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RAW novel - Chapter 785
785화. 진령의 비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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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들이 하나씩 낙찰되고 물건들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마지막 두 물건은 영보급 보물이었고 경쟁이 시작되자마자 가격이 치솟아 믿기 어려운 가격에 낙찰되었다.
최하급 영보였지만 연허기 수사들조차 참지 못하고 경쟁에 참여했다. 영보가 하나씩 늘수록 천겁을 치를 때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연허기 수사들은 서늘한 눈빛으로 방관하며 한 번도 가격을 부르지 않았다. 누가 봐도 마지막 보물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불리기는 영보라고 불려도 혼돈만령방에 이름을 올린 진정한 통천령보와는 위력이 천양지차였다.
한립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석실에 조용히 앉아 상황을 지켜보았다. 진귀한 재료들과 공법 서적이 하나씩 빠르게 경매대를 거쳐 팔려나갔다.
하얀 장포 노인의 입에서 진섬영혈(眞蟾靈血)이란 말이 나온 후에야 드디어 그의 표정이 달라졌다.
‘드디어!’
경매에 참여한 목적은 진섬영혈, 바로 벽안진섬의 피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하얀 장포 노인이 시작가로 150만 영석을 불렀을 때는 한립도 입꼬리를 꿈틀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건 지금까지 나왔던 재료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최저가였다. 한립이 주저하고 있을 때 석실 중 하나에서 외친 가격이 그의 마음을 가라앉게 했다.
“영석 300만 개!”
나른한 목소리가 대청 구석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가격을 부르려던 다른 수사들의 목소리가 뚝 끊겼고 모두 놀란 눈빛으로 그곳을 보았다.
안타깝게도 날아다니는 석실 비천옥(飛天屋)에는 특수한 금제가 설치되어 있어 아무도 내부를 볼 수 없었다.
진섬영혈은 진섬액을 제련하는데 필수적인 재료였지만 영석 3백만 개는 대부분 수사들이 생각하던 가격보다 너무 높았다.
일순 대청이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한립은 경매대 위의 진섬영혈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영석 300만 개 정도는 한립의 수중에도 있었다. 문제는 겨우 진섬영혈 하나만 구입하기 위해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그가 대량의 영초를 푼다면 바꿀 수 있는 영석의 수는 무궁무진(無窮無盡)했겠지만 신중한 그의 성격상 단번에 너무 많은 영초를 푸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누군가 그를 눈여겨본다면 후환 역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저렇게 높은 가격을 불렀다는 것은 그도 진섬영혈이 꼭 필요하단 뜻이다. 그와 경쟁하며 가격을 높였다가는 반드시 다른 이들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약간의 진섬영혈이 주어져도 진섬액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 써버리면 그렇게 많은 영약을 제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을 정리한 그는 결국 가격 부르길 포기했다. 그러나 그가 포기했다고 해서 다른 이들도 그러라는 법은 없었다. 잠시 조용해졌던 대청 안은 몇몇이 연달아 가격을 높이기 시작하면서 다시 달아올랐다.
그들은 화신 후기 수사들로 수련 고비를 넘기는데 진섬액이 절실하게 필요한 자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평범한 수사들이 이런 고가의 진섬영혈을 매입할 리 없었다.
잠시 후 몇몇이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진섬영혈은 놀랍게도 영석 4 백만 개라는 기이하게 높은 가격으로 처음 입을 열었던 이에게 돌아갔다.
경매가 끝난 후에도 많은 이들이 수시로 진섬영혈을 낙찰 받은 수사가 있는 비천옥을 힐끔거리며 남몰래 상대의 신분을 짐작해보곤 했다. 물론 실질적인 수확은 아무 것도 없었다.
연이어 나온 몇 가지 재료들은 연허기 수사들이 필요로 하는 단약을 만드는 데 쓰이는 것들로 훨씬 더 진귀한 것이었다. 가격을 부르며 경쟁하는 이들의 수는 줄었지만 높은 가격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중 만년 된 보라색 만황 과실은 거의 천만에 가까운 가격에 낙찰되어 처음 이런 경매에 참가한 수사들을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다.
재료 가격도 이럴 진데 연허기 수사들이 복용하는 단약은 또 얼마나 비쌀 거란 말인가.
짝!
얼마 지나지 않아 재료와 서적 등의 물품이 연달아 낙찰되자 하얀 노인이 손뼉을 쳤고 줄곧 그의 뒤에 서 있던 열 명의 여인이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아래쪽에서 다양한 복장을 한 세 명의 수사가 올라왔다. 푸른 치마를 입은 수수한 복장의 여인, 얼굴빛이 붉은 노인 그리고 우아한 생김새의 중년 문사였다.
그들을 본 대청 안의 무리들이 잠시 술렁였다.
한립은 다른 수사들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그 세 명이 적 노인이 처음에 언급한 시장의 3대 감정사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셋은 수행이 하얀 장포 노인보다 못해 화신 초기에 불과했지만 하나같이 눈빛이 비범했다.
하얀 장포 노인이 무대 위로 올라온 세 수사와 예의바르게 몇 마디를 나누곤 시선을 이곳에 모인 수사들에게 돌렸다.
“이제 이번 경매에서 가장 귀중한 세 가지 보물이 등장할 차례입니다. 진수사와 다른 분들이 하나씩 지니고 계시지요. 첫 번째는 만황 진령 묵기린(墨麒麟)이 떨군 비늘 3개입니다.
이것은 전설의 영단 규수진령단(葵水眞靈丹) 또는 물 속성 영보를 제련하기 위한 최고급 재료이지요. 이런 등급의 재료로 영보를 제련하면 혼돈만령방에 올라갈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또한 규수진령단 한 알이면 화신 초기 수사가 하루아침에 중기의 경지에 이를 수도 있고요. 물론 영보든 규수진령단이든 종사급 존재를 찾아가도 제련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는 않겠지만요.
만일 이 물건을 낙찰 받는 수사가 있고 영보를 제련할 계획이라면 노부가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제련해드릴 마음이 있습니다. 하하, 노부의 사심이 들어간 제안이었습니다.”
하얀 장포의 적 수사는 미소를 머금고 설명한 후 조용히 뒤쪽으로 물러났다.
비천옥 속 수사들은 ‘묵기린의 비늘’이란 소리에 거칠게 숨을 들이키며 무대 위의 감정사들을 내려다보았다.
몇몇 재물이 풍부하고 마지막 세 가지 보물만을 기다리던 수사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이 다음에 나올 물건들이 무엇이든 간에 묵기린의 진령 비늘은 모든 것을 걸어 볼만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규수진령단을 만들 생각이지 영보를 제련하려는 이들은 1할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1할의 수사들은 거의 대부분 물 속성 공법을 익히는 수사들일 것이다.
한립도 규수진령단이란 이름에 가슴이 떨려왔다.
하루아침에 다음 경지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역천의 효력을 지닌 영단은 그가 자나 깨나 간절히 바라왔던 물건이었다.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순식간에 그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묵기린의 비늘 세 개를 낙찰받기로 결심했다. 이것이야말로 위험을 감수할 만한 보물이었다.
그때 3대 감정사 중 중년 부인이 앞으로 나서 한 손으로 저물탁을 스쳤고, 한 척 길이의 반짝이는 옥함을 꺼내들었다. 표면에 주술 문자가 은은하게 반짝이며 하얀 광채를 내뿜는 것이 한눈에 보기에도 귀한 물건이었다. 여인은 설명 없이 손가락으로 옥함을 가리켰다.
텅.
옥함의 뚜껑이 스스로 날아가고 쉭! 하며 세 개의 검은 빛줄기가 빠져나와 높이 치솟으려 했다. 그러나 중년 부인도 미리 예상하고 있었는지 한 손으로 가볍게 허공을 쥐었다.
동시에 무형의 기운이 세 개의 검은빛을 가두어 아래쪽으로 끌었다.
세 개의 검은빛은 무형의 기운 안에서 선회하며 요란하게 반짝이다 주먹 크기의 검푸른 비늘로 변해 여인의 손에 끌려왔다.
중년 부인은 그중 두 개는 옥함에 넣고 나머지 비늘 한 개를 대중에게 선보였다.
“다들 아시겠지만 묵기린은 천생 물 속성 진령이라 비늘도 최상급의 물 속성 재료입니다. 물 속성 공법을 수련하는 수사에게 최적이겠지요. 이런 비늘이 진품인지 판별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비늘이 비록 떨어져 나왔어도 함유한 물 속성 영력이 엄청나서 제련할 필요도 없이 그 자체로 최상급 물 속성 이보와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중년 부인은 여기까지 말하고 비늘에 영력을 주입해 허공을 향해 흔들었다. 그러자 남색 영기의 빛이 퍼지며 비늘 표면에 남색의 연꽃이 피어나 세공한 금광석처럼 현란하고 아름답게 반짝였다.
그녀가 법결을 북돋자 연꽃이 짙은 남색의 광채 속에서 빙글빙글 돌며 머리통만 하게 커져갔다. 꽃잎이 팔랑거릴 때마다 남색 알갱이가 도처로 흩날렸고 농염한 물 속성 영기가 대청 전체에서 느껴졌다.
비천옥에 앉은 한립이 눈을 반짝이며 손을 뻗어 남색 빛 알갱이를 잡았다. 두 눈을 감으니 손끝의 희미한 청량감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눈을 뜬 그는 아주 흡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립뿐 아니라 다른 수사들도 남색 빛 알갱이가 함유한 정순한 영력을 느끼고 비늘의 진위 여부를 7, 8할 정도 믿게 되었다.
그때 중년 부인이 손목을 털어냈고 비늘에 피어난 남색 연꽃이 스스로 흩어져 사라졌다. 대청을 가득 메우던 남색 알갱이도 마찬가지였다.
“천지간에 진령급 존재가 여럿이고 기린의 비늘의 강도가 진룡 등 최상의 진령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또한 몸에서 떨어져 나오면 강도가 훨씬 떨어지지요. 하지만 일반적인 공격으로 이것을 훼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합니다.”
그녀가 비늘을 허공으로 띄웠다.
검은빛이 윙하고 날아올라 꼼짝하지 않을 때 여인의 손에서 금빛이 반짝이며 한 척 길이의 강렬한 금빛 도끼가 나타났다. 여인의 얼굴이 가라앉은 순간 금빛 도끼는 몸을 부르르 떨며 비늘을 향해 쇄도했다.
탱!
굉음과 함께 비늘 표면의 검은빛이 반짝였을 뿐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예리하게 빛나던 도끼만이 튕겨 나갔을 뿐이다. 중년 여인은 도끼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중얼중얼 무언가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푸른 불기둥이 비늘 아래 허공에 서 치솟았다.
“삼색청겁화(三色靑劫火)!”
몇몇 수사들이 놀라 중얼거렸고 적잖은 이들은 부러운 내색을 했다.
그러나 여인의 화염이 스친 후에도 허공의 비늘은 여전히 옅은 푸른빛을 머금고 있었다. 이어 뇌격, 얼음 봉인 등 다양한 속성의 공격이 이어졌으나 아무리 매서운 공격도 비늘에는 통하지 않았다.
부인은 마도 보물로 방출한 핏빛 안개에도 비늘이 부식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소개를 마쳤다. 그녀는 다시 묵기린을 옥함에 넣고 부적으로 봉인한 다음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때 하얀 장포 노인이 다시 무대 앞으로 나서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진령 묵기린의 비늘! 최저가 영석 1,500만에서 시작합니다. 백만 단위로 가격을 높일 수 있습니다.”
“1,700만!”
“1,800만 개!”
“영석 2,000만 개!”
묵기린 비늘의 가격은 시작하자마자 무섭게 올라갔고 보물을 노리던 수사 중 대다수가 안색이 달라져 포기했다. 한립은 표정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의외라는 기색이 스쳤다.
‘이렇게 자산이 넘쳐나는 수사들이 많아서야.’
그러나 그는 무턱대고 가격을 부르지 않고 냉랭히 무대 위 진법 속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주시했다.
천만 단위의 영석도 진령 비늘 세 개 앞에서는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했다. 누가 하루아침에 경지를 높일 수 있다는데 마다하겠는가!
화신기에 이르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기가 극히 어려워져 대부분 화신기 수사들이 초기의 경지에서 일생을 보냈다. 그것이 대청 안 수사들이 주저 없이 가격을 올리는 이유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은 온다. 경매가가 2 천 5백만 영석을 넘어선 지금, 이제 입을 여는 수사들의 수는 겨우 3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중 하나는 일전에 진섬영혈을 사들인 수사로 여전히 나른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나머지는 노쇠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와 듣기 좋은 맑은 목소리로 노인과 젊은 여인인 듯했다.
셋이 연달아 백만 씩 가격을 올리다 보니 별안간 숫자가 3천만 가까이 되었다.
그때 나른한 목소리의 주인이 정말 ‘3천만’을 불렀고 여인과 노인의 목소리가 멎었다.
보아하니 여기까지가 그들이 제시할 수 있는 한계인 듯했다. 수사들의 시선이 무대 위로 향했다.
거대한 진법 속 숫자가 완전히 황금색으로 변하면 보물은 그 가격에 낙찰된 것이다.
“3천 백 만.”
차분한 목소리가 돌연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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