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RAW novel - Chapter 11
11화. 천년삼오초
한립은 크게 늘어난 공력을 바탕으로 구결 수련의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이제 그는 구결의 효용에 대해서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가 구결을 수련하는 것은 이미 본능처럼 되어버렸다. 만약 이것을 수련하지 않는다면, 이 산속에서 할 일은 없었다.
이 구결의 더 높은 성취를 수련해 내는 것만이, 그가 추구할 길이었고 그의 눈앞에 주어진 전부였다.
오후 내내 전심을 다해 수련하였지만, 한립은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준 인재는 아닌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구결의 4성까지의 거리가 겨우 손가락 하나의 정도라도 느껴짐에도, 여전히 티끌만한 진척도 끌어내지 못했다.
오후 내내 고된 수련이 모두 헛수고가 되었다. 그는 문 대인의 약물 도움 없이는, 영원히 3성의 끝자락에 머무르며, 단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립은 어서 문 대인이 돌아오기를 고대했다. 문 대인이 충분한 약재를 찾아내 돌아와 자신의 이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했다.
* * *
하룻밤이 지나고 한립은 새벽같이 일어나 몸을 일으켜 바로 약재원으로 달려갔다. 약초들이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약재원에 가까이 가자, 한립은 몇 종류의 짙은 약초 향을 맡을 수 있었다. 그는 잠시 멍해졌다가 머릿속에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속도를 내어 강렬한 향을 뿜어내는 약초 앞으로 다가갔다.
‘이게 정말 어제 그 약초란 말이야? ’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얼굴을 세게 꼬집었다. 그러자 남아있던 잠기운이 싹 날아가 버렸다.
“이 황룡초(黃龍草) 이파리는 자줏빛이 돌고 고련화(苦蓮花)는 놀랍게도 아홉 개의 꽃잎이 피어났잖아! 망우과(忘憂果)의 열매는 흑색으로 변했어. 하하! 하하하!”
한립은 견딜 수가 없었다. 항상 마음을 물처럼 고요히 유지하려 노력해 왔지만, 지금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엄청난 행운을 잡았구나! 하루 밤 사이에 겨우 일, 이 년 밖에 안 되는 약초의 약성(藥性)이, 전부 십수 년이 넘은 것으로 바뀌다니. 이파리의 색으로 보나 과실 형태, 그리고 꽃잎의 향기로 보아 전부 여러 해는 묵은 희귀한 약초가 되었어.”
한립은 이 약초들이 약재를 다룬 서책에 있는 것과 모두 같은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보았다. 약초들은 정말로 오랜 세월을 보내야 얻을 수 있는 진귀한 약초였다.
“약초들을 이렇게 무르익게 할 수 있다면 진귀한 약재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어. 게다가 이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팔면 엄청난 은자를 모을 수 있을 거야.”
한립은 흥분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자신이 발견한 것은 정말 보물과도 같은 것이다. 그는 기분이 좋아져 펄쩍펄쩍 뛰었다. 이 순간만큼은 차분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열네댓 살 먹은 소년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졌다.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한립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마음도 이전의 기민(機敏)한 상태로 돌아왔다.
이 약초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약재의 성질이 있는지 알아봐야 했다.
그 이상한 액체를 흡수하고 이렇게 변했으니 그 성분이 약초에 남아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어제 산토끼들의 처량한 죽음을 직접 보았으니, 아무래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듯 했다.
또한 그 병에 담긴 녹색 액체는 이미 다 써버렸으니 다시 이런 현상이 지속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일단 신수곡 밖에 있는 주방 관사로 가서 다시 잿빛 산토끼 두 마리를 구해왔다. 사람들은 그의 이런 행동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한립은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산토끼들을 약재원에 묶어 놓지 않고, 자신의 방문 앞에 가져다 놓아 토끼의 변화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약초밭으로 가 변해버린 약초를 조심스레 채집해 돌아왔다.
그리고는 산토끼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료에 약초를 섞었다. 하루 세끼 산토끼들에게 그것을 먹이며 이 약초에 혹시나 독이 없나 살펴보았다. 이 모든 것을 마치자, 한립은 밤이 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하늘에 어둠이 덮이자마자 그는 신비한 병을 들고 나와 땅에 그것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병에서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일각이 지났으나 병에선 아무런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각, 삼각……. 시간이 흐를수록 한립의 마음은 깊이 가라앉았다. 해가 다시 떠오를 때까지 기다려 봐도 병에서는 아무런 현상도 생겨나지 않았다. 그는 철저하게 낙담했다.
‘이 병은 한번만 쓸 수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내가 무얼 잘못한 것일까? ’
한립은 마음을 굳게 하고 주변을 살폈다.
“의심스러운 것은 없어. 하늘이 약간 어둡다는 것을 빼면.”
그는 갑자기 맹렬한 기세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해 어두침침했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하늘이 흐려서 별과 달이 드러나지 않아서일까?”
한립이 생각해보니 이전에 일어났던 병의 이상 현상은 모두 맑은 날 생겼다.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이 깨끗해 별과 달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런데 오늘은 온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맑은 날 다시 한번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그러나 한립의 예상과는 달리 그날 이후 하늘에는 울적한 날씨만 계속 되었다. 창밖으로 비까지 주룩주룩 쏟아졌다. 한립은 초조했다.
그가 하늘이 맑아지기를 기다릴수록 하늘은 더 거센 빗줄기로 답하는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방안으로 들여온 두 마리의 산토끼들을 보았다. 그들이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모습에 한립은 더욱 우울해졌다.
산토끼들은 약물이 섞인 사료를 먹은 후에도,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전에 비해 더욱 생기가 돌았다.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한립은 토끼를 세세하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산토끼들이 독에 중독되어 나타나는 증상이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근육과 뼈가 튼튼해져 더욱 건장해 졌음을 확인하였다. 토끼들의 변화는 한립을 기쁘게 하였다.
이제 그에게는 이 병이 다시 녹색 액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없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구름으로 덮인 하늘이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없도록 방해하고 있었다. 그러니 어찌 한립이 울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 *
마침내 해가 하늘 위에 걸리고 하늘이 맑아졌다. 그는 날이 맑아지자마자 바로 행동에 나섰다. 그리고 결국 4년 전에 보았던 그 기이한 현상을 다시 보았다.
광구 하나 하나가 촘촘하게 병의 주위를 둘러싸고, 하나의 거대한 빛 무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한립은 이 현상을 보고 가슴에 얹어졌던 커다란 바위를 내려놓는 기분이었다.
이제 이 액체만 있으면 언제든지 진귀한 약초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수련 성과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약재는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약성이 점차 커져 귀하게 여겨졌다. 그렇기에 오래 자란 약재는 찾기가 매우 어려웠고, 깊은 산골이나 울창한 수풀 혹은 절벽과 같은 곳에서나 구해진다. 그렇기에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는 구할 수가 없었다.
몇몇 약재상에서 의원들이 이런 약초들을 기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보통의 평범한 약초들이었다.
그리고 그 약초들이 오래되기도 전에 뜯어 사용한다. 수십 년을 기다려야 겨우 사용할 수 있는 약재를 재배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간혹 부유하거나 신분이 높은 세가에서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사람을 시켜 이런 귀한 약초들을 재배하도록 하였다.
목숨을 구하는 약초들은 상당히 오랜 햇수를 채우지 않으면, 약효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이런 세가들은 다음 세대에 가산을 이어받기 때문에 이런 약초를 재배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 아생에서 이런 진귀한 약초가 채집되어 나오더라도, 세가에서 모두 구입해 가기 때문에 이런 진귀한 약초는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문 대인이 문파를 나선 일을 크게 기대를 걸지 않고 있었다. 아마 큰 수확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은 이제 약초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 병만 있으면 얼마든지 많은 약초를 짧은 시간 내에 성장시킬 수 있다.
한립은 몇 번 이고 약초에 액체를 뿌려 보고는, 변화되는 모습을 살폈다.
처음에는 잘 섞인 녹색 액체를 수많은 약초에 뿌려 주었다. 그 결과 이튿날 1~2년 정도 성장한 보통의 약초들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 얻었던 약초들과는 너무 달랐다. 이 경험으로 한립은 점차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다음번에는 아예 물에 섞는 과정을 생략하고, 직접 인삼 한 뿌리위에 액체를 떨어뜨렸다.
그 결과 다음날 놀랍게도 백 년 묵은 인삼을 얻을 수 있었다. 야생에서 100년 간 자란 인삼과 아무런 차이도 없었다. 이 모습을 본 한립은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는데, 희귀한 약재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제 녹색 액체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후에는 한립은 이 녹색 액체를 보관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방금 병에서 나온 액체를 각양각색의 용기에 담아 두는 것이었다. 자기로 된 병, 옥으로 된 병, 호리병, 은병 등등 그러나 어떤 병에도 이 액체를 일각이상 보존하지 못했다.
이 액체는 신비한 병에서 나온 순간 바로 사용해버려야 했다. 게다가 희석된 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원래의 물만을 남기고 녹색 액체는 사라져버렸다.
대량으로 이것을 모을 방법은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다른 종류의 약성을 증가시킬 방법을 시도해야 할 듯했다.
한립이 녹색의 삼오초(三烏草)에, 이 녹색 액체를 떨어뜨리자 다음 날 백 년 된 약성을 보유한 황색삼오초(黃色三烏草)로 변하였다.
다시 며칠 후 다시 그 위에 녹색 액체를 떨어뜨리자 놀랍게도 또 백년이 넘게 성장하였다.
한립은 이후 두 달 동안 이와 같은 방식을 반복했다. 신비한 병에서 새 액체가 생길 때까지, 그는 그것을 한 뿌리의 삼오초에 뿌려주었다.
그리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삼오초는 점점 황색에서 흑황색으로 변해갔고 다시 흑색으로 변했다. 결국 그 이파리들은 완전 새까맣게 되었다.
이것은 온 세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천년삼오초였다. 한립이 참을성만 있다면, 이 삼오초의 약성을 더 상승시킬 수 있었지만, 한립에게는 필요 없는 일이었다.
단지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한립은 몇 백 년 묵은 약초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일련의 길고 길었던 시도를 마친 한립은 마침내 휴식을 취할 여유가 생겼다.
그러고 보니 문 대인이 하산을 한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 있었다.
한립은 약재밭에서 뽑은 천년삼오초를 보고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의 눈은 약초를 보고 있었지만 그의 정신은 천지를 떠돌고 있는 것 같이 산만해,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한립은 자신이 이 신비한 병을 얻게 된 이유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았고 자신이 이후에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한립은 문 대인의 방에 있는 각종 서책에서 ‘보물을 품은 탓에 끝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보았었다.
그의 수중에 있는 병은 확실히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보물이었다.
만일 다른 사람이 이런 보물이 그의 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는 탐욕스런 자들에게 파묻혀 버릴지도 모른다.
멀리 있는 사람들이야 말 할 것도 없고, 바로 곁에 있는 몇몇 문주들의 귀에라도 이 일이 들어간다면, 그들은 자신을 절대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자신을 없애고, 보물을 가져갈 것이다. 그는 보물로 인해 화를 입고 죽는 처량한 결말만을 남겨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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