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RAW novel - Chapter 90
90화. 중심구역의 비밀
물론 산속에 농무만 있다거나 그곳을 배회하는 요수들만 있다면 자신감 있는 정예제자들이 그래도 도전을 했을지 몰랐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함께 있다면 어느 제자가 먼저 나서서 영초를 채집하러 들어가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산에 오르는 일은 절대 불가능했다. 그래서 예전에 금지에 들어오던 제자들은 모두 중심부 외부에서 영초를 찾았을 뿐 산속에 들어가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이런 일이 계속되자 또 어느 엄월종 수사 한 분이 고생 끝에 월양보주(月陽寶珠)라는 법기를 만들어냈다.
이 법기는 공격도 방어도 할 수 없었고 그저 기이한 광을 방출해 농무가 독안개 같은 것을 몰아냈다.
바로 이 원행을 위해 특별 제작된 것이다. 역시 이 법기가 생긴 엄월종 제자들은 바로 금지 원행에서 빛을 발했다.
그들은 다른 문파의 제자들을 따돌리고 법기를 이용해 농무를 제거한 후 엄청난 수확을 안고 돌아왔다.
이 수확으로 당시 엄월종은 대량의 축기단을 만들어 제자들에게 뿌렸고 이 일로 문파의 실력이 일약 뛰어올라 월국 최고 수선문파의 지위를 굳혔던 것이다.
그러나 옛 사람들의 말이 이 세상에 바람이 통하지 않는 벽은 없었다.
엄월종이 월양보주를 가지고 금지원행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엄월종의 독식을 막으려는 나머지 육대 문파가 쳐들어왔다.
중론이 좋아지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월양보주를 내놓은 엄월종은 다른 여섯 개 문파와 한참을 논의하고 가격을 따진 끝에 결국 그 법기를 공동의 소유로 자진납부 했다.
그 후 이 법기는 칠대선파가 돌아가며 보관했고 원행이 끝나면 월양보주를 보관하던 문파는 다른 문파에게 그것을 넘기게 되어있었다.
누가 법기를 지니든 일단 금지에 들면 그 문파는 다른 제자들의 감시 하에 미리 정해진 시간에 그것을 사용해야 했다.
절대 고의로 먼저 사용하거나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됐다. 이렇게 하면 제시간에 중심지에 모인 제자들이 동시에 진입할 수 있는 매우 공평한 방법이었다.
이런 일이 성립한 것은 겉보기에는 엄월종이 엄청난 손해를 보고 오랫동안 금지 영초를 독식할 기회를 놓친 것 같겠지만 사실 이 법기로 인해 멸문지화를 당할 화를 피하고 천천히 세력을 키울 시간을 번 것이라 볼 수 있었다.
오늘 날 엄월종은 이미 칠대선파 중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세력은 정말 헤아릴 수 없어서 각 문파가 둘씩 연합하지 않고는 엄월종과 대립할 수 없는 정도였다. 그리고 한립이 전혀 조급해 않고 눈앞의 추한과 줄곧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칠대선파는 금지 진입 전 이미 농무를 구축하는 시간을 삼일 째 아침으로 정해 놓았던 것이다.
한립이 휴식도 충분히 취하지 않고 급히 왔던 것은 오는 길에 어떤 장애물에 부딪쳐 시간을 지체할까 염려해서였다.
이제 이미 중심부 안이니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저 두 번째 구역으로가 농무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면 그 뿐이었다.
금지 중심부의 삼 구역은 더욱 신비했다.
환형 산맥 정상에 오르면 똑똑히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제 이 구역이 감싸는 안에 거대한 높이의 보탑(寶塔)이 우뚝 솟아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를 엄청난 면적의 녹색 밀림이 촘촘히 둘러싸 물 셀 틈 없이 막고 있었는데 여기가 바로 금지의 핵심지역이었다.
칠대선파의 고인들은 제자의 묘사를 듣고는 바로 그곳이 금지 주인의 주거공간임을 알아챘다. 그리고 보탑 안에 있을 특수한 물건들을 탐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구역과 삼 구역의 접경지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대한 금제가 아직도 남아있어 그곳에 진입하려는 제자들의 움직임을 막아섰다.
이 금제는 고작 연기기에 이른 제자들은 감당할 수가 없었고 또 축기기 이상인 제자는 금지 자체에 진입하지 못 했으니 그저 이렇게 보탑 안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내왔던 것이다.
한립은 이 삼 구역 보탑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이 구역에서 충분한 영초를 찾아 몸을 뺄 수 만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한립은 눈앞의 못생긴 사내와 장장 일 각을 더 보낸 후에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바로 한쪽의 수목들 사이로 종적을 감춰버렸는데. 떠나기 직전 고개를 돌려보니 종오란 자는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떠날 생각을 않고 있었다.
‘보아하니 고수란 자들이 잡어를 솎아내는 일이 아직 끝나지 않은 듯 하구나. 다른 세 개의 문에도 그 같은 자가 지키고 있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그는 동문에서 먼 어느 구석을 뒤지고 있었다. 그는 하늘을 향해 높게 자란 큰 나무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나무 속 굴을 하나 발견하곤 크게 기뻐했다. 그는 몸을 집어넣고 굴밖에 방어를 위한 사소한 대비를 한 후 곧장 잠에 빠져들었다.
푹 쉬고 내일 환형 산맥의 운무가 개방될 때 일어날 계획이었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일단은 몸 상태를 최고로 만들어 놓는 것이 상책이었던 것이다.
내일 환형산을 앞에 두고 운무가 걷히길 기다리는 제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그 한 명 한 명이 봉악보다 상대하기 쉬울 리야 없었다. 정말 꿀잠에 빠진 한립은 이튿날 동이 틀 무렵에야 서서히 깨어났다. 금지 원행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시작된 것이다.
* * *
깨어난 후 한립은 바로 굴에서 나가지 않고 가부좌를 틀었다.
‘영력은 금지에 들어오기 전과 같은 최적의 상태야. 다리가 저리고 몸이 쑤시던 것도 없어졌어. 체력도 완전히 회복되었다.’
몸 상태를 살핀 그는 꽤나 흡족했다. 그제야 몸을 일으킨 한립은 저물대 안의 법기를 살피며 마지막 준비를 시작했다.
구레나룻과 그 일당의 몸에서 가져온 저물대들을 살펴볼 시간이 없어 이제까지 가지고만 다녔던 것이다. 이제 그것들을 살펴 쓸만 한 것이 있나 꼼꼼하게 확인해볼 시간이었다.
얼마 후 구레나룻 일당의 저물대는 물론이고 그들이 빼앗아 놓은 저물대에도 쓸만 한 것이 보이지 않아 한립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총 다섯 개의 저물대에서 스물세 개의 법기가 나왔는데, 하품 법기 다섯 개, 중품 법기 일곱 개, 상품 법기 하나였다. 그나마 하나에선 하품 법기 두 개와 중품 법기만 나와 상품 법기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정말 실망스럽기도 했고 어안이 벙벙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보통제자와 정예제자는 그 신세가 천지차이였다.
이렇게 많은 저물대 속에서 최상급 법기가 하나도 안 나오다니 역시 그날 구레나룻이 토뢰술에 갇힌 후 별다른 법술을 펼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다 두 눈을 멀쩡히 뜬 채 자신의 금광전에 압사당하지 않았던가!
수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던 백의여인과 봉악의 최상급 법기들을 떠올리자 보통 제자들의 초라한 신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니 다른 이들이 자신의 공법만 보고는 그의 실력이 뛰어날 거란 생각을 못하는 것이었다.
보통 제자들은 보통 법기가 부족하니 엄청난 법기로 그 실력을 메울 거란 고려는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다.
수십 개의 상품 법기를 주어 그들을 독려하고 승산을 심어주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사실 한립의 이런 추측들이 아주 정확하지는 않았다.
각 문파가 보낸 정예제자들 중 대부분도 최상급 법기는 극히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이었다.
백의여인처럼 잡다한 보물을 잔뜩 들고 다니는 이는 정예 제자 중에서도 정말 드물었고 대다수의 최상급 법기 보유자는 대단한 집안 자제인 경우가 많았다. 보통 정예제자들은 그들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처럼 이미 최상급 법기 만해도 세, 네 개를 들고 다니는 이는 정예 제자들이라 해도 부러워할 것이다.
어쨌든 결단기에 이르기 전 부보를 제외하고는 대결에서 최상급 법기만큼 의지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이런 최상급 법기가 생기면 자신의 실력이 한층 상승하는 효과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황풍곡에 머물면서도 다른 사형제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다. 그러니 수도계 사정을 안다고 해도 이렇게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그는 이미 무의식 중에 모든 정예 제자들은 이런 최상급 법기 더미를 지고 다닌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착각은 당연했다.
육가와의 대전 이후 그가 만난 모든 거의 적들이 최상급 법기를 보유하고 있었으니 한립이 최상급 법기가 그리 희소하지 않다는 오해를 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하품이나 중품 법기는 자연히 밀어두고 상품 법기들을 한 번씩 사용해 본 후, 최후로 위력이 가장 강하고 실용적인 법기 세 가지를 골라 준비했다. 한립의 마음에 든 법기들은 푸른 옥으로 만든 비도, 금색 방울 그리고 비취색 병이었다.
비도나 금방운은 단순한 공격성 법기라 무어라 따로 할 이야기가 없었지만 비취색 병은 보기 드문 보조성 법기였다.
병에서 초록빛의 독무가 나와 적을 감싸면 그를 중독 시켜 죽일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효과가 좋은 듯 하지만 사실은 계륵과 같은 법기라고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오행 방어술법은 모두 이런 독무를 막을 수 있어 수도자를 중독 시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런 녹색의 진한 독무는 잠시 동안 상대의 시야를 방해해 적을 성가시게 할 수 있었다. 이런 점이 아니라면 한립이 어찌 이 법기를 선택했겠는가!
일체의 준비를 마치고 한립이 나무 굴속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 방향을 정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농무가 걷히더라도 산맥에서 날아 움직이는 것은 안 될 말이었다. 무수히 많은 날짐승과 요괴들에게 발각되어 죽기 십상이었다.
게다가 지난 여러 해의 경험을 통해 이미 환형산으로 안전하게 진입하는 작은 길이 몇 개 개발되었으니 그중 가장 가까운 길을 골라 가면 그만이었다.
통로의 입구는 그리 멀지 않아 잠시 뒤 한립은 자료에 명시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커다란 나무 뒤에 숨어 하늘을 가득 메운 엄청난 규모의 농무를 보고 한립은 깜짝 놀랐다.
끝없이 펼쳐진 하얀 운무는 태양조차 뒤덮었다. 환형산의 입구를 찾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운무 내의 짧은 거리까지도 보기 어려웠다.
‘이러니 월양보주가 없을 땐 아무도 접근을 못하지.’
이런 짙은 운무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요수들이 달려든다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살이 떨렸다.
이렇게 운무가 짙은 것으로 보아 법보를 맡은 천궐보 제자들이 아직 운무구축을 시작하지 않은 듯 했다. 그는 나무 뒤에서 묵묵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한립이 숨어있는 곳은 온갖 잡다한 야생 수목들과 풀들이 빼곡해서 열댓 명이 숨어있을 수도 있을 만했다.
비록 아무리 둘러보아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분명 다른 이들도 이곳저곳에 숨어 있을 것이다. 어쨌든 환형 산맥으로 갈 수 있는 길은 여기를 포함에 몇 곳뿐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지금은 산에 진입하는 일이 급해 아무도 자신을 신경 쓰지 않고 있을 터였다.
시간이 일 각 또 일 각이 지나갔다.
삼, 사 시진을 연이어 기다리는데 서남쪽 방향에서 놀랄만한 영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이어 하늘을 찌르는 듯한 하얀 빛의 기둥이 치솟아 운무의 바다 위 하늘 높이에 거대한 광구를 형성했다.
이미 광구가 형성 되었음에도 빛의 기둥은 여기에서 그만 둘 생각이 없는지 끊임없이 엄청난 기운을 불어넣었다. 광구는 시간이 갈수록 몸집을 키우며 눈부신 빛을 뿜어냈는데 결국엔 마치 태양처럼 변해 감히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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