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ward Walker Canceller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어? 왜 그래?”
깜짝 놀라 멈칫하는 내 모습에 의아해하는 마가리타. 그러나 그녀에게 대답하지 못하고 연구소의 중앙을 바라본다. 그곳은 과거 맑고 깨끗해 보이는 샘이 자리하고 있던 자리.
그러나 지금은……..
“없어.”
그냥 바닥일 뿐이었다.
“이런. 아직 유품이 완성되지 않은 건가?”
그러나 뜻밖의 일이다. 왜냐하면 난 무작정 이 곳으로 찾아온 게 아니라 녀석들의 활동이 활발해졌을 때를 가늠해 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유품이 생기자마자 마구 쓰지는 않았을 텐데 아직도 없다니?
“지훈아. 저기 봐.”
“음?”
마가리타의 말에 따라 연구소 구석을 둘러보다 멈칫한다.
“바닥에 균열이 있는데. 누가 봐도 수상한.”
일반인이라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균열이었지만 놀라운 관찰력을 가진 그녀는 대번 그 존재를 눈치 다. 더불어 나는 그 정체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래에는 자동소총이 설치되어 있어. 함정이군.”
“그런 모양이네…… 네가 말한 유품은 정보취득 유품이라고 했지?”
“물론 그렇지만, 제법이군. 우리가 올 줄 알고 있었다는 건가.”
그러나 굳이 당황하지 않는다. 고작 이 정도에 어려움을 겪기에는 내 능력이 너무 다양하지 않은가?
피식 웃으며 허리를 숙여 땅에 두 손을 올렸고, 그와 동시에 내 두 눈이 황금빛으로 빛난다. 호루스의 눈이 열린 것이다.
메시지를 뒤덮으며 새로운 영상이 떠오른다.
만약 미미르가 소잉카나 헤븐즈 게이트와 마찬가지의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강력한 유품이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일부]인 나와 [전체]인 유품의 힘 차이는 크기 때문에 이능이 씹히게 될 테니까.
그러나 이 미미르라는 유품의 경우 [철학과 사명을 가지고 기동한다. 타인의 주관에 휘둘리지 않는다.]라는 제약. 그러니까 흔히 프라이드(Pride)라 불리는 제약이 없다.
‘그리고 그렇다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지.’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마음대로 이용당한다는 건 별다른 자아도 없다는 뜻이니 알아서 방어하지도 못한다.
키이—
약간의 잡음을 들으며 영상을 읽어낸다. 미미르에서 뭔가를 읽어낸 중년 사내가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모습. 나는 그 시간이 불과 6시간 전. 내가 마가리타에게 “실험삼아 몇 군데 부수고 시작하자.”라는 말을 했을 때이다.
“역시 예언능력을 가진 유품이 아니라 미래를 보거나 그러지는 못하는군. 하지만 놀라워 내가 여기로 쳐들어오겠다는 말을 입 밖에 내 놓는 순간 인식하다니?”
그 건 미미르라는 유품이 절대 낮은 등급의 물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유력자들이 마음대로 이용하기 위해 망쳐놔서 그렇지 본디 소잉카나 헤븐즈 게이트에 못지않은 힘을 낼 수 있었을 상황.
그런데 그때 여기저기 둘러보던 마가리타가 말한다.
“오 여기 봐 폭탄도 있어. 심지어 상당한 출력인데? 적어도 한 층 정도는 박살을 낼 정도야.”
“유품이 섞인 징후는 없어?”
“전혀.”
“그렇다면……… 녀석들도 우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는 못한다는 거군. 하긴 자아를 가지지 못한 미미르라면 묻는 말에만 대답한다는 단점이 있겠지.”
마가리타와 대답하면서도 사이코 메트리를 유지한다. 그리고 그러다가 드디어 필요한 정보를 찾았다.
[항거할 수 없는 재앙이 미미르를 빼앗으러 올 것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여기는 핵폭탄이 떨어져도 무사할 텐데.] [미미르를 실험실로 옮겨! 한동안 기동을 못하게 될 테지만 위험을 감수하는 것 보다야 낫겠지.]녀석들의 모든 동선을 파악한다. 그리고 녀석들이 미미르를 여기에서 꽤 먼 장소로 옮겼다는 것을 알았다.
일반적인 소설의 주인공들은 여기서 미미르가 실려진 트럭을 추적할 것이다. 여러 가지 추리를 하고, 적들과 싸워 그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난 그럴 필요가 없다.
“돌리자. 시간 정지 풀어.”
“오케이.”
나는 마가리타와 함께 공간을 넘어 안전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마가리타가 시간정지를 푼다.
투웅-
현실이 뒤틀린다. 그러나 나와 마가리타는 정지된 시간 속에서 그 어떤 물건도 건들지 않았기에 뒤틀린 현실은 오직 나와 마가리타의 [위치]뿐. 물론 그것만 해도 상당량의 마나가 줄어들지만 나와 마가리타는 반려지정 스킬에 의해 마나를 공유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 돌린다.”
말과 동시에 오른손을 돌자 마가리타 역시 눈을 가린다.
따악!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지금 여기서 타임슬립을 사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마나 부담을 굳이 현실에서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임슬립을 한 건 현실의 지훈이 아닌 네버랜드의 로안이다. 다만 내가 손가락을 튕긴 건 내 타임슬립을 먼저 한 직후 마가리타가 타임스톱을 걸어야 하니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키잉—!
시간이 뒤로 돌아간다. 다만 이 경우 나와 마가리타가 같은 장소에서 시간을 돌렸다고 똑같은 장소로 가지 않는다는 게 중요하다.
내가 20살에 1년의 시간을 돌리면 육체의 나이도 19살이 되는 것처럼 과거로 돌아가는 건 오직 우리의 정신뿐이다. 시간이 흘러가며 벌어졌던 모든 일은 [없던]것이 되어 버리고 모든 것이 과거로 회귀하니 마가리타도 나도 그 시간대에 우리가 있던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다. 실제로 불사조를 만나 시간을 돌렸을 때 한동안 서로 만나지도 못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뒤의 과정을 불 보듯 뻔하다.
8시간 전. 그러니까 미미르가 국인부에게 경고를 하기 전으로 시간을 돌린 나는 자고 있던 마가리타를 깨웠다.
“와. 이거 완전 신기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다시 너 게임 시작할 때로 돌리면 안 될까?”
“맞을래?”
그야말로 끔찍한 소리다. 콘솔 게임에 로드. 그리고 뉴게임이 계속 있지만 사람들이 세이브 파일이 날아가면 광분해 난리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 시간을 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힘들게 노력해 결과를 이뤄냈는데 그걸 전부 날리고 과거로 가라는 건 도저히 못할 짓이다.
예전에야 망테크(…….)를 몇 번 타는 바람에 돌렸던 거지 지금처럼 성공적으로 모든 게 잘 되었는데 돌릴 이유가 없다.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나중에 전생이나 해. 내가 진짜 사기 캐로 키워줄 테니까.”
“흥. 뭐 기대해 보지.”
키잉-!
다시금 시간을 정지한다. 그리고 그 즉시 이동한다. 이번에는 미미르가 우리가 온다는 사실을 전달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으니 대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팟!
이미 한번 들어온 방법 그대로 미미르의 앞에 도착한다. 그리고 마가리타에게 묻는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이걸 싹 퍼 가면 그야말로 완전 범죄겠지?”
“그렇기는 한데…….. 유품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물건을 정지된 시간 속에서 건들면 네 마나로도 감당이 불가능할걸? 징계는 한방에 떨어지는 종류라 회복력도 의미가 없고.”
“하긴 그렇겠지. 그럼 시작하자.”
투웅-!
공간을 울리는 공명음과 함께 다시금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미미르 주변에는 많은 연구진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눈에는 마치 우리가 허공에서 나타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뭐, 뭐야? 너희들 어디서 나타난.”
“아 미안. 내가 살인을 좋아 하는 건 아닌데, 너희 같은 애들한테는 원한이 깊어서. 생존자가 남는 것도 곤란하고.”
“네 녀석 무슨 소리-”
퍽.
거의 동시에 주변에 있던 모든 연구원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는 걸 확인하고 마가리타를 돌아본다.
“카메라는?”
“당연히 시작 전에 칠흑의 장막을 감아 두었지. 회귀 전에 이미 다 위치를 파악했으니 녀석들은 우리 모습을 몰라.”
“좋아.”
고개를 끄덕이며 방 중앙에 위치한 4미터 지름의 유리관을 바라본다. 거기에는 작은 크기의 연못이 있었는데 그 위로 홀로그램처럼 온갖 영상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호오…….. 실시간으로 우리 위치를 찍어내네. 이것 때문에 그 고생을 했구나.”
미미르 위에 떠 있는 영상 중 가장 위에는 대한민국은 물론 일본에 중국까지 상당부분 표시하고 있는 거대한 지도가 있다. 왜 굳이 세계지도가 아닌가 생각해 보면 이 미미르가 그 힘을 발휘하는 데에는 거리의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물론 그것도 마음대로 이용하기 위해 약화시킨 결과겠지만…….. 아쿠아!”
[네 주인님!]공간을 넘어 물의 상급 정령 아쿠아가 나타난다. 나는 유리관을 단번에 박살내고 그녀에게 명령했다.
“여기 있는 물을 한 방울도 남김 없이 챙겨.”
[네!]방긋 웃고 허공을 날아 미미르 위로 도착한다. 그러나 그 직후 그녀의 얼굴이 굳는다.
[저, 저기 주인님.]“왜?”
[죄송해요. 이 호수…….. 신격(神格)이 너무 높아서 건들 수 없어요.]“뭐?”
============================ 작품 후기 ============================
조교매니아님의 먼저 보는자. precognizer의 능력은 정말 제가 봐도 놀랄 정도로 미미르와 비슷하지만 절대 협의된 사항은 아닙니다;;; 그냥 우연(……)다들 저쪽 주인공을 만나실 거라고 예상하셔서 진짜 서로 짤까 했지만.
남자 일행 따위는 늘리고 싶지 않아서 포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