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 Born Blood RAW novel - Chapter (16)
배드 본 블러드-16화(16/197)
016
나는 아키에스 전투술을 배우지 않겠다고 키누안에게 말했었다. 뒤늦게 말을 바꾸자니 영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건 근위대장의 명령이자 임무였다.
“생각이 바뀐 모양이군. 생각이 바뀌면 오라고 한 것도 나니까, 더는 묻지 않겠네.”
키누안은 흔쾌히 허락했다.
“감사합니다, 교관님.”
“온 김에 외출이나 좀 하지. 혹시 다른 일이 있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나와 키누안은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키누안이 향한 곳은 하층 구역이었다. 우린 고속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 구역 검문소를 통과했다. 검문소의 군인이 나와 키누안의 신원을 확인하더니 존중을 담아 경례했다.
하층 구역으로 들어서자 풍경이 금방 바뀌었다. 정착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킨 낡은 건축물이 여럿 보였다.
도색이 벗겨진 벽은 오염물질로 범벅이었고, 깨진 창문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아이들도 보였다.
후우웅.
열기가 섞인 바람이 불 때마다 풍화된 콘크리트가 바스러지며 가루로 흩날렸다.
키누안은 낡아빠진 상점가로 들어섰다. 거리 입구에 설치된 안내용 안드로이드는 상체만 흉상처럼 남아 있었다.
-어, 어써, 세요, 환, 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우릴 환영하듯 손을 벌리며 말했다. 그러나 동작도 뻣뻣했고 기계 음성은 노이즈가 섞여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 힘들었다.
나는 주변을 살폈다. 하층 구역치고는 행색이 멀쩡한 사람이 많았다. 그나마 먹고살 만한 중산층이 이용하는 상점가였다. 공권력이 작용하는 증거로 보안 드론이 대로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여기서 범죄를 저질렀다간 보안 드론의 총알 세례에 몸이 걸레짝처럼 찢길 터다.
우뚝.
키누안이 어느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조잡한 장난감과 홀로그램 게임기가 유리창 너머로 진열되어 있었다. 전갑의체 레기온을 어설프게 본뜬 모형도 있었다.
“요즘 애들도 이런 걸 갖고 싶어 하나?”
키누안이 내게 물었다.
“저도 어릴 땐 이 앞에서 한참 넋을 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자넨 아직도 어려.”
키누안 입장에선 나도 어린 게 맞지. 나는 가게 문을 열며 키누안이 먼저 들어가길 기다렸다.
“주인장.”
키누안의 말에 가게 주인을 눈을 떴다. 그는 손님이 왔는데도 심드렁하게 턱을 괴더니 진열장을 가리켰다.
“찾는 게 있거든 거길 뒤져보쇼. 물어봐도 난 모르니까.”
어지간히도 불친절하다. 나는 가게 주인을 훑어봤다. 걷어차고 싶을 정도로 의욕이 없는 인상이었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전부 주게. 배달은 되겠지?”
키누안이 진열장의 끝과 끝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인장이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곧 눈만 동그랗게 떴다.
“전부라니? 거, 무슨 농담을…….”
나는 키누안에게 받은 크레딧칩을 가게 주인 앞에 들이밀었다.
“대답이나 해. 배달되냐고 물었잖아.”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한 번만 더 헛소리하면 손가락이라도 분질러버릴 생각이었다.
“물, 물론입죠. 됩, 됩니다. 주소만 말씀해 주십쇼.”
이제야 정신을 차린 가게 주인이 허겁지겁 움직였다.
이 바닥에서는 흥정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물건을 사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가게 주인의 머릿속 살덩어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우리의 신분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챘을 것이다.
“아, 저, 저기 손님들?”
가게 주인이 주소를 확인하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무슨 일이지? 돈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
“그, 그 배달은 안 될 것 같습니다. 그쪽은 내일모레까지 차량 통제 지역입니다. 그 제네시스인지 네메시스인지 뭔지 하는 테러리스트 놈들이…….”
“알아들었으니 설명은 됐네. 흠, 이를 어쩐다…….”
키누안은 산처럼 쌓인 포장 상자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무게 문제가 아니라 부피가 문제였다. 어떻게 엮어도 두 사람이 들고 가긴 힘들었다. 좀도둑도 수도 없이 들러붙을 것이다.
“가브리엘을 부르면 어떻게든 될 듯합니다. 얼굴도 험악하니 이상한 놈들도 따라붙지 않을 거고요.”
나는 단말기를 꺼냈다. 홀로그램 화면으로 가브리엘이 떠올랐다.
-어이, 굿, 아니, 루카. 무슨 일이지?
“이쪽으로 와.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도와준다면서?”
-다짜고짜 오라고? 나도 일이……
“당장 오라고 했다, 가브리엘. 내가 대납한 인공 척추를 뽑아버리기 전에 뛰어오는 게 좋을걸.”
나는 으름장을 놓았다. 가브리엘은 욕설이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으나 금방 가겠다고 대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브리엘이 가게로 들어왔다. 비대한 덩치가 들어오자 가게 주인은 겁을 먹은 표정을 지었다. 가브리엘은 누가 보더라도 위험한 사내였다.
“고작 이런 일로 날 불러? 내가 동네 심부름꾼인지 알아? 이래 봬도…….”
우리의 사정을 들은 가브리엘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닥치고 들기나 해.”
가브리엘은 한숨을 쉬며 커다란 덩치에 걸맞게 상자를 어깨에 잔뜩 짊어졌다. 그는 나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특히 팔다리에서 시선이 한참 멈췄다.
“그게 네 원래 의체로군. 상당한 고성능으로 보이는데? 거기다가 균형감도 좋잖아. 부잣집 도련님이었냐? 그래서 돈이 필요 없었던 거야?”
가브리엘이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덩치가 무안할 정도로 수다스러운 놈이었다.
“쓸데없는 궁금증은 똥구멍으로 넣어둬. 나에 대한 건 물론이고, 뒤에 계신 분에게도.”
가브리엘의 시선이 키누안에게 잠시 머물렀다.
“알레프조차 쩔쩔매는 상대에게 까불 생각은 없어. 나도 눈치라는 게 있다고.”
우리는 짐을 짊어진 채로 대로변으로 나갔다. 가브리엘을 부른 효과가 있었다. 인상이 험악한 거구의 사내가 옆에 있으니 좀도둑이나 소매치기가 붙지 않았다.
“흠, 이쪽은 보육원 거리잖아. 이거 전부 선물인 거야? 봉사활동이라도 하는 거요?”
익숙한 길로 접어든 가브리엘이 말했다. 나도 목적지가 보육원이라는 건 방금 알았다.
‘제47보육원.’
키누안은 보육원 앞에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와 제법 오랫동안 같이 지냈지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처음 봤다.
“자네들은 안쪽 공터에 상자를 내려놓고 쉬고 있게.”
키누안이 그리 말하며 보육원 건물로 들어섰다.
“젠장, 나는 좀 더 거창한 걸 원했다고. 예를 들면 다른 갱단과 시비라도 붙거나 그런 화려한 거 있잖아. 보육원 애새끼한테 선물 운반? 이딴 일로 철권의 가브리엘을 호출해?”
가브리엘은 키누안이 사라지자마자 투덜거렸다.
“차라리 싸움이 일어났다면 널 호출할 일이 없겠지.”
나는 상자를 차근차근 쌓아서 정렬하며 말했다. 생도 생활 내내 배인 정리 습관이었다.
“루카, 네가 강한 건 알겠지만…… 이쪽 바닥도 만만치 않아. 싸움에 강하다고 무조건 살아남는 게 아니라고. 인맥과 지략도 필요하단 말이지.”
가브리엘이 자신의 머리를 검지로 두드리며 말했다. 인맥은 몰라도, 지략이라는 말이 가브리엘의 입에서 나오니 웃길 따름이다.
나는 코웃음을 흘리며 보육원 건물을 응시했다.
‘과거의 나와 똑같은 처지의 아이들.’
꾀죄죄하고 굶주려 있었다. 그러나 눈동자만큼은 선물을 기대하느라 반짝였다.
‘발버둥 쳐서 여길 벗어나. 힘을 길러 올라가라고. 안주하면 안 돼.’
그 말이 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하위 보육원 출신의 운명은 대체로 뻔했다. 전투 적성이 있는 아이들은 소모품이나 마찬가지인 하급 병사가 된다. 그래도 그게 그나마 나은 축이었다. 위험하긴 해도 번듯한 직업도 있고 돈도 벌 수 있으니까. 운이 좋으면 어찌어찌 부사관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병사조차 못 된 아이들? 그대로 길거리로 방출된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사기꾼과 갱들이 나타나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들의 골수까지 쪽쪽 뽑아 먹는다.
‘머지않아 처참한 운명이 너희들에게 다가오더라도 남 탓할 것 없어. 제국이 준 기회를 놓친 건 자기 자신이니까.’
나는 속으로 혼잣말을 지껄였다.
난 여기서 벗어났다. 이 끔찍한 밑바닥에서 자력으로 일어서서 구원의 동아줄을 잡고 올라갔다. 남들이 안 된다고 말할 때, 나는 부단히 노력해 힘을 길렀다.
‘아마도 여긴 키누안이 자란 보육원이겠지. 성공했다고 기부와 적선 따위를 하는 건가?’
키누안에게도 미적지근한 면모가 있는 모양이다. 나는 절대 이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기회를 잡지 못하는 자에게 베풀 온정은 없다.
“루카, 저 키누안이라는 양반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네 가족은 아닌 것 같고……. 알레프가 꼼짝 못 할 정도의 거물이면 나도 알만한데 말이지.”
“모가지 간수하고 싶으면 신경 꺼.”
내가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진심이기도 했다.
몇 번 만나지 않았지만, 가브리엘은 제법 괜찮은 놈이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약속과 의리를 지킬 줄 안다는 것만으로도, 이 동네에선 괜찮은 놈으로 분류할 만했다.
“와아아아아아!”
곧 보육원의 문이 활짝 열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들이 뛰쳐나오더니 내가 정리해둔 선물 상자를 헤집고 다녔다.
“고마워요! 못생긴 아저씨! 잘생긴 형!”
아이들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말하는 꼬라지하곤, 거참.”
가브리엘은 화내지 않고 웃기만 했다. 그는 아이들의 말에 욱할 정도로 정신 나간 놈은 아니다.
‘가브리엘은 교류할 만한 가치가 있어.’
내가 헛된 돈을 쓴 건 아니었다.
나는 가브리엘을 관찰했다. 내구력과 힘이 좋은 신형 척추 덕분에 몸의 균형이 상당히 좋아졌다. 굽었던 등도 꽤 바로잡혔다. 신경계 대역폭도 향상돼서 몸의 부하도 줄었을 것이다. 만성적인 근육통과 불면증도 나아졌겠지.
가브리엘의 업그레이드를 쉽게 비유하자면, 울퉁불퉁하고 비좁은 도로를 넓게 뚫어놓은 셈이다. 사이버네틱 의체의 호환과 최적화가 엉망진창이라도 대역폭만 왕창 넓히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대체로 뒷골목에선 정교한 조율보다는 이런 단순한 방식을 선호하는 법이다.
“뭘 봐? 나한테 반하기라도 했냐?”
가브리엘이 내 시선을 느끼곤 뒤를 돌아봤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똥 씹은 표정을 짓다가 험악하게 놈을 노려봤다.
“농, 농담이야. 젠장, 그렇게 죽일 듯이 쳐다볼 건 없잖아.”
가브리엘이 황급히 말을 철회했다.
“시간이 나면 제대로 된 정비사에게 조율을 받아. 비싼 파츠가 제 성능을 못 내고 있으니까.”
내 조언에 가브리엘은 콧방귀만 꼈다.
“최적화는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잖아. 내게 그럴 여유와 돈이 어딨어? 네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쯤 바닥을 기어다니며 구걸이나 하고 있었을걸. 날 아니꼽게 보던 놈들이 내 머리 위에 오줌을 갈겨도 찍소리 못 하면서 말이야.”
“이거면 반년 정도는 충분할 거야.”
나는 공백의 크레딧칩을 단말기에 가져가 대고 금액을 입력했다. 크레딧칩 디스플레이에 금액이 떠올랐다.
“……어이, 이건 무슨 의미야? 살인 청부라도 맡기고 싶다면 사람 잘못 찾았어. 나라고 그 정도로 바닥의 인간은 아니거든.”
가브리엘은 크레딧칩을 바로 받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서 신뢰가 갔다.
“미래를 위한 투자다. 오늘 같은 시답잖은 일부터 시작해서 네 도움이 필요하면 종종 부를 거야.”
“굿보이, 난 네 쫄따구가 아니야. 보스처럼 굴고 싶다면 갱단이라도 만들든가.”
“협력자라고 생각해. 부하처럼 부릴 생각은 없다.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을 거야.”
가브리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크레딧칩을 받았다. 거절하기엔 놈에겐 큰돈이다. 내 입장에서도 꽤 큰 지출이다. 생도의 봉급은 그리 여유롭지 않다.
“받아두긴 할 텐데, 난 네 부하가 아니라는 걸 알아둬.”
“알았으니까 그만 말해. 그리고 그 돈은 정비와 기능 향상에만 써. 이상한 곳에 낭비하지 말고.”
나는 마지막 말을 강조했다. 가브리엘도 뜨끔했는지 고개만 끄덕였다. 녀석이 체계적인 소비습관을 가진 것 같진 않았다. 대부분의 하층 구역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말이다.
어느새 공터에는 포장지만 널브러져 있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장난감과 게임기를 들고 있었다. 가지고 싶은 걸 못 가진 아이도 있었기에 주먹다짐과 다툼도 일었다.
나와 가브리엘은 싸움을 말리지 않고 바라만 봤다.
‘그래, 힘으로 쟁취해라. 어차피 모두가 공평하게 가지진 못해. 필요한 게 있다면 빼앗아.’
누군가가 누리고 있다면, 다른 이는 가지지 못한다. 세상은 풍요롭지 않기 때문이다.
……우린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보육원의 문이 열렸다. 안에서 이야기를 마친 키누안이 걸어 나왔다.
“루카, 잠시 둘이서 이야기 좀 하지.”
키누안이 보육원 뒤편에 마련된 쉼터로 향했다. 쉼터에는 낡아빠진 벤치가 있었다.
끼익.
키누안이 등을 보이며 벤치에 앉았다. 나는 뒤에 서서 그의 말을 기다렸다.
“난 가끔 이렇게 나오곤 하네. 여기 원장도 애들 먹을 걸 잘 빼돌렸는지 얼굴이 아주 좋더군. 원장의 봉급이 그리 넉넉하진 않을 텐데 말이야.”
“교관님은 여기서 자라신 겁니까?”
“글쎄? 내가 나고 자란 곳은 이미 잊어버렸네. 한 번씩 가까운 보육원을 이렇게 들를 뿐이야. 어쩌면 자네의 보육원에도 간 적이 있을지도 모르지.”
키누안은 어쩐지 지쳐 보였다. 이렇게 보면 은퇴한 근위대원일 뿐이다. 근위대장이 굳이 따로 감시할 이유가 있을까? 그런 의문이 내 안에 맴돌았다.
키누안은 뇌 기능 이상을 앓고 있다. 과부하를 버티지 못한 신경계가 망가진 것이다.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어떻게든 버티는 것 같으나 그에겐 많은 제약이 있었다.
조금 오만한 생각이지만, 어떻게든 지구전으로 끌고 가면 나도 키누안을 이길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편히 생각하자. 내 앞의 사내는 그저 과거에 묻혀 가는 퇴역병이다, 영광의 빛도 사그라든 노병. 어쩌면 저게 먼 훗날의 내 모습일지도. 그때까지 운 좋게 살아있다면 말이다.
“……그래, 루카. 헤일라스 대장이 자네를 내게 보낸 건가?”
키누안은 아무렇지 않게 툭 내뱉었다. 근위대장의 이름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왔다.
지금 내 동공은 천적을 발견한 초식동물만큼이나 커졌으리라.
기이잉!
나는 자신도 모르게 의체의 출력을 높이며 전투 준비를 취했다. 극도의 긴장이 정수리부터 발가락까지 빠듯하게 차올랐다.
‘근위대장의 명령을 받고 내가 온 걸 아는 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여기서 날 처리할 셈인가? 키누안에게 정말 뭔가가 있는 건가?’
온갖 추측이 오갔다. 최악의 상황부터 하나둘씩 떠올랐다.
“루카, 죽고 싶지 않으면 진정하게. 자네를 죽이지 않고 제압하긴 힘들 것 같으니까 말이야.”
키누안은 내 쪽을 보지도 않고 앞만 보며 말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의체의 출력이 점차 내려가고 있었다.
“저는 제국의 군인입니다. 대답할 수 있는 건 이것뿐입니다.”
나는 눈을 감았다가 뜨며 차분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