지으며 나를 품에 안았다. 나는 그런 에이단에게 편안하게 몸을 기댔다.
.
.
.
에르마노의 북쪽 숲에 가족들이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 소리가 가득 찼다.
앞으로도 이런 날들이 계속되겠지. 별것도 아닌 일로 왁자지껄하게 웃는 일상들이.
나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 이 세계에서 살아갈 것이다.
영원토록 행복하게.
-특별외전2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