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270
〈 270화 〉 현실과 이상(7)
* * *
3년.
사계절이 세 번 반복될 만큼의 시간.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허나, 하나의 삶을 마무리 짓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다.
“짧네.”
“그렇습니까.”
“너, 진짜 밑바닥까지 긁어 썼구나?”
라니엘이 쓰게 웃었다.
수명을 갈아가며 살아간 그녀다. 삼 년이란 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용사도 별과 거래할 수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 말은.”
“예, 거래를 한 게 맞습니다.”
갈라할은 숨겨둔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숨기고 숨겨둔 이야기이나, 그것을 입에 담을 때 갈라할은 속이 편해짐을 느꼈다.
“동료를 모두 잃은 날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에 좌절한 날이었고요. 그날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유난히도 반짝였습니다.”
유난히도 백금색으로 빛나는 별.
델로힘 교단에서 신으로 모시는 별.
“그날 저는 처음으로 별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본래 용사는 별의 목소리를 듣는다.
허나, 부여받은 별빛이 적은 갈라할은 별의 목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날은 갈라할이 별의 목소리를 처음 듣게 된 날이었다.
“별은 물었습니다.”
갈라할이 제 손바닥을 펼쳤다.
“빛을 바라냐고. 잡을 수 없는 것을 잡기를 바라냐고. 무엇을 대가로 바치던, 그리할 각오가 되어있냐고 물었습니다.”
그 질문에 갈라할이 답할 것은 정해져 있었다.
갈라할은 답했고, 별 또한 답을 들려주었다.
【거래는 성립됐다.】
“그리할 수 있다면, 뭐든지 바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제 앞에 천칭이 나타나더군요.”
무엇을 올려야 하는가.
무엇을 대가로 바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그건, 제게 주어진 시간을 재화로 삼는 천칭이었습니다.”
마법에 아무런 재능이 없는 갈라할이지만, 천칭을 마주한 순간 갈라할은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천칭이 무엇을 대가로 삼는지까지.
그것을 깨달았을 때 갈라할이 느낀 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안도했습니다.”
갈라할이 쓰게 웃었다.
“이것이 있다면 더는 놓지 않아도 된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내가, 이런 나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다.”
그리 생각했다.
그리 생각하며 움직였다.
“힘이 부족할 때마다, 무언가를 놓칠 것 같을 때마다 저는 천칭을 사용했습니다.”
쓰고 또 썼다.
자신의 시간을 줄여, 다른 누군가의 시간을 연장했다. 그렇게 지난 몇 년간 갈라할은 제 수명의 태반을 천칭에 올렸다.
“더는 그리할 수 없게 될 때까지.”
갈라할이 손가락을 튕겼다.
허공에 뭉쳐진 별빛이 천칭의 형태를 띤다. 갈라할이 천칭에 손을 올렸으나··· 천칭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더는 거래할 수 없다는 듯이.
“더 거래하면 죽는다고 별은 제게 경고했습니다.”
“···그래서 은퇴하려는 거고?”
“예. 기사단장님께서도 제가 비정상적인 수단을 썼음을 간파하시고, 은퇴를 권유하시더군요.”
갈라할이 손을 휘저었다.
천칭이 허공에 녹아들었다. 천칭이 사라진 자리를 한동안 바라보던 갈라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라니엘.”
“응.”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해.”
“······.”
갈라할이 입을 열다 말고 다시 다물었다.
딱 붙은 입술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무언갈 말하고 싶지만, 머릿속에 날아다니는 단어와 단어를 문장으로 엮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의 시간이 흘렀다.
그 끝에 갈라할이 힘겨이 입을 열었다.
“···라니엘, 당신도 수명을 대가로 바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갈라할은 천천히 문장을 엮어냈다.
“당신은.”
“당신은, 두렵지 않습니까?”
움찔, 하고 라니엘의 몸이 들썩였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라니엘이 갈라할을 보았다. 제 옆에 앉은 갈라할은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는 두렵습니다.”
그 옆모습은 언제나의 갈라할과는 다르다.
“물론, 수명을 바친 것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다시 한번 그 순간이 오더라도 저는 그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모두의 앞에 서는 용사가 아니다.
가장 용사다운 용사라 불리는 갈라할이 아니다.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이, 더이상 용사로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답을 찾지 못한 채 죽게 되는 것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
겁에 질려 떠는 인간.
“그것이,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한 명의 인간이다.
“당신은 두렵지 않습니까?”
인간은 현자에게 묻는다.
언제나 완벽하여,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현자에게··· 인간은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현자는 신음한다.
2.
다가오는 죽음이 두렵지 않냐고 갈라할은 물었다.
그는 현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완벽하여, 모든 것이 다만 완벽하여 죽음의 공포마저 초월한 것 같은 현자에게 질문했다. 그리하여 갈라할은 고뇌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
현자, 라니엘 반 트리아스.
그녀는 갈라할이 바라는 답을 알고 있다.
현자로서 갈라할의 고뇌에 답을 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상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된다. 그림으로 그린듯한 이상론을 이야기한다면 그만이다.
누구나 이상을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상은 이상 그 자체가 아닌 이상을 입에 담는 화자에 의해 가치가 결정된다. 그 화자(?者)로서 현자 라니엘 반 트리아스는 어떠한가?
더할나위 없이 적합하다.
정론으로 살았으며, 그림으로 그려낸 듯한 영웅의 삶을 살아온 현자가 부르짖는 이상은 분명히 가치 있다.
하지만.
라니엘은 그러고 싶지 않다.
“두렵지 않냐, 라니.”
언제나 완벽함을 추구했던 그녀는 갈라할을 본다. 갈라할 또한 완벽함을 추구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한 명의 인간으로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 또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 질문에 답해야 하리라.
“그럴 리가 있겠냐.”
라니엘이 짧게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내뱉은 건 숨뿐만이 아니다. 언제나 힘이 들어가 있던 어깨가 내려간다. 무표정함을 유지하던 얼굴 근육이 풀어진다.
“안 무서울 리가 있겠어.”
그리하여 내뱉어진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가볍다.
“미안한데, 갈라할.”
라니엘이 쓰게 웃으며 갈라할을 보았다.
갈라할은 눈을 크게 뜬 채 라니엘을 마주 보았다.
“나라고 크게 다를 것 없다.”
“···예?”
“갈라할 너고, 카일이고, 데스텔이고··· 죄다 오해하는 것 같아서 이참에 말하는 건데 말이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것.
누구에게도 말할 생각이 없던 것.
그것을 라니엘은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라고 너희들 생각처럼 마냥 완벽하고, 겁에 질리지도 않고, 그래서 인간 같지 않은··· 그런 대단한 뭔가라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야.”
그런 모습만을 보여줬으니, 오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라니엘은 말을 이었다.
“나도 똑같아.”
힘이 빠진 목소리로 라니엘이 말을 이었다.
“전장에서 사람들이 픽픽 죽어나가는 건 몇 번을 보아도 끔찍하고,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기사들이 그날 밤 시체로 돌아오면 밤잠을 설쳐. 가까이서 일어나는 죽음이 남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 두렵지 않을 리가 있냐.”
현자 라니엘 반 트리아스가 아니다.
“재앙을 마주할 때면, 그들에게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이 부정당할 때면, 미칠 것 같아. 스케발 그놈이야 어떻게든 답을 찾았다 쳐. 너, 배교자랑 마주쳐 봤지? 그놈이 부리는 군세 봤냐?”
한낱 인간인 라니엘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말이 되냐, 씨발.”
“······.”
“회로를 다 태워서 주문을 터뜨려도, 갑각룡 한 마리 막는 것도 힘들어. 그런 게 대여섯 마리씩 밀고 들어오는데, 심지어 그걸로 끝이 아니야. 온갖 마수가 갑각룡의 뒤를 따르지. 정말로, 한도 끝도 없이.”
그걸.
그딴 괴물을.
“그딴 말도 안 되는 미친년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뭔 짓을 한 줄 알아?”
라니엘이 손을 쭉 뻗었다.
지금은 멀쩡하지만, 예전의 너덜너덜했던 손가락을 떠올리며 라니엘이 계속해서 웃었다.
“손가락을 다 끊어. 팔도 비틀어. 안되면, 수명까지 바쳐. 그래야 막을 수 있어. 막는 게 고작이야. 죽일 수도 없다고.”
하물며, 하고 라니엘이 말했다.
“죽음의 칼, 가니칼트는 또 어떻고.”
답이 없다.
“너 마왕 마주친 적 없지? 그거 보면, 그냥 웃음만 나와 진짜.”
답이 도저히 보이질 않는다.
“그런 것들을 상대하는 데··· 나라고 안 무섭겠어? 나도 무서워. 무서워서 미칠 거 같아. 그런데,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라니엘은 알고 있다.
“답이 안 보여도 찾아야지.”
이런 자신을 위해서 수많은 기사들이 목숨을 바친 것을. 그들의 시체 위에 자신은 서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해야 하고, 누군가는 답을 찾아야지.”
현자로서의 자신을 위해 그들은 기꺼이 목숨을 바쳤다. 자신이라면 무언갈 해주리라 믿으면서, 사지로 걸어 들어간 이들이 많았다. 너무나도 많았다.
“무서워도, 하기 싫어도, 도망치고 싶어도. 나는 그러면 안 되잖아. 내가 해야 하잖아. 남들보다 더 많은 게 가능한, 내가 해야 하는 일이잖아.”
해야하니까 해왔다.
완벽해야 하니까, 완벽하게 살았다.
“나라고 안 무서운 게 아니야. 나도 카일 그놈처럼 현상유지만을 선택하고 싶어. 현재에 안주하고, 이 정도면 잘했다고 생각하고 싶단 말야.”
하지만, 하고 라니엘이 말했다.
“그건 내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할 수 있어. 고작 그런 걸 바라고 그들은 나를 위해 죽은 게 아니야. 내겐, 그들의 희생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어.”
강박증이던, 정신병이던 아무래도 좋다.
라니엘은 의무에서 눈을 돌리지 못한다. 이 정도면 됐다는 자기 합리화를 하지 못한다.
“그러니 해야지. 완벽하게 있어야지. 두려움도, 그 무엇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그저 완벽하게.”
그것이 전부다.
용사들마저 경외를 표하는 현자란 인물의 전부다.
모두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현자이나, 그 속은 이미 망가져 있다. 전장에서 오래 머무른 인간이 으레 그렇듯, 라니엘의 내면 또한 곪을 대로 곪아있다.
“후우···.”
그 누구에게도 내비친 적이 없는 속마음이다.
그것을 전부 털어놓은 뒤, 라니엘은 길게 숨을 내뱉었다.
“다가오는 죽음이 두렵다고 했냐, 갈라할.”
“···예.”
“두려울 수밖에 없다. 두려움에서 벗어날 순 없어. 삼 년의 시간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두려움은 네 곁을 따라다닐 거야. 고뇌 또한 마찬가지고.”
잔인한 이야기다.
갈라할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럼, 저는···.”
“그렇기에 의미가 있지.”
갈라할이 숨을 헛삼켰다. 라니엘이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갈라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은 시간 동안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고뇌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남은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이룰 수 있고, 무엇을 남길 수 있는가.”
라니엘 또한 계속해서 해온 고민이다.
“네가 찾아낼 답이 뭘지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말이다.”
라니엘은 아플리아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그리고 지금 전장에 와있는 클로에를 떠올렸다.
“제자를 기르는 거야.”
“제자··· 말씀이십니까?”
“어, 제자. 내가 가르친 아이들. 나로 하여금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
마법사가 제자를 들이는 것은 흔한 일이다.
길어봐야 백 년을 채 살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렇기에 마법사들은 제자를 들여, 자신이 한평생 걸어온 마도(??)를 잇게 한다.
그리하여,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마학의 역사는 이어졌다. 계속해서 다음으로, 다시 다음으로.
“그 아이들은 훗날 높은 위치에 오르겠지. 어쩌면 나보다 더 높은 곳까지. 그리고, 그중 몇몇은 내가 다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룰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들이 걷는 길에 자신의 삶이 묻어나온다.
“내가 바란 것은, 내가 놓지 못한 꿈은 그 아이들을 통해 이어져.”
『다음으로, 다시 다음으로.』
과거 최초의 용사 일행이 그러했듯이, 라니엘 또한 같은 답을 골랐을 뿐이다. 라니엘 뿐이 아니다. 모든 인간이 비슷한 방법을 고르고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기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기에.
그럼에도, 무언가 의미를 남기려 하기에.
인간은 하염없이 다음으로, 다시 다음으로 뜻을 이어갔다.
“뭐, 난 아직 마왕을 잡는 걸 포기할 생각이 없긴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될진 또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습니까.”
갈라할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입가에는 웃음이 맺혀있다. 짧게 숨을 내뱉으며 갈라할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두려워하기에, 고뇌하기에 의미가 있다. 그거 제가 했던 말 아니었습니까?”
“그렇지.”
“벌써부터 잘 써먹고 있군요.”
라니엘이 피식 웃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냐?”
“당신 말대로 이제부터라도 고민해 봐야겠죠. 삼년이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니까 말입니다.”
갈라할이 짧게 숨을 뱉었다.
조금은 편해진 표정으로 갈라할이 중얼거렸다.
“찾다 보면 하나쯤은 있겠지요.”
“뭐가?”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말입니다.”
“그 말 요즘 자주 듣는 것 같다.”
“제가 밀고 있는 명언입니다.”
라니엘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갈라할 또한 흔들리는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시원스레 웃음을 흘렸다.
서로 비슷한 상황에 처했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3.
“은퇴하기 전에 걸리는 게 하나 있긴 합니다.”
자리를 뜨려 하기 직전, 갈라할이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갈라할을 바라봤다.
“뭐가?”
“사실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긴 합니다. 제가 빠지게 되면··· 아무래도 전선에는 영향이 갈 테니 말입니다.”
“그렇긴··· 하겠지.”
한 명의 용사가 빠진다.
그게 전장에 불러올 여파는 결코 적지 않다. 단순히 계산해봐도 온갖 문제가 부상하리라.
“클로에, 그 아이가 제 뒤를 잇는다곤 해도··· 그 시간 사이에 공백이 존재하지 않겠습니까.”
갈라할이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조금 더 전장에 있고 싶지만, 기사단장님께서 단호히 말씀하시더군요. 남은 시간은 제발 평화롭게 보내라고.”
“하인켈 아저씨는 원래 그러니까.”
인류를 위해 봉사한 이는, 마땅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하인켈 아저씨는 그런 생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갈라할이 전장에서 수명이 다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거겠지.
‘그리고···.’
전장에 남아있는다면, 갈라할은 분명 남은 삼 년마저 전부 천칭에 올려버릴 것이다. 이건 예측이 아니라 확신에 가까웠다.
전장에서 갈라할이 죽게 된다.
그 모습을 기사들이 지켜보게 된다면, 갈라할의 은퇴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여파를 불러올 것이다. 아마도, 하인켈 아저씨는 거기까지 생각한 게 아닐까 싶었다.
“제 빈자리를 어떻게 메꿔야 할지···.”
“그거 말인데.”
내가 걸음을 멈췄다.
“생각해 둔 게 있긴 해.”
“예?”
“갑자기 금이 가는 바람에 이것저것 조사하느라 늦어지긴 했지만, 이젠 괜찮겠지.”
로브에 손을 밀어 넣었다.
손가락에 잡힌 것은 둥그스름한 잔이다.
“워낙에 통과하기가 까다로운데다가, 이걸 쓸 수 있는 놈들도 극히 소수에 불과하겠지만···.”
그것을 밖으로 꺼내 들었다.
“어쩌면, 한 명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르지.”
내가 꺼내 든 것을 본 순간, 갈라할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그건···?”
“성배.”
내가 갈라할의 앞에 잔을 흔들어 보였다.
“기적의 성유물이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