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각자의 마음
분명 사람이 아닌 것이 사람처럼 자신을 습격한 것에 놀랐지만 이들을 부수지 않고는 살아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 꽉 깨문 그녀는 저물대에서 남색 빛이 찬란한 비도를 꺼내 들었다.
이것은 전 재산을 털어 겨우 교환한 상계 법기로 평소에는 아까워 잘 쓰지도 않는 물건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위급하니 그런 것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가라!”
그녀 손에 들린 비도가 남색 빛으로 변해 가까이 접근하던 인형을 향해 날아갔다. 남색 빛은 순식간에 인형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여인이 충돌음을 기대하는데 꼭두각시 인형이 바람처럼 장도를 빼 들더니 비도를 쳐 날려버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대경실색한 그녀가 서둘러 손가락을 휘젓자 튕겨나갔던 비도가 방향을 틀어 인형의 뒤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러자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치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듯 인형이 이번 공격마저 쳐낸 것이다. 여인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저것을 막을 방법도 강구하지 못했는데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려 퍼지며 궁사 인형이 쏜 화살까지 날아오고 있었다. 이제 방법이 없어진 복면 여인은 화살을 피해 한쪽으로 피해보았다.
그러나 붉은 빛은 눈이라도 달린 듯 그녀를 쫓아 방향을 바꾸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여인은 자꾸만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이때 장도를 든 인형이 거리를 완전히 좁혀 주저 없이 그녀의 보호막을 공격했다. 이렇게 근거리와 원거리 공격이 반복되자 안 그래도 법력이 낮았던 여인은 어쩔 수 없이 후퇴를 반복하며 도망할 틈을 찾지 못했다.
그녀가 비도를 이용해 간신히 그들의 공격을 저지하며 땀을 흘리는데 갑자기 사병 인형들이 물러서며 더는 공격을 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장면에 멍해진 그녀 뒤로 탄식이 들려왔다.
“다섯째 너마저 잡혀왔구나!”
복면 여인이 뒤를 돌아보니 나머지 세 명이 낙담한 기색으로 그곳에 모여 있었다. 그들도 각각 세, 네 개의 비슷한 인형에 둘러싸여있었고 그것들 중에는 사병의 모습을 한 것 외에도 호랑이나 범 같은 야수의 형상을 띈 것도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망한 눈길로 주변 지형을 살피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원래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게다가 다른 세 명은 이미 눈빛에 생기가 없는 것이 무슨 금제에 당한 느낌이었다. 이런 광경에 한립을 올려다본 그녀는 비도를 땅에 버리고 반항하기를 포기했다.
한립은 그녀가 비도를 내던지는 것을 보고는 손을 뻗어 초록색 빛을 그녀의 체내에 주입했다. 처리를 마친 한립은 당장 심문할 생각은 없는 듯 일단 모두를 신풍주에 태웠다. 이곳은 오래 머물만한 곳이 아니었다. 시간을 지체해 상대의 고수라도 나타난다면 큰일이었다. 한립은 방향을 정해 네 사람을 데리고 사라졌다.
그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릉에는 복면을 한 두 사람이 등장했다. 다만 그들의 의복은 핏빛의 선홍색으로 보기만 해도 사람을 불편하게 했다. 두 사람은 한립이 만든 구덩이를 포함해서 사방을 둘러보더니 탄식했다.
“보아하니 몽산오우(蒙山五友)가 실패했구만.”
연배가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쓸모없는 것들! 일을 성사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자에게 잡혀가기까지 했네요. 혈흔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주 쉽게도 잡혀주었습니다.”
“성가시게 되었어. 그들이 그리 쓸모없었다면 당장 그들의 피로 제를 지내버렸겠지 어찌 살려두었겠나. 아마 많은 수의 연기기 수사들 혹은 축기기 수사가 일에 개입한 것일 터야.”
젊은 남자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나이든 자가 걱정을 내비쳤다.
“왜 그들이 비밀이라도 발설할까 무서우십니까? 그들은 외부에서 끌어들인 자들이라 본교의 비밀을 아무 것도 모르는데다 이 일을 맡기기 전 손을 써두어 아마 반나절이면 숨이 끊길 겁니다.”
“그럼 다행이네! 그들 몸에 피의 주술이 걸려 있으니 겨우 반나절이라면 그들도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거야.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고 비밀을 발설하려 할 땐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청년의 자신 넘치는 말에 노인도 걱정을 덜었다. 그러나 다시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런데 대체 어찌 된 일인가? 분명 그 오 선사 놈을 가짜 사부로 삼아 천천히 수도계에 얼굴을 내밀기로 했지 않은가! 본교의 계획을 은밀히 진행하기 위해 핵심 제자들은 모두 다른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오 선사의 방에 쳐들어가 피를 빨아들이다니, 그 정도 수행이면 자네에게 별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을 말이야!”
노인의 말에 청년도 쓴웃음을 지었다.
“나라고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랬는줄 아십니까? 어쩔 수 없이 그리한 것입니다.”
“설마?”
“그렇습니다. 법력의 반작용 때문에 당장 체내의 진기를 억누를 수도자의 피가 필요했단 말입니다. 당장 근처에 당신을 제외하면 도사뿐인데 당신을 찾아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예정일보다 이틀이나 빨리 법력 반사가 일어나는 바람에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거의 제어를 하지 못할 뻔 했다고요.”
젊은이가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두려운 듯 말했다.
“역시 그랬군. 그런 상황이라면 자네를 탓할 수만은 없지. 그래도 상부에 잘 보고하도록 해. 아마 내 생각에 최근 흑살수라공(黑煞修羅功) 수련에 너무 조급했던 것이 법력 반사를 앞당긴 것 같으니 잠시 혈뢰(血牢) 수련을 멈추고 차분히 기초를 닦는 시간을 갖게.”
“걱정 마십쇼. 그 도사의 피를 빨아드리곤 법력 반사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니까요. 앞으로 더욱 주의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 수련 진도가 굉장히 빨라 잠시도 쉴 마음이 안 드는 걸요.”
“알아서 한다니 다행이네만 오 선사에게 영기 표식을 남겨둔 자가 문제야. 그 자를 찾아 후환을 남겨선 안 될 텐데.”
“맞는 말씀입니다. 원래 오 선사가 왕래하던 수사들은 수행이 낮은 산수들뿐이어서 겨우 몽산오우를 보내 놓은 것이었는데 이런 대어가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저계 수도자들의 무리 같습니까 아니면 축기기 수사의 솜씨 인듯 합니까?”
“헤헤, 내 예측대로라면 축기기 수사일 가능성이 높겠지. 연기기 수사야 그 수가 아무리 많아도 그들이 달아나지 못할 리 없을 테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교주님께서 폐관수련에서 나오실 때까지 우리가 잠시 피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쨌든 축기기 수사는 쉽게 볼 상대가 아니지 않습니까.”
“피해 있겠다고? 어째서 그래야 하나? 교주님 쪽에서 얼마 전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수련에 축기기 수사들을 바칠 필요가 있다더군. 이런 상황에 우리 손에 들어온 축기기 수사를 놔줄 수야 없지. 연기기 수사들이야 얼마든지 잡아다 쓸 수 있지만 축기기 수사는 찾기가 어렵다고.”
그 말에 청년은 좀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래도 도성에는 교주님과 교주님의 신변을 지키는 사대혈시(四大血侍)를 제외하고는 본교 축기기 고수가 없는데요? 각 지방 분타에 나가 일을 보고 있는 이들을 불러들일 수도 없고 말입니다.”
“그럴 게 무언가. 교주님이 당장 축기기 수사가 필요하신 상황이니 보고만 올려도 혈시 한두 분은 파견해 주실 거야. 그들을 도와 우리가 축기기 수사만 잡아들인다면 큰 공을 세울 기회가 아닌가! 그렇게 되면 혈시들처럼 축기기에 들 가능성도 생기겠지.”
“그러시죠. 돌아가 그 자를 생포할 준비를 합시다.”
그들은 웅성거림을 멈추고 소리 없이 구릉을 빠져나갔다. 이상한 점은 그들이 이 넓은 월경성 내에서 어찌 한립을 찾아낼 지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치 그들에게 그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듯 했다.
* * *
그 즈음 구릉에서 백여 리 떨어진 어느 황야에 신풍주가 안착했고 네 사람도 법기에서 내릴 수 있었다.
모두 이어질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반항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립은 뒷짐을 지고 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이제 복면을 벗어 보거라. 이제와 가리면 무슨 소용이더냐.”
“벗자꾸나.”
큰 형님이란 자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나머지 세 사람도 분분히 복면을 벗어 상심 가득한 얼굴을 드러냈다. 한립이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 탄식하고 있었다. 역시 그 몽산오우들이었다.
주루에서 그들의 대화를 몰래 엿들었기에 목소리가 익숙했고 거기에 각자의 법력도 파악하고 있었으니 두 달 전 마주쳤던 이들이 바로 떠올랐던 것이다. 나이든 여인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이곳에 있었다. 그들을 알아본 한립은 골치가 아팠다.
결국 형 왕부의 왕 총관과 소왕야가 수도자 실종 사건에 관련된 배후 세력의 구성원이란 이야기인데 자신이 그들을 캐고 다니는 것을 알아챘으니 끈질기게 추적해 올 것이다. 귀찮은 일을 피하려 했는데 그 귀찮은 일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이제 정말 그들이 마도인들과는 관련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자신이 과하게 조심하다 오히려 일에 말려든 짝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오 선사란 자가 너무했다. 얼마나 모자라면 겨우 하루 밤 사이에 발각돼 죽는단 말인가?
그를 믿고 일을 맡긴 한립은 정말 울적해졌다. 한립은 깊이 생각에 잠겼다. 최근 실종된 사례를 보면 그 안에는 축기기 수사까지 포함돼 있었다. 아주 악랄한 자들을 건들인 것이 분명하니 조금만 잘 못했다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결과를 맞을 수도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위험상황은 회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멀리 달아나 버리면 모든 문제는 일단 미뤄둘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자신은 진가를 보호해야 할 임무를 지니고 여기에 파견 나온 처지였다.
만일 그가 떠난 동안 진가가 풍비박산 나면 이화원 사부에게 무어라 변명할 수 있을까? 직감이 안 좋아 일단 몸을 피했다고 할 순 없지 않은가! 이런저런 생각을 할수록 한립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해갔고 이를 지켜보는 네 사람도 더없이 불안해졌다.
그들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려왔으니 자신들을 협박하고 고문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축기기 수사가 자신들 얼굴만 확인하고는 생각에 잠겨있으니 얼마나 흉악한 방법을 고민하는지 두려워졌다. 이런 생각들이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고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릴 어찌 처리할 셈이죠?”
스무 살 정도의 젊은 여인이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 소리에 생각에서 빠져 나온 한립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내가 너흴 처리할 필요나 있을까? 실종된 수사들의 가문들에만 연락을 넣어도 너희들을 가만 두지 않을 텐데?”
“우린 그런 적 없어요! 다만 몇 번…….”
“조용! 저 자가 우리를 떠보는 것이다.”
검은 얼굴의 노인이 여인의 말을 막았다. 그러자 여인도 눈을 부릅뜨고 한립을 노려볼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너희를 떠본다? 스스로를 너무 대단하게 여기는군.”
“선배로서 우리 같은 후배들을 놀릴 생각 말고 죽일 테면 죽이십시오!”
마른 남자는 몽산오우 중 둘째였는데 갑자기 한립을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그러나 나머지 세 사람이 더욱 놀랐는데 둘째는 항상 무언가를 계획해서 움직이는 사람이지 이렇게 충동적일 리가 없었다. 한립이 낯익다 여긴 청년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그 마른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둘째 형님, 뭐하는 짓입니까? 설마 일부러 상대를 화나게 해 우리 모두를 죽게 할 셈입니까?”
청년이 이리 나오자 검은 얼굴의 노인과 여인은 물론이고 한립까지 어안이 벙벙해졌다. 저게 대체 무슨 수작이란 말인가? 그러나 둘째는 알아들었는지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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