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 Born Blood RAW novel - Chapter (107)
배드 본 블러드-107화(107/197)
107
‘자네의 말대로…… 이번 습격 사건의 전조를 황실에선 알고 있었네. 사주한 자도 파악했지.’
‘알면서도 막지 않았군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나는 키누안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제국과 황실은 자국민의 희생, 심지어 귀족의 죽음마저 이용하고 통제한다. 제국이 각 가문의 목줄을 단단히 죄고 있는 셈이다. 거기서 벗어나려고 하면 응징을 당했다.
‘네메시스 같은 테러 집단에 대한 반감이 더 심해졌어.’
제국은 이번 습격 사태는 테러리스트의 짓으로 발표했다. 그 때문에 제국 전역에 뿌리박힌 테러 조직을 소탕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키누안에게서 습격 사주자의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코로부스 가문의 짓이었다.
‘근위대가 추려낸 명단에 범인이 있었어.’
난 이틀의 시간을 두고선 헤일라스를 찾아갔다. 그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정말로 키누안에게 정보를 얻어냈군.”
심판은 내 역할이 아니다. 헤일라스와 근위대가 처리할 것이다.
‘니콜라오스의 죽음이 불러온 거대한 흐름.’
그 이전에 키누안과 나의 만남도 있었다. 어디서부터 계획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키누안은 별도의 정보망이 있는 듯합니다.”
“그럴 것 같았네. 내가 모르는 제국의 상층부와도 연관이 있겠지. 그 정도가 아니라면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테니까. 난 키누안을 처분하자는 건의를 여러 번 올렸어. 사적 감정은 아니네. 니콜라오스가 죽기 전에도 건의한 내용이야.”
“키누안도 상부가 준비한 계획에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진실을 추측인 것처럼 말했다.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키누안은 제국에 득이 될 사람이 아니야. 만약 상부가 키누안을 통해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면, 그건 키누안에게 속고 있는 거지.”
그럴 리가 없다. 키누안의 직속상관은 다름 아닌 황제 유리 크라치아다. 황제가 키누안에게 속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키누안이 아무리 대단해 봐야 개인에 불과하다. 그것도 현역 시절에 비하면 기량이 한창 떨어진 노병이지.
‘헤일라스는 키누안에 대해 헛다리를 짚고 있어.’
아직 난 어떻게 헤일라스를 끌어내려야 할지 모른다. 그는 강대한 사내다. 그러나 머지않아 기회가 올 것 같았다.
‘예전만큼 헤일라스가 대단해 보이진 않는다.’
헤일라스도 잘못된 판단을 내리며 실수하는 인간이었다. 가족이 된 내 눈에는 그의 허점이 조금씩 보였다. 더군다나 내 착각이 아니라면 그는 나를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
‘기다리면 때가 온다.’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제국이 쿠스토리아 가문을 무너뜨리는 게 먼저냐, 아니면 그 전에 내가 헤일라스를 끌어내리느냐.
헤일라스는 키누안에게 집착하며 결정적인 증거를 찾고 있었다.
‘키누안을 즉결 처형할 수 있는 증거.’
헤일라스가 키누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유를 내가 확실히 알 순 없었다. 분명히 어떤 연유가 있을 것이다.
“당분간은 하층 구역에 자주 체류할 듯합니다.”
“지젤도 요즘 그쪽으로 간다고 하더군. 잘 부탁하네.”
지젤의 이름이 헤일라스 입에서 나왔다. 나는 평소와 달리 가슴이 뜨끔했다. 그러나 내색하진 않았다.
“지젤이 뭘 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난 동요를 숨기듯 화제를 지젤로 돌렸다. 피하고 싶은 화제니까 오히려 언급하는 것이다.
“작은 사업을 한다고 들었네. 내가 보기엔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지만, 그 애도 나름의 생각이 있겠지.”
“제가 보기엔 상당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성과도 나올 것 같고요. 쿠스토리아의 가주는 꼭 군인이어야 합니까?”
“니콜라오스도 우수한 데다가 장남이었지만, 군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쥬페와 비등비등한 상황이었어. 전통을 우습게 보지 말게, 루카. 그리고 지젤은 영리하지만, 가주가 되기엔 결함이 많아. 군인이 아니라는 점을 빼도 말이야.”
헤일라스는 냉혹하게 딸을 평가했다.
“사람이 어떻게 바뀔진 아무도 모르지요.”
“그 말도 맞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 타고난 기질은 대개 평생 유지되는 법이지. 이건 내 경험이야.”
타고난 기질. 사실 동의한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내 짧은 인생으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사람이 바뀐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상은 억눌려있던 기질이 드러나는 것뿐이다.
내 나약함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이지.
* * *
나는 하층 구역에 내려가 길다의 공업소를 방문했다.
길다의 공업소, 그러니까 현 이름은 지앤지 공업소다. 길다와 지젤의 철자를 따서 지은 것이다.
하여튼 그 공업소에 기이한 방문자가 찾아왔다.
공업소 경영자인 지젤이 있는 건 특이할 게 없다. 그 두 사람은 거기서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일레이.’
그러나 일레이가 여기에 있었다.
일레이가 왜 여기에 있느냐? 가짜 약혼녀인 지젤을 찾아온 건 아니다. 일레이가 여기에 있는 까닭은 다른 사내 때문이었다.
‘진가우 소장?’
황실 제4연구소의 소장이 지앤지 공업소를 방문했다. 정말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 때문에 일레이가 여기에 온 것이다. 일레이는 늘 아케인 문명 권위자인 진가우와 대담을 하고 싶어 했다.
“호오, 쿠스토리아 양. 재미있는 짓을 하는걸? 예전에 자네의 논문을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어. 아카데미 학생치고는 굉장히 앞서간 생각이었거든. 하지만 그거 아나? 벨라토의 보더시티 같은 곳에선 자네의 이론을 현실화한 시제품이 있어. 그다지 특별한 이론이 아니라는 거지. 창의적 발상만큼은 그쪽이 우릴 앞서는 편이거든.”
진가우가 지젤의 등 뒤에서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경 너머의 눈웃음이 능글능글했다.
“그, 그런가요? 그, 그보다 제 논문을 읽어 보셨다고요?”
지젤은 황송하다는 듯이 말했다.
“난 제국의 아카데미에서 발표한 논문은 다 읽어봐. 학생 것이든 뭐든.”
진가우의 말에 지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말, 말도 안 돼. 아, 죄송합니다.”
“거짓말은 아니네.”
진가우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자유분방한 미소에는 불편한 기색조차 없었다.
“아뇨, 거,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놀란 겁니다. 학생의 논문을 보실 줄은 몰랐거든요.”
“잘 모르기에 나올 수 있는 풋풋한 사고와 생각이 있거든. 현실적으론 말이 안 되도 재미난 내용이 많아. 마치 소설을 보는 느낌이지. 간혹 거기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난 진가우가 연구자로 얼마나 대단한지는 학술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주변의 반응과 이질적인 태도로 그의 권위를 짐작할 순 있었다.
“일레이 카르티카입니다. 예전에 연락을 몇 번…….”
일레이가 용기를 내듯 다가갔다. 여자에게도 저렇게 수줍게 접근하진 않을 것이다.
“예전부터 귀찮게 메시지를 보내던 게 자네였군. 하지만 난 자네를 보러 온 게 아니네.”
진가우의 말은 굉장히 서늘했다. 지젤에 대한 태도와는 정반대였다. 허례허식이 없는 솔직한 태도는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일레이는 안색 하나 바뀌지 않았다. 진가우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이리라.
일레이가 끈질기게 말을 걸었다. 진가우도 처음에는 경멸하듯 인상을 찌푸리다가 서서히 풀었다.
“……흐으음, 자네가 공간이동 장치를 직접 봤다고?”
“그쪽 공간이동 장치는 다른 연구소가 가져갔다고 들었습니다. 당시에…….”
일레이가 어떻게든 대화의 물꼬를 텄다. 대단한 노력이었다. 그는 예전에 아케인 요새에서 봤던 공간이동 장치를 언급했다.
‘릴리안 라모네스 때문에 당시의 일을 언급하기 싫을 텐데, 그만큼 진가우가 대화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인가?’
나로선 별로 관심이 없었다. 진가우는 군인도 아니며 권세를 부리기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다.
“원래는 그건 내가 가져가려고 했는데, 그 2연구소 놈들이…….”
“그쪽이 유물 연구 전문이라 들었습니다. 소장님은 에너지 변환 전문…….”
대화를 들어보니 공간이동 장치는 진가우가 손대지 못한 모양이었다.
진가우와 일레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지젤에게 다가갔다.
지젤은 진가우 때문에 많이 긴장했었는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루, 루카.”
그러나 지젤은 또다시 말을 더듬었다. 이번엔 나 때문이었다.
“소란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잠깐 들렀어. 저 사람은 왜 온 거야?”
나는 차분히 말하며 눈짓으로 진가우를 가리켰다.
“나도 몰라. 갑자기 오늘 아침에 연락하더니 다짜고짜 찾아오더라고. 그래서 일레이에게 연락했어. 예전부터 진가우 소장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빚을 지워두려고.”
지젤은 혼란한 와중에 일레이를 떠올리며 이득까지 챙겼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꽤 잘할 것 같긴 했다.
의외로 죽이 맞는지 일레이와 진가우는 한창 떠들어댔다.
“잘했어, 일레이도 좋아하는 것 같고. 길다는? 아까부터 안 보이던데.”
“출장 업무. 그보다 루카…….”
“왜?”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고 대답했다.
“지난번의 일에 대해서 잠깐 나랑 말 좀 해. 그 이후로 이야기한 적이 없잖아.”
지젤은 지난번의 일이라고 완곡히 돌려 말했다. 나는 힐끗 눈동자를 굴려서 뒤를 쳐다봤다.
‘망할, 일레이.’
일레이는 나와 지젤을 보며 웃고 있었다. 우리의 관계를 어느 정도 눈치챈 모양이다. 애초에 판을 깔아준 것도 저 녀석이니까.
일어선 지젤이 공업소의 작은 창고로 들어갔다. 사람 네다섯 정도만 겨우 설 수 있는 공간이었다.
끼익.
나는 문을 닫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쇠와 기름 냄새가 그득한 곳이다. 그러나 거기서도 나는 지젤의 단내만 강렬히 느꼈다. 다른 냄새는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평소처럼 굴어, 지젤 쿠스토리아. 아까 일레이의 표정을 봤어? 우릴 보고 아주 신나서 웃고 있더라. 야, 잠깐…….”
나는 말과 달리 그녀를 밀어내지 못했다. 결국, 그녀를 원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지젤이 팔을 뻗어 내 목을 껴안았다. 달콤한 숨이 입에 닿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녀도 마찬가지였고 우린 눈을 마주쳤다.
‘밀회.’
나도 내가 이딴 걸 할 줄은 몰랐다. 지금 여기서 내가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한숨이 나오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우린 미래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다. 언젠가 끝날 일이라는 걸 알기에 굳이 입으로 꺼내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내가 양자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귀족 가문과 사회는 만만치 않다. 입적을 취소하고 데릴사위로 들어갔다간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터다. 쿠스토리아 가문에서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지.
……그래, 일시적인 감정이다. 언젠가 식을 것이다.
‘만약, 한때의 일탈로 끝나는 게 아니라면 준비를 해야 한다.’
지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루카, 난 그날 이후로 제대로 잠도 못 잤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몇 번이고 생각했지.”
지젤이 나보다 먼저 입을 뗐다. 그녀는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어갔다.
“난 너와 같이 제국을 떠날 각오도 했어. 네가 원한다면 준비해 둘게. 하지만 네가 이뤄 낸 걸 놓치기 싫다면 이걸로 끝내자. 바보짓은 한두 번 해봤으면 충분하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이건 내 잘못이야. 네가 얼마나 노력해서 여기까지 온 건지 알고 있으면서…… 이러는 게 아니었어. 널 망치고 싶진 않아.”
지젤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녀도 감정에 휩쓸려 행동했으나 어떻게든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수습하려고 노력한 모양이었다.
‘제국을 떠나?’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고려할 것도 없다.
‘넌 아무것도 몰라, 지젤.’
나는 이미 제국을 떠날 수 없다. 내 손으로 이뤄낸 게 아까워서가 아니다.
‘제국은 날 놓아주지 않을 거야.’
난 더는 평범한 근위대 생도가 아니다.
“루카?”
지젤이 내 얼굴을 보며 반문했다. 나는 내면에 잠긴 채로 생각하고 있었다.
치직, 치직.
머릿속에서 잡음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내 사고의 속도가 올라갔다. 모든 게 엮이고 있었다. 내가 아는 진실과 사실, 그리고 사건이 얽히면서 희미한 길이 보였다.
아키에스 빅티마의 사고방식.
몇 번을 말하지만,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주 희미한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다. 그건 전투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나는 키누안의 후임이다.’
내 스승은 이보다 더한 상황 속에서도 길을 찾아내 자신의 안전영역을 확보했을 것이다. 황실과 테러 조직 사이의 줄타기에 비하면 내가 겪는 건 사소한 문제다.
지금 키누안은 누구도 자신을 쉽게 건드리지 못하게 미묘한 균형을 이뤄냈다.
‘키누안처럼.’
내 주변의 괴물들과 거래해 조건과 제약을 걸어라. 나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천칭을 이루면 그 누구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일단은 날 믿고 기다려. 그게 나쁜 결과든 좋은 결과든 가져올 테니까. 하지만 맹세컨대 최악의 상황은 피할 거야.”
나와 지젤은 이야기를 마치고 창고를 나갔다. 아직도 일레이와 진가우는 떠들고 있었다.
진가우는 남사스러울 정도로 일레이를 힘껏 껴안았다.
“그래, 그렇게 따지고 들면, 그 장치를 가져올 수 있을지도! 그 정도의 막대한 에너지를 홀리스톤 기반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은 우리 연구소밖에 없을 테니까!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하, 하하. 가끔 너무 똑똑하기에 놓치는 맹점이 있는 법이죠.”
일레이는 조심스레 진가우를 밀어내며 웃었다.
“아, 그리고 루카우스 쿠스토리아! 오랜만이군!”
진가우가 한껏 들뜬 기색을 드러내며 나를 보았다.
꾸벅.
나는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는 헤일라스조차 예를 갖춰 대하는 사람이다.
“그땐 내가 술에 취해 몰랐는데…….”
진가우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더니 나를 한참이나 응시했다. 그가 손을 뻗더니 내 왼쪽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생체 안구가 있는 위치였다.
딱, 딱.
진가우가 무슨 실험이라도 하듯이 손가락을 좌우로 튕겼다. 내 오감이 그의 행동을 빠르게 좇았다.
“이야, 자네…… 그러다가 뇌가 녹아. 평시에도 초반사 반응이 나오면 위험한 단계거든. 원래 집중이란 ‘평범한 상태’가 아니네. 과도하게 뇌가 활성화된 상태를 집중이라 부르지. 상시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야.”
진가우는 말의 내용과 달리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나는 무미건조하게 입을 뗐다.
“저는 근위대 생도입니다. 일반인보다 더 잘 버티죠.”
“근위대 기준으로도 높다는 거지. 자네도 잘 알지 않나? 레기온을 상시 사용하지 못하듯 아키에스 빅티마도 마찬가지야. 심리 치료를 받으며 장기 휴가를 취하게. 필요하면 내가 소견서를 써주지.”
일레이와 지젤도 진가우의 말을 듣고 있었다. 일레이는 덤덤하게 서 있었으나 지젤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직은 괜찮습니다. 제 몸을 돌볼 여력은 있으니까요.”
진가우가 한 걸음 물러나며 안경을 치켜세웠다.
“증상은 예측불허하고 다양하겠지만…… 대체로 환청과 환촉 같은 환각 작용이 가장 먼저 올 거야.”
그는 미소를 유지한 채로 말을 이어갔다.
“난 자네 같은 사람을 좋아하네. 부작용 따윈 사소한 거라 치부하며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세상의 진보를 만들지. 어떤 분야든 간에 말이야. 나중에 시간 나면 내 연구소로 찾아오게.”
진가우가 손바닥이 위로 보이도록 내밀었다.
위잉.
그의 손바닥 렌즈에서 홀로그램 명함이 투사됐다. 내가 명함을 응시하니 그의 고유번호가 단말기에 등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