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곤충 요수를 기르다
서금충은 서열이 높지만 어령종 수사의 서책에 따르면 한계도 분명했다. 그 능력은 엄청난 수에 의지한 것이었다.
열댓 마리 혹은 수십 마리 정도로는 성충이 되어서도 크게 쓸모가 없었다.
그 수가 수만 혹은 수십만에 되어야 온전한 실력 발휘가 가능했다.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오르는 수십만 마리의 곤충 요수들이 덮쳐오는 상상을 하자 한립도 오금이 저렸다.
그러니 지금 해야 할 일은 어서 서금충의 유충들을 성장시켜 다시 후대를 생산하게 해 그 수를 불려나가는 것이었다.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서금충은 상고시대부터 존재하는 기이한 곤충 요수로 천남 지방에서는 벌써 멸종된 지 오래였다. 어령종 수사도 겨우 경전을 뒤져 이 곤충 요수의 특색을 기술해 놓은 것일 뿐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는 남겨놓지 않았다.
골치가 아파왔다. 사실 12위인 서금충은 물론이고 서열 30위 내의 곤충 요수들은 천남 지방 수도계에선 거의 멸종된 지 오래인 경우가 많았다.
그 어령종 수사는 곤충 요수에 미쳐있어 곳곳을 돌며 상고 시대의 자료를 참고해 그들의 특성을 남겨두었을 뿐으로 그가 정한 순위가 정말 맞는지는 하늘만이 알 것이다.
한립이 종적을 감춘 귀한 서금충을 얻게 된 것도 순전히 우연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서금충들은 유충의 형태로 소환도 지하에 오랜 세월 동면중이었다. 산이 무너지고 바닷물이 뒤덮지 않은 이상 이들을 깨울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한립이 소환도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각양각색의 곤충들을 키우니 그 기운이 지하에 숨어있던 서금충들을 자극시킨 것이다.
본래 동면에서 깨어난 서금충 무리가 한립의 동굴을 습격했어야 했겠지만 그때는 그들과 상극을 이루는 혈옥지주 두 마리가 있어 접근하지 못했다가 한립이 그곳을 떠나자 그제야 귀한 곤충 요수들을 모두 잡아먹고 서금충들이 그곳을 차지한 것이다.
물론 다시 돌아온 한립에게 걸려 이곳까지 오게 되었지만 말이다. 한립은 그들을 훈련시킬 정확한 방법은 몰랐지만 천천히 스스로 알아볼 작정이었다.
한립은 일단 각종 벌레와 곤충들을 밀실에 집어넣어 보았다.
어떤 종류를 집어넣든 수백 마리의 서금충들이 깔끔하게 해치웠다. 그러나 한립의 즐거움은 몇 달이 지나 사라졌다.
아무리 많은 곤충을 먹여도 서금충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할 때였다.
곤충들이 다섯 가지 금속과 영기를 좋아하니 그는 각각 금, 은, 동, 철, 주석 등의 광석과 영석 등을 먹여보기로 했다.
이 모든 것을 먹어 치운 후에도 전혀 변화가 없어 실패로 돌아갔다. 울적해진 한립은 거대 사마귀인 금배도랑(金背刀螂)에서 꺼낸 죽은 알들을 밀실에 던져주었다.
알들을 갉아먹은 서금충들은 드디어 몸에서 영기를 발산하기 시작했고 움직임도 더 활발해졌다. 그 모습에 한립은 근심이 커졌다.
설마 서금충들은 다른 곤충 요수들을 잡아먹어야지만 성장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럼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닌가!
이곳엔 혈옥지주 두 마리를 제외하고는 남은 곤충 요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엔 돼지나 양 같은 가축을 구입해 밀실에 넣어 보았다.
서금충들이 미친 듯 난리가 난 것 외에는 전혀 성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랜 시간 실험을 하며 겨우 충분한 영초를 재배한 그는 영수의 먹이인 사령환(飼靈丸)의 제조에 들어갔다.
약방을 얻은 지는 오래지만 자신의 영기를 북돋는 영약을 제련하기에 바빴던 그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첫 사령환이 완성되었다. 한립은 바로 사령환을 서금충과 혈옥지주들에게 나눠 먹였다. 그 결과 사령환의 효과는 한립을 기쁘게도 걱정스럽게도 만들었다.
기쁜 점은 요수의 등급을 높여 주는 단약이 곤충 요수들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걱정스런 점은 같은 단약을 먹은 서금충과 혈옥지주의 반응이 너무나 달랐다는 것이다.
사령환 네다섯 알을 복용한 거미들은 다음날부터 벌써 영기가 남달라졌다.
같은 사령환을 먹은 사금충들도 조금 효과가 있긴 했으나 혈옥지주에 비하면 효과가 미미했다.
아마 서금충의 수가 너무 많아 수백 마리가 단약을 나누어 먹게 되어서 그런 듯 했다.
겨우 수백 마리인데도 이렇게 어렵다면 앞으로 수천 만 마리를 길어내야 쓸모가 있을 텐데 큰일이었다. 한립은 서금충을 길러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많이 사라졌다.
신비한 병으로 생산한 녹색 액체를 죄다 사령환 제조에만 사용해도 100년 내로 서금충 대군을 길러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결론이 서자 한립은 서금충 양육에 관심을 껐다. 남은 사령환을 모두 혈옥지주 두 마리에게 먹인 그는 먹이로 주기위해 서금충의 밀실을 드나들 뿐 다른 방법을 쓰지 않았다.
이때는 한립은 이 천성성에서 반년의 시간을 보낸 후였다.
남은 나날 동안 한립은 폐관 수련을 하며 미친 듯 이급 꼭두각시들과 각종 부적을 제작하는데 열을 올렸다.
많은 부적을 생산하며 생긴 유일한 장점은 그가 초급 부적을 제작하는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것이었다.
이제 초급 고계 부적도 절반의 성공률로 만들어내 대량으로 재료를 낭비하던 시절과는 작별할 수 있었다.
또한 이급 꼭두각시의 주재료인 수백 년 된 철목도 자신이 직접 성장을 촉진해 길러낼 수 있어 비용의 반절 이상을 아꼈다.
꼭두각시들을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혼백이야 그가 우연히 얻게 된 취혼발(聚魂鉢) 안에 자아를 잃고 갇힌 지 오래된 영혼이 허다했으니 거침없이 가져다 쓰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자아도 잃었고 이미 윤회할 수 있는 기회도 없으니 그저 제련을 위한 재료로 전락한 것이다. 200개가 넘는 꼭두각시들이 완성되었고 그 통일된 요수형 꼭두각시들의 모습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러나 그것들을 생산하며 한립의 영석 주머니는 또 한결 가벼워졌다.
꼭두각시 한 개에 드는 재료비야 그렇다 쳐도 200개가 넘는 꼭두각시들을 생산하려니 실패할 경우를 포함해 어마어마한 비용을 써야 했던 것이다.
폐관에 들어간 지 2년 째 되는 해였다.
그동안 한립은 사령환을 계속 제련해 꾸준히 혈옥지주들에게 먹여왔다. 강력한 약성에 힘입어 두 마리의 새하얀 거미들이 이제 일급 최상계의 요수 반열에 들었다.
곡혼 역시 2년 간 시간을 쏟은 끝에 겨우 혼원발(混元鉢)을 길들이는데 성공했다.
비록 원주인이 아니라 마음과 뜻을 하나로 뭉쳐 자유자재로 다룰 수야 없었지만 체내에 넣어 다니며 본 위력의 십분의 칠 정도는 발휘하게 되었다.
곡혼이 스스로의 법보를 제련하게 할 마음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법보에 드는 재료는 모두 천문학적인 가격에 거래가 되는 종류라 남은 영석으로는 기본적인 재료도 모을 수가 없었다.
또한 법보는 뚝딱하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2, 30년은 노력해야 기초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한립은 그렇게 많은 시간이 없었다.
그는 어서 대량의 요단을 모아 영약을 만들고 그 힘을 빌어 삼전중원공의 두 번째 회차를 시도해야 했다. 혈옥지주를 성장시키고 대량의 꼭두각시들을 생산한 것도 모두 외성해로 나가 요수를 사냥할 준비였다.
꼭두각시 군단, 혈옥지주, 진법 법기가 준비되어 있었고 곡혼을 주력으로 자신이 보조를 하면 오급 요수 정도는 처리할 자신이 있었다.
예정된 준비를 마친 그는 바로 동굴을 나서 곡혼과 천성성 시장으로 향했다.
기왕 바다로 나가 고계 요수를 죽일 계획이라면 당연히 요수와 전송진 그리고 외성해 관련 자료를 더 찾아볼 필요가 있었다.
필요한 것을 구입할 수 있을 천성성의 시장은 성산의 제1층에 위치해 있었다. 그 규모가 상당해서 제1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매일 이곳을 찾는 수사들의 수나 거래량을 따져 보아 그가 이전에 방문했던 어느 시장보다도 규모가 컸다.
……
2년 간 여러 차례 시장에 들려 꼭두각시들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재료를 구매해 갔고 그때 마다 대량의 영석을 풀었기에 상가 주인들도 한립을 환영했다.
한립은 그들 중 하나에게 관련 정보를 물은 후 바로 백문각(白門閣)이라는 서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서점 안에는 난성해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요수에 관한 자료가 모여 있었고 백여 개의 영석을 지불하면 그것들을 모두 베껴 갈 수 있었다. 또한 외성해의 여러 요수섬에 대한 자료는 규모가 작은 점포에서 찾아냈다.
바로 거처로 돌아가려던 한립은 저물대와 영수대를 전문적으로 판매한다는 상점으로 걸음을 멈췄다. 이제 그가 지니고 다녀야 할 것이 너무 많아져 지금의 저물대로는 불편했다.
게다가 외성해로 나가 고계 요수를 죽이면 내단은 물론이고 그것들 자체도 진귀한 재료로 높은 가치를 지녔으니 버리고 올 수가 없었다.
대량으로 물품을 담을 수 있는 저물대 여러 개를 더 구비할 필요가 있었다. 상점으로 들어간 한립은 영석 1,000개 가까이를 지불하고 기존 저물대보다 10배 이상 용량이 큰 대용량 저물대 2개를 사가지고 나왔다.
한립은 천성성의 풍락 경매소라는 곳을 지나며 진열된 상품들을 둘러 보았다. 오, 육급에 이르는 진귀한 요수의 내단 뿐 아니라 법보를 제련할 때 쓰는 고급 재료도 적지 않았고 아예 들어보지도 못한 희귀한 상품도 상당했다.
천성성 제일의 경매소에 아무리 좋은 물건이 나오더라도 겨우 영석 수천 개 정도를 지닌 한립이 그것들을 차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일단 경매대에 오르면 원래도 비싼 물품의 몸값이 훌쩍 뛰기 때문이었다. 아마 천년 영초 정도는 되어야 이곳에서 나오는 물건을 거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립은 화를 자초할 마음이 없었다.
그간 영석을 많이 허비하긴 했으나 아직 최악의 재정난을 겪는 것은 아니니 괜히 문제를 만들 이유가 없었다.
그저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물품들을 보며 입맛을 다신 한립은 바로 거처로 돌아왔다.
그 후 1개월 간 오직 외성해에 출몰하는 요수의 특성과 약점을 연구하는 데에만 시간을 쏟았다. 동시에 그것들을 마주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상대할 것인지도 미리 생각해 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돌연 웃음을 터뜨린 한립이 손에 들고 있던 서책을 들어 올리며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 길로 다시 시장으로 날아갔다.
* * *
순식간에 또 반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립과 곡혼은 현재 천성성 제 50층 구역에 있었다. 그 앞에는 하얀 대리석으로 된 석전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상면에 걸린 편액에 금색으로 성공전(星空殿)이란 이름이 적혀있었다.
대전의 입구에는 지키는 사람도 없었다. 한립은 곡혼과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작은 회랑을 통과하자 눈앞이 환해지며 이십 여 장 정도의 넓은 대청이 나타났다.
그 안에는 사내 넷과 여인 하나가 백의를 입은 천성궁 선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 뒤로 수많은 전송진들이 배열되어 있었고 각 전송진 앞에는 목적지가 적힌 돌이 일목요연하게 놓여있었다.
전송진에서 시선을 뗀 한립은 여러 수사들을 살펴보고는 조금 당황했다. 그들 중 놀랍게도 3명이 결단기였고, 나머지 3명도 축기 후기의 수사였다. 그러니 한립과 곡혼이 들어오자 그들은 조금 의외라는 시선을 보냈다.
그나마 결단기 백의 선사가 금세 그런 기색을 지웠지만 나머지 다섯 명은 겨우 두 명이 들어온 것에 놀람을 그대로 표현했다.
그들 중 한 여인이 방긋 웃으며 말을 붙여왔다.
“두 분도 요수섬에 가시나요? 그럼 우리와 함께 하셔서 비용을 줄이는 것이 어떠합니까?”
그 말에 한립은 바로 답하지 않고 관리를 맡은 백의 수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선배님, 그렇게도 가능한지요?”
“그렇다. 전송진은 인원에 따라서가 아니라 매회 발동을 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하니 한 명이 가도 영석 700개, 여러 명이 가도 영석 700개를 지불해야 한다. 단 최대로 이동할 수 있는 인원은 7명뿐이지.”
한립이 설명을 해준 관리자에게 고맙다 말하고는 웃음을 띠며 여인의 일행을 보았다.
“선사들께선 어디로 가시려는 지요? 저와 사숙은 응취도로 향할 예정입니다.”
축기 후기의 여인이 잠시 주저하더니 다른 이들과 시선을 교환하고는 바로 웃으며 답했다.
“이런 우연이 있나요! 저희도 응취도로 가려던 참이었으니 함께 하면 되겠어요.”
한립은 안색은 그대로였으나 속으론 냉소를 짓고 있었다.
‘무슨 우연이란 말인가. 분명 어디로 가든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영석을 아낄 수 있는 일을 아무 이유 없이 거절할 수는 없었으니 한립은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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