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선사와 요수 그리고 섬
한립이 영석 200개를 그리고 여인의 동료들이 영색 500개를 지불하고 응취도라 적혀있는 전송진에 올라갔다.
백의 수사는 그들의 영석을 거두고는 각자에게 전송부를 붙여주었다. 이 부적은 대나이령처럼 전송진 안에서의 보호 효과를 발휘해 장거리 전송 시 사고를 막는 용도였다.
전송부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상당히 늘어나긴 했지만 한계가 있었고 일회용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대나이령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그렇다 해도 무척 귀한 물건으로 오직 성궁에서만 자체 제작을 했고 외부에서는 매매되지 않았다.
한립이 긴장을 하고 있는데 전송진 곳곳에 박힌 영석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전송은 무척 순조로웠다.
하얀 빛이 가시자 한립을 포함한 7인은 초라한 석실 안으로 이동했는데 무표정하게 서있는 성궁의 선사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었다.
성궁 선사는 축기 중기의 수준으로 석실 한쪽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선사들이 도착하자 잠시 눈을 뜨고 쳐다봤을 뿐 다시 바로 두 눈을 감고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무언가 생소한 영기의 파동이 느껴지는 것이 석실은 어떤 금제로 둘러싸여있는 것 같았다.
석실의 문은 반쯤 열려 있어 그 틈 사이로 선사들의 대화소리나 간혹 지나가는 이들의 그림자가 보였다.
한립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사방을 살피는데 함께 이동해온 다섯 사람이 전송진을 벗어나더니 그중 노인이 곡혼을 향해 입을 뗐다.
“선사가 함께하고자 한다면 협공을 해 요수를 처리하고 요단을 판 비용은 고르게 나눌 수 있소.”
노인은 결단기 수사 중 하나였다. 곡혼은 단칼에 그의 말을 거절했다.
“됐습니다. 우리 둘은 따로 계획이 있으니 모두 평안한 일정 되시길 바랍니다.”
“아쉽게 되었소. 선사가 합류하면 육급 요수를 처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 보아하니 처음 이곳을 찾은 듯 한데 내 걱정되는 마음에 충고하겠소.
이곳에서는 고계 요수 뿐 아니라 도적놈들이나 사악한 술수를 쓰는 수사들의 습격을 더 주의해야 할게요. 가능하다면 여러 선사들과 동행하는 것이 좋으니 언제든 마음이 바뀌면 말해주시오.”
말을 마친 노인은 무리를 이끌고 나갔다.
침묵하던 한립도 빙긋 웃더니 곡혼을 데리고 그 뒤를 따랐다.
“여긴?”
석실 밖을 본 한립은 조금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가 있는 곳은 어떤 상점가였다. 길가엔 잡화점, 법기점, 부적상점 심지어는 몇몇 전당포까지 없는 것이 없었고 각 점포엔 주인들이 그곳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점포들은 대충 돌로 쌓아 만들거나 목재를 이어 조잡하게 완성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한립은 거센 바람이라도 불어 닥치면 이 점포들이 남아날까 확신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상점거리는 그가 막 나온 석실을 주변으로 아무렇게나 퍼져 있어서 아주 혼란스러웠다.
이런 점포들 외에는 고요했고 돌아다니는 이가 전혀 없었다.
한립이 돌연 미소를 지었다. 깜빡 잊었던 사실이 떠오른 것이다. 이곳은 내성해의 잘 조성된 도시가 아니니 대부분 결단기 수사들이 찾았고 아니면 적어도 축기 중기는 되어야 했다. 그러니 인적이 드문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또한 응취섬에 도착한 이들도 바로 요수를 처리하러 갔지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한립은 고개를 들고 곳곳을 둘러보았다.
잠시 생각한후 잡화점으로 들어갔다.
“이 부근 해역 지도가 있나?”
요수 섬에서는 계속해서 지도가 바뀌니 최신 지도를 구비할 생각이었다. 잡화점 주인은 연기기의 중년인이었다.
“있습니다! 대략적인 지형을 담은 지도와 상세한 지도가 있는데 어느 것으로 드릴까요?”
“상세한 지도로.”
“상세한 지도는 영석 100개 입니다.”
“100개?”
한립은 정말 귀가 잘못 되어 잘못들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의 얼굴이 굳더니 당장 노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잡화점 주인이 한립의 표정을 보더니 두려워하기는커녕 자신의 고충을 토로했다.
“선배님 오해하지 마십쇼. 이 가격은 제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부에서 정해 주는 대로 판매만 할 뿐입니다. 게다가 선배님께서 새로운 지형을 개척하셔서 지도를 개선하셨을 때 매입가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그의 해명에 얼굴이 조금 풀어진 한립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상부라? 어느 연맹에서 관리 하더냐.”
한립의 생각에도 요수 섬에서 상권을 잡고 있다면 규모가 작은 세력은 아닐 것이다. 아마 사대상맹(四大商盟)에서 운영하는 점포일 수도 있었다.
“허허. 역시 선배님께서 이해를 해주시는 군요. 저는 풍락상맹 아래서 그럭저럭 밥벌이를 해먹고 살고 있습니다.”
“사대상맹 중 하나인 풍락맹(豊樂盟)? 천성성 풍락 경매소를 운영하는 그곳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선배님.”
사정을 알았으니 더 따질 것도 없었고 바로 중계 영석을 하나 꺼내주었다. 동시에 점포 주인이 웃음을 흘리며 한립에게 지도를 넘겼다.
“다른 점포도 모두 풍락상맹 관할은 아니겠지?”
“서쪽의 저 상점을 제외하면 다른 곳은 저희 풍락맹과는 관련이 없습죠.”
한립은 더 묻지 않고 곡혼을 데리고 걸어갔다. 그가 막 신풍주를 타고 날아오르려는데 녹색 불빛이 하늘에서 쏘아져 내려와 물건을 매입하는 점포에 들어섰다. 화려한 빛이 사라지자 건장한 결단기 거한이 드러났다.
그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점포를 향해 고함을 치더니 품에서 저물대를 꺼내 내려놨다.
“범가야, 물건 왔다!”
허공이 노을빛으로 물들더니 이, 삼 장은 될법한 괴물 어류가 바닥에 나타났다.
그 어류는 전신은 푸른 비닐로 덮여 있었으나 이무기 같은 머리가 달려 있었고 복부엔 날카로운 발톱까지 지닌 괴수였다. 등은 갈라져 피를 뿜는 것이 이미 요단을 회수한 뒤의 사체인 듯 했다.
“아이고! 학 선배님 이런 벽린어(碧磷魚)는 잡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대단하십니다! 선배님처럼 신통방통한 선사님이 아니고서는 이런 물건을 잡으시는 분이 없어요.”
매입점에서 연기기 청년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 나오는데 두 눈이 초롱초롱했다. 그는 요수의 사체를 점검하면서도 연신 상대를 칭찬하였고 결단기 거한은 호탕하게 웃어댈 뿐이었다.
거한이 돌연 고개를 돌려 한립과 곡혼을 향해 말을 건넸다.
“두 분은 얼굴이 생소한 것이 응취도에 막 도착했나 보구만. 함께 요수를 잡으러 나갈 생각 있습니까?”
거한의 열정적 어투에도 한립은 그저 웃으며 말이 없었고 곡혼은 고개를 저어 거절했다. 상대는 아쉬운 듯 여전히 열정적인 어투로 말했다.
“난 학원천이오. 응취도에서 이름 좀 날리고 있으니 생각 바뀌면 찾아오시오.”
말을 마친 학원천은 매입점 청년에게 받은 영석 보따리를 쥐고는 기세등등하게 날아갔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연달아 두 번이나 함께하자는 제의를 받은 것으로 보아 정말 응취도에는 결단기 수사가 얼마 없었고 각자 작은 무리를 이루고 있음이 분명했던 것이다.
서책에 나온 대로 결단기 수사도 동료가 있어야 외성해의 요수를 안전하게 잡을 수 있는 듯 했다. 아마 그도 따로 계획한 바가 없었다면 그들의 요청에 응했을 것이다.
한립은 이런 생각을 하며 곡혼과 날아올랐다. 법기에 올라 방금 구매한 지도를 살피고는 다시 저물대로 가져갔다.
응취도는 그리 크지 않은 섬이라 잠시 후, 신풍주가 섬 외곽의 해안가에 이를 수 있었다. 신풍주에 서서 다시 한 번 방향을 가늠한 한립은 드넓은 바다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한립은 해수면과 너무 가까이 날수는 없었다.
일부 위험한 요수들은 해저에 숨어 있다가 수 백장의 바닷물을 뚫고 해수면 위로 나는 생물들을 잡아먹는다 했는데 수도자도 그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니 자연히 한립도 최대한 주의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외성도에선 너무 높게 날아서도 안되었다. 해저와 마찬가지로 높은 상공에서도 조류 형태의 요수들이 출몰해 먹잇감을 찾아 배회했던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위험과 반드시 마주하는 것은 아니나 외성해 어느 곳도 절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은 아니었다.
매년 많은 선사들이 전송진을 통해 요수 섬에 오지만 많은 이들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는 했다. 결단기 수사가 요수를 잡으려다가 반대로 고계 요수에게 잡아 먹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성해에서 요수를 사냥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이런 이유로 보통 요수 사냥을 나서는 이들은 서로 안면이 있는 이들과 무리를 이뤄 함께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인원이 한 데 모여 요수를 죽이고 돌아다니는 것도 금기시 되어 있었다. 일전에 한 요수 섬에서 수사들이 모여 사냥을 하다 칠급 이상의 고계 요수의 시선을 끌어 요수 대군의 공격을 받게 되었다. 당연히 사냥에 나선 무리는 죽음을 면치 못했고 요수 섬도 철저히 붕괴되었다.
이런 일이 몇 번 있고 나니 감히 누구도 다수를 이끌고 사냥을 나서지 않았고 기껏해야 열댓 명을 마지노선으로 작은 무리를 이루게 되었다.
자연히 소수의 무리는 홀로 행동하는 결단기 수사들을 탐내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있던 한립은 응취도를 떠나자마자 신경을 곤두세웠다.
강력한 의식을 퍼뜨려 곳곳을 감시했을 뿐 아니라 수십 장 범위를 보호막으로 감쌌고 동시에 신풍주를 전속력으로 가동시켜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한립은 수 시진을 날아간 후에야 멈춰서 방향을 확인했다. 혹시 잘못된 방향으로 날아가 가고자 하는 곳에 당도하지 못할까 걱정되었던 것이다.
사실 오늘 그의 운수는 좋은 편이었다.
오는 내내 멀리서 놀고 있는 오급 요수를 발견해 우회한 것을 제외하면 어떤 어려움도 없었다.
그렇게 내리 3일을 날아가고서야 결국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색의 작은 섬에 도착했다. 섬은 온통 선홍색 산호로 뒤덮여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한립은 섬의 상공에 멈춰 섰다.
한립이 신풍주에 서서 중얼거렸다.
“가장 가까운 산호섬인 홍호도(紅瑚島)가 맞겠지?”
그는 섬을 돌아보며 부근에 다른 수사나 요수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하강했다.
섬의 면적은 넓지 않았고 불규칙적인 고리 모양을 그리며 크고 작은 산호더미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립은 매끄러운 땅에 발을 딛고 서서 가죽 신발로 암홍색 모래를 문질러 본 후 섬의 지형을 눈에 담았다.
잠시 후 눈을 가늘게 뜬 그는 생각에 잠긴 눈치였다.
한립은 곡혼을 불러다 경계를 서게 하고는 자기는 섬 위를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산호섬을 훑더니 고리 형태의 섬 중간에 위치한 해저로 잠수해 반나절 동안 종적을 감추었다.
그리고 3일이 지나고서야 수색을 멈추고 무언가 결심을 했다.
한립은 곡혼을 시켜 그가 지정한 곳곳에 전도오행진과 천풍광렬진 그리고 환형천라진의 진법 법기를 설치하게 했다.
이 세 가지 진법은 홍호도 중심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목을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이후 한립은 몸에 지닌 모든 진법 법기를 꺼내 홍호도 중앙에 작은 결계를 여러 개 중복해서 설치해 완전히 그곳을 봉쇄해버렸다.
정말 빠져나갈 틈이 없어졌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도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핀 한립은 그제야 품에서 옥으로 된 함을 꺼냈다. 그는 한 손으로 옥함을 열며 얼굴에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안에는 이파리가 13개인 일촌 길이의 영초가 들어있었다. 영초의 열댓 개 이파리가 모두 둥글게 말려 있는 것이 척 보기에도 특이했다.
더욱이 전신에서 희뿌옇게 노을빛을 발산하는 것이 신선이 쓸법한 영초의 분위기를 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립의 이번 여정의 목표인 예상초(霓裳草)였다.
사실 예상초는 흔한 영초는 아니지만 그렇게 진귀한 것도 아니어서 난성해의 산호초 섬을 잘 뒤지면 종종 발견되었다.
다만 일반 토양에서는 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말라버리니 꽤나 흥미로운 품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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