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ward Walker Canceller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신족은 모든 종의 정점에 존재하는 궁극의 존재다.
당연한 말이지만 초월종이라 불리는 용족조차 비교대상이 신족이라면 그 빛이 바란다. 거기에 더해 신족의 가장 무서운 점은, 신족의 힘은 혈통을 타고 내려간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인간이 극한의 노력과 기연 끝에 초월경에 오른다면 비록 그 인간은 용족과도 필적할만한 강함을 가지겠지만 그의 강함과 그의 자식의 강함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재능이 있었으니 초월경에 올랐을 테고 그래서 자식 역시 그 재능을 타고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수준인 것.
그러나…….. 드래곤이 태어날 때부터 드래곤이듯 신족은 태어날 때부터 신족이다. 더불어 신족의 피는 어떤 종족의 피와도 상위호환되며 그 피의 힘을 한 단계 높이는 특징이 있다. 엘프가 나의 아이를 가지면 그 아이는 일반적인 엘프가 아닌 하이엘프이며 드워프가 나의 아이를 가지면 그 아이는 드워프 엠퍼러(Dwarf emperor)가 되는 것. 그리고 그렇기에.
“지원자가 이렇게까지 많다니 피곤하구만…….. 하긴 신들도 염치 불구하고 요청할 정도였으니.”
요번 겨울동안 나의 아이를 가지게 된 여인(女人). 아니. 여성(女性)은 무려 50여명에 달한다. 많다고 생각하면 만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정말 바늘 같은 경선과정을 거쳐 나온 숫자. 심지어 일국의 공주조차 탈락할 정도였으니 그 치열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너무 집착하는 여자들도 그렇지만 아이를 전략병기 취급하는 녀석들에게까지 은총을 베풀 필요는 없지. 아무리 그래도…… 으악 은총?”
어느새 나 스스로도 그 뜨악한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안 쓰겠다고 생각해 왔는데도 어느새 쓰고 있다니. 물론 밤에 내가 찾아오는 상황을 나를 아는 모든 여인들이 꿈에서조차 바라는데다가 거기에 실질적인 효과(……..)까지 있으니 어떻게 생각하면 은총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자를 안아주면 그게 은총이라니.
“잡념이 길었군. 외출 준비를 해 주겠어?”
“네 교황님.”
내 부름에 문 밖에 있던 갈색 머리의 소녀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150센티미터의 작은 키에 귀여운 외모를 가진 그녀의 이름은 멜팅. 귀여움이 넘치는 동안이지만 실제 나이 200살이 넘고 작은 키나 귀여운 외모에 걸맞지 않게 가슴만은 풍만하다.
‘드워프라.’
일반적인 판타지의 드워프들이 남녀에 상관없이 우락부락한 외모를 가진 것과 다르게 네버랜드의 여자 드워프는 늙지 않는 소녀. 그것도 꽤나 풍만한 소녀에 가깝다. 반칙적인 체형의 미소녀라고나 할까?
하긴 서큐버스를 마족 중 최강의 힘을 가진 최상위 마족으로 설정하는 밀리언 녀석의 성향만 봐도 사실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그나저나 아직까지 내 시중을 들어도 괜찮은 거야? 아이도 가진 몸인데.”
“귀쟁이 놈들과 다르게 대지의 자식은 강인해 끄떡없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쉽게 넘겨 줄 수는 없으니 버틸 수 없을 때까지는 버텨야죠.”
멜팅은 현재 토트 교단의 추기경직을 맡고 있다. 내가 교황이라고 해도, 사실 그녀 정도 되는 존재가 내 시중을 들고 있는 건 사실 정상이 아니라는 뜻.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교황과 다르게……… 통합교황인 나를 모시는 건 모든 신도들의 가장 큰 행복이자 영광이라 모두가 그 자리에 서 있기를 원한다. 직위가 높아서 시중을 들지 않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추기경 쯤 되어야 내 시중이나마 들 수 있는 것. 다만 추기경들은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다섯 명의 추기경이 돌아가며 내 비서일을 하고 그 아래에는 메이드단(……..)이라는 단체가 있어 그 일을 보조하고 있다.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마. 배가 부른 채 무리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마음이 상하니까.”
“아아 교황님은 마음씨도 고우셔……..”
“당연한 걱정 가지고 원. 어쨌든 옷.”
“네!”
멜팅이 오른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그녀의 팔에 있는 팔찌가 빛나며 나체인 내 몸에 백색의 턱시도. 아프로디테의 날개옷이 입혀진다. 멜팅이 가지고 있는 건 내가 예전에 만들어 주었던 마법장비 중 하나. 제작 스킬도 초월자에 올라 마법장비 만드는데 얼마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데다가 원형복제를 100만분의 쿨타임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내 주변의 여인들은 모두 수없이 많은 마법장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페이탈은 어디 있지?”
“마법부에서 실험을 하는 중입니다. 불러올까요?”
“아니 내가 가지.”
그녀와 함께 공간을 넘는다. 이제는 경지가 너무 높아져 굳이 걸어 다닐 필요도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페이탈의 코앞으로 날아갈 수는 없다. 교황청에는 이런저런 마법 방어가 철저하게 되어 있는 편이고 굳이 그걸 깨려고 고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황님. 페이탈은 정말 인간이 맞는 겁니까?”
“왜. 드래곤처럼 보여서?”
“마님들이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규격 외이긴 하니까요. 사실 인간 대마법사는 전설에나 나오는 존재거든요.”
“뭐 사실 인간 대마법사는 나도 포함이니까. 아니 내 경우에는 신의 피를 이었으니 반칙이려나?”
“아.”
태연한 내 말에 멜팅이 멈칫한다.
“왜 그래?”
“아, 아뇨. 그러고 보니 교황님도 그랬죠. 인간이면서 대마법사. 헤헤……… 교황님은 워낙 인간 같은 느낌이 없어서 알면서도 인식을 못 했네요. 그러고 보면 신의 피를 이은 인간은 종종 나오는 편인데 말이에요.”
나는 절대고수이자 대마법사이며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이자 대자연의 주인이다. 심지어 서큐버스 퀸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다고 알려진 갈망의 왕의 경지까지 개척했다. 사실 스킬 경지만 이 정도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올 스텟 200까지 달성하면서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어쨌든 페이탈에 대한 대접에도 어느 정도 신경 써 줘. 내가 없었다면 아마 그녀가 솔로몬 교단의 교황이었을 테니까.”
“사실 마법물품을 만드는데 엄청난 도움을 받고 있어서 함부로 대할 이유가 없는 상태에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마법부 안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집채만 한 크기의 마법장치와 그 안에서 기판에 마력을 주입하는 마가리타의 아바타. 페이탈이 있었다.
“진전은 좀 있어?”
“앗 왔구나. 거의 끝나가긴 하는데……… 아오 힘들어. 한번 쓰는 건 별 어려울 것도 없는데 아이템에 새기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하나 만드는데 한 달도 넘게 걸리다니.”
어깨 위에서 찰랑대는 금발에 붉은 눈동자가 인상적인 페이탈이 짜증을 부린다. 아닌 게 아니라 궁극주문이 새겨진 아티펙트를 제작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제작 초월자인 내가 바탕을 만들어 주고 그녀는 마법만 새기는 데도 그렇다.
“하지만 일단 하나 만들면 대량생산이 가능하니 만들어 나쁠 건 없지.”
“으으, 옳으신 말씀.”
나에게는 사기스킬 중의 사기스킬. 원형복제가 있다. 그 대상이 설사 레전드 아이템이라 해도 고작(?) 10년의 쿨타임을 가지고 있을 뿐이니 100만분의 1의 쿨타임이 적용되어 5분이면 해결된다. 그야말로 레전드 아이템을 찍어내는 것조차 가능하다는 뜻.
다만 내가 가지고 있는 레전드 아이템들은 두 개 이상 가져봐야 큰 의미가 없는 것들이다. 영원의 빙정이나 용광검. 드래곤 로드 케롤린에게 선물 받은 무한의 스태프는 모두 사용자가 단 하나의 레전드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졌으니까. 사실 레전드 아이템을 2개 이상 가지는 경우는 존재할 수가 없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예를 들어 용광검의 경우 마나를 주입하면 궁극기 용광참(龍光斬)을 발동하는 게 가능하지만 사실 용광검의 전체적인 성능에 비하면 이건 사소한 기능이다. 애초에 그랜드 마스터라면 원래부터 검강을 뿜어낼 수 있으니 용광참은(물론 일반적인 강기공격보다 강력하지만)그렇게까지 대단한 효과라고 볼 수 없는 것. 용광검의 진짜 효과는 [소지하는 것]만으로 물리면역 능력과 회복력&재생력 1000%버프가 상시 유지된다는 쪽인 것이다.
때문에 용광검을 한 사람이 2개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리 큰 성능의 향상은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걸 대량생산해서 주변에 나눠주는 것도 의미가 없다는 게 문제. 애초에 EX급에 불과한 12마장기 라이온 하트와 슈팅스타조차 주인을 가리는데 레전드 아이템은 오죽하겠는가? 초월자급이 아니면 용광검을 들 수조차 없고 초월자라 해도 절대고수가 아니면 용광참의 마나 소비가 100배 증가하는 페널티를 먹는다.
‘신기와 신물을 복제할 수만 있다면 간단하겠지만 그건 또 막힌단 말이지.’
과거 나는 신기와 레전드 아이템이 동급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던 모양이다. 신기 클래스와 레전드 클래스가 나뉘어 있다고 해야 하나?
모든 신들에게는 신기(神器)와 신물(神物)이 존재한다. 그중 신기는 신이 직접 가지고 있는 강대한 아티펙트로 아프로디테의 경우 케스토스 히마스(Kestos himas)가 바로 신기이며 신물은 교단을 지배하는 교황이 가질 수 있는 교황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물건으로 교황이 되며 입었던. 그리고 지금 입고 있는 아프로디테의 날개옷이 바로 신물이다.
다만 신물과 다르게 신기는 그 본체가 신계에 있고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일종의 강림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 능력도 어느 정도 제한이 걸려있을 것이다.
“으으 어려워. 너무 어려워. 인챈트는 2단계 이상 낮은 주문을 거는 게 일반적인데 동급 주문을 새기려니 빡빡하다. 1회성 주문을 새기는데 하루밖에 안 걸리기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작업량이 엄청나네.”
“안 될 것 같아?”
나 역시 대마법사에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이니 사실 레전드급 아이템을 만든다면 그녀보다 내가 적격이어야 하지만 난 무공도 마법도 초월자 턱걸이에서 별로 성장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물건만 만들고 인챈트는 그녀에게 넘긴 상태다. 전투 시 사용하는 마법과 다르게 인챈트 주문에는 스텟 보정도 그리 크게 받지 않으니(완성품의 출력은 보정받는데 완성 그 자체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아무래도 이쪽은 그녀가 전문가인 것이다.
“안 될 정도는 아냐.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 그나저나 아직 [돌릴]예정은 없어? 나 처음부터 다시 하면 지금보다 깔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그녀가 예전부터 요청하던 사항이다. 나는 상황을 정확히 모르지만 현재 지구가 사상 최악이라는 단어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재앙을 맞닥뜨린 상황이니 더 시간을 돌려 [아지트]를 완벽하게 만들고 식량이나 여러 가지 물품을 구해놓고 싶다는 것.
다만 재앙이 날뛰기 시작한지 현실 기준 35일. 네버랜드 기준으로는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걸 생각할 때 구태여 지금 그녀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망했구나.”
“그, 그 정도는 아닌데…….쳇. 이게 회로가 꼬여서.”
투덜거리며 작업을 마무리한다. 기기를 대기모드로 변형시키고 마나를 동결시키는 것이다.
“네트워킹(Networking)은 어때?”
그건 몬스터들 때문에 인적 하나 없던 지역을 싹 정리하고 만든 유저들의 마을을 가리키는 명칭이다. 동대륙 한(韓)에는 괴악(怪岳)지역에 네트워킹이 존재하고 서대륙 일리야(Ilya)에는 가단차 지역에 네트워킹이 존재한다. 그곳에는 천 킬로미터 밖에서도 워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워프 포인트가 설치되어 있어 능력이 없어 자꾸 자꾸 죽어나가던 신규 유저들이 그곳으로 이동해 현금으로 이런저런 서비스를 받는 일이 가능했다고 한다.
“초상집 분위기지. 강제 로그아웃 당하는 녀석들이 어마어마해서 마을이 반 이상 비었어.”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의 몸이 살해당하면 아바타 역시 자동으로 사망한다. 네버랜드 안의 육신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 영혼은 현실의 육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세계수는 무사하겠지?”
“당연하지. 사상 최악의 재앙이라지만 지구가 멸망할 위기에 처한 건 아냐. 힘 있는 자들은 다 멀쩡하거든. 천문학적인 숫자가 죽었다지만 그래봐야 사상자는 고작 1억 2000만 명에 불과하니까.”
‘고작’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숫자지만 지구멸망. 혹은 인류멸망을 입에 담기에는 섣부른 판단이기는 하다. 인류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70억 인구 중 50분의 1도 죽지 않은 셈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재앙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게 문제 아냐?”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난리를 피우던 초반에 비하면 상황이 많이 좋아졌어. 약간 잠잠해 졌다고 해야 하나? 눈에 띄지만 않으면 구태여 찾아다니지는 않는 모양이라고.”
그렇게 말하며 술식을 짜기 시작한다. 이미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그녀는 초장거리 워프 주문을 발동할 수 있어 살인적인 크기를 가지고 있는 적막의 사막조차 넘어 동대륙으로 갈 수 있는 존재다. 한번 가 본 장소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으니 워프 포인트까지 있는 네트워킹에 가는 것쯤이야 간단한 일.
그런데 그때였다.
“음?”
“어? 왜 그래. 뭐 빼 놓은 거 있어?”
멈칫하는 페이탈의 모습에 고개를 흔든다.
“아니. 일단 가자.”
“좋아. 그럼.”
우우우웅—-!
주변 마력이 일렁이기 시작하는 걸 느끼며 눈을 감는다. 현실기준 한 달. 네버랜드의 시간으로는 무려 1년 동안이나 묶여있던 감각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하는 게 느껴진다.
드디어 불사조의 모든 마나를 흡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 작품 후기 ============================
으악 오랜만에 돌아왔군요. 이상하게 글을 마무리 할 때 쯤 되면 잡념이 피어올라서(……….) 그래도 틀림없이 완결까지 달리겠습니다 연중은 없어요 ㅠㅠ
그나저나 깃털펜님이 신작을 연재하신다길래 읽었는데, 역시 잘 쓰셨군요. 잘 쓰셨고 엄청난 연재속도 과연 ㄷㄷ 이긴 한데……..그런데……..
으으 손발이 오그라들어요 ㅠㅠ 난 왜 이런 글 보면 미칠 것 같지 으아아아아앙앙 ㅠㅠ 정말 잘 썼는데 으아아 이 불타는 사랑을 보다 보면 으아아 내 몸이 촛농처럼 으아아 녹아버리네요. 으아아 ㅠㅠ 악령이 홀리워드 맞고 쓰러지는 느낌이에요 ㅠㅠ
이 손에 든 건 검이 아니고 사랑이야 ㅠㅠㅠㅠ 으아아 사랑 ㅠㅠ
그래도 열심히 하시는 깃털펜님 언제나 응원하고 있습니다. 아오 나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