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tu Sword Zone Central Expedition Punishment RAW novel - Chapter 274
274화 결전. 3.
사신사령이 석다물의 명을 받고는 동서남북 각자의 방위를 점하고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사신사령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사신을 불러내기 시작하자 사신사령의 백회에서부터 각각의 방위에 맞는 색깔의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기운이 하늘로 향하고 사신의 형상이 되어 석다물과 마존을 가운데 두고 마치 결계가 쳐지듯 원형으로 퍼져 나갔다.
북쪽의 현무와 동쪽의 청룡과 남쪽의 주작과 서쪽의 백호가 마치 무림과 황궁을 보호하듯 둘러쳐졌다.
당황해 그 모양을 지켜보던 마존이 그 뒤편의 무림인들을 향해 핏발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며 외쳐댔다.
“모두 죽어라! 죽어! 죽어! 사지가 찢기고 목이 떨어져 나가란 말이다.”
발악과 같은 외침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마존이 석다물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사술이냐? 그 어떤 무공으로도 내공으로도 적어도 사람의 육신을 하고 있다면 내 뜻을 막을 수는 없다.”
“뜻은 네놈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지! 인간계의 틀을 벗어난 것 또한 네놈뿐이 아니고.”
“미물에 불과한 네놈들 따위가 어찌 감히 나와 견준단 말이냐?”
“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우리가 스스로 포기한 것이 너무 크니 그 대가로 오늘 반드시 네놈을 죽여야겠다.”
“거세라도 한 것이냐?”
“네놈은 거세를 해서 그리된 것이냐?”
“나는 불사다. 어찌 네놈 따위가 나를 죽일 수 있겠느냐?”
“너를 죽일 방법을 알아내느라 우리가 잃은 것이 많다 하지 않았느냐? 이제 그 빚을 받아야겠다.”
“재주 있으면 해 보거라. 내 네놈들 모두를 죽이고 석다물 네놈을 반드시 내 종으로 삼을 것이다.”
더 이상 자신의 공격이 먹힐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마존이 분노 가득한 얼굴로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마존의 검이 검집에서 나와 처음으로 빛과 마주하려던 찰나 석다물이 움직였다.
‘콰앙!’
석다물이 몸을 날리는가 싶더니 주먹이 마존을 턱을 강타했다.
“우리가 네놈을 죽이기 위해 무엇을 잃었는지 말해주랴?”
‘콰앙!’
이번엔 석다물의 발길질이 마존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마존이 양팔을 올려 석다물의 발길질을 막아보려 했지만 허사였다.
‘콰직!’
석다물의 발길질이 마존의 양팔을 부러뜨리며 얼굴을 강타했다.
‘커억!’
“아프냐? 이것도 받아 보거라.”
이어 석다물의 주먹이 다시 한번 마존의 얼굴을 파고들었다.
마존이 날아드는 석다물의 주먹을 부러진 양팔로 막아내서 입으로 물어뜯었다.
팔을 물어뜯는 마존의 입을 석다물의 머리가 들이받았다.
다음엔 발이 마존의 어깨를 향해 날아들었다.
석다물의 주먹과 발 머리가 연이어 작렬하자 비틀거리던 마존이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는 듯 무릎을 땅에 처박았다.
그런 마존 위에 올라탄 석다물이 쉴 틈 없이 주먹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흡사 저자 무뢰배들의 싸움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막싸움이 석다물과 마존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사신사령이 만들어 낸 결계의 밖에서 그걸 지켜보던 소림 장문 현암이 장문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저건 그냥 개싸움이 아니오?”
현암의 말에 언가의 가주가 대꾸했다.
“그리 보이시오?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니 그리 보일 법도 하지.”
“허면 아니란 말이오?”
“듣지 못하셨소? 천계의 무공과 염왕부의 무공 아니오?”
“으음…. 아닌 거 같은데? 맹주 맹주께선 어찌 보시오?”
“모르겠습니다. 혹 모르니 우린 우리대로 준비합시다. 누가 이기든 마무리는 우리가 해야 할 듯하니.”
그들이 대화하는 동안 쉬지 않고 마존을 행해 주먹을 날리던 석다물이 주먹질을 멈추고는 일어섰다.
“깜도 안 되는 새끼가 뒤질라구! 까불어!”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듯한 무림인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눈을 끔벅이며 석다물과 마존을 번갈아 바라보자 석다물이 사신사령에게 말했다.
“놈의 사지와 목을 자르고 몸통과 함께 태워라! 그래야 끝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신사령이 결계를 풀고는 쓰러져있는 마존에게 달려들어 사지를 자르고 목과 몸통을 분리해냈다.
이어 빙화가 백두산 용암의 기운을 끌어와 마존의 분리된 시신을 태우기 시작했다.
마존의 시신이 불에 타 온전히 재가 된 걸 확인하고 나서야 긴장이 풀어진 석다물이 휘청하며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석다물을 연위작이 달려와 부축하며 물었다.
“석문주 괜찮소?”
“뭣들하고 계십니까? 잔당들 처리하시지 않고.”
그제서야 연위작의 눈에 마존의 잔당들이 보였다.
신 같은 존재라 믿어 의심치 않던 마존이 죽어, 한 줌의 재로 변하자 마존의 잔당들이 전의를 상실한 채 처분만 바란다는 듯 고개를 떨궜다.
“해볼 테냐?”
“…….”
“사라지거라. 사라져 쥐 죽은 듯 필부로 살다 죽거라.”
“우릴 살려주겠다는 말이오?”
“네놈들이 제자를 들인다거나 가진 무공을 퍼뜨린다는 소리가 들리면 그 순간 네놈들을 도륙할 것이다. 허니 다신 무림에 맞설 꿈도 꾸지 말거라.”
연위작의 말이 끝나자 마존의 잔당들이 하나둘 무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어찌 된 거요? 설명을 좀 해주시오.”
“놈은 내공이 없습니다.”
“내공이 없다니? 내공이 없는 자가 어찌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이고 빛처럼 빠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말이오?”
“마음으로 뜻을 세우고 그걸 이루는 방법을 알고 있던 것뿐이지요.”
“그게 무슨 말이오?”
“빛이 있으라 하면 빛이 있고 어둠이 있으라 하면 어둠이 있으리니 모든 게 여의하리라. 그게 놈의 힘이었습니다.”
“마존이 신이 되고자 했다는 뜻이오?”
연위작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석다물을 봤다.
“반쯤은 그랬었습니다. 그 힘이 사신사령에게는 먹히지 않았고 힘이 먹히지 않으니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으음….”
“그만 가시지요.”
“어디로 가자는 말씀이시오?”
“각자 온 곳으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대로?”
“더 뭐가 남아 있습니까?”
“아니 뭔가 허무해서. 이리 쉽게 끝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저도 그렇습니다.”
“허면 맹까지 같이 가십시다. 가면서 대체 어찌 이리 허무하게 끝낼 수 있었는지 그거나 알려 주시오.”
“우리는 동쪽으로 갈 것입니다.”
“동쪽? 동쪽 어디?”
“고향인 백하로 가야지요. 거기서 무공이 아닌 농사를 지으며 살 것입니다. 맹주께선 남을 일 들을 수습해 주십시오.”
어디선가 낯익은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연화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뭐가 말씀이시오?”
“그대는 황실의 안녕을 지킨 공으로 공신의 위를 받을 것이며 황명에 의해 부마가 될 것이오. 허니 황상의 허락 없인 떠날 수 없소.”
“또 엉덩이를 처맞고 싶은 게요?”
연화가 얼굴을 붉히고는 배배시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
“나쁘지 않군.”
“난 고향으로 갈 것이니 상을 내리고 싶으면 무림에 내리고 또 엉덩이를 처맞고 싶으면 나를 따라 백하로 갑시다.”
“좋습니다. 허락하신 겁니다. 당장 출발하시지요.”
석다물이 당했다는 표정으로 연화를 봤다.
연위작이 황당하다는 듯 석다물과 연화를 번갈아 봤다.
“대체 두 분 사이에 언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게요?”
“일은 무슨!”
* * *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람을 가르며 말들이 내달리고 있었다.
백여 명의 사람들이 말 위에 올라 동쪽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맨 앞에 석다물과 연화가 달리고 있었고 그 뒤로 사신사령과 양의검 하선, 추단영이.
그 뒤로 백두문의 식솔들이 달리고 있었다.
“이제 말씀해 주시지요. 왜 이리 도망치듯 급히 떠나오신 겝니까?”
“죽을까 봐.”
“죽다니요? 누가 감히? 당금 무림에 그런 무공을 가진 자가 있습니까?”
“내가 무공이 없소. 아니 내공이 남아 있지 않소. 사신사령도 모두 내공을 잃었소. 그게 알려지면 우릴 가만두겠소? 해서 도망을 치는 게요.”
연화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석다물의 설명인 즉.
마존의 무공은 무공이 아니라 염력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삼도천에서 본 천계의 무공과 염왕부의 무공이 인간의 육신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내공을 쓰는 무공과 같은 방식일 리 없는 것은 당연했다.
오직 뜻으로 일어서고 마음으로 이루는 무공!
허나 그걸 얻는다는 건 인간의 육신을 뒤집어쓰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마존이란 놈을 꺾을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망에 빠져있을 때 문득 일월성법을 비롯한 백두문 고유의 심법들이 생각났고.
그것들이 마존을 죽일 수 있는 열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사신사령과 함께 어느 객잔으로 숨어 내공을 쓰지 않고 오직 마음만으로 천계의 무공을 사용하는 방법을 수련했다.
허나 어떤 경우에도 몸속에 있는 내공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없었다.
그렇게 천계의 무공을 일으켜 보겠다고 폐관한 지, 칠 일째 되는 날.
마존을 꺾지 못한다면 어차피 모두 죽을 테니 차라리 내공이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내공을 폐하고 심력을 극대화하자는 진주하의 제안이 있었다.
오래 망설였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마음으로 모두가 스스로 내공을 폐하고 다시 심력을 극대화해 천계의 무공을 일으키는 수련에 들어갔다.
다시 칠 일쯤 지나 사신사령이 각각의 심력을 하나로 모으면 사신의 기운을 내공이 아닌 심력으로 일으킬 수 있었다.
천계의 무공을 온전히 펼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마존의 염안을 막을 정도는 되었다.
하여 다시 돌아와 마존과 맞섰고 사신사령에 의해 염왕부의 무공이 막히자 오직 저자의 왈패들처럼 직접 주먹과 발을 써 싸우는 것 말고 마존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내공이 사라져 이리 도망치듯 떠나는 거라면 더 강한 힘을 얻지 않으셨습니까?”
“빛 좋은 개살구지요. 또 마존만큼의 힘을 얻은 것도 아닙니다. 겨우 마존의 힘이 통하지 않게 막을 정도만 얻은 것이고 그 또한 사신사령이 혼신의 힘을 다 모아야 가능한 거였으니까요.”
“짐작은 했으나 어쨌거나 어려운 결정을 하셨습니다.”
“내가 마존을 죽이고자 했던 건 그자에게서 요선문을 여는 열쇠를 빼앗아 나 때문에 죽은 식솔들을 되살리려 함이었소.”
“헌데 어찌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요선문을 여는 열쇠가 없었습니까?”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내 눈에는 보였소. 죽어 불타는 마존의 몸에서 요선문을 여는 열쇠가 솟아오르는걸.”
“잡지 그러셨습니까?”
“그것 또한 무의미하다는 걸 그 순간 깨달았소. 그리고 이미 윤회에 들었을 사람들을 다시 불러와 뭘 하겠소? 생로병사가 천지 만물의 이치인 것을.”
“그렇지요. 허면 중원으로는 다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당연하지.”
섬서에 있는 백하루의 재산들을 정리하고 그걸 금으로 바꿔 고향인 백하 마을을 일으켜 보자고 뜻을 모은 지 반년이 좀 지난 어느 날이었다.
백두문의 식솔들과 낭군을 따라나선 추단영과 아내와 함께 고려인이 되겠다고 고집을 피우며 화산에서 떠나온 양의검 하선이 석다물을 따라 함께 길을 나섰고.
요하를 건너 백하로 가 살겠다 하면 일이 커질 것이 두려워 절로 들어가 비구니가 되겠다며 황도를 떠나온 연화가 석다물의 옆에 섰다.
그들이 떠나온 섬서의 백하루에는 추벽상이 가주가 된 벽산추가가 현판을 내걸었고 그렇게 섬서를 떠나 말을 달린 지 꼬박 보름 만에 요하를 건넜다.
다시 닷새가 지나 그들의 눈앞에 백하가 보이기 시작했다.
“보이느냐? 저곳이 백하다.”
“예.”
“아느냐? 저곳이 이제 우리가 살아갈 터다.”
“예.”
석다물이 박차를 가하며 외쳤다.
“달려 보자 그럼!”
완(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