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ward Walker Canceller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아쉬운 대로 저 녀석은 어때요?]니힐리티는 슬쩍 나무 뒤에 숨어 있는 소녀를 가리켰다. 자그마한 체형에 반투명한 몸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공간의 중급 정령이다.
“하지만 녀석은 몸이 잘 만져지지도 않는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상급 미만의 정령들은 정령력이 모자라서 안아봐야 아무런 쾌감을 느낄 수 없다. 상급 이상의 정령들은 불의 정령이라 활활 타든 물의 정령이라 차갑든 어쨌든 [실체화]에 가까운 밀도를 가지고 있는데 그 이하의 정령들은 힘주어 만지면 흩어질 정도로 그 결집력이 약하다. 몸으로 꾹 눌러주면 그냥 흩어져 버리는 것이다.
[일단 계약만 하는 수밖에 없죠.]“그런가……. 이리와.”
가볍게 손짓하자 나무 뒤에 숨어있던 공간의 정령이 내 쪽으로 다가온다. 설레는 표정으로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그녀는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존재다. 하급 정령이나 최하급 정령처럼 개나 고양이 정도의 지능을 가진 건 아니지만 인간에 맞먹는 지능을 가지지도 못해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만 있다.
“계약하자. 지배계약.”
제의는 간단히 받아들여졌다.
과정은 간단했다. 눈치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른 상급 정령들을 따라 귀여운 소녀의 모습으로 변한 그녀였지만 그래도 안기에는 너무 약한 만큼 정상적인 계약 절차를 밟는 수밖에 없었다. 뭐 그게 더 쉬우니 상관은 없지만.
우우웅—!
당연하게도 공간의 중급 정령은 상급 정령으로 진화했다. 상급 정령조차 최상급 정령으로 진화할 정도의 존재 보너스를 받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아아…….]새로이 진화한 공간의 상급 정령은 대충 고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약간은 앳돼 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약간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 활짝 웃는다.
“이 녀석 왜 이래?”
[후후. 상급 정령부터 지성을 가지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 막 지성을 가지기 시작한 거라서 기본적인 정보를 다운로드 받고 있는 거예요.]“호오. 차분히 공부를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식인가.”
현재 나와 계약을 한 정령 중에 정신을 차리고 있는 건 니힐리티와 공간의 상급 정령뿐이다. 어쨌든 내 행위를 버틸 수 있는 녀석은 없으니까. 그나마 이 둘이 멀쩡한 건 행위가 끝나고 상위 정령으로 진화하면서 몸 상태가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주인님…….나의 주인님…….]공간의 상급 정령은 떠듬떠듬 중얼거리며 내 몸에 자신의 볼을 비볐다. 성숙함은 약간 모자라 보이는 그녀였지만 잘록한 허리에 미끈한 몸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고양이처럼 내 몸에 볼을 부비는 모습은 더 없이 색정적이다.
푸욱!
[힉—?!]거부할 이유가 없던 만큼 삽입하자 몸을 쫙 펴며 파르르 떤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쾌감은 별로 없다. 이제 막 상급 정령으로 진화한 그녀의 몸은 재현도가 몹시 낮아서 별로 비싸지 않은 오나홀에 물건을 집어넣은 것 같다.
“으음. 몸은 좀 더 신경 써서 만들어야겠는데. 특히 아랫부분은. 좀 더 주름을 늘리고 조임에 신경 썼으면 좋겠어.”
[앗. 죄송해요. 죄송……. 더 신경 쓸게요.]“점점 잘 하게 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씩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누군가 지금 내 모습을 본다면 ‘천사 같은 미소로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거냐!’라고 소리쳤겠지.
[잠시만…….이렇게요?]기본적으로 고정된 육체를 가지지 않은 정령들은 비교적 빨리 자신의 형태를 바꿀 수 있던 만큼 내 분신을 감싼 그녀의 질이 자글자글 늘어나고 조임이 강해진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물론 좀 나아지긴 했지만 말 그대로 주름만 늘어나고 단순히 압력만 강해졌기 때문이다.
“흐음 조금 더. 아니 이럴 게 아니라…….. 너희들한테 선물을 주지.”
무속성 주문. 창생(創生)을 발동한다. 현실에서 로안으로 화했을 때 봐서 지식창고에 저장해 두었던 일러스트집이나 인체해부도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짜 올린 것이다.
[이건?]“인간 여성의 육체에 대한 내용과 아름다운 여인들에 대한 그림들이 들어있어. 인간의 모습을 취하는데 도움이 되겠지.”
무속성의 마력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대신 모든 속성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물질화(物質化)하는데 가장 적당하다. 사실상 그 어떤 형태라도 구현하는 게 가능한 것이며 내가 평소 다루는 공격 주문과 달리 무속성만이 가진 특유의 힘이었다.
실제로 다른 속성의 정령들은 비록 아름다운 여성의 형태를 취한다 해도 인간이 아니라는 걸 한눈에 파악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데 비해 무속성의 정령인 니힐리티만이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완전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물질화는 그 어떤 마력도 흉내 낼 수 없는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와. 구현주문으로 책을 만들다니. 설마 책 한 권을 몽땅 외우시고 있는 거예요? 심지어 글자 책도 아니고 그림이 많은 이런 책을?]“천재라 괜찮아.”
현실에서 로안의 몸을 현현시키는 게 가능해지면서 현실의 지식을 게임 속의 지식창고에 저장하는 게 가능하게 되었다. 종말의 마탄이나 지고의 마탄과 다르게 이런 제작 주문은 주문 완성과 전혀 별개로 극렬한 난이도의 컨트롤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마법사가 거의 없다. 아니 설사 할 수 있다 해도 너무 힘들기 때문에 안 하는 게 보통이지.
때문에 무속성은 매우 강력하고 범용성이 높은 속성임에도 그리 인기가 없다. 12개의 속성 중에서도 흔히 삼대속성(三大屬性)이라 불리는 광(光). 암(暗). 무(無)의 무속성임에도 사람들이 사용하질 않는 것이다.
‘하긴 창생 주문을 사용하려면 그 물건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주로 사용하는 한 두 개의 물건을 제외하고는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했었지.’
지금의 나처럼 스스로의 기억이 전혀 필요 없는. 그야말로 100% 지식창고에 저장이 가능한 마법사가 아니면. 바꿔 말해 지능이 99포인트에 달하지 않으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묘기다.
[와. 이거 봐요. 저랑 체형이 비슷해요.]“그래 나도 너 보고 그런 생각을 했었지. 아, 참고로 그거 유지시간이 3일이니까 서둘러서 보고.”
그렇게 말하며 남은 마나를 확인한다. 마나가 줄기는 하지만 아직 꽤 여유 있다.
‘다만 문제는 최대 마나가 줄어든다는 건데.’
물론 그렇다 해도 줄어드는 마나보다 늘어나는 마나가 많다. 현재 내 마나는 2억 2000만 테라로 최대 마나의 10%를 증가시키는 마나 탈진 상태를 일으키면 2200만 테라의 마나가 생기게 되니까.
“생각보다 소모가 커. 이래서는 마나가 늘어봐야 본전이군.”
지금까지 소모한 최대 마나는 1819만 테라. 소모한 마나는 1억 8190만 테라이다. 내 최대 마나가 2억 2000만 테라이니 3810만 테라가 남은 셈인데 이걸 다 소모하게 되면 사실상 얻는 게 없다. 게다가 마나 탈진의 경우 최대 마나의 10%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약간의 손해를 보기까지 하는 것이다.
‘뭐 그거야 계약을 캔슬하면 그만이지만.’
그렇다. 정령계약을 취소하면 소모되었던 내 최대마나는 고스란히 회복된다. 사실 계약을 맺기 시작했을 때부터 생각하던 바이지만……. 나에게 받은 마나를 신주단지 모시듯 챙기는 정령들의 모습에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에휴. 다음부터는 정령계로 와서 검법이나 마법으로 소모시켜야 하나?”
그러나 그 말에 내 품에 안겨 허덕이던 공간속성의 정령이 화들짝 놀라 묻는다.
[예? 무슨 말씀이세요? 그 귀한 마나를 그렇게 써버리시겠다니…….]“어쩔 수 없어. 최대마나 소모 없이 마나를 써야 할 일이 있어서.”
어깨를 으쓱이자 녀석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네? 아니 그게 대체…… 그냥 저희한테 베풀어 주시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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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사를 원하시는 분들 리플에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죠. 슬슬 완결을 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