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 Born Blood RAW novel - Chapter (62)
배드 본 블러드-62화(62/197)
062
니콜라오스의 장례식이 끝났다.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갔다.
헤일라스는 키누안을 추궁하지 않았다. 그저 때를 기다리며 침묵했다. 나도 내 임무로 복귀했다.
‘니콜라오스가 하던 일은 내가 마저 처리하지.’
헤일라스가 내게 그리 말했다. 그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누군가에게 조사를 맡길 것이다. 그 정도 인맥은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아지트, 즉 갱단 사무실을 방문했다.
쾅!
오자마자 사고가 터지고 있었다.
가브리엘이 들창코의 멱살을 쥐더니 내동댕이쳤다. 들창코는 애걸복걸하며 용서를 구했다.
“커억, 컥! 보, 보스!”
“보오오스? 그래, 보스의 말이 우습게 들리나 보지? 저거 뭐야, 약물? 장난해?”
“아니, 휴, 휴식 시간에 잠시, 기분 전환용이었어. 조금만 했다고, 조금만!”
들창코가 근무 시간에 약물을 한 모양이었다. 가브리엘은 들창코의 발을 잡더니 내던졌다.
“칵!”
날아간 들창코가 내 옆으로 떨어졌다.
“왔, 왔습니까? 도련님. 저, 저 좀 살려주, 주십쇼.”
들창코가 내 외투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나는 들창코를 걷어차며 안쪽으로 걸어갔다.
가브리엘이 날 보더니 불만에 찬 말을 내뱉었다.
“뭐 때문에 그동안 연락을 안 받은 거야? 네가 없는 동안……!”
“가족장이 있었어.”
내가 짧게 말했다. 가브리엘이 머쓱하게 뺨을 긁었다.
“어, 그, 그래? 유, 유감이네. 가족장이면, 쓰읍, 어쩔 수 없지, 아씨.”
“그래서 내가 없는 동안, 뭐?”
“켄 노마가 사라졌어. 어젯밤까진 분명히 있었는데…….”
“교대로 지키고 있었잖아?”
가브리엘의 시선이 들창코에게 향했다.
“아침에 와보니까 빡빡이는 온데간데없고, 이 새끼는 약에 취해 해롱거리고 있었다고!”
내 매서운 시선이 들창코에게 향했다. 내 옷깃을 잡고 매달리던 들창코는 구석까지 기어가듯 도망쳤다.
나는 곧장 켄 노마가 있던 방으로 올라갔다.
황량한 방에는 저항의 흔적이 없었다. 잠금장치가 부서진 창문에선 하층 특유의 미적지근한 공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염병.”
욕이 절로 나왔다. 정말 이 바닥의 인간들은 내 생각 이상으로 쓰레기였다. 다 죽어가는 폐인 새끼 하나도 간수하지 못할 줄이야.
“누가 데려간 걸까?”
가브리엘이 창문에 서서 아래를 보며 말했다.
“그건 아닐 거야. 잠금장치가 안에서 부서졌어. 누가 침입했다면 창문을 깨고 들어왔겠지. 정문으로 침입했다면 굳이 요란스럽게 창문으로 나가진 않았을 거고. 빡빡이에게 연락은 해 봤어?”
내가 정황을 파악하곤 빠르게 말했다. 가브리엘이 내 추론에 놀랐는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어, 음. 당연히 해봤지. 받지 않아.”
“라비앙로즈에게 이야기해서 사람을 풀어 빡빡이와 켄 노마를 찾아달라고 해. 알레프에겐 내가 연락할 테니까.”
“라비앙로즈가 우리 부탁을 들어줄까?”
“가브리엘, 너 나중에 마르티나와 한 번 자라. 그러면 힘을 빌려줄 거야. 그 늙은 여자의 성욕이 보통이 아닌 것 같으니까.”
“어? 뭐, 뭐라고? 야, 장난해? 시발, 내가 길거리의 창부처럼 보여?”
가브리엘의 목청이 쩌렁쩌렁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가브리엘, 켄이 사라진 거에 대해선 네 책임도 있어. 저 머저리들을 데려온 게 너잖아. 관리 감독을 한 건 너야. 잠자리 한 번으로 켄을 찾을 수 있으면 싸게 메꾼 거지.”
“아니, 시발, 뭐, 이, 시이이발! 내 책, 책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니, 씁.”
가브리엘이 욕을 수없이 내뱉다가 어깨가 주저앉을 정도로 큰 한숨을 내뱉었다.
“정 싫으면 강요하진 않을게. 알레프의 도움만 받아보지, 뭐.”
나는 가브리엘의 성격을 안다. 책임감 없이 나 몰라라 하는 녀석은 아니다. 만약 그런 놈이라면 여기서 놔버리고 다른 대리인을 찾을 생각이다.
“알았다고! 잔다고! 그 여자와 자면 되잖아! 개, 씹, 진짜, 아오…….”
가브리엘이 머리를 쥐어뜯더니 문밖으로 나갔다. 얼마 있지 않아서 라비앙로즈 쪽과 가브리엘의 통화가 들렸다.
나도 알레프에게 곧장 연락했다. 우리가 병원에서 켄 노마를 빼돌렸다고 말하자 알레프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저기, 도련님. 탓할 생각은 없지만, 그놈을 빼돌리실 거면…… 그 전에 저한테는 언질을 주셨어야죠.”
충분히 탓하고 있군.
“켄을 찾으면 내게 바로 연락해.”
“후우, 그놈은 저를 철천지원수처럼 여기고 있을 겁니다. 어쨌거나 찾으면 바로 연락드리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멋대로 켄 노마를 처분하지 마.”
“저한테 빚지시는 겁니다, 도련님.”
근래 채무가 여기저기 쌓여가는 기분이다.
라비앙로즈와 알레프는 자신의 세력권은 꿰고 있다. 빡빡이나 켄 노마가 그쪽으로 갔다면 금방 찾아낼 것이다.
갱단과의 연락을 마친 나와 가브리엘은 1층으로 다시 내려갔다. 들창코가 잔뜩 겁을 질린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약 기운이 완전히 가셨는지 사태의 심각성을 이제야 파악한 듯했다.
“살, 살려주십쇼, 보, 보스, 도, 도련님.”
들창코가 애걸복걸했다.
“……루카, 이놈은 어떡할까?”
가브리엘이 내 귓가에 속삭였다. 나도 팔짱을 끼며 고민했다. 군대는 딱딱 정해진 처벌 규정이 있었다. 여긴 내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애초에 기대하진 않았지만, 기대보다 더…….’
들창코도 가벼운 마음으로 가브리엘 밑으로 왔을 것이다.
“들창코, 딱 한 번이다. 이번 한 번만 봐줄 거야. 다음엔…….”
난 손을 뻗었다. 들창코의 왼쪽 눈은 아직 생체였다. 흠, 옛 기억이 떠오른다. 헤일라스가 내 눈깔을 뽑던 날 말이다.
꾹.
난 엄지로 들창코의 왼쪽 눈을 눌렀다. 내 엄지가 비스듬하게 안와를 파고들더니 안구를 밀어냈다. 안구가 장난감처럼 삐져나왔다.
“……눈 하나로 끝내지 않아.”
난 들창코의 안구를 잡아 뜯었다. 딸려 나온 시신경이 투둑투둑 끊어졌다.
“으, 끄읍, 끅, 끄으으으윽!”
들창코가 피눈물과 콧물 짜며 신음했다. 비명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이번 일로 들창코는 나를 미워하게 될 것이다.
얼마든지 미워해도 괜찮다. 감정은 덧칠되는 법이다. 증오는 공포로 뒤덮으면 그만이다.
삑.
가브리엘의 단말기가 울렸다. 가브리엘이 내용을 확인하더니 내 어깨를 두드렸다.
“라비앙로즈가 빡빡이를 찾았어.”
가브리엘이 뭔가 껄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난 그 어감의 의미를 알아챘다.
“죽은 거냐?”
“그래.”
* * *
라비앙로즈가 빡빡이의 행방을 빨리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아침에 자기네 구역에서 발견한 시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빡빡이였다.
나와 가브리엘은 수사를 나온 사람처럼 사건 현장으로 들어갔다. 막다른 골목길 안쪽에는 그레이스가 서 있었다.
“목에 자상이 있습니다. 경동맥을 정확히 그었어요. 칼을 잘 쓰는 전문가의 솜씨죠.”
그레이스가 말했다. 그녀의 발밑엔 창백한 안색의 빡빡이가 죽어있었다.
“켄 노마의 짓일까?”
가브리엘이 중얼거렸다. 켄은 전성기 시절에 칼을 잘 다뤘다.
‘켄은 재기불능 상태였어.’
내가 재활을 돕곤 있지만, 아직 켄이 자력으로 움직일 수준은 아니다. 뇌 기능 이상은 그렇게 쉽게 극복하지 못한다.
나조차도 켄이 빡빡이를 죽였는지 확신하기 힘들었다.
“목격자는?”
내가 그레이스를 보며 물었다.
“수소문 중입니다.”
나는 호흡을 옅게 내뱉으며 주변을 차근차근 인식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조차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빡빡이의 행동을 재구성하면…….’
지저분한 벽을 보니 사람의 등이 닿아서 닦인 부분이 있었다. 나는 빡빡이의 등을 확인했다. 벽과 등의 오염 물질이 일치했다.
나는 시선을 내려 바닥을 보았다. 이리저리 엉킨 흔적 속에서 가장 최근의 발자국만 추려냈다.
‘몸싸움이 벌어져 빡빡이는 벽까지 밀려났고…….’
빡빡이는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범인’은 빡빡이의 어깨를 잡아당기며 목을 그었다. 바닥의 핏자국 궤적도 내 예상한 움직임과 일치했다.
나는 눈을 찌푸렸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우린 그들이 남긴 흔적으로 의도를 읽어내야 한다.
“루카 님, 근처 카메라에서 잡힌 영상이 있습니다.”
그레이스가 단말기의 홀로그램을 가동했다. 골목길로 접어들기 전의 장면이 있었다.
“켄, 이 새끼…… 우리가 빼준 은혜도 몰라보고.”
화면을 본 가브리엘이 극도로 노여워했다.
켄 노마와 빡빡이가 홀로그램 화면에 보였다. 켄이 비틀거리며 도망가고 있었고, 빡빡이도 숨을 헐떡이며 필사적으로 켄을 추적하고 있었다.
켄과 빡빡이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켄은 거기가 막다른 골목길인지는 몰랐을 것이다.
얼마 있지 않아서 켄만 골목길 밖으로 걸어 나왔다. 정황이 눈에 훤히 보였다. 빡빡이를 죽인 사람은 켄이다.
나는 분노보다도 기묘한 감정이 더 컸다.
‘넌…… 책임을 다했군.’
빡빡이는 내가 맡긴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려고 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는데도 켄을 쫓아갔다. 도중에 내치지도 않았고, 약물에 취해 있지도 않았다.
나는 빡빡이가 이 정도로 충실하게 행동할 줄은 몰랐다. 녀석을 저질 인력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들창코에겐 실망했지만, 빡빡이에겐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가브리엘, 빡…… 아니, 오르고의 유족이나 애인이 있으면 후하게 챙겨줘. 그 사람들에게 일이 생기면 해결해 주고.”
나는 빡빡이의 본명을 언급하며 말했다. 가브리엘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복잡하다. 단면만 보고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 나는 같잖은 통찰력으로 인간의 마음을 들여보며 아는 척했다. 난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아는 것보다 배워야 할 게 훨씬 더 많다.
난 또 빚을 졌다. 이번엔 빡빡이 오르고가 내게 남긴 빚이다.
“생각보다 네 재활 치료의 효과가 엄청난걸. 혼자서 일어서지도 못하던 양반이 칼을 휘두를 정도로 회복할 줄이야.”
가브리엘이 홀로그램 영상을 반복해서 보며 말했다. 켄은 불완전하지만 혼자서 거동했다. 심지어 빡빡이를 죽이기까지 했다.
난 퍼즐 조각 하나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재활 치료의 효과가 아니야.”
내가 중얼거렸다.
‘켄 노마는 우리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었어.’
나는 눈을 찌푸렸다. 상식적으로 한두 번의 재활 치료만으로 켄이 저 정도로 회복하진 못한다. 그렇지만 켄이 재기불능 상태였던 것도 사실이다.
“루카 님, 근처에서 마약상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사인은 경동맥 절단으로 인한 과다출혈입니다. 아마도 동일범의 소행이겠죠.”
그레이스가 라비앙로즈 갱단원에게 들어오는 잡다한 보고를 걸러내며 필요한 것만 말했다.
내 사고가 빠르게 작동했다. 뭔가 정리되기도 전에 새로운 정보가 계속 모여들어서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았다.
삑.
내 단말기가 알레프의 연락으로 울렸다. 또 다른 정보가 개입되겠군.
-도, 도련님! 이, 이쪽으로 와, 와주십쇼! 빨, 빨리! 이 새끼들아! 가서 막아! 막으라고! 켄 노마가 쳐, 쳐들어왔습니다!
알레프가 홀로그램 화면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내가 뭐라 하기도 전에 통신이 끊어졌다.
‘켄이 따로 부릴 수 있는 패거리가 남아있는 건가? 아니면 단독으로 투기장에 쳐들어간 건가?’
의문이 연쇄적으로 꼬리를 물었다. 생각은 행동하면서 해도 충분하다.
나는 블랙 등급의 택시를 불러서 알레프의 투기장으로 향했다. 가브리엘은 이 혼란한 와중에도 가격표를 보며 기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