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ward Walker Canceller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도전한다. 유그드라실.”
[뭐?]녀석이 당황하는 순간, 주변 광경이 급변했다.
웅–!
도착한 곳은 상당한 넓이를 가지고 있는 거대한 홀이다. 당장 무도회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화려한 디자인의 홀이었는데 그 재질이 모두 나무다.
“호오. 그러고 보니 여기 자체가 거대한 나무 안이군. 여기조차도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보면 농담이 아니라 교황청하고도 맞먹는 크기의 나무겠는데?”
“너, 너 뭐야?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한 외모를 가진 청년이 보인다. 다만 녹색의 머리칼에 전신을 휘돌고 있는 아우라는 그가 절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네가 유그드라실이군. 아니, 회장님이라고 해 줄까?”
“네 놈………”
신계에서 물질계의 나를 내려다 볼 때 느껴지던 여유가 완전히 사라진 모습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200스텟의 존재가 신성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체를 잘 몰랐던 모양이다.
‘하긴 나만 해도 로안에 대해 완벽하게 아는 건 아니니까.’
일반적으로 유저들은 자신의 캐릭터에 [빙의]할 때 외에는 별달리 전달받는 정보가 없다. 실제로 나만해도 로안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몰랐었으니까.
내가 로안에 대해 받은 정보는 네버랜드에 처음으로 접속 되었을 때 보았던 영상이 전부다. 간략한 그의 인생과 이루어야 할 사명만을 알게 되었다는 것.
때문에 나는 [본디 로안이 알고 있었을 지식]을 상당부분 몰랐다. 실제로 로안의 부모라고 할 수 있는 두 남녀가 별빛 달빛으로 불린다는 사실조차 몰랐지 않은가? 네버랜드 안의 NPC들이 유저의 빙의를 마주하면 인식에 왜곡이 생겨 알아서 납득하는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별빛 달빛을 잘 알고 있던 골드 드래곤 에레스티아는 이상함을 느끼고 나를 붙잡아 고문했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원래 로안은 오러스킬과 마법을 마스터 수준까지 연마한 강자였을 것이다. ?零却?신족의 피가 흐른다 해도 아무것도 수련하지 않고 살아온 잉여인간이 올스텟 99를 만들 수는 없을 테니까. 심지어 아버지는 절대고수 어머니는 대마법사인데 천재의 재능을 타고난 아들을 스무 살이 넘도록 아무것도 안 가르친다는 게 과연 정상적인 상황일까? 심지어 그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멸망의 마수 카울이 있는데?
유저가 NPC에게 빙의하면 해당 캐릭터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재구성]된다. 내 경우에는 강력한 마나와 오러가 다 사라지는 쪽이었지만 환생을 거듭해 온 유저가 빙의한다면 태어나서 어떤 이능도 익혀 본 적 없는 애송이가 하루아침에 웅혼한 내공을 가진 오러 마스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회장이라는 녀석은………. 전자군. 자신이 가진 캐릭터의 능력을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경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그는 이능을 연마하여 초월지경에 도달하고 스텟을 갈고닦아 200스텟을 완성. 신위를 획득한 그런 존재가 아니라 네버랜드가 처음 만들어질 때 두 밀리언과 거래하여 지금 이 자리를 받았을 뿐이다. 마가리타 같은 천재성을 가지지도 못하고 아크란처럼 뼈를 깎는 노력을 거듭하지도. 나처럼 불굴의 정신으로 무한의 시간을 살아가지도 못하는 그냥 돈 좀 많은 노인에 불과한 그가 어찌 신적인 존재를 온전히 소화할 수 있겠는가?
“마스터에는 올랐나? 아, 어차피 관련스킬도 안 만들었으니 상관없으려나?”
“네놈 대체 무슨 짓……..”
텅!
그때 녀석과 내 사이로 커다란 테이블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로 만들어진. 그리고 흔히 쓰이는 벨벳 대신 갈색의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는 고급품. 그리고 그걸 보며 나는 내 짐작이 정확했다는 걸 깨달았다.
행운을 겨룰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무엇일까?
답은 도박이다.
“세븐포커(Seven Poker)라.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서 좋군.”
“이건……… 그렇군. 도전. 너는 내 신성에 도전했어. 그래서 날 이기면 이 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거야.”
“정답. 머리가 아주 나쁘지는 않군. 더해서 너에게는 거부권이 없어 자격을 갖춘 도전자의 도전은 반드시 받아들이는 게 룰이니까.”
물론 시간을 끄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결국은 받아들여야 한다. 자격을 가진 도전자의 도전을 계속해서 외면하면 신의 자격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시스템이 절대권능을 하나 둘 잠가가다가 마침내 신의 자리를 박탈하게 되니까.
“시간 끌게 뭐 있어? 바로 시작하지.”
“허. 하하하! 푸하하핫! 어처구니가 없군. 도전을 할 수 있으니 이길 수도 있다. 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심지어 행운관련 스킬도 없이??”
“뭐 스킬까지야. 자리 아깝게.”
언리미티드의 창시자이자 다국적기업 리전의 회장인 그는 물론 회장이라는 직위만큼의 능력을 가진 존재이겠지만 단지 그뿐 절대 초월지경에 오를 인재가 아니다. 신이라는 저 자리는 스스로가 노력해 쟁취한 게 아니라 네버랜드의 탄생 때 끼어들어 이것저것 간섭하고 거래해 받은 결과물인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가 관리하는 행운은 아주 특이한 스텟이 되어 관련 성장스킬이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건 오직 고유스킬로 주로 운에 관련된 투기. 투자. 혹은 장사나 도박 등에 보조적으로 도움을 주는 정도니까.
“어처구니가 없군. 보아하니 행운스텟 이 200에 도달한 모양인데 그 정도로 나와 동등할 거라 생각하다니.”
쿵.
촤라라라락!
그가 테이블 앞에 앉자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카드들이 제각기 생명을 가진 듯 허공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그 너머로 환영처럼 새로운 인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에게 꽤 익숙한 얼굴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공증인으로 자리하게 스킬 마스터 청명이라고 합니다.”
내 얼굴을 마주한 청명이 아주 짧은 순간 멈칫거렸지만 이내 차분한 태도를 취한다. 나 역시 치우. 솔로몬을 포함한 오대신과의 대결에서 숱하게 그녀를 보았기 때문에 애송이처럼 아는 척을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룰을 설명해라 계집.”
자신이 처한 상황 자체에 짜증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약간 신경질적인 유그드라실의 말에 청명이 공손히 허리를 숙이고 말한다.
“네 세계수님. 지금부터 저는 세계수님. 그리고 통합교황님의 대결을 관리하게 됩니다. 세계수님과 통합교황님은 각각 10만 포인트의 점수를 가지고 시작하며 먼저 파산한 쪽이 패배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는 그 어떤 속임수도 용납되지 않으며 결과가 나게 되면 어떤 일이 있어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만약 패배자가 납득하지 않는다면?”
내 물음에 청명이 고개를 흔든다.
“저는 천신과 마신의 대행자이니 누구도 대결의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시하실 수 없습니다.”
신적인 존재 둘이 상대임에도 당당할 수 있는 건 그녀가 이 대결을 주최하는 그 순간만큼은 [초월자급]스킬의 해금이 풀리기 때문이다. 시스템 NPC로서 네버랜드가 가상의 세계이고 게임일 뿐이라는 것을 아는 그녀는 필요한 경우. 그러니까 신들의 시험이 이뤄지는 순간에 한해 천신이나 마신과도 맞먹는 괴물로 돌변한다.
‘나조차도 이길 수가 없었지.’
그야말로 [네버랜드]전체의 보정을 받는 존재가 되어 버리니 게임에서 [무적]이라고 설정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길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할 수 있겠지.
물론 [네버랜드 자체를 넘어서는 힘]을 가지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뭐 어쨌든 시작하지.”
별다른 긴장조차 없이 카드를 오픈한다. 나온 카드는 하트 A.
“푸하. 푸하하하하! 이런 어처구니없는 객기라니!!!”
내 태연한 태도에 유그드라실이 폭소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였다.
줄줄이 떠오르는 스킬은 하나같이 권능이었다. 신의 자리를 위한 [대결]에서 해당 신의 절대권능이 잠긴다고 그 아래 있는 권능마저 잠기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른 신들과의 대결은 이렇지 않았다. 오대신들 역시 많은 권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권능을 먼저 발동하지 않았으니까. 그들은 신적인 [역량]이 있었고 거기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니 권능을 발휘하기보다 기꺼이 실력으로 나를 상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언리미티드의 수장. 유그드라실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녀석은 그냥 노인네일 뿐이고. 어떤 역량도 초월자급까지 끌어올리지 못했다. 애초에 그래서 성장스킬조차 없는 행운 스텟을 차지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는 공략하기 어려운 신이다. 다른 신성이야 실력을 가다듬어 도전하면 되지만 그와의 대결에는 실력이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다.
녀석을 이기기 위한 정상적인 방법은 오직 하나 뿐이다. 신인 녀석보다 더 많은 행운관련 스킬을 가지는 것…….. 그러나 당연하게도 신의 자리에 있는 그보다 많은 권능을. 그것도 행운 관련 권능만 모으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행운 스텟 200에 도달해 얻은 권능이 방어스킬로 발동했지만 가볍게 밀려 짓눌린다. 나와 마찬가지로 상황을 파악한 유그드라실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이죽거린다.
“도대체 해당 스킬조차 없이 무슨 생각으로 도전한 건지 알 수가 없군! 하긴 해당 스킬이 있어봐야 내 권능을 이길 수는 없겠지만!”
쾅! 소리가 나게 테이블을 후려친다. 박력이 제법 대단하다.
“제법 강해 현실에서 난동을 부린 모양인데 이제 그 캐릭터는 나의 노예다! 네놈의 승률은 100만분의 1도 되지 않으니까!!!!!!!!”
“로안……..”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는 유그드라실의 모습에 청명이 신음하는 모습이 보인다. 절대적인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내심을 숨기지 못한다는 건 그녀가 그만큼 동요하고 있다는 뜻이었기에 살짝 윙크해 그녀의 불안을 떨쳐준 후 여유롭게 의자에 등을 기댄다.
“100만분의 1이면 충분하지.”
“………뭐?”
걱정은 전혀 없다. 오히려 우습기까지 하다. 신적인 역량을 가진 오대신을 상대하는 거에 비하면 이 상황은 그냥 단순한……. 그래. [노가다]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이길 가능성이 꽤 보이던 아프로디테를 상대하는 것조차도 이 상황에 비하면 절대 쉽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그드라실을 보며 웃을 수 있었다.
“뭐해 카드 안 뒤집고?”
일단 확률 싸움으로 들어가면…….. 나에게 패배란 없으니까.
============================ 작품 후기 ============================
요새 야한 내용이 왜 이렇게 안 나오냐는 쪽지가 좀 오는군요. 초심(……..)을 잃은 게 아니냐는 질문도;;;;
사실 고백할게 있습니다 여러분.
여, 여친이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