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RAW novel - Chapter 473
473화. 협공
남롱후는 서금충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상고기충에게 느껴지는 기운에 놀라 날벌레 떼를 향해 손을 뻗었다.
활활 불타오르는 회백색 화염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악귀의 손이 허공에 나타나 서금충들을 한 마리도 빠짐없이 가두었다.
이어 남롱후가 냉소하며 한립을 계속 추적하려 했다.
그때 기회를 기다리던 백의 여인이 다시 거울을 발동해 오색찬란한 빛줄기로 남롱후를 가두려고 했고 령호 노인도 머리 위를 맴돌던 하얀 고리를 날려 보냈다.
남롱후가 성가셨는지 신형을 반짝이며 빛줄기를 피했다. 빛줄기의 위력은 쓸 만했지만 피하기만하면 별 것 아니었다.
하얀 고리도 상대를 구속하기 위한 보물이었는데 바람처럼 움직이는 남롱후에게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
남롱후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령호 사조와 백의 여인이 공격을 하고 있지만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한립의 벽사신뢰였다. 마음을 정한 그가 다시 한립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보호막 속의 한립도 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가 영수대 중 하나를 스치자 열댓 개의 하얀빛이 뿜어 나와 순식간에 열댓 마리의 꼭두각시로 변했다.
호랑이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꼭두각시들이 남롱후의 길목을 막아서서 두 손을 떨쳤다.
남롱후는 눈앞에 나타난 호랑이 꼭두각시를 보고 놀랐지만 멈추지 않고 그대로 돌파하려했다.
열댓 마리의 꼭두각시들이 하얀 빛을 번뜩이며 움직여 남롱후를 둘러싸자 수십 개의 날카로운 빛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에 남롱후는 그를 할퀴려는 발톱들을 무시하며 두 팔을 떨쳤다. 그러자 주먹 한 쌍이 맹렬하게 꼭두각시 요수의 날카로운 발톱을 향해 날아갔다.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날카로운 빛과 주먹이 거세게 부딪히자 호랑이의 날카로운 발톱은 물론 팔뚝까지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꼭두각시들은 두려움을 모른 채 여전히 발톱을 휘둘렀다. 그 모습을 보고 남롱후는 낮게 웃더니 쉭하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꼭두각시의 포위 범위를 벗어나 두 손으로 팔이 하나 뿐인 호랑이 요수 꼭두각시들의 가슴을 파냈다. 꼭두각시에게 심장은 없지만 이렇게 중상을 입으면 통제를 벗어나 추락할 수밖에 없다.
상대의 강한 주먹은 한립이 정성스럽게 제련한 꼭두각시들도 막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남롱후의 공격은 목표가 따로 있었다.
그의 목표는 한립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꼭두각시들이 포위하기 전에 신형을 반짝이며 한립 앞으로 이동해 주먹을 뻗었다. 보호막 속의 한립은 법력을 끌어올리지 않고 마기로 뒤덮인 상대의 주먹을 관찰했다.
남롱후가 그것을 보고 의혹을 느낀 순간 머리 뒤쪽에서 무수히 많은 폭발음이 들려왔다. 마치 지척에서 무언가 연달아 터지는 소리 같았다.
놀란 남롱후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주먹을 거두고 괴이한 궤적을 그리며 자우로 번뜩였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잔영을 남기다가 어느 순간 종적을 감춰버렸다.
그러자 그가 있던 자리에 무수히 많은 녹색 발톱들이 나타나 허공의 잔영을 갈랐다. 녹색 빛이 반짝이며 온 몸에 털이 난 해골바가지 같은 괴물이 남롱후를 냉랭히 주시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한립이 꼭두각시들이 엄호하는 동안 몰래 소환해낸 천절마시였다.
“강시?”
남롱후는 천절마시를 보더니 의외라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는 동안 나머지 호랑이 꼭두각시들이 순식간에 한립의 곁을 빼곡하게 둘러쌌다.
한립은 그 안에서 두 팔을 벌려 한 손에서는 금빛 뇌전을 튕겼고, 다른 손에서는 보라색 빛이 반짝이며 화염이 소리 없이 불타올랐다. 준비를 마친 한립은 무표정하게 고마의 혼백을 응시했다.
남롱후가 그것을 보고 콧방귀를 뀌었다. 이미 상대가 법력을 회복해 이대로는 무리였다. 게다가 저렇게 많은 벽사신뢰를 끊임없이 방출한다는 것이 꺼려졌다.
그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봉인 전에도 벽사신뢰의 위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벽사신뢰를 내뿜을 수 있는 법보는 무척 귀했고, 그런 법보를 지녔다고 해도 기껏해야 두 번 쓰면 소진되었기에 고마들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그런데 눈앞의 사내는 벽사신뢰가 끊이지 않으니 골치가 아팠다. 더욱 그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은 심상치 않은 보라색 화염이었다.
고마는 상대를 쉽게 이길 수 없자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령호 노인과 백의 여인은 한립과 남롱후가 싸움을 멈추자 불안해졌다.
바로 공격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오색찬란한 빛기둥과 둥근 고리 법보를 남롱후 위쪽에 대기하게 했다. 특히 둥근 고리 법보는 순간적으로 크기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했다.
이때 한쪽에서 폭발소리가 들려왔다. 남롱후가 놀라서 쳐다보니 회백색의 화염이 허공에서 폭발했고 그 안에서 금빛의 영충 무리가 웽웽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화염이 가시자 안에 있던 청록색 발톱도 자취를 감추었다.
남롱후의 안색이 달라졌다. 금색 영충들은 화염에서 벗어나자마자 한립을 향해 날아갔다.
“부리는 신통력이 적지 않구나. 평범한 방법으로 네 원영을 뽑아내려면 어림없겠어. 하지만 그럴수록 널 죽여야 후환이 없겠지. 어차피 임시로 쓰는 몸, 망가져도 상관없다.”
침묵하던 남롱후가 흉악한 빛을 띠며 말했다.
그가 크게 숨을 들이쉬니 검은 마기가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며 각 관절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남롱후의 신형이 순식간에 몇 척은 커졌고, 목과 어깨가 만나는 부위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처럼 울룩불룩해졌다.
한립이 즉시 한 손으로는 금빛 뇌전으로 만든 구렁이를, 다른 손으로는 보라색 불덩이를 뿜어냈다.
그리고 한립이 낮게 무언가를 읊조리자 금빛 서금충들이 그의 머리 위로 날아갔고, 꼭두각시들과 천절마시는 자리를 지키며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했다.
다른 쪽에 있던 령호 노인과 백의 여인도 남롱후가 무언가 엄청난 마공을 펼치려 하자 허공의 보물들을 가리키며 수결을 맺었다. 그러자 오색찬란한 빛기둥이 방향을 틀어 한립이 날린 공격들보다 한 발 앞서 남롱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하얀 빛을 뿜어내는 둥근 고리도 돌연 몸집을 키워 한 장 크기의 거대해진 몸으로 남롱후를 덮쳤다.
그러나 고마의 혼백은 그들의 공격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검은 기운 속에 몸을 숨겼다. 그 결과 검은 기운과 닿은 오색찬란한 빛기둥은 순식간에 사라져 오히려 잡아먹혔다.
이때 한립의 뇌전과 보라색 화염, 그리고 하얀 고리의 공격이 동시에 시작되었고 서금충도 그 뒤를 쫓았다. 모든 공격들이 한립과 령호 노인의 조종을 받아 바짝 그 뒤를 추격했다.
그들의 공격에 검은 기운이 흔들리며 고마의 혼백이 순식간에 튀어나왔지만 이리저리 번뜩이며 움직이는 탓에 궤적을 추격하기 어려웠다.
백의 여인이 그것을 보고 다시 거울 고보를 조종해 빛기둥들을 쏘아 보냈으나 남롱후의 빠른 움직임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쫓고 쫓기는 과정에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의식으로 뇌전과 자라극화를 조종하던 한립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녀석아, 더 이상 숨겨놓은 수가 없다면 얼른 도망가거라. 고마와 인계의 수사는 완전히 다르다. 그들은 전부 잔인하고 전투 경험도 풍부하지. 다른 세계에서 본신의 위력을 전부 보일 수는 없겠지만, 고마가 진지하게 상대하기 시작하면 평범한 수사는 절대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노부의 원영기 꼭두각시 연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네가 벌써 죽는 건 안 된다.”
갑자기 대연 신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한립은 그 말에 대답하기 보다는 양 소매를 털어내 수십 개의 금빛 비검들을 불러냈다.
한립은 순식간에 비검들에 둘러싸였고 백 개가 넘는 금빛들이 나타나 반짝였다.
“가라.”
한립이 수결을 맺으며 낮게 일갈했다.
수많은 검의 빛들이 공명하며 곳곳에서 진동하더니 괴이한 궤적을 그리며 그 자리에서 사라져 한립 앞에서 대경검진을 펼쳤다.
“허, 검진! 아직 안 보여준 수가 더 있었구나. 그럼 노부의 말은 못들은 걸로 하거라. 네가 자신 있어 보이니 이번엔 노부도 구경이나 해봐야겠다.”
대연 신군이 검진을 보고 느긋하게 말했다.
“검진의 위력은 곧 알게 될 겁니다. 만일 고마의 본체가 나타난다면 이것으로 부상을 입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계 수사의 육체는 벗겨낼 수 있겠지요.”
“어린 녀석이 허풍은! 저 고마는 지금까지 마화(魔化)된 육체의 완력으로만 널 상대해왔다. 상고마공의 위력을 직접 보고나 말하거라.”
대연신군이 냉소했다.
“선배님의 말투로 보아 직접 본 적이 있나 봅니다. 그런데 추마골에 들어가 본적이 없다하지 않으셨습니까?”
“흥, 보지 못해도 들은 적은 있다. 당시 추마골에 들어갔던 몇몇 친구들은 실력이 노부 못지않았다. 그런 그들이 협공을 해서 싸웠지만 겨우 한명밖에 살아 나오지 못했다. 그것만 봐도 상고마공의 대단함을 알 수 있지.”
대연 신군이 한립의 물음에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한립이 웃으며 무어라 답하려다가, 검은 기운에서 무언가가 울부짖으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발견했다. 령호 노인과 백의 여인도 상대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안색이 변해 숨을 들이마셨다.
눈앞의 남롱후는 머리는 둘에 팔은 넷 달린 괴물로 변해 있었다. 앞과 뒤로 솟아있는 목은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아 흉악하기 그지없었고, 어깨를 뚫고 나타난 네 개의 팔은 무릎까지 드리우고 있었다.
앞쪽 머리의 얼굴에는 보라색 비늘이 덮여 있었고 작은 뿔이 솟긴 했지만 눈 코 입의 크기로 보았을 때 원래 육체에 붙어 있던 부위 같았다.
하지만 뒤쪽의 머리는 완전히 요괴와 같았다.
뿔이 나고 피부가 비늘로 뒤덮였고 검푸른 얼굴에 길게 튀어나온 송곳니, 새까만 입술과 혀가 마치 독사를 보는 기분이 들게 했다.
더욱 이상한 것은 머리 위에 뽀독한 눈이 은빛을 내뿜으며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령호 노인과 백의 여인은 놀랐지만 그래도 수백 년을 살아온 원영기 수사들이었기에 곧 평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남롱후가 모습을 드러내고 움직이지 않자 약속이라도 한 듯 보물을 이용해 공격에 나섰다.
오색찬란한 빛기둥이 번뜩이고 순식간에 남롱후를 그 안에 가두었다. 령호 노인은 그것을 기회라고 보고 거칠게 그를 덮치려 했다.
그러나 고마의 뒤쪽 머리가 큰 입을 찢으며 입가를 끌어올리며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고리를 잡아챘다.
이에 령호 노인은 깜짝 놀라 법결로 보물이 빠져나오도록 재촉했다. 원반에서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와 위기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네 개의 거대한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마의 뒤쪽 머리가 교활하게 웃으며 입에서 칠흑 같은 새까만 액체를 분사했다. 그러자 반짝이던 고보는 빛이 흩어지며 괴이한 검은색으로 물들어갔다.
“내 명양환(銘陽環)이!”
령호 사조가 크게 놀라 소리쳤다. 둥근 고리의 색깔이 변하자마자 고보와의 연결이 끊겨버린 것이다. 노인의 얼굴이 핏기 없이 창백해졌다.
그때 고마가 고리를 잡고 흔들어대자 환영이 층층이 만들어졌다. 두 개의 머리에 동일하게 만족한 표정이 나타났다.
“안 그래도 쓸 만한 보물이 없었는데. 쓸 만하겠어.”
고마의 앞쪽 머리가 말했다. 동시에 다른 세 개의 손이 몸을 스치니 검은 깃발과 검은 검이 나타났다. 그러나 나머지 한 손은 붉은 맨주먹뿐이었다.
“기껏해야 마화된 너희 수사들의 보물이지만.”
고마의 혼백이 음산하게 웃었다.
한립이 진법을 펼치느라 신경 쓰지 못한 사이 뇌전과 불덩이의 속도가 느려졌다. 그리고 서금충들도 머리 둘에 팔 넷이 된 고마를 보고 두려워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의식이 연결되어 있었기에 한립도 그들의 두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고마가 펼친 쌍두사비의 마공은 범성진편(梵聖眞片)의 도안과 창곤 상인의 동굴 거처에서 보았던 삼두육비(三頭六譬)의 요마 조각상을 떠올리게 했다.
‘이 세 가지가 연관이 있는 걸까? ’
고마가 들고 있는 검은 깃발은 로 노인이 쓰던 고보였고, 검도 상고수사 유적에서 나눠가진 고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의문을 가질 때가 아니었다. 반드시 고마를 꾀어 대경검진으로 이끌어야 했다.
# 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