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ward Walker Canceller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어떻게 마나를 늘리지?’
고민은 점점 깊어가고 있는 상태다. 만약 현실에서도 마나탈진을 일으킬 수 있다면 걱정거리가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마나탈진이 일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지금 2테라에서 0테라까지 소모해도 전혀 늘지 않고 있으니까. 만약 된다면 벌써 내 마나는 10테라 가깝게 늘었을 것이다.
“뭐, 할 수 없지. 일단은 자살 노가다부터 해야겠다.”
한숨 쉬며 부엌으로 들어가 식칼을 꺼내온다. 이런 미친 짓은 가급적. 정말 가급적 하고 싶지 않았지만 몇 번 정도로 한정 된다면 못 할 것도 아니다.
“아우….. 정말이지.”
식칼을 들고 호흡을 고른다. 그리고 숙련된(?)자세로 심장에 겨눈다.
“하나 둘-!”
타앙! 땡그렁!
칼로 심장을 찌르는 순간 강한 반발과 함께 식칼의 손잡이가 손에서 미끄러진다. 예리하게 갈아놓은 식칼은 손가락을 드드득 긁으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우왁!?”
자살에 실패한 난 기겁해서 내 손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내 손은 물론 가슴에도 상처 하나 없다.
나는 황당해 하며 식칼을 살펴보았다. 새로 산 식칼을 날까지 잘 갈아놓았기 때문에 대충 긁어도 어지간한 육류도 서걱서걱 잘려나갈 정도로 예리한 식칼. 그러나 슬쩍 가슴을 찔러보니.
끼끽!
무슨 철판 긁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칼이 피부를 긁고 내려간다. 어이없게도 피부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다.
“이게…….뭐야? 칼이 안 박혀?”
어이없게도 몇 번 더 칼질을 해 봐도 상처가 나지 않는다. 피부를 만져보면 그냥 부드러운 피부일 뿐인데 정도 이상의 타격을 주려고 하면 막히는 것이다. 심지어 강하게 꼬집어도 어느 순간 통이 멈춘다.
“설마 이건.”
순간 가설이 떠오르는 걸 느낀다. 아니 가설이 아니라 사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설마 이렇게 진행될지 몰랐다고나 할까.
최대마력이 2테라에 불과해 10여초 만에 풀려야 하는 현현(顯顯)이 5분이나 유지되는 건 집마력 2000%상승 버프 때문이다. 바꿔 말해 이것은 현실의 내 몸을 가지고 있어도 버프가 적용된다는 뜻.
그리고 현재 내 버프는 이렇다.
물리계열&무속성 주문의 위력 300%상승.
암흑속성의 적에게 100%추가 데미지.
집마력 1000%상승. 항마력&체력회복력&재생력 500% 상승.
물리면역. 무속성 면역. 신성계열 면역.
에너지 공격 내성. 전 속성 저항.
보조스킬들 마나 소모량 90%감소
“그렇군. 그랬어. 하지만 물리면역이라니…….”
내 몸에 칼이 안 박히는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그야말로 기가 막힌 일이다. 바꿔 말해 지금의 나에게는 총알도 안 박힌다는 뜻이 아닌가? 과연 이 물리 면역이라는 것이 게임에서처럼 다른 속성이 아니면 절대 뚫리지 않는 절대적인 보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 해도 난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존재인 것이다.
“쉽게 말해 지금 내 상태는 알렌의 신전의 아바타와 비슷하다는 말이군.”
그리고 그렇다면 이건 엄청난 일이다. 이런 조건별 버프까지 유지된다는 건 스킬마저 사용하다는 뜻이 아닌가?
나는 재빨리 스펠 플레인(Speel plane)을 열었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는데 파직. 하고 스펠 플레인이 캔슬된다.
“헉?”
뜻밖의 텍스트에 당황했지만 차분히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일이다. 2테라의 마나를 가지고 뭘 할 수 있겠는가? 스펠 플레인 자체를 열수 없을 지경이니 거기에서 추가적인 마력이 더 소모되는 마법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일단 내가 쓸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알아야겠다.”
일단 패시브 스킬들을 살펴본다. 기본 성행위 스킬에 들어있는 회복스킬로 ‘체력과 마력 모두가 10%이하로 떨어졌을 때 완전 회복’이라는 효과가 달린 나 음식을 먹을 때 고속으로 체력이 회복되는 의 경우는 지금도 사용이 가능했지만 정액의 양이 늘고 미약이 성분을 가지게 되는 은 마나를 소모한다.
마찬가지로 도 도 도. 심지어 직업 전용스킬인 역시 마나를 사용해 발동하기 때문에 발동하지 않는다.
“패시브 스킬이 이 모양이니 액티브 스킬은 볼 것도 없군.”
지금까지는 마나가 너무 많아 실감하지 못했는데 다만 자동으로 발동할 뿐 패시브 스킬들도 대부분 마나를 소모하는 종류의 능력들이다. 액티브 스킬은 역시 상당한 마나를 소모하고 같은 능력들도 마나를 소모한다. 사실상 액티브 스킬에서는 쓸 수 있는 능력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상생경으로 마나를 늘려볼까?”
너무나 당연하게 떠오른 생각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내젖는다. 왜냐하면 몸속에 있는 진원진기의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상생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마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활성화 시킬 진원진기가 너무 적으면 스킬 자체가 발동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상생경이 사용 마나가 적고 내가 이런저런 마력 사용 버프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마나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상생경의 경우 보조스킬도 아닌 성장스킬에 곁가지로 붙어 있는 스킬이기 때문에 의 효과도 먹히지 않으니 적어도 50테라의 마나는 필요하다.
“아 현기증난다. 50테라라니……”
말이 50테라지 네버랜드 속에서는 50억 테라의 마나다. 네버랜드에서 마스터급의 존재가 가진 마나가 1만 테라에서 3만 테라라는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정신 나간 양.
쉽게 말해 소드 마스터나 상급 마법사보다 무려 50만 배나 많은 마나를 쌓아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게다가 상생경은 내 마나만 있다고 발동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마나 역시 필요하다. 심지어 상대방의 마나가 많을수록 좋은 것이지만.
“현실에 마나를 가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
기가 막혀서 소파에 몸을 묻는다. 아니 설마 마나를 늘릴 수단이 이렇게 원천 차단이 되어 버릴 줄이야. 심지어 나는 버프도 많기 때문에 노가다로 마나를 소모하는 것도 아득한 일이다. 단순히 오래 걸리는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이젠 진짜 역사적인 사건을 되돌리는 방법 밖에 없나?”
물론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자살이 꼭 칼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지금의 나는 전격 흡수도 발동이 안 되니 감전사 당하는 방법도 있고 화염 면역도 없으니 타죽을 수도 있다. 아마 청산가리 같은 걸 먹어서 죽을 수도 있고 익사의 방법도 있겠지.
“으아아. 하나같이 아픈 것들뿐이네. 게다가 죽음 직전에서 되돌려야 하니 감전사를 당했다간 시간도 못 돌리고 죽어버리겠지.”
죽을 위기에 처하면서도 절대 의식을 잃지 않는 그런 위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방법은.
“아…… 없진 않군.”
나는 바로 인터넷에 접속해 농약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을 보다 보니 그라목손이라는 농약이 매우 강력해 마시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지만.
“이 약을 마시면 매우 고통스럽게 죽습니다……. 안 돼. 이런 걸 먹을 수는 없지.”
그러나 아무리 뒤져봐도 고통 없이 죽는 약이 없다. 생각해 보면 그런 약이 흔히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다 죽으려 들지 않겠는가? 물론 전문가의 시선으로 잘 찾아보면 있을 것도 같지만 일반인인 내가 그런 걸구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청산가리도 고통스러워? 아 뭐 다 고통스럽데?”
인터넷을 뒤지다가 신경질을 부린다. 뭐, 사실 고통이야 상관없다. 두꺼운 캡슐에 청산가리를 가득 채운 다음 삼키면, 그것만으로 죽음은 확정될 것이다. 집에 문도 잠가 놓으면 누가 들어와서 나를 발견하기까지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릴 테니까.
“좋아 그럼…….”
청산가리를 구할 루트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일반인은 구할 수 없다지만 돈이 많으면 세상에 못할 일이 뭐 있겠는가? 그러나 그 순간 치명적인 문제를 깨닫는다.
“아니 잠깐. 버프에 만독불침도 있잖아?”
꽤나 길게 고민한 게 다 뻘짓이었다는 걸 깨닫고 허탈해 한다. 생각해 보니 여의색황경이 선경에 이르면서 만독불침과 더불어 모든 약물에 대한 면역능력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즉 고통 없이. 심지어 안전하게 죽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잖군.”
물리면역만으로 거의 대부분의 방법이 사라진다. 만약 물리면역이 없었다면 근처 30층짜리 고층 빌딩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린 다음 땅에 충돌하기 전에 시간을 돌리면 되었을 테지만 지금의 난 추락사 따위로는 죽지 않는 존재가 된 것이다.
“하우….. 뭐 좋게 생각하자. 물리면역 덕택에 훨씬 안전하게 되었으니.”
타임슬립을 쓸 수 있는 나는 사실상 불사신이나 다름없다. 죽어야 되는 상황이 될 때마다 시간을 돌리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즉사(卽死). 미처 인식하지도 못한 공격에 죽어버리면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나라도 살 방법이 없다. 그냥 죽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좀 활발하게 능력도 쓰고 움직이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내가 항상 몸을 사렸던 것에는 이 즉사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있었다. 너무나 많은 돈을 벌거나 혹은 뭔가 이상한 녀석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면 아무리 밀리언 감지기에 걸리지 않아도 세상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납치를 당하거나 저격을 당하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훅 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 몸을 사리는게 습관화 되었던 것이다.
“뭐 지금 와서는 그리 급하게 움직일 필요도 없지.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하는 것도 좋을……로안 필스타인.”
다시 현현을 사용해 공부를 한다. 그리고 변신이 풀리면 마나를 회복시키며 쉰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로안 필스타인 상태에서 배울 수 있는 건 언어나 암기과목 정도이다. 수학 같은 건 암기도 암기지만 이해의 문제가 크기 때문에 로안 상태에서는 자유자재로 해도 변신이 풀리면 말짱 꽝이다. 공식들은 머리에 남는데 그 공식들을 유추하는 과정을 해 낼 수 없는 것. 과학 역시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것들을 암기할 수는 있어도 변신이 풀리면 큰 의미가 없다. 수능을 보는 정도의 공부라면 암기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이면 암기만으로 안 된다.
“하긴 뭐 공부도 이 지능을 놔두기 아까워서 하는 거지 별 필요 없는 과정이지만.”
돈도 많고 별다른 문제도 없는 난 이미 평생을 잉여롭게 살 수 있는 모든 조건을 클리어한 상태니 굳이 나설 필요는 없다. 결국 이대로 행복하게 살면 그걸로 좋은 일이 아닌가? 물론 복수를 하려고 한다면 상황은 다르겠지만…….
“큭! 복수?”
쓰게 웃는다. 그야말로 웃기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복수. 복수라니. 누가 누구한테 복수를 한단 말인가?
“접속이나 하자.”
애써 어두운 기분을 떨치며 캡슐로 다가간다. 그러나 이 더러운 기분은 평생 나를 따라다니겠지.
그렇다.
나에게 복수할 자격 따위는 없다.
어머니를 [대가]로 바친 나에게는…….
============================ 작품 후기 ============================
앗 다음 편을 아직 다 못 썼내요. 사실 비축분이 좀 있는데 중간에 추가한 부분을 마무리 하지 못해서;;;;
가급적 빨리 써서 올리겠습니다 ㅇㅅㅇ 일주일에 한번 올리는데 그래도 연참은 해야겠지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