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ward Walker Canceller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쿠우웅–!
거대한. 15층 건물보다도 덩치가 큰 카울이 쓰러지자 지축이 흔들릴 정도의 굉음이 울린다. 심지어 카울의 경우는 덩치보다도 무게가 훨씬 나가는 편이기 때문에 같은 크기의 강철보다도 훨씬 무거워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주변 땅이 갈라진다.
“이거 마지막 발악이 생각보다 길었군.”
중얼거리며 경험치를 확인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결정적인 공격은 죄다 템빨로 때웠기 때문에 스킬 수련은 되지 않았지만 경험치는 정상적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직후 여러 줄의 텍스트가 어지러이 떠오른다.
“아……. 그렇구나. 레이드 퀘스트였구나.”
주르륵 떠올랐다가 다시 주르륵 사라지는 텍스트들을 보며 헛웃음을 짓는다. 그렇다. 캐릭터 클리어를 위한 조건. 그러니까 [사명]은 굳이 혼자 완성해야 하는 종류는 아니다. 협동. 작전. 음모를 포함한 어떤 수단이든 상관없이 그것을 이룩해 내기만 하면 되는 것.
심지어 올스텟 99포인트에 신혈각성이라는 종족특성을 가진 로안은 최고위급 캐릭터로 캐릭터 클리어 자체가 미친 듯이 어렵게 되어 있다.
즉 만약 내가 아닌 누군가 정말. 정말 미친 듯이 운이 좋아 로안을 고를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전생 시 로안의 스텟이나 스킬을 가져가기 힘든 것이다. 캐릭 자체가 워낙 좋으니 업적을 쌓기도 쉽겠지만 캐릭터 클리어가 불가능하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할 시 다음 회차에는 0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즉 무한 환생으로 캐릭터가 마냥 좋아지기만 하는 사태를 막자는 건가.’
업적점수는 기본적으로 자동 전승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업적 점수를 늘려감과 동시에 캐릭터를 열심히 키워 한 스텟을 99까지 만들고 전승. 다음 스텟을 만들어서 전승. 또다시 다음 스텟……. 이라는 정말 장구한 노가다를 할 수 있다면 언젠가 올스텟 전승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캐릭터 역시 점점 좋아질 테니 가속이 붙을 수도 있고.
그러나 캐릭터가 좋으면 좋을수록 사명의 난이도는 폭증하며 내 경우에는 1:1로는 확실히 웜급 드래곤보다 강한 마수를 쓰러트리는 것이다. 여기저기에서 세력을 모으는 게 원래 방식인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미친 난이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울트라 하드코어 사이코틱 게임이라는 명성에 부족함이 없는 것.
그리고 그렇게나 높은 난이도를 클리어한 만큼 당연하다는 듯 보상이 잇따른다.
“어라? 명예의 전당? 마왕살해?”
본적 없는 단어에 의아해한다. 이건 또 모슨 소리야. 카울이 마왕급 마수였으니 마왕으로 치는 거야 이해 못할 것도 없지만 1000점짜리 업적은 초월지경 밖에 없을 텐데 뜬금없이 또 튀어나오다니. 게다가 [오롯한 존재]라는 건.
‘아. 이제 신들이 멋대로 내려다 볼 수 없다는 뜻인가?’
예전 나에게 치우가 마수(?)를 내밀었을 때 즉각적으로 아프로디테가 반발했듯 신적인 존재는 하계를 내려다보는 게 가능하다. 물론 하루 24시간 내내 내려다보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볼 수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던 것. 아마 지금 이 메시지는 바로 그 [권능]을 차단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리라.
절대권능 폭식을 가진 혼돈의 마수 카울을 1:1로 싸워 살해하였다. 마왕을 제외한 모든 마계의 존재들은 당신을 두려워 할 것입니다!
절대권능.
사용 가능.
“왠지 급이 높아 보이는군. 보조스킬도 특수능력도 아닌 권능이라.”
중얼거리며 상세 내용을 확인한다.
마계에 존재하는 10대 권능 중 하나. 타인을 살해함으로서 그 힘은 물론 대상의 기억과 경지를 흡수한다.
기본적으로 패시브 형태이나 주인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공격이 가해지게 될 경우 위해를 가하는 적을 잡아 삼킨다. 쿨타임은 반년.
안타깝게도 권능의 영역에 위치한 폭식의 특수효과는 쿨타임이 줄어들지 않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굉장한 능력이다. 무엇보다 이건 내가 녀석을 공격했을 때 내 하반신을 지워버렸던 공격이 아닌가? 기척도 뭣도 없이 육체를 씹어 삼키는 공격은 온갖 스킬로 떡칠을 한 나조차 일격에 빈사에 빠질 정도로 강력했었다.
구구구—!
그리고 그때 갑자기 내 마나가 한 움큼(이래봐야 1000만 테라 정도)떨어져 나가더니 거대한 마기로 화해 허공에 거대한 입을 만들어낸다.
[크르르르—!]날카로운 수십 개의 이빨을 가진 입은 광포하게 으르렁거리며 주변을 한 바퀴 돌더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카울의 시체를 보고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어라? 이 녀석 설……..”
콰득! 우드득! 쩝쩝! 까득!
미처 놀라기도 전에 거대한 입이 사나운 기세로 카울의 시체를 뜯어먹기 시작한다. 15층 건물보다 거대한. 고기의 양으로 치면 수백 수천 명이 몇 년이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카울의 몸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깎여 나간다.
키이잉-
그리고 그와 함께 막대한 [정보]가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다.
[찌르기 만 번. 베기 만 번. 쪼그려 뛰기…….. 큭큭큭. 진정한 괴물 앞에서는 다 소용없다는 말인가.] [이 괴물! 네깟 것이 무의 정수를 알 수 있을 것 같은가!] [고대의 지혜여 나에게 답하라…….] [오오. 폭식! 이것이 고문서에나 나오던 절대 권능인가!]그것은 수없이 많은 무인들의 기억이다. 또한 마법사들의, 주술사들의 기억. 그것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카울을 마주한 것이 마지막 기억이라는 것이다.
[기어이 우리를 노리는 건가요. 그 탐욕이 언젠가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것입니다.] [저기 여보. 혹시 도망가라고 말하면 들을 꺼야?] [어머 자기도 참 되도 않는 개소리를.] [으으…….]그리고 본다. 별빛과 달빛. 그러니까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과연 로안의 부모라는 것인지 대단한 미남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들은 카울을 마주하고서도 한점의 망설임 없이 검과 마법을 준비하고 있다.
“크으윽……”
거의 쏟아져 들어오다시피 하는 정보의 흐름에 신음한다. 이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이 폭식이라는 권능은 상대방이 가진 정보나 능력 중 일부를 받아들이는 능력인데 이 카울이라는 놈은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그들의 기억을 그야말로 몽땅 가지고 있던 것이다.
[원해. 나는 원한다! 벌레 같은 너희 인간들이 우리 마족과 대등해 질 수 있는 힘을!]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것은 카울의 기억이다. 마계에 존재하는 흔하디흔한 마수로 태어난 그는 신마전쟁 때 인간들을 공격했다가 오히려 그들에게 죽기 직전까지 몰리게 되었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강대한 육체를 가진 마수였다. 그런데 만지기만 해도 으스러지던 약골들이 자신을 해치다니?
그렇기에 그는 갈망하게 되었다. 종의 한계를 뛰어넘는 강함. 때문에 그는 기(技)를 가진 모든 존재를 씹어 삼켜 왔다. 그는 언제나 갈망에 빠져있었고 그렇기에 목숨까지 걸고 절대 만만하다 할 수 없는 별빛과 달빛까지 씹어 삼켰던 것이다.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잡고 기억을 견디다 뜻밖의 텍스트에 멈칫한다.
“……..설마?”
순간 떠오른 기억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상상조차 못했음은 물론이고 내심 포기하고 있던 그것. 때문에 나는 무심코 손을 들었다.
따악!
[찌르기 만 번. 베기 만 번. 쪼그려 뛰기…….. 큭큭큭. 진정한 괴물 앞에서는 다 소용없다는 말인가.] [이 괴물! 네깟 것이 무의 정수를 알 수 있을 것 같은가!] [고대의 지혜여 나에게 답하라…….] [오오. 폭식! 이것이 고문서에나 나오던 절대 권능인가!]다시금 기억이 쏟아진다. 아까처럼 머리가 아파왔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그 기억을 받아들였다. 정보량은 엄청나다. 백과사전 수백 수천 권에 달하는 양. 170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 온갖 보정을 받고 있는데도 가다듬기 힘들 정도. 게다가 스쳐 지나가는 속도도 엄청나서 필사적으로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따악! 따악! 따악!
시도한다. 다시 시도한다.
그 모든 기억을 모조리 받아들일 때까지.
============================ 작품 후기 ============================
에라이 막가버리자!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먼치킨인데 뭐!!
분량은 5권을 훌쩍 넘었지만 여기까지 5권으로 하죠 망설이고 망설이다 결국 저지르고 말았어요. 가뜩이나 센데. 막판에 좀 굴릴 계획이 있었는데 이것으로 수월하게 돌파하게 되어버렸(………..)
참고로 전 지금 수원에 올라가서 집필하는데 애로사항이 꽃피는 중입니다 ㅠㅠ 손님이 많은 걸 기뻐해야 하는지 슬퍼해야 하는지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