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ward Walker Canceller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정령계약이라는 건 평생을 걸쳐 도전해야 할 사항이다. 기본적으로 정령계에 들어갈 수 있는 건 1년에 단 한 번뿐이며 거기에서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정령은 극히 소수이기 때문에 정령사들은 보통 처음 정령계에 들어가 하급 정령과 계약하고 마나를 키워 다음 해에는 중급. 혹은 하급 정령 다수와 계약하는 식으로 서서히 계약 정령을 늘려가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령사가 오기를 바라는 건 정령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령계에서 진미로 통하는 마나는 오직 친화력을 가진 정령사의 마나뿐인데 안타깝게도 그 안에서는 정령사의 마나가 회복되지 않아 계약을 할 수 있는 정령의 숫자에 한계가 있으니까.
다만 헷갈려서는 안 되는 게 있는데 그런 상황이라 해도 중-상위급 정령들은 절대 낮은 친화력의 정령사와 계약을 맺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령사들의 마나는 일종의 요리이며, 그들의 친화력은 그 요리의 수준을 뜻한다. 친화력이 낮은 정령사들의 마나는……. 말하자면 맛없는. 그것도 그냥 없는 정도가 아니라 ‘더럽게 맛없고 몸에도 해로운’음식과 같다. 굶는다고 인간처럼 괴롭거나 죽는 것도 아닌데 그런 음식을 먹을 이유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하웃! 하우우—-!]새하얗게 빛나는 여인이 내 품에 안겨 허덕이고 있다. 엉덩이까지 늘어질 정도로 풍만한 머리칼은 한 올 한 올이 따로따로 빛을 발하고 있고 등에는 내 광익처럼 빛줄기로 이루어진 길이 1미터짜리의 날개가 달려 있는 상태. 나는 슬쩍 손을 뻗어 날개를 만져 보았다. 약간의 온기가 느껴진다.
“호오 이 날개는 꽤 멋있는데?”
[헤, 헤헤. 괜찮나요? 저는 빛의 정령이니까 천사 쪽으로 모티브를 잡아 몸을 구성해 보았어요. 뭐 어차피 하늘을 나는 데 필요한 건 아니니 공격 수단으로 삼아 보…..하우….♡!]자랑스럽게 말하다 자신의 몸속을 파고드는 분신에 신음한다. 그녀는 전체적으로 늘씬한 몸을 만들었는데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사실 실제로 없지만.)부드럽고 미끈해 몸에 착 달라붙은 상태다.
“네가 몇 번째였지?”
[이백스물세…..버…..언……째요.]어떻게든 차분하게 말하려 한 그녀였지만 마침내 버티지 못하고 신음성을 토한다. 난 별로 움직이고 있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색공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풋! 이거 엄청난 풍경이군.”
난 그녀의 가슴에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리의 주변에는 수백 명의 여인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연신 신음을 흘리고 있다. 만약 누가 나한테 걸어오려고 한다면 사방에 쓰러져 있는 여인들을 밟지 않기 위해 상당히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슬슬 다 되어 가는군. 그럼 계약을 마무리할까?”
[네 주인님……]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빛의 정령이 부끄럽게 대답하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녀 자신은 성적인 행동에서 쾌락을 얻지 않지만 나에게 봉사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좋아 그럼 마지막은 화려하게…….간다!”
웅-!
도대체 몇 번째인지도 모르는 영단을 만들어낸다. 하도 많이 만들다 보니 그야말로 한호흡만에 영단을 만드는 게 가능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어려명의 정령하고도 계약을 맺다 보니 이제는 내 분신이 아니라 손이나 발로도 영단을 쏘아내는 게 가능해졌다.
‘더 익숙해지면 영단의 실체화(實體化)도 가능해 질 것 같은데…….’
그러나 당장 가능한 일이 아니었던 만큼 빛의 정령의 몸을 강하게 껴안으며 영단을 쏘아 올렸다.
[흐악! 흐아앙-! 세상에. 너무 좋아요. 아아…….. 흐아앗! 나 죽어! 죽을 것 같…….흐아앙!!]영단이 그녀의 몸으로 들어갈 때마다 그녀의 전신이 덜컥거리며 연신 교성이 터져 나온다. 명색에 최상급 정령인 그녀지만 영단은 초월자 이하의 존재가 받아들일만한 물건이 아니다. 지금 그녀가 버틸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정령계약이라는 일종의 시스템 보호가 함께하기 때문이니까.
결국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본래 정신체인 그녀들인 만큼 정신을 잃으면 꽤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최상급 정령도 이걸로 끝인가.”
게임 시간으로 대략 40시간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나는 정령계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정령계의 크기가 생각보다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정령계는 어지간한 도(道)보다도 드넓은 맵을 가지고 있어 뛰어서 끝에서 끝으로 가려고 한다면 며칠 정도의 시간으로는 어림조차 없을 정도지만 특이하게도 정령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내가 여기 있는 정령을 다 세 본 건 아니라도 어느 정도 체감 상의 느낌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후후. 생각보다도 더 적죠?]“그래. 관심 없는 녀석들이 오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역시 속성이 문제지?”
내 뒤에 가만히 시립해 있던 니힐리티의 말에 피식하고 웃는다. 하긴 내 친화력이 아무리 높아도 속성피스가 없으면 계약을 맺는 게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 나는 각각 불. 얼음. 나무. 빛. 어둠 속성의 피스를 5피스씩 가지고 있으며 무속성과 공간속성을 27피스씩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땅(土)과 바람(風). 전기(雷)와 시간(時). 그리고 독(毒)의 정령은 아무리 낮은 수준이라도 계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저 녀석들은 저러고 있는 거죠.] [닥쳐. 지금 나한테 자랑하는 거냐?]근처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는 어지간한 승용차보다 커다란 덩치의 거미가 자리하고 있다. 붉은 색과 검은색. 그리고 보라색이 알록달록 섞인 몸을 가지고 있는 녀석은 독의 최상급 정령으로 내가 여섯 번째 최상급 정령과 계약하고 있을 때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한 말이지만 녀석은 나에게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내 정령력은 정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서 정령이라면 누구나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을 정도니까.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녀석은 단지 나를 구경할 수 있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게는 독의 속성 피스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긴 뭐 그러니까 사방 모든 정령들이 미녀로 변한 상태에서 여전히 거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겠지. 어차피 계약도 못할 거 고생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게다가 27피스나 있는 공간속성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했다.
“곤란하군. 공간의 정령은 정말 없는 거야?”
[물론 없는 건 아니지만 공간의 정령 같은 경우는 중급 정령이 최고위 정령이에요. 정령왕도 공석이죠. 공간속성 피스를 가진 사람 자체가 별로 없는데다 공간속성 피스를 가진 정령사는 더더욱 없으니 정령들이 성장을 못 해요.]정령계는 내 예상과는 상당히 다른 곳이었다. 솔직히 정령계라고 하면 자연계를 수호하며 조율하는. 그래서 숫자가 부족하면 세상이 혼탁해지게 되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있든 말든 물질계와는 아무 상관도 없던 것이다.
“거 참. 정령왕이 없을 수 있다니……”
[이상해요?]“응. 정령이라면 뭐 세계를 조율하고 그런 거 아냐? 불이라든지 물 같은 것들에 정령의 힘이 깃들고 물질계의 바다나 숲을 지키고 없으면 자연재해가 일어난다던지.”
내 말에 니힐리티는 고개를 흔들었다.
[불은 그냥 타는 거고 물은 그냥 흐르는 거지 정령이 할 일이 뭐가 있어요? 물론 자연계가 돌아가는 건 정령계가 자연력을 받치고 있어서이긴 하지만 거기에 필요한 건 ‘정령계’지 정령이 아니에요.]그녀의 말대로 정령계에는 상급 이상의 정령이 생각보다 훨씬 적다. 본디 상위 정령이라는 것 자체가 그리 흔치 않은 존재라서 이 넓은 정령계에서도 그 숫자가 결코 많지 않은 것이다.
‘어디보자 불. 물. 나무. 빛. 어둠. 무속성까지……. 여섯인가?’
내 곁에 쓰러져 있는 정령들은 대부분이 상급 정령이며 그보다 상위의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최상급 정령은 고작 여섯에 불과하다. 불이나 물 속성의 경우에는 최상급 정령이 하나씩 더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다른 정령사와 계약을 맺은 상태라고 한다.
“으음 아깝네. 너를 최상급으로 진화시킬 수 있던 걸 보면 공간의 정령도 진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불이나 물의 상급 정령들과도 계약했지만 속성피스가 부족하기 때문인지 진화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존재 보너스가 붙었으니 이대로 내 진력을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었지.
[아쉬운 대로 저 녀석은 어때요?]============================ 작품 후기 ============================
요번주는 논문도 있고 정신이 없어서 요거 한편으로 끝일듯;; 분량도 짧고 ㅠㅠ 정말 한주에 한편이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