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하얀 거미
다른 영석 광산이 기습당한 소식을 들으니 마도인들에게 잡힌 수사들은 비록 바로 살해되지는 않으나 바로 적의 후방으로 이송된다고 했다. 그들이 포로를 어찌 처분할 지 누가 알겠는가?
게다가 상대가 혼백을 가지고 노는데 정통 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 불안했다. 그러니 투항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에나 선택할 일이었고 나서는 이도 없었다.
“제가 지하통로를 하나 아는데 이곳에서 수십 리 떨어진 곳으로 통하니 그곳을 통해 달아날 수 있습니다.”
이곳을 지킨 지 십여 년이 되었다는 여흥이 돌연 차분히 지하통로를 언급했다. 그 말은 모두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서악 등 다른 수사들도 처음엔 놀랐으나 곧 흥분해 입을 열었다.
“여 형, 정말 입니까?”
“다행입니다. 살 수 있겠어요!”
“살 길이 열렸다.”
* * *
불안감이 감돌던 분위기에 돌연 생기가 돌았다. 한립도 기뻐하고 있었는데 그도 푸른 화염을 어찌할 방법도 없었고 이곳을 지키려 목숨을 걸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그때 선악과 려천몽이 다시 한 번 여흥에게서 지하통로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더니 철수 결정을 내릴지 고민에 빠져있었다.
영석 광산도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상대가 광산을 망쳐버린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복구할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이 할 일은 한시바삐 이곳을 뜨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한립 등 광산 수비를 맡은 50명이 여흥의 인도 아래 광산의 지하 굴로 진입했다. 그리고 그들이 막 지하로 내려간 순간 온 협곡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살진이 뚫렸군요.”
선악이 무표정하게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내뱉었다. 동시에 모두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굴 안에서도 여러 수사들이 든 월광석 덕분에 울퉁불퉁한 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 보아 이 지하 굴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듯 했다.
여흥의 말에 따르면 이 굴은 본래 길게 늘어선 영석의 광맥이었다고 한다.
땅을 파 들어가며 영석을 채집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긴 지하굴이 형성되었고 마지막에는 반대쪽에 통로가 뚫리며 채집이 끝났다.
그런데 이 통로가 너무 길다 보니 여흥의 인상에 오래도록 남아 오늘 문뜩 이곳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오늘 도망갈 길이 없었을 테니 정말 다행이었다.
‘쿠루룽’
그런데 그 순간 지하 굴이 엄청난 빛에 휩싸이며 붕괴하기 시작했다. 수사들의 놀람 속에서 흙과 암석 더미들이 그들을 덮쳐 금세 통로는 어둠만이 감돌았다.
* * *
‘퍼벅’
지하 세계의 천연 동굴의 석벽이 뚫려나가며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이어서 도마뱀 모양의 꼭두각시가 나와 주변을 둘러보다니 다시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얼마 후 도마뱀 기관 요수가 머리를 내밀었는데 이전과 달리 그 뒤를 바짝 기어 나오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고난 속에서도 살아남은 한립이었다.
한립은 저물대에서 월광석을 꺼내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사방이 뚫린 종유동굴이었다.
지하 굴이 붕괴되고 흙과 돌 더미가 쏟아져 내리는 순간 재빨리 방어막을 펼쳐 겨우 살아남았다.
그러나 엄청난 진동과 흙더미에 휩쓸려버려 여기가 어딘지 또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한립은 어쩔 수 없이 도마뱀 꼭두각시를 풀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 중 하나라도 살길을 찾아내기를 바란 것이다.
그는 매번 꼭두각시들을 먼저 보내 주위를 살피고 그들이 보여준 통로로 가장 안전해 보이는 곳을 향해 기어갔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가자 어떤 종유동굴이 나왔다. 이런 재난에서 살아남다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방금 기어 나온 통로를 돌아보았다. 분명 지하 굴의 붕괴에서 살아남은 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처럼 살길을 찾아 나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기쁜 와중에도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어찌 그들이 굴에 진입하자마자 굴이 붕괴된단 말인가!
‘설마 마도인들의 짓인가?’
한립은 자신의 생각이 맞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땅 위에서는 마도인들이 영석 광산을 때려 부수고 있었고 동군 내의 모든 법기를 일일이 산산조각 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허공에서 내려다보던 황의 노인이 홍의 소녀에게 안타깝다는 듯 입을 뗐다.
“령 사매, 겨우 도망자들을 잡으려고 감지부(撼地符)를 쓰다니, 그건 정말 희귀한 중급 부적이 아닌가!”
“흥! 감히 이 령비화 앞에서 달아나려 하다니 그리 쉽게 보내 줄 수는 없지요. 어쨌든 이 영석 광산을 훼손하는 것이 임무이기도 했고 그것들이 멀쩡히 달아나는 꼴을 보기도 싫었으니까 그리 한 것입니다.”
눈앞의 소녀는 마염문 문주의 외동딸이었다. 일개 천살종 호법에 불과한 그가 어찌 참견할 수 없었다.
얼마 후 영석 광산을 완전히 망가뜨린 마도인들은 이곳을 떠나 종적을 감추었다.
* * *
다음 날, 이곳에서 상당히 떨어진 칠대선파의 숨겨진 약초재배지에 동일한 무리가 등장했다.
그들은 모든 약초와 단약 등을 털어간 것은 물론이고 약초의 새싹까지 청양마화로 전부 없애버렸다.
이 일이 칠대선파의 고관들에게 들어가자 영석 광산이 기습 받은 것은 그들의 관심에서 밀려났다.
광산이야 망가져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시킬 수 있지만 영초들은 수십 년에 걸쳐 재배한 것들이었다.
칠대선파에서 당장 고수들을 꾸려 그들을 추살 하려 했으나 도중에 무리를 돕는 이들이 매복을 하고 있다 기습해 또 다시 곤욕을 치렀다. 이런 수모를 당하고 참을 칠대선파가 아니었다. 자연히 그들과 마도육종 사이의 두 번째 대규모 격전이 예고되었다.
땅 밑에서는 미간을 모은 한립이 결국 바람이 통하는 동굴의 입구를 찾아냈다.
그는 우선 꼭두각시 둘을 앞세우고 자신은 그 뒤를 따랐다. 연이어 수십 개의 동굴을 지나자 점차 종유석 동굴이 커지고 있었다.
그가 막 새로운 동굴로 들어섰을 때 뜻밖에도 선악, 려천몽, 종오 등의 7명의 수사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한립과 그 신변의 꼭두각시들을 보고는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나 선악이 웃으며 무언가 말하려 할 때 돌연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선악과 려천몽은 서로 시선을 마주치고 한립에게 무엇을 물을 새도 없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한립은 잠시 주저했으나 결국엔 하얀 비늘 방패를 꺼내 들고 서서히 그들 뒤를 따라갔다.
그러나 몸에 방어 속성의 법술은 걸지 않았는데 경신술과 어풍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항상 이런 협소한 공간에서는 방어막 보다는 기민한 몸놀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이 연이어 세 개의 동굴을 통과해 거대한 종유동굴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모두 화들짝 놀랐다.
동굴 가운데에 몸길이가 수 장에 이르는 투명한 하얀 거미가 피투성이의 시신을 물어뜯고 있었다.
시신의 찢겨나간 의복으로 보아 엄월종 제자로 보였고 그 주위로 법기들이 버려져 있었다.
더욱 시선을 잡아 끈 것은 그 거미의 몸 뒤로 영석들이 육각의 전송진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전송진의 한 쪽에는 오색의 해골이 가부좌를 하고 앉아 지상에서 떠있었는데 그 손에 남색 빛을 내는 영패(令牌)를 받들고 있었다.
“저게 뭘까요?”
연기기 수사가 마른 침을 삼키며 물었다. 그러나 그 사내의 목소리가 거미를 자극 했던 것인지 거미는 하던 짓을 멈추고 서늘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에 수사들이 흠칫 놀라 모두 단단히 대비를 했다. 그러나 잠시 후 거미가 다시 고개를 내리고 시신을 뜯어 먹기 시작하니 그들을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죽어라!”
엄월종 제자가 동문이 거미의 입 속으로 사라져가는 것이 끔찍했던지 돌연 불꽃같은 표창을 던졌다.
동시에 려천몽 등 머리가 있는 자들은 속으로 무모한 그를 욕했다.
‘텅!’
그 표창은 놀랍게도 거미의 머리에 맞았으나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다른 수도자들은 떨어져 내리는 표창을 따라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일제히 공격한다.”
선악이 위험한 상황을 만든 동문을 노려보더니 어쩔 수 없이 다 같이 공격을 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이미 거미가 식사를 멈추고 유유히 그들을 향해 기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이 떨이 지기 무섭게 열댓 개의 법기들이 각종 위력적인 기세를 뿜으며 거대 거미를 공격해 들어갔다. 그 중에는 한립의 금부자모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거미가 죽어나갈 것 같았지만 한동안 충돌음이 들린 후에 오히려 공격하던 법기들이 빛을 잃어갔다. 심지어 몇몇 법기들은 영성을 잃고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한립은 대경실색해 바로 법기들을 회수해 살펴보았다.
최상급 법기들은 괜찮았으나 상급 법기는 심한 결함이 생겼고 그 이하의 법기는 영성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몸을 드러낸 하얀 거미는 온 몸이 상처 없이 매끈해 유유히 그들을 향해 기어오고 있었다.
“물러나라!”
려천몽과 선악이 약속이라도 한 듯 소리쳤다. 비록 둘 다 전송진과 영패를 보고 어떤 생각이 스쳤으나 일단은 저 요수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도망치려 하자 하얀 거미의 입이 벌어지며 흰색의 액체가 분출되었다.
“안 돼!”
한립이 번뜩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다른 이들이 그 소리에 흠칫 했으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액체는 돌연 거대한 거미줄로 변해 그들이 박차고 나가려 했던 입구를 뒤덮었다.
순식간에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제야 안색이 변한 수사들은 출구가 막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게 설마 우리를 일망타진 하려는 것일까요?”
종오가 얼굴이 하얗게 변해서 말했다. 선악은 답하지 않고 바로 손에서 여덟 개의 불꽃을 뿜어내 촘촘히 붙어있는 거미줄로 쏘아 보냈다.
‘퍼버버벙!‘
연달아 터져나가는 불꽃에도 거미줄은 변화가 없었다. 이에 수도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순식간에 거미가 다리를 굽혀 몸 전체를 날렸다. 방향을 보아하니 선악에게 충돌하려는 듯 했다. 선악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노란 부적을 꺼내 자신의 몸에 붙였다. 그러자 곧 부적이 스며들었다.
동시에 거대한 돌송곳이 전방에 생겨나더니 솟구친 거미의 복부를 향해 날아갔고, 그 거미를 동굴 천장까지 밀어 붙였다.
“그렇지요!”
려천몽이 그 모습에 희색을 보이며 칭찬했다. 이어서 짙은 녹색의 가죽 주머니를 꺼내 동굴 천장의 거미를 향해 노을빛을 내뿜으려 했다. 이때 허공에 매달려 있던 거미가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모든 발을 복부로 모아 돌송곳을 잡았다.
‘파사삭!’
그것이 힘을 주며 요동치자 복부에 있던 거대 돌송곳이 간단히 부서져 버렸다. 그리고 다시 자유를 찾은 거미가 땅에 내려서니 그 두 눈이 초록빛으로 빛나며 단단히 화가 난 듯 했다. 다시 몸을 튕긴 거미가 다시 수사들을 덮쳐왔다.
그때 준비된 주머니에서 빛 한 줄기가 뿜어져 나와 허공에 떠 있는 거미를 전광석화처럼 뒤덮자 놀랍게도 그것이 크기가 줄어들어 녹색 가죽 주머니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옆에서 보고 있던 한립과 다른 수사들은 깜짝 놀랐다. 이렇게 상대하기 힘든 요수를 한 번에 포획한 것이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려천몽도 기쁜 표정이었다.
그의 일월대(日月袋)가 대단한 위력을 지니고 이제껏 수많은 요수를 포획해 왔으나 이렇게 순조롭게 거미를 잡은 것은 의외였다.
그러나 곧바로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이 요수를 순조롭게 길들일 수만 있다면 자신의 실전 전투 능력은 몇 배나 상승할 수도 있었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녹색 주머니를 회수하려 했고 그의 주시 아래 주머니가 서서히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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