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RAW novel - Chapter 462
462화. 칠염선(七焰扇)
남롱후와 로위영은 의미심장하게 시선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번 원정의 수확이 썩 나쁘지 않습니다. 고보 3개와 영단 두 알 그리고 고보의 제련법이라. 어떻게 나누는 것이 좋을 지요?”
한립이 그들의 시선을 모른 척 하며 유유히 물었다.
“단약이 어떤 효용을 지녔는지는 모르겠으나 한 수사도 알다시피 우리 둘이 추마골에 들어온 이유는 영단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둘이 약병을 하나씩 갖고 한 수사는 다른 보물을 고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남롱후가 약병 두 개를 손에 쥐고 한립을 향해 차분히 말했다. 한립이 그 말에 슬쩍 미간을 좁히고는 다른 고보들을 내려다보았다.
“……상고 영단의 가치는 모두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솔직히 고보가 아니라 저도 영단을 하나 갖고 싶군요. 수행을 크게 늘려줄지 누가 알겠습니까.”
한립이 자신의 턱을 쓸며 고개를 저었다.
그 말에 남롱후와 로위영의 표정이 대번에 변했지만, 그래도 남롱후가 미소를 유지하며 다시 권했다.
“한 수사는 아직 한창 때인데 우리처럼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과 영단을 가지고 다툴 것이 무엇입니까. 그리 짧은 시간에 원영에 이렀으니 앞으로도 수행을 늘릴 기회는 많을 겁니다.”
“아직 한창 때인 것과 단약을 챙길지 말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고보를 포기하고서라도 당연히 영단을 가져갈 것입니다. 저도 고보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라서요.”
한립은 안색도 변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우리도 영단을 포기할 수 없으니,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한 형이 영단만 포기한다면 그 대신 보물 두 개를 가져가는 겁니다. 남롱 형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로 노인이 한립이 기어코 영단을 가지려고 하자 마음이 급해져 조건을 제시했다. 남롱후가 그 말을 듣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영단만 포기해 주신다면야… 한 형이 두 가지 보물을 먼저 골라 가는 것은 양보할 수 있겠지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쉬운 기색이 스쳤다. 그는 모란 초원에서 쓸 만한 고보를 많이 잃었기에 영단만 아니라면 위력적인 고보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립이 약간 고민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로 노인이 그 모습을 보고는 서둘러 그를 설득했다.
“수사처럼 수명이 많이 남은 경우에는 강력한 고보를 지녀 싸움에 승산을 높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지금 얻은 고보로 목숨을 구명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영단이야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로 노인은 한립이 영단을 고집할까봐 노파심에 말이 많아졌다. 한립이 난감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보아하니 제가 양보하지 않으면 결론이 나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시지요. 영단은 두 분이 나눠 가지시고 그 대신 평소 제련에 관심이 많아 연구를 하던 중이었으니 거울 고보와 옥간 그리고 영료들을 제게 주시겠습니까?”
한립이 손을 뻗어 보라색 거울을 불러들이며 차분히 말했다.
“하아, 잘 생각하셨어요. 한 형의 뜻대로 하시지요.”
예상치 못한 제안에 남롱후와 로위영이 조금 당황하다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재빨리 답했다.
한립이 고보만 골라가지 않은 것이 조금 미심쩍었지만 지금은 영단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두 수사가 흔쾌히 한립의 제안을 수락하자 보라색 거울을 거두고는 대량의 재료와 옥간이 든 함을 저물대에 넣었다.
한립을 시작으로 남롱후와 노인도 하나씩 약병을 챙겨 넣었다.
이후 세 수사의 시선이 남은 두 개의 고보로 향했다. 보물은 두 개 남았는데 셋이 나눠야 하니 또 문제였다.
남롱후와 로위영이 생각에 잠겨 있자 한립이 맑은 눈으로 깜빡이며 가볍게 웃었다.
“제게 고보는 충분하니 이렇게 하시지요. 두 분께서 남은 고보를 하나씩 골라 가시고 영석으로 제게 보상을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 수사가 양보를 해주겠다면 염치 불구하고 그리 하겠습니다! 노부가 영석은 꽤 갖고 다니는 편이라서요.”
한립이 별 상관없다는 듯 먼저 고보를 포기하자 로 노인이 희색을 드러냈다. 천남 수도계에서 좋은 고보는 영석이 많아도 구하기 어려웠다.
남롱후 역시 본래 고보가 부족했기에 얼굴에 웃음을 띠고는 한립의 의견에 동의했다. 두 수사가 지니고 있던 영석을 탈탈 털어 상당히 많은 영석을 한립에게 넘겨주었다.
이렇게 쌍방이 모두 만족스러운 거래가 이뤄졌다.
한립은 남롱후 등이 고보를 하나씩 챙기는 것을 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한쪽에 버려져 있던 청잠포를 불러들여 자기 저물대에 집어넣었다.
두 수사도 그것을 보았지만 방금 한립이 그들에게 고보를 양보했기에 사소한 일로 따지지는 않았다.
청잠사도 진귀한 보물이었지만 공격을 할 수 있는 고보에 비하면 실용성이 떨어졌다.
세 수사가 보물을 나누고 용암 호수 주변의 영초를 채집했다. 이곳에서 살아남은 영초가 평범할 리 없기 때문이었다. 불 속성을 지닌 금양지는 불 속성 영단을 만드는 최상급 재료였다.
그들은 더 이상 시선을 끄는 것이 없자 세 수사가 다시 돌 협탁으로 돌아와 앞으로의 일을 상의했다.
“계획했던 보물을 손에 넣었으니 저는 더는 중심부에 있을 생각이 없습니다. 같이 길을 따라 외곽으로 빠져 나가시겠습니까?”
한립이 차분히 자신의 일정을 밝혔다.
“어렵게 들어왔는데 이대로 돌아갈 수야 있나요. 한 형은 그렇게 이곳을 나가고 싶습니까?”
남롱후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건 아니지만, 더는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서 그러합니다. 앞으로도 긴 시간을 수도계에서 살아가야하는데 굳이 이곳에서 목숨을 걸 이유가 있을까요.”
“허허! 한 수사가 그렇게 몸을 아끼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럼 우리 둘과는 함께 하지 못하겠습니다. 혼자 왔던 길로 돌아가면 될 듯합니다.”
로 노인이 빙그레 웃었다.
“그럼 양의환도 없이 두 분은 북극원광을 어찌 지나실 생각입니까?”
“그 점은 미리 계획해 두었습니다. 창곤 상인께서 중심부에 전송진을 찾아 놓으셨으니, 저희는 바로 외곽으로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원래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것보다 빠르겠지요.”
의아한 얼굴의 한립에게 남롱후가 나서서 설명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지요. 두 분께서 좋은 보물들을 많이 발견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멀리 배웅하지 않겠습니다!”
한립이 고개를 끄덕이고 인사하자 남롱후와 로 노인이 희미하게 희색을 드러냈다. 미소를 지은 한립은 아직 남아 있는 투명한 유골을 무심히 한 번 보고는 푸른 빛 줄기로 변해 사라졌다.
본래 미소를 유지하던 노인이 그가 둔술을 이용해 사라지자 미소를 거두었다. 남롱후도 무표정하게 변해 허리춤의 영수대를 쳐서 당황색의 작은 꾀꼬리들을 불러냈다.
그가 길러온 영수 천리리들이었다.
남롱후가 소매를 흔들자 천리리들이 통로 속으로 반짝이며 사라졌고 그는 두 눈을 감고 무언가에 집중했다.
로위영이 눈썹을 끌어올리며 옆에 서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남롱후가 천천히 눈을 떴다.
“천리리를 시켜 주변을 수색했으나 정말 떠난 듯합니다. 최소한 인근에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남롱후가 신중히 알아낸 바를 말했다.
“의식이 그렇게 강력한데 어딘가에 숨어 우리를 속이는 거 아니요?”
“걱정 마세요. 정말 주변에 숨어 있었다면 본 후가 알았을 겁니다. 왜 그런지는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확실합니다.”
남롱후가 턱을 쓰다듬으며 자신했다.
로위영이 고민을 하다가 두 손으로 수결을 맺어 사방으로 법결을 날렸다. 하얀 빛의 방음용 결계를 친 것이다. 남롱후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요. 한 수사는 분명 수행은 낮은데 도저히 속을 알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에 유골을 보던데 무언가를 알아낸 것은 아니겠지요?”
로위영이 그제야 안심하며 말했다.
“로 형, 걱정도 많으십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어떻게 유골의 비밀을 단번에 알아채겠습니까. 그저 무의식중에 보고 간 것이겠죠.”
남롱후가 고개를 저었다.
“알아챘든 못 알아챘든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을 꺼리는 것은 확실합니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혼자서 보물을 찾아다닐 작정일 지도 모르죠!”
“우리 일에 방해만 안한다면 무엇을 하든 상관없지요. 경계심을 늦추지 말고 할 일을 합시다. 창곤 상인께서 남긴 기록에 따르면 이 상고 유골이 바로 혈주가 걸린 문의 열쇠라고 하던데.
그렇게 강력한 금제로 봉인된 문 뒤에는 어떤 보물이 있을지 기대가 큽니다! 투명한 유골의 색을 보니 주술을 시행한 흔적이 뚜렷하더군요.”
남롱후가 탄식하듯 말했다.
“혈주문 뒤의 보물에 비하면 지금 나눠가진 보물은 티끌에 불과합니다. 이곳에서 멀지 않으니 어서 갑시다.”
로 노인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본 후도 기대가 큽니다. 당시 창곤 상인께서 혈주가 걸린 문 근처에서 유골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쩔 뻔 했습니까. 다만 혈주를 펼치고 겨우 이곳에서 좌화(坐化)하다니 이상한 일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겠지요. 그런 것은 신경 쓸 것 없고, 남롱 형 어서 가보기나 합시다.”
얼마 후 동굴 속에서 튀어나온 두 빛줄기는 거대한 산봉우리를 돌아 어딘가로 날아갔다.
* * *
그때 한립은 왔던 길을 한참 돌아가고 있었다. 이미 백 리는 멀어진 그의 머릿속에서 은월이 물었다.
“주인님, 정말 이대로 가십니까? 분명 그 자들은 뭔가를 숨기고 있었는데요. 유골도 이상했습니다.”
“나도 안다. 기껏해야 숨겨진 보물이 더 있는 것이겠지. 나도 마음이 끌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영촉과가 더 급하다. 귀령문이 벌써 앞서가고 있을 테니 더는 시간을 끌 수 없어.”
한립이 열심히 길을 찾으며 담담히 설명했다.
“하긴 수행을 높여주는 영촉과보다 귀한 보물은 없겠지요. 하지만 갑자기 왜 청잠포를 챙기신 겁니까? 주인님께서 욕심내실 만한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요.”
“두 늙은이들이 눈 뜬 장님이더구나.”
한립이 이번에는 입 꼬리를 끌러 올리며 조소했다.
“예?”
은월이 의아해했지만 한립은 바로 답하지 않고 저물대를 한 손으로 스쳐 청잠사를 꺼냈다.
쫘악!
한립이 두 손에 힘을 주어 청잠포를 뜯어버리자 은월이 놀라 탄성을 내질렀다.
무언가가 청잠포 속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한립이 뜯어진 청잠포를 거두자 손에 얇고 부드러운 무언가만 남았다.
“지도입니다! 아무래도 추마골 지도인 듯합니다.”
은월은 크게 놀랐지만 한립은 그저 지도에 굵게 표시된 어느 지점을 살펴두었다.
은월이 소리치지 않아도 한립은 지도에 표시된 지형이 추마골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부분은 엉성하게 그려져 있었지만 굵은 표시가 되어있는 주변만은 아주 상세했다. 그가 지금 있는 장소와 그리 멀지 않았다.
하지만 한립은 고개를 저으며 지도를 집어넣었다.
숨겨진 지도가 무언가 중대한 비밀을 품고 있다는 것은 알겠으나 지금은 영촉과가 우선이었다. 어차피 들어온 길을 익혀 두었으니 미련이 남는다면 영촉과를 얻고 다시 와도 될 일이었다.
은월도 한립의 생각을 이해했는지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한립이 방금 얻은 옥함을 꺼내고는 등에 메고 있던 죽통을 향해 더없이 공손하게 말했다.
“칠염선을 제련하는데 필요한 재료들 중 상당수가 이미 멸종되었습니다. 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던 선배님이라면 대신할 재료를 아시겠지요? 만일 지금의 수도계에서 통천령보와 비슷한 보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완배가 크게 감복할 것입니다.”
“녀석아, 노부가 바보인 줄 아느냐? 아무리 내가 통천령보에 관심이 많다지만 아무 상관도 없는 너를 대신해 제련법을 연구해 줄 성 싶더냐? 너를 감복시키려고?”
갑자기 바뀐 한립의 말투에 대연 신군이 냉소했다.
“통천령보를 모방한 보물을 제련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요. 선배님과 같은 타고난 천재의 도움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겁니다. 도움을 주셔서 성공만 한다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제가 선배님의 요구를 들어드리지요. 어떠합니까?”
한립이 전혀 화를 내지 않고 평온히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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