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소타
여기서 쉬지 않고 다시 두 손이 수결을 맺으니 아홉 개 소검이 초록빛을 흩날리며 모여들어 일장은 될 법한 비취색 거검으로 변했다. 거검은 쉼 없이 금빛의 뇌전을 튕겨내었다.
청년도 놀랐던지 시선을 집중했다.
“천뢰죽으로 제련한 비검에 곤충을 부리고 거기다 괴뢰술까지! 보아하니 정말 극음이나 극현의 제자는 아니로구나. 그렇다면 본 좌도 한번 상의를 해볼 여지가 있다.”
공격을 감행하려던 한립이 이 말에 잠시 움찔했지만 극히 순간에 불과했다.
“난 당신이 내 비검을 받아낼 수 있을지 궁금해 졌는데?”
꽈광!
그가 지체하지 않고 손가락을 움직이자 마치 초록색 이무기라도 된 듯한 거검이 날아갔고 바로 옆에서 벼락같은 소리가 전해졌다.
미미하게 표정이 달라지던 소년이 거검이 근접하기 전에 손을 썼다.
측면에서 검은 반월형 기운 다섯 개가 나타나더니 신속하게 몸집을 키우고는 초록 거검을 향해 쏘아져 나간 것이다.
두 물체가 닿자마자 반월형 기운은 거검의 뇌전에 구름처럼 흩어져 단 한 번의 공격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이에 소년은 담담한 얼굴이었으나 속으로는 크게 놀라고 말았다. 금뢰죽의 위력이 그의 예상을 벗어났던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거검이 소년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하지만 소년은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무언가 생각이 있다는 태도였다.
소년의 날카로운 손에서 녹색 광채가 반짝이더니 동일한 빛깔의 물체가 튀어나가 거검을 막아섰다.
꽈과광!
엄청난 소리가 울렸다.
검은색과 금색 뇌전이 서로 터져나가며 한데 얽혀 거대한 뇌전덩어리를 형성했고 서로 내뿜는 벼락소리에 대청이 진동했다.
한립의 동공이 수축했다.
‘천뢰죽!’
상대도 천뢰죽으로 제련한 법보를 이용하는 것이다.
설마…….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가 소년이 분출한 청록색 빛을 세심히 관찰했다.
눈부신 뇌전 속에서 한 자나 될 법한 비취색 화살이 일곱 개 청죽봉운검이 변화한 거검과 밀리지 않고 맞서고 있었다.
그것이 내뿜는 뇌전은 거검과는 완전 달라서 금빛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짙은 검은빛이라 무언가 사악한 술법으로 제련한 듯 했다.
검은 뇌전의 위력은 엄청나서 금빛 뇌전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한립도 어쩔 수 없이 탄식했다. 그가 의심하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백골 사체의 머리에 박힌 화살을 보자마자 한립은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그가 오랜 세월 길러온 금뢰죽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언뜻언뜻 새어 나오는 사악한 기운에 그도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가 알기로 금뢰죽은 난성해에 단 한 번 등장했고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자취를 감춰왔는데 우연히 그가 보게 될 것이라곤 믿기 어려웠다.
지금 보니 백골 사체를 기습한 화살이 금뢰죽으로 만들어 졌을 뿐 아니라 늙은 귀신은 금뢰죽으로 제련된 법보까지 가지고 있었다.
정말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생각을 정리하면 할수록, 당초 자신이 무방비하게 백골 사체를 관찰할 때 상대가 그 화살을 조종해 암습 했다면 십중팔구 황천길로 갔을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이런 결론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다만 청죽봉운검이 적의 화살을 어쩌지 못하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비검을 몸에 넣어 배양한 시간이 너무 짧아 거의 재료 본연의 힘만으로 상대와 싸우고 있은 터라 늙은 귀신의 법보에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만일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겨우 금뢰죽 한 마디로 제련된 상대의 법보 정도는 압도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번 실험으로 상대가 정말 악귀를 물리친다는 금뢰죽의 벽사신뢰(闢邪神雷)에 대응할 수 있음을 확인했으니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대처는 무리였다.
청록색 그림자일 때부터 지금까지 한립은 소년의 진짜 수행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대가 교활하고 머리 회전이 빠른데다 알 수 없는 마공과 사술을 이용하니 막으려 해도 막지 못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했다.
그런데 십여만 마리 서금충을 풀어도 상대를 꼭 이긴다는 보장이 없어졌다.
생각해 보니 늙은 귀신이 돌연 서로 싸움을 멈추자 제안한 것도 자신이 강력한 법보를 지니고 알 수 없는 사술을 부리자 꺼리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정을 내린 그는 바로 거검을 불러들였다.
쿵!
둔중한 소리와 함께 거검이 일곱 자루 소검으로 나뉘어 한립에게 돌아왔다. 소년도 하얀 이를 드러내더니 결국엔 그 뒤를 쫓지 않고 법보를 거두어들였다.
“당신이 정말 극음 사조의 사부라면 이미 천 살이 넘었다는 겁니까?”
한립의 믿기지 않는다는 태도에 소년이 정상으로 돌아온 자신의 손을 살피며 애매하게 답했다.
“현혼연요대법(玄魂煉妖大法)을 수련하기 전에 이미 육백 살 정도였으니 현혼(玄魂)이 된 후 아마 사, 오백 년은 흐른 것 같구나. 이전에 현혼술을 수련해 놓고 원영(元嬰)까지 흩어버리지 않았다면 육신이 있었다 해도 벌써 세상을 떴겠지.”
한립은 할 말을 잃었다.
만일 상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천년 묵은 늙은 귀신이 아닌가!
동시에 현혼연요대법이란 것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보통 수도자의 수명을 넘어서게 해주는 술법이라니 자연히 마음이 동했다. 자연히 한립의 말투도 부드러워졌다.
“그럼 정말 선배님이라 불러야겠군요.”
소년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라는 것을 알아채고 냉소했다.
“흥, 선배? 당초 그 오랜 세월을 수도계를 호령했지만 지금은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것으로 전락해 육도를 윤회할 기회조차 잃은 나다.
이 모든 것이 두 역도 놈들을 잡아 뼈에 사무치는 한을 씻기 위해서였지! 네가 스스로의 내력을 밝히지 않는다면 얼마나 원기를 깎아먹든 절대 살려 보내지 않겠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하기 그지없었으나 깊은 증오가 느껴졌다. 한립은 쓴웃음을 지으며 잠시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제가 너무 손해가 아니겠는지요? 저도 궁금한 것이 많으니 선배님의 도움이 필요할 듯 합니다.”
그 말이 의외였던지 소년이 고개를 쳐들고 웃었다.
“대단도 하구나! 좋다, 네 조건에 응하지. 다만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명도 짧아진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소년은 얼굴은 멀쩡했지만 정신은 온전한 것 같지 않았다.
“헤헤, 그건 선배님께서 걱정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만일 제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선배님의 수행은 기껏해야 결단기 후기 정도겠습니다?”
한립은 상대를 떠보며 자세히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소년은 차갑게 미소를 지으며 어떤 기색도 드러내지 않았다.
‘늙은 여우 같으니!’
“헛소리 말고. 역도 놈들에게 전수받은 것이 아니라 서책에서 관련 공법을 익혔다니 서책을 내놔 보거라.”
여전히 소년은 기세등등했다. 이마를 찌푸린 한립은 잠시 주저했지만 그래도 저물대를 뒤졌다.
회백색 기운을 뿜어내는 서책이 소년에게로 날아갔다. 소년은 직접 손으로 서책을 받기 보다는 한 손을 들어 검은 기운을 보내 물어왔다.
이후 그는 붉은 눈빛을 번뜩이며 서책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눈빛이 정상으로 돌아온 소년이 손을 튕겨 서책을 돌려보냈다.
“어찌 이 서책을 얻게 된 것인지 말해 보거라. 이것만 가지고는 두 역도 놈들과 관계없음을 입증할 수 없으니.”
한립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상대의 질문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질문을 던졌다.
“이리 대단하신 분이면 명성이 자자했겠습니다. 존명을 알 수 있을지요?”
소년은 한립이 즉답하지 않고 도리어 질문을 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곧바로 답을 해주었다.
“노부는 현골 상인, 소타이다. 들어 본 일이 있더냐?”
‘현골 상인? ’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한 번도 들어본 일이 없었다. 한립은 이에 개의치 않고 침착하게 답했다.
“서책을 확인하셨음에도 제 말을 믿지 못하신다니 제 공법이 선배님과 일맥상통하지 않음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자세히 살펴보시지요.”
말을 마친 그가 청원검결의 공법을 극상으로 끌어올렸고 몸에서 푸른빛이 치솟아 감히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찬란한 광채를 뿜어냈다.
이후 한립의 열손가락이 튕겨지며 공법 특유의 비검술인 청원검망 일고여덟 개가 한쪽 벽으로 쏘아져 나가 사발만한 구멍을 파놓았다.
한립이 두 손을 털었다.
“서책의 출처는 더 간단합니다. 사술을 부리는 선사를 만나 얻었을 뿐이니까요. 아직도 믿지 못하시겠다면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다시 실력으로 이야기 하시지요.”
소타는 한립의 푸른 광채를 보더니 얼굴이 어두워졌다. 한참 뒤 그가 한결 부드러워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가 익힌 공법이 에서 나오지 않았고 심지어 마도 공법도 아니란 것은 본 성조 역시 알아보았다. 하지만 네가 살단을 한 분신을 데리고 다니고 우연을 가장해 이곳을 찾아냈으니 노부 역시 신중할 수밖에 없겠지. 다시 묻자, 그 서책을 제외하고 그 자에게서 또 무엇을 찾아냈더냐.”
노귀의 말을 들은 한립이 움찔했다. 왠지 상대가 지금까지 자신을 협박한 것이 결국엔 지금 이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서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생각을 마친 한립은 역시 바로 답하지 않고 반문했다.
“선배님께서 현혼으로 머물면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 데는 현혼연요대법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예를 들어 낮에는 돌아다닐 수 없거나 특수한 법기에…….”
소년이 분노를 드러내며 말을 끊었다.
“흥! 그것을 네게 말해 줄 것 같더냐?”
“그럼 저도 선배님께 다른 말씀을 드리지 못함을 이해하시겠습니다.”
한립의 담담한 말에 소타가 멍해지더니 점차 화를 가라앉혔다.
“뭐 말하지 않겠다면…….”
찌르르르.
현골 상인 소타가 막 화제를 돌리려는데 돌연 그 자의 몸에서 맑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낭랑하고 듣기 좋았지만 한립은 흠칫 놀랐다. 소년은 그 소리에 얼이 빠지더니 이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한립은 안중에도 없이 돌연 자신의 가슴 한가운데를 주먹으로 쳤다.
‘푸학!’
하얀 갈비뼈가 그의 몸에서 튀어나오더니 현골 상인을 중심으로 선회하다 그의 수중에 떨어졌다.
방금 들은 맑은 울림은 놀랍게도 그 뼈에서 나온 것이다. 눈을 깜빡인 한립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늙은 마두는 손에 그것을 쥐고 웃음기가 짙어졌다.
그가 다섯 손가락에 함을 줘 백골을 분쇄하자 그 안에서 빛이 뿜어 나오며 하얀 귀뚜라미 같은 것이 날아올랐다.
하얀 빛 무리에 감싸진 벌레는 쉼 없이 맑게 울더니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 현골 상인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핫하!”
웃음을 터트린 현골 상인의 손에 빛이 나더니 오래되어 누렇게 변한 비단 손수건이 등장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한립이 흠칫 놀랐다.
그 비단 천 조각이 흑살교 교주에게서 빼앗은 지도 조각과 너무 흡사한 것이 아닌가!
한립은 이것이 지도의 비밀을 풀 단서라는 것을 직감했고 자세히 상대의 거동을 관찰했다. 아쉽게도 현골 상인은 재빨리 손수건을 훑어보고는 다시 품속으로 가져갔다.
“이왕 두 역도들과 관계가 없다니 그럼 네게 허비할 시간이 없다. 난 다른 볼 일이 있으니 이쯤에서 제 갈길을 가자꾸나! 다만 충고하건대 이곳에 오래 남아있다간 눈치 빠른 역도 놈들이 찾아올 수 있으니 어서 떠나는 것이 좋을 게다.”
말을 마친 현골 상인은 한립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핏빛으로 변해 한립을 스쳐 지나가 버렸다.
한립은 멍해져 있다가 눈썹을 끌어올렸다.
퍼퍼펑.
그 역시 한줄기 푸른빛으로 변해 대청을 한 바퀴 돌았다. 금청 등의 다른 선사들의 법보와 저물대를 챙기고 불덩이를 뿜어 모두의 사체를 처리한 것이다.
지금은 비단 손수건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만일 방금 나간 늙은 마두가 입구에 무슨 짓이라도 한다면 일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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