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RAW novel - Chapter 98
98화. 관전
잠시 후, 거대한 조류가 낼법한 울림이 퍼지며 바로 요수의 머리 위에서 고리가 등장했다.
요수가 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바로 주작환이 크기를 줄여나갔고 순식간에 교룡의 몸을 조이며 열을 발하기 시작했다.
“서둘러라! 교룡을 오래 묶어둘 순 없어!”
주작환이 단단하게 교룡을 옭아매고 있긴 했으나 소녀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엄월종 제자들이야 검은 이무기가 어째서 검은 교룡으로 변해 나타났는지는 몰랐으나 미리 준비해 놓은 법술을 시전하는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었다.
“쳐라!”
비교적 나이가 있는 백의 여인의 명령 하에 붉은 기운과 푸른 기운이 합해진 열댓 개의 빛줄기가 놀랄만한 소리를 내며 꼼짝도 못하는 교룡에세 떨어졌다.
‘콰콰광’
연이어 굉음이 울리더니 빛줄기가 요수의 몸에 닿기 직전 그 희미한 검은 안개에 부딪쳐 전부 터져나가 버렸다.
“계속 공격한다! 교룡의 보호막도 그리 오래 견딜 순 없다!”
재빨리 명을 내는 소녀는 주작환의 법술을 강화해 고리에서 뿜어 나오는 화염을 한층 맹렬하게 만들었다.
명령이 떨어지자 엄월종 제자들은 끊임없이 홍남색 빛줄기를 공중으로 쏘아 보냈다. 비록 교룡의 보호막은 뚫지 못했으나 요수가 발광을 하며 꿈틀거리는 것이 죽기 살기로 주작환의 구속에서 빠져 나오려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소녀가 전력을 다해 금제를 가하니 고리는 꿈쩍도 않고 교룡을 옭아매 단단히 그것을 조여 들고 있었다.
이미 한립은 혼비백산이었다. 저 수도자들이 무리를 지어 뿜어내는 빛줄기도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는데 법보가 강력한 요수를 상대하는 모습은 정말 놀라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어찌할 지는 명확했다. 요수가 저들을 죽이든 아니면 엄월종 제자들이 요수를 잡든 자신은 모든 일이 끝난 후 조용히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돌연 교룡에게서 거대한 울림이 전해지며 요수가 고통속에 괴로워 하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립은 다시 시선을 교룡에게로 고정시켰다.
이제 검은 안개는 온 데 간 데 없어졌고 매끈한 검은 비닐로 갑옷 삼은 몸이 노출되었는데 이미 핏빛이 선명한 것을 보니 엄월종 제자들의 빛줄기에 당한 것 같았다. 교룡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엄월종 쪽이 우세한 건가? ’
“이런, 조심해라! 나도 더 이상 교룡을 묶어둘 수가 없어!”
한립이 엄월종이 승기를 잡았다 여기자 곧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누가 이길지는 아직 결정 나지 않은 것 같았다!
소녀의 말에 엄월종 제자들이 굳었다. 지난 이틀간의 경험에 따르면 사조가 나서서 요수를 가두면 절대 금제의 법술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교룡은 금제에서 빠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에 놀라기야 했으나 사조의 경고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긴장하자 손에서 분출하는 홍남색 빛줄기의 기세도 덩달아 올라갔다.
순식간에 교룡의 몸에 열 댓 개의 상처가 생겨났고 선홍색 핏줄기가 흘러 습지 한 쪽을 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러자 더욱 분노한 교룡이 입을 벌려 처절한 비명을 질러대자 지하세계가 울리며 듣는 이를 울렁이게 만들었다.
‘촤르르릇’
기괴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고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든 모두의 안색이 변했다. 고리 법보는 여전히 공중에 떠있었으나 그 안에 갇혀 있어야 할 교룡이 사라진 것이다!
찢어진 검은 껍질만이 고리에 묶여 휘날리는 것을 보니 놀랍게도 요수가 껍질을 벗고 달아난 것이었다.
제자들뿐 아니라 소녀의 안색도 어두워지며 꽤나 당황하고 있었다. 그녀가 소리쳐 조심하라 이른 것은 이런 상황을 예측해서가 아니었다.
교룡의 힘이 워낙 강해 자신의 주작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요수 역시 고리의 힘이 점차 약해지는 것을 눈치 챘을 텐데 어째서 원기를 소모하며 저런 짓을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설마!’
안 좋은 예감에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 졌다. 서둘러 교룡의 종적을 찾으며 제발 자신의 추측이 틀렸기만을 바랐다.
“저쪽입니다!”
예리한 안광의 엄월종 제자 하나가 고함과 함께 이 지하 세계의 정상부에서 쉼 없이 꿈틀거리는 요수를 발견했다. 이때의 교룡은 완전히 달라져 새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까만 피부는 눈처럼 하얗게 변했고 몸집 역시 대 여섯 장 정도로 커져 있었다. 상처를 입은 몸통은 은은하게 흔적만 남아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가장 놀라운 점은 삼각형의 머리 위에 검은 뿔이 솟아나 은은한 빛을 흩뿌리고 있다는 것과 배에는 하얀 발톱이 자라나 예리하다는 사실이었다.
교룡이 눈앞에서 용이 되어 나타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전설 속의 용의 모습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엄월종 제자들이 정말 환골탈태한 교룡에게 놀라 혼이 빠져나가려 했으나 그래도 자신들을 이끄는 소녀의 명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미 안색이 파랗게 질린 그들에게 다시 놀랄만한 명령이 떨어졌다.
“모두 당장 이곳에서 도망친다! 교룡이 껍질을 벗고 축기기 중계 수사급이 되었어! 우리가 힘을 모아도 상대가 될 수 없으니, 내가 잠시 막아내는 동안 모두 후퇴한다!”
소녀가 침중한 얼굴로 말을 끝내곤 당장 주작환을 불러들여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남녀 제자들이 듣고는 순간 머뭇거렸다. 아무리 요수가 껍질을 한 번 벗었다 한들 어찌 순식간에 법력이 늘어난단 말인가?
백색의 용이 돌연 몸을 굽혀 번개처럼 엄월종 제자들이 있는 상공에 도착했다. 용의 입이 벌어지자 자색의 액체가 금방이라도 뿜어져 나올 기세였다.
“어서 피하거라! 맞서지 마라!”
소녀가 조급히 소리치며 주작환을 수십 배로 키웠다. 민첩한 제자들은 서둘러 몸을 돌려 석회암 통로로 뛰어 들었고 일부는 몸집을 키운 주작환의 비호 아래로 숨어들었다.
그런데 남아있던 대여섯 명의 제자들이 법기의 힘을 믿고는 빛나는 법술을 펼치며 자색의 액체에 맞서려 하고 있었다!
“저 멍청이들!”
자신의 명을 듣지 않은 제자들을 보고는 소녀의 얼굴이 창백해져 노기를 띠었다.
그러나 그녀도 법력의 한계가 걸려있어 법보의 범위를 더 넓힐 재간이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저들이 자멸하는 꼴을 지켜보아야만 할 듯했다.
역시 소녀의 말대로 고리형 법보의 방어를 벗어난 자색의 액체는 여전히 엄청난 기세로 나머지 제자들에게 쏟아졌다. 그들이 들고 있는 법기는 모두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었으나 자색 액체와 충돌하는 순간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다.
그리고 엄월종 제자들의 비명이 들렸을 때는 그들도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들이 서있던 곳에 자색 액체가 차오른 구덩이가 파여 남은 이들의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었다.
엄월종 제자들이 죽어나가자 요수는 흉포한 기세를 누그러트렸다. 그 흉흉한 입을 다물며 예의 차가운 시선으로 소녀를 내려다보는 것이 그녀만이 자신의 적수가 됨을 알고 있는 듯 했다.
“도망가지 않고 멍청이 서서 뭐 하는 게냐? 방금 용이 되었으니 단액(丹液) 역시 얼마 없을 터! 함부로 내뿜지는 못할 것이다!”
용이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는 눈초리에도 소녀는 차가운 얼굴로 명령을 내렸다.
“감히 어린 뱀 따위가 내 앞에서 오만방자 하구나. 내 본신의 법력만 유지하고 있었다면 벌써 널 두 동강 냈을 것이야!”
사라져 버린 제자들의 흔적과 열을 받은 소녀의 중얼거림에 나머지 제자들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석회암 통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그곳을 벗어났다. 그들의 등 뒤로 요수의 울부짖음과 여인의 목소리만이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제자들은 허둥지둥 계단을 밟아 올라가면서도 두려움에 떨었다.
사조가 분명히 ‘잠시’ 막아내는 동안이라 한 것을 두 귀로 똑똑히 들었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다 아까 교룡에게 따라 잡히면 모두 단숨에 잡아먹히거나 아까 본 자색 액체에 녹아 죽을 것이 아닌가!
이때 소녀는 공중을 날아다니며 흑룡과 겨루고 있었다. 주작환 법보는 그녀의 부림 아래 끊임없이 흑룡을 괴롭혔고 신법이 극히 뛰어난 소녀의 움직임에 요수도 어찌하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 숨겨둔 한 수가 있어 보였지만 한 손으로 주작환을 조종하며 나머지 한 손은 붉은색 영석에 얹어 법력을 회복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잠시 후 이쯤이면 되었다 싶었는지 영석을 저물대로 넣고는 금빛이 반짝이는 부적을 쥐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요수의 주의가 주작환에 분산된 틈을 타 손을 휘둘러 금빛으로 변한 부적을 쏘아 보냈다.
금빛이 요수의 몸에 닿기 직전 무수히 많은 선으로 흑룡의 몸뚱이를 삽시간에 결박해버렸다. 꼼짝도 못하게 된 흑룡이 분노에 찬 울음을 내뱉었다.
소녀가 그런 흑룡을 비웃더니 다시 아련한 눈빛으로 정자에 떠있는 금색 궤짝을 보고는 통로로 몸을 이동했다.
아까웠지만 겨우 중급 중계 부적으로 저 짐승을 오래 묶어 둘 수 없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최대한 신속히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상책이었다. 저 궤짝 속의 보물은 다시 빼앗을 방법이 있을 터였다.
통로에 다다라 막 석회암에 발을 올리려는데 천둥 번개가 내려치는 듯한 굉음이 통로에서 전해 내려왔다.
눈부신 푸른빛이 통로를 따라 밀려 내려오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석회암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맞붙으며 통로가 틈 하나 없이 막혀버렸다.
이 모습에 소녀도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신음을 흘렸다.
“소오행수미금법(小五行須彌禁法)…….”
새하얗게 질린 얼굴에서 앞서 보였던 자신감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그녀의 등 뒤로 금빛 선에 칭칭 감겨 있던 흑룡 역시 자신을 구속하는 것들을 끊어내며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기세였다. 몸을 돌려 이 광경을 바라보는 소녀도 정신이 없어 보였다.
통로 밖 석전의 대청에서 십 여 명의 엄월종 제자들이 모두 백의 여인 하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사막에서 자신을 엄월쌍교 중 하나라 칭하던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변해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전혀 모르겠단 표정이었다.
“조 사매, 이게 무슨 짓이야! 사매가 부적을 통로로 던져 넣어 통로가 막혀버렸어! 설마 남궁 사조님을 모해하려는 작정인 거야!”
황당한 기색이 가득한 엄월종 제자들이 연달아 그녀를 추궁했다.
지금 상황은 장난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저 부적 때문에 사조가 살아나오지 못한 다면 참혹한 결과가 그들을 기다릴 것이다.
법력을 폐하고 사문에서 쫓겨나는 것은 당연했고 까딱하다가는 산 채로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결단기 수사 한 명을 잃는다는 것이 사문에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더없이 긴장하고 있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중급 하계 소오행부(小五行符)를 붙여놨다가 저 괴물이 쫓아 올라오면 발동하려 했다고요!”
백의여인도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사조가 저기에 갇혀 나오지 못할 경우를 생각하니 온 몸의 피가 싸늘히 식어가는 느낌이었다.
“헛소리들 그만 하거라! 어서 통로를 개방해 남궁 사조님을 구해야 한다!”
그들 중 연배가 있어 보이는 남제자 하나가 소리쳤다. 그 목소리에 엄월종 제자들이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모두가 서둘러 다채로운 법기를 꺼내 들고는 통로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몇 시진 후 아래의 지하에서 소녀는 눈을 부릅뜨고 갑자기 나타난 청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한 손에는 금빛 칼날 일곱 개를 다른 손에는 흑색의 방패를 들고 그녀 앞에서 흑룡의 분출물을 막아내고 있었다.
놀랍게도 며칠 전 본 황풍곡 꼬마가 흑룡과의 오랜 실랑이로 법력을 소진해 버린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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