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252
〈 252화 〉 내가 너희의 미래다(2)
* * *
투기장, 혹은 결투장.
그렇게 불리는 콜로세움의 좌석에는 학생들이 빼곡히 들어차있다. 갑작스레 치러진 결투임에도 불구하고, 결투를 관람하러 온 관객의 수는 늘어만 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아플리아의 1기 졸업생, 그중에서도 가장 이름을 날리는 졸업생을 하나 뽑아보라면··· 모두가 입 모아 록스를 호명하곤 한다.
격동의 록스.
록스가 평민 출신이라곤 하나, 그는 학창시절부터 ‘충격파’ 계열 마법에 두각을 드러냈다. 졸업 직후 록스에겐 온갖 마학기관에서 수십 통의 서신이 쏟아졌지만, 록스는 그 전부를 거절했다.
록스가 선택한 것은 전장이다.
아플리아 졸업생 특별전형으로 간략화된 교육과정을 거친 후, 기사 서임을 받고선 록스는 곧장 전장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다.
「제 3차 크렘펠트 수호전.」
「켈트미어 고성 탈환전.」
「지펠테 협곡 섬멸전.」
굵직굵직한 작전에서 몇 번이고 활약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끝내는 기사단장의 보좌관 자리에 앉기까지 한다.
그 모든 게 단기간에 이루어졌다.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란 것이다.
그러니, 졸업 이후 전장으로 향하려 하는 학생들에게 있어 록스는 롤 모델에 가까우며··· 그렇지 않은 학생들 또한 록스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럼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 록스가 아플리아에 찾아왔다.
“후배님들.”
일찍히 아플리아를 졸업한 선배로서, 후배들을 지도해주겠다며 대련을 신청했다. 그렇다면, 그 영광스러운 대련을 받을 상대는 누구인가?
그것이 수많은 학생들을 이곳에 오게 만든 이유였다. 학생들은 록스의 맞은편에 선 두 명의 학생을 바라봤다.
전투 마학과 차석, 벨노아.
전투 마학과의 수석, 라크 반 그레이스.
역대급 인재들이 모였다는 1학년 중에서도, 단연코 최상위권에 위치한 두 사람. 전투 분야에선 교수들 마저 능가하며, 입학 시점부터 어지간한 기사들보다 강하다고 평가받은 두 사람이다.
그 두 사람과, 아플리아의 졸업생이자··· 현재 전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록스가 맞붙는다.
쉬이 결과를 점칠 수 없다.
그렇기에 흥미롭다.
『아무리 그래도 두 사람을 동시에는 좀.』
『그래도, 그 록스 선배님이잖아. 전장에서 활약하고 계시는 현역이신데···.』
『한 명이면 몰라, 두 명이잖아. 라크랑 벨노아랑 결투하는 거 못 봤어? 진짜 장난 아니었는데.』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객석에 앉은 학생들이 저마다의 추측을 이야기하는 한편, 투기장에 서 있는 라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벨노아.”
“록스 선배님이 한 수 가르쳐주신다잖아.”
“너한테 한 말 아니었나?”
“내가 차석이라니까, 수석인 너도 데려오래. 한 명으론 상대가 안될 거라고.”
“오오···.”
라크가 입을 벌리고 짧게 감탄했다.
어딘가 덜떨어져 보이는 그 모습에, 둘을 지켜보고 있던 록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북방의 전사, 라크 반 그레이스.
슬럼가의 악몽, 벨노아.
두 사람의 이름은 록스 또한 들어본 적이 있다.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전장의 기사보다 수준이 높다는 소문 또한 지겹도록 들었다.
‘어디 헛소문인지 아닌지, 한번 확인해볼까.’
록스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 손을 들어 올렸다. 수를 세라는 신호였고, 진행자가 황급히 수를 세기 시작한다. 그렇게 진행자가 ‘다섯’이라 외친 시점이다.
움찔.
벨노아와 라크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태연하게 서 있던 둘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둘의 시선이 곧장 록스에게로 향한다.
[넷!]라크는 허리춤에서 도끼를 뽑아든다.
벨노아는 뚜둑, 하고 제 손목을 풀기 시작한다.
[셋!]한순간에 임전 상태로 접어든 두 사람을 보며, 록스는 내심 감탄했다.
‘한순간에 분위기가 뒤바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잘 갈아진 칼날과 같은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둘!]“나쁘지않네.”
록스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마나를 끌어 올리기 시작한다. 팔뚝에 스톡(Stock)해둔 회로가 달아오르고, 록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하나!]진행자가 마지막 수를 읊은 순간이다.
탁, 하고 라크와 벨노아가 동시에 땅을 박찬다. 그 속도가 범상치 않으나··· 록스는 당황하지 않는다.
콱.
록스가 빈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충격(Shock).
충격 주문 계열의 기초 주문.
허공에 마나를 뭉치고, 터뜨리는 주문.
수천, 수만 번을 사용한 주문의 발현은 매끄럽게 이어진다. 허공에서 마나가 뭉쳐지고, 터지는 범위 안에 라크와 벨노아가 들어서 있다.
정확한 예측을 통한 주문의 발현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주문에 집어삼켜 지려는 순간.
콰직!
라크의 도끼가 무형의 마나를 찢어발긴다.
휘두름은 한번에서 끝나지 않는다. 도끼를 휘두른 자세 그대로, 한 걸음 더 앞으로 전진하며 라크가 팔을 휘둘렀다.
콱!
록스가 두른 방어막에 도끼가 날라와 박힌다. 록스의 눈이 크게 뜨인다. 그 눈이 향하는 곳은, 도끼날에 새겨진 주문이다.
강타(Smite).
“큭!”
콰앙, 소리를 내며 보호막이 진동한다. 한 번의 주문으로 보호막이 깨지진 않으나, 충격의 반동으로 보호막에 박혔던 도끼가 뒤로 날아간다.
탁.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라크가 공중을 맴도는 도끼를 붙잡는다. 일련의 동작이 매끄럽다. 도끼가 날아오는 각도마저 전부 예측했다는 듯한 모습이다.
‘이거, 생각보다···.’
록스는 놀라움을 느낀다.
다가오는 라크를 한눈에 담으며, 록스는 시선을 늘어트린다. 늘어트린 시야에 담긴 것은 시작과 동시에 측면으로 파고든 벨노아다.
측면에서 접근하는 벨노아.
정면에서 달려드는 라크.
록스의 입가에 헛웃음이 맺힌다. 단 한 번의 공방이었지만, 록스는 둘에 대한 평가를 고쳐야 했다.
‘손대중은커녕.’
자칫했다간 이쪽이 진다.
“후우···.”
짧게 숨을 내뱉은 록스가 발을 들어 올린다.
팔뚝에 새겨진 회로 하나가 거세게 타올랐다. 록스의 군화가 흙바닥을 쿵, 하고 내려찍었다.
발현된 주문은, 격동.
록스의 상징과도 같은 주문이 결투장을 뒤흔들었다.
2.
쿵, 쿠구구궁!
록스가 내려찍은 땅을 기점으로 충격파가 폭발한다. 땅이 뒤흔들리고,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땅을 박차고 달리던 라크와 벨노아는 한순간 균형을 잃는다.
쩍, 쩌적.
상위 주문인 만큼 그 위력을 조절했다곤 하나, 한순간에 터져나온 진동은 두 사람의 움직임을 흔들어놓기엔 충분하고도 남는다.
‘배틀 메이지라곤 하나, 종류는 여러 가지지.’
피어오르는 흙먼지 속에서 록스는 바닥에 손을 짚는다. 시야는 가려졌다. 바닥을 타고 울리는 진동으로 록스는 적의 위치를 파악한다.
‘둘은 백병전이 메인, 주문이 보조하는 형식.’
그리고 록스는 정 반대다.
주문이 주가 되는 만큼, 록스는 배틀 메이지보단 위자드에 가깝다. 단지 스톡(Stock)이란 마법 체계를 조금 학습한 것에 불과하다.
쿵. 쿠웅.
가려진 시야에 적응을 마친 것인가.
땅을 타고 진동이 울린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록스는 땅에 맞댄 손가락을 시계방향으로 돌렸다.
충격 파동구(ShockBall).
손끝에 맺힌 주문이 연달아 발현된다.
대기 상태의 주문이 록스의 곁에 떠오른다.
투확!
흙먼지를 걷어내며 접근한 것은 라크다.
공중에 붕 뜬채 도끼를 내려찍는 라크의 앞으로 세 개의 충격 파동구가 떠오른다. 도끼를 휘두르려는 순간, 라크의 초감각이 경종을 울린다.
‘닿으면 휩쓸린다.’
지뢰 형식의 주문이다.
라크가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미끄러지듯 착지했다. 록스가 입을 열어 중얼거렸다.
“감이 좋네요.”
라크도.
“거기 당신도.”
어느샌가 다가와, 그림자 단검을 내지르는 벨노아도. 둘 다 충격 파동구에 가로막힌 채 멈춰서 있었다.
딱.
록스가 손가락을 튕긴 순간 충격 파동구가 일제히 폭발한다. 충격파가 흙먼지를 완전히 걷어내고, 난장판이 된 결투장의 모습을 드러낸다.
“제 전투법은 보신 것과 같습니다.”
실력을 확인하고, 학습시키기 위한 대련이다.
그런 만큼 록스는 친절히 제 전투법을 입에 담는다.
“시야를 가리거나, 땅을 뒤흔들어 균형을 흔들거나··· 지뢰처럼 주문을 깔아둡니다.”
잡기술에 가까운 전투법.
“큰 동작, 큰 주문들이 쏟아져 나오는 전장에선 의외로 이런 게 잘 먹히는 법이거든요.”
그렇게 설명을 늘어놓는 록스를 보는 두 사람의 시야에는 의문이 깃든다. 왜 저걸 저렇게 친절하게 알려주느냐는 시선이다.
“그, 선배님?”
보다못한 벨노아가 입을 열었다.
“그걸 왜 알려주시는 겁니까?”
“···예?”
록스가 눈을 깜빡였다.
“아니, 당연히 알려줘야죠. 이거 연습 대련이지 않습니까. 제가 당신들 쥐어패자고 대련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라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교수님은 안 그러시던데···?”
“예?”
“이거, 선배님 전투 습관 같은 건 대련 중에 저희 알아서 찾아야 하는··· 뭐 그런 거 아니었습니까?”
“···예에?”
대뜸 정답을 알려주자 당황한듯한 모습이다.
그 모습을 보는 록스는 더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평소에 어떻게 배웠길래?’
그런 의문이 들기는 하나, 일단은 접어둔다. 록스는 가볍게 팔을 털며 마저 말을 이었다.
“아무튼, 제 전투법은 이렇다는 겁니다.”
계속 하자는 듯 신호를 보낸다.
벨노아와 라크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금 록스를 향해 달려든다. 그 움직임은 좀 전보다 빨라져 있다.
록스 또한 조금 더 진지하게 임한다.
록스가 평상시에 스톡(Stock)해두고 다니는 주문은 스무 개 남짓이다. 스무개 이상은 통제하기 어려울뿐더러, 주문이 손상되고 만다.
속으로 수를 세며 록스는 주문을 발현한다.
짝, 하고 맞부딪친 손바닥 위로 다섯 개의 주문이 동시에 떠올랐다. 허공을 수놓은 것은 증폭된 충격 파동구. 지뢰형태의 주문으로 거리를 줄이는 둘을 견제하며··· 록스는 팔을 들어 올린다.
남은 것은 즉발형 주문.
충격 파동구로 움직임에 제한을 걸고, 땅을 뒤흔들으며 틈을 만든다. 그 틈을 즉발형 주문으로 저격하듯이 해치우는 게 록스의 전투법이었다.
‘···지형을 이용해 쓸어버리는 주문도 많긴 하지만, 그건 며칠은 걸려서 회로를 새겨야 하니까.’
어찌됐던, 근접전을 벌이려는 전사에게 까다로운 전투법이란 소리다. 오랜 시간 고민해서 쌓아올린 전투법인 만큼··· 파훼가 쉽지는 않으리라.
쉽지는, 않을 텐데.
콰직, 카드드득!
어째서인가.
쾅. 콰아아앙!
이다지도 쉽게 뚫리고 있는 것은.
“이게 뭔···.”
록스는 대응하는 것도 잊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봤다. 공중에 숨겨둔 충격 파동구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도끼에 찍혀 찢어진다.
어디선가 날아든 그림자 비수에 꽂혀 폭발한다.
육안으론 보이지도 않을 충격 파동구가, 어디에 어떤 식으로 위치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하나씩 요격하고 있다.
‘원거리에서 저격하는 저 애도 말이 안 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라크다.
파동구가 발산하는 충격파의 방향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파동구를 찢음과 동시에 몸을 비틀어 범위에서 벗어난다. 저런 움직임이 아무에게나 가능할 리가 없다.
‘이미 초감각의 영역이야.’
라크의 붉은 눈동자가 번들거린다.
어느 순간부터, 라크의 입가에서 새어나오는 연기가 라크의 움직임을 따라 이어지고 있다.
쾅, 콰아앙!
충격 파동구가 바닥난다.
곧이어 두 사람이 록스를 향해 달려든다. 록스는 한순간 제 발아래를 보았다.
꿀렁.
바닥에 고인 그림자가 출렁인다.
그림자에서 치솟은 말뚝을 충격파로 날려버리며, 록스가 뒤로 물러섰다. 한걸음 뒤로 물러선 곳엔 그림자 단검을 내지르는 벨노아가 있다.
“윽!”
단검을 피했으나, 애초부터 회피를 예상으로 한 공격인지 단검이 그림자로 풀려 벨노아의 손을 감싼다. 그렇게 완성된 것은 그림자 갑주다.
갑주로 감싼 주먹을 벨노아가 휘두른다.
록스가 충격파를 쥔 주먹으로 갑주를 받아치지만, 밀려나는 것은 록스 쪽이다.
핏!
손등이 찢어진다. 핏물이 튀어 오른다.
록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발로 땅을 찍었다. 쿵, 소리를 내며 땅바닥이 뒤흔들린다.
충격파로 시간을 벌어, 황급히 거리를 벌리려 해보지만 날아든 도끼가 록스의 움직임을 방해한다. 바닥에 꽂힌 도끼를 미끄러지듯 파고든 라크가 다시 뽑아들고선, 그대로 쳐올렸다.
핏!
록스의 팔뚝에 다시 핏물이 튀었다.
‘미치겠네.’
밀린다, 확실하게.
한쪽만이라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겠지만, 둘이 된 순간부터 록스는 승리를 점칠 수가 없었다.
‘협력에 익숙해.’
협력이 익숙하다.
서로가 빈틈이 되는 순간을 잘 알고있다.
단순히 달려드는 게 아닌, 빈틈을 노리고 록스가 파고드는 순간에 곧장 견제가 들어온다.
함께 싸우는 것에 익숙하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도대체, 뭘 저렇게 예민하게 반응해?’
가장 놀라운 점은 스톡에 대한 반응이다.
록스도 간단하게나마 스톡(Stock)이란 마법 체계를 배운 마법사다. 반푼이지만··· 배틀 메이지와 같은 변칙적인 주문 활용이 가능하단 뜻이다.
스톡에서 오는 변칙적인 전투법.
어느 순간, 어떠한 방향으로 주문이 쏘아질지 예측을 할 수 없다.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배틀 메이지와의 전투는 언제나 까다롭다. 대응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란 소리다.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해야··· 감을 잡을 수 있는 체계의 전투법.’
요컨데, 많이 처맞아보고.
많이 당해봐야 이해가 간단 뜻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어째서인지 잘 피한다. 이상하리만치 스톡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특정한 동작에서 오는 주문의 발동을 미친 듯이 경계한다.
마치, 한 대라도 맞으면 죽는 것처럼.
‘맞아도 안 죽는데, 몇 대는 버틸만한 놈들이 귀신같이 다 피하고 있어···!’
자신이 살짝만 손가락을 움직여도 파박! 하고 귀신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면···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최전선의 기사들조차, 스톡에 저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배웠으면 저딴···.’
저딴 괴물들이 나온단 말인가.
협력하는 것도, 개개인의 육체 능력도, 주문에 반응하는 기감 모두가··· 이미 일반적인 기사들의 수준은 아득히 넘어서 있다.
‘기사 수준은 무슨··· 씨발.’
저정도면 최전선의 현역 수준이다.
당장 전장에 투입시켜도, 어지간한 베테랑 기사들보다 더한 공을 세우리라.
‘절대 학생 수준이 아니다.’
아플리아의 수준이 높다곤 하지만, 이건 잘못됐다. 록스는 기이한 움직임을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놈들, 벽을 본 놈들이다.’
초인에 근접한 아이들.
저만한 나이에 초인의 영역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 이는··· 왕국 수백 년의 역사에도 손을 꼽을 정도로 적다.
미래에 초인이 될 것이 확실한 이들.
그런 가능성을 간직한 아이들을 마주한 채, 록스는 헛웃음을 터뜨린다.
“도대체, 뭔 교육을 받은 겁니까?”
학생들한테 대체 뭘 가르쳤으면, 저딴 식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그 허망한 외침을 객석에 앉은 학생들은 듣지 못한다.
그러나, 모두가 듣지 못한 것은 아니다.
흩어질 뿐인 작은 소리이나··· 자신을 ‘칭찬하는’ 이야기라면 놓치는 법이 없는 한 마법사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잘 가르치긴 해.”
라니아 반 트리아스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3.
내가 잘 가르치긴 했구나.
대련을 관람하던 나는 턱을 괸 채 엷은 미소를 흘렸다. 학생들의 성장을 보는 것은 생각외로 즐거운 일이었다.
‘록스 정도면 상위권이지.’
격동의 록스.
전장에서 이름을 날린 마법사는 흔치 않다. 록스 정도면 분명한 상위권이었으며, 단독으로 흑기사 다이크와 같은 이름있는 마족을 압살할 수 있는 기사였다.
그리고, 일찍이 벨노아는 다이크에게 처참히 패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긴다.
벨노아가 무조건 이긴다.
‘벨노아 뿐만 아니라 라크도 마찬가지야.’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둘의 주된 대련상대가 나다 보니, 두 사람이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됐지만··· 록스와 붙여보니까 얼추 감이 잡혔다.
“거의 다 왔네.”
그리고, 대련 또한 막바지에 이르렀다.
벽에 몰린 록스는 자신이 스톡(Stock)해둔 마지막 주문을 발현했다. 그 주문은 나 또한 예전에 본적이 있는 주문이었다.
‘저거 그거네.’
협곡을 통째로 무너트렸던 주문.
전장에서 마왕군을 협곡으로 유인시켜, 한번에 생매장시켰던 주문이다. 나도 협곡을 무너트려 본 적이 있지만, 내가 했던 것과 록스가 했던 건 그 방법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내가 출력으로 무식하게 찍어눌렀다면.
록스는 격동으로 땅에 균열을 낸 뒤, 균열에 자잘한 주문을 채워넣어 무너트리는 식이었다.
그리고, 록스는 그 주문을 지금 선보이고 있다.
벌어진 균열 사이에서 록스의 마나가 번뜩인다. 땅이 거칠게 뒤흔들리고, 파도처럼 출렁거리기 시작한다. 라크와 벨노아는 균형을 잡기 위해 바닥에 제 무기를 박아넣은 채 버티고 있었다.
‘막아야 하나.’
투기장을 날려버리는 건 좀 그런데.
잠깐 개입을 고민하다가, 나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록스도 위력을 조절하고 있는데다가··· 라크와 벨노아의 대응이 궁금했으므로.
지난 몇 달간의 특강.
나는 라크와 벨노아에게 최대한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반복시켰다.
‘상대의 전투 습관을 파악하는 법, 마나를 읽는 법, 주문의 형태를 예측하는 법, 그리고··· 그것에 대응하는 법.’
그것들이 빛을 볼 순간이다.
나는 잠자코 결투장에 선 둘을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막으면 휴강. 못 막으면 보강.”
마나를 담은 목소리가 둘의 귓가에 맴돈다. 둘의 어깨가 흠칫, 하고 떨렸다. 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 둘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우물.
결투장에 오기 전에 다시 들려 사온 디저트를 입에 밀어 넣으며, 나는 결투의 마지막이 될 공방을 지켜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