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44
〈 44화 〉 수업 참관(3)
* * *
왕가의 사냥개, 하운드(Hound).
그들은 일반적인 기사와는 다르다.
일반적인 기사는 마왕군을 상대하기 위해 창칼을 든다. 그 창칼은 마수를 죽이기 위해 단련되어 있다. 기사란, 언제나 왕국의 적을 상대하는 법.
왕국의 적이 마왕군이었으므로, 그 창칼이 향하는 곳 역시 마왕군이어야 한다.
그러나, 하운드는 다르다.
하운드의 창칼은 인간에게 향한다.
왕가의 사냥개는 마족에게 영혼을 판 변절자들을 상대한다. 영혼을 팔지 않더라도, 왕가의 뜻에 반기를 드는 이들에게 칼 끝을 겨눈다.
사냥개들의 칼에는 자비가 없다.
아무리 이름 높은 귀족이라 한들, 하운드의 앞에선 한낱 사냥감에 불과하다.
그들의 무기는 같은 인간을 상대하기 위해 존재한다. 백병전에 능한 이들만이, 하운드가 될 수 있다.
“사냥개···.”
전투 마법학 교수, 맥하트.
그는 하운드들에게 붙은 수식어를 떠올린다.
‘백병전의 대가.’
일 대 일이든, 일대 다수든 상대가 사람인 이상 그들은 무기를 집어넣지 않는다.
‘집요하게 물어뜯는 사냥개.’
한번 정한 사냥감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외국으로 도망친 귀족조차 끌고 나오는 이들이다.
그리고.
“···마법사들의 천적.”
마지막으로 붙은 수식언.
그것을 맥하트는 소리 내 발음했다.
마법사의 천적.
사냥개가 그렇게 불리는 이유가 있다.
변절자가 된 케이스중, 열에 아홉은 마법사다. 그리고, 변절자를 사냥하는 건 사냥개의 임무다. 사냥개들은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냈다.
‘그 클래스가 무엇이던 간, 사냥개의 앞에 선 순간 마법사들은 그 가치를 잃는다.’
위자드도, 서머너도, 배틀 메이지마저도.
사냥개의 이빨을 피해가진 못한다.
아무리 배틀 메이지가 근접전에 능하다곤 한들, 검을 쥐고 백병전만을 연구한 하운드에 비할 바는 못됐으니까.
분명, 그럴 텐데.
챙!
“·····.”
맥하트는 멍한 눈동자로 앞을 바라봤다.
하운드가 칼을 휘두르고 있다. 그 칼 끝을 눈으로 좇는 것 조차 어렵다. 가늠하기조차 힘든 쾌검이다.
그러나, 그 칼은 아무것도 베지 못한다.
허공을 벤다. 무언가에 막혀 튕겨 나간다.
챙, 하는 소리가 뒤늦게 울린다.
하운드가 뒤로 물러선다.
그 칼끝을 낮게 끈다. 고개를 들어, 자신의 사냥감을 노려본다. 맥하트 또한 하운드와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
말 없이 장갑을 끌어 내리는 소녀가 있다.
그녀는 손을 뒤로 뻗어, 머리를 묶어 내린다. 사냥개 앞에서 빈틈을 보인다.
그 빈틈을 사냥개가 놓칠 리가 없다.
남자가 달려든다. 칼을 휘두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이전과 다를 바가 없다.
캉!
소녀가 발을 뻗는다. 신발 밑창과 칼날이 맞부딪친다. 튕겨 나가는 건 사냥개의 칼이다.
아까부터 그런 식이었다.
‘도대체.’
소녀가 낀 장갑은 평범하다.
그저 가죽장갑으로밖에 안 보인다. 그러나, 그 장갑을 낀 소녀는 과감히 칼을 향해 손을 뻗는다. 칼을 튕겨내고, 붙잡으려 한다.
‘내가.’
사냥개의 칼은 매섭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참격 위에 참격이 더해진다. 맥하트, 자신이 저 칼을 마주한다면? 단 일 합도 견디지 못하리란 확신이 든다.
‘뭘 보고 있는 건가?’
그러나, 소녀는 다르다.
그녀는 칼날을 쳐낸다. 가볍게 손목을 튕기는가 하면, 주문이 번뜩이고 칼날이 밀려난다.
맥하트는 눈을 부릅뜬다.
그들의 싸움을 시야에 담는다.
챙!
그러나,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도 먼 경지에서 이루어지는 싸움은, 범인의 눈으로는 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챙!
칼날이 장갑과 맞부딪치는 순간 빛이 번뜩인다. 맥하트로서는 무슨 주문이,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 알 수 없다.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빠르다.
그저, 빠를 뿐이다.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면 이미 수차례의 공방이 오간 이후다.
“말도 안 되는군···.”
맥하트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말이 안 됐다. 그렇게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맥하트는 소녀를 본다.
소녀의 피부는 매끈하다. 굳은살이 없다. 근육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이어서, 맥하트는 사냥개를 본다.
사냥개의 팔에는 자상이 가득하다. 발달한 잔 근육이 보인다. 숱한 싸움을 경험한 베테랑의 분위기가 풍긴다.
싸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소녀와.
백병전의 대가라 불리는 하운드가 맞붙는다.
그 싸움의 결과는 쉽게 상상이 간다. 단 한 합에 소녀가 나가떨어진다. 제압당한다. 그런 모습이 맥하트의 눈앞에 훤히 그려진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챙!
호각이다.
아니, 소녀 쪽이 압도하고 있다. 사냥개가 조금씩 뒤로 밀려간다. 숲 안으로 물러서기 시작한다. 소녀가 그 뒤를 쫓는다.
싸움의 양상은 어느새 뒤바껴있다.
도망치는 건 사냥개다.
그를 쫓는 건 소녀다.
“허···.”
맥하트는 헛웃음을 흘렸다.
소녀의 이름을 떠올린다.
라니아 반 트리아스.
신임 교수에, 전장은 경험해 보지도 못한 애송이 마법사. 하물며 실전과는 거리가 먼 위자드 클래스.
맥하트는 그 생각을 지운다.
지워진 공백을 자리 잡는 건 전혀 다른 단어다.
배틀 메이지.
그 한 단어면 충분했다.
“하하.”
입가를 비집고 새어 나온 헛웃음은 커져만 간다.
맥하트는 자신이 라니아 교수에게 했던 말들을 떠올린다.
“하.”
맥하트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범의 아가리 앞에서 재롱 떤 꼴이로군.”
2.
하운드(Hound)의 일원.
칼트는 불현듯 위화감을 느낀다. 칼을 휘두를수록 위화감은 크기를 불려만 간다.
자신이 상대하는 건 무엇인가?
스무 살 남짓 돼 보이는 소녀.
잿빛 머리칼이 인상적인 소녀다. 그녀의 신원은 칼트도 잘 알고 있다.
‘로셀 원로의 제자이자, 아플리아의 교수.’
라니아 반 트리아스.
칼트가 은혜를 입은 분의 동문이자, 굳이 따지자면 그분의 동생쯤 되는 인물이다.
‘칼등으로 쳐 기절 시킬 생각이었건만.’
그러니, 상처를 내지 않고 기절시켜, 최대한 신사적으로 심문을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얼마나 같잖은 것이었는지 칼트는 깨달았다.
‘밀린다.’
봐주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다.
전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밀린다.
전장에서 물러선 이후로, 전력을 다해 싸운 적은 손에 꼽는다. 칼트는 뛰어난 검사였고, 실전에 능했다.
이런 마법사 한둘쯤.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제압할 수 있을 텐데.
‘계속, 밀린다.’
도저히 기세를 잡을 수가 없다.
휘두른 칼은 튕겨 나간다. 빈틈이라 생각하고 내지른 칼의 궤도가 꺾인다.
‘오히려, 저쪽이 봐주고 있다.’
저 정도 기량이면 칼을 잡아 부술 수도 있다.
칼트의 머리를 터뜨리거나, 복부에 주문을 박아넣는 건 더욱더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리하지 않는다.
마치 칼트 스스로가 칼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모습에서, 칼트는 익숙함을 느낀다.
‘이건.’
칼트는 눈을 가늘게 뜬다.
추적자(Tracker)로서의 직감이 곤두선다.
‘···그분의 전투방식과 비슷하지 않은가?’
배틀 메이지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며, 그 사람을 흉내 낼 뿐인 마법사들과는 다르다. 그들의 움직임은 육체에 주문이 끌려다닌단 느낌이 든다.
그러나, 눈앞의 소녀는 다르다.
주문이 우선이다. 육체는 그다음이다. 그러나, 그 둘의 차이가 거의 없다. 모든 것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팔을 뻗는다. 팔뚝의 주문이 해방된다.
자연스레 그 팔에 마나가 깃든다.
주먹을 휘두른다. 손가락 마디 마디의 주문이 해방되며 주먹을 가속시킨다. 동시에 번뜩이는 빛무리는, 어떤 주문이 발동되는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완벽하다.’
그 움직임은 간결하다.
낭비가 없다.
극한까지 갈아낸 효율적인 움직임이다.
‘아.’
칼트는 수많은 배틀 메이지를 만났다.
동료로서, 혹은 적으로서.
그러나 칼트는 단 한 번도 그들에게서 그 사람과 비슷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러나.
눈앞의 소녀에게선 비슷함을 느낀다.
‘이건.’
오직, 이 소녀만이 스스로를 배틀 메이지라 부를 자격이 있다. 그리고, 칼트가 아는 한 그 자격은 오직 한 사람만의 것이다.
댕그랑.
칼트는 대뜸 칼을 놓았다.
양손을 들어 올렸다. 덩달아 소녀도 움직임을 멈춘다.
“···?”
그녀가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칼트를 바라본다.
“하하···.”
칼트는 그런 소녀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정말 믿기 힘들지만···.’
추적자인 칼트는 모든 것을 정보로 받아들인다. 그가 전장에서 보았던 그 사람과, 눈앞의 소녀는 그 사소한 버릇마저 닮아 있다.
“어디 가셨나 했더니.”
칼트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꼴을 하고 계셨습니까, 상관님.”
상관.
그 단어에 움찔, 하고 소녀가 몸을 떤다.
그리곤 천천히 입을 연다.
“···나 라니엘 아닌데.”
“음, 저는 라니엘이라는 이름은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상관님?”
“아 씹, 이새끼 또 유도신문, 아···.”
탁, 하고 소녀가 이마를 친다.
“여전하십니다, 라니엘님.”
오랜만에 보는 은인.
전혀 달라진 상관의 모습에 칼트는 쓰게 웃었다.
3.
숲의 깊은 곳까지 들어온 칼트는 나무 두 그루를 베어냈다. 그렇게 만든 두 개의 그루터기에, 라니엘과 칼트는 각각 앉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화는 시작됐다.
라니엘은 끝까지 자신이 라니엘이 아님을 피력했지만, 칼트는 코웃음 칠 뿐이었다.
결국 칼트가 마나에 걸고 맹세를 하고 나서야, 대화는 부드럽게 이어졌다.
“그러니까, 이게 지하수로하고··· 이번 아플리아 테러 사건 때 발견된 거란 말입니까?”
“그런 거지.”
칼트는 라니엘에게 넘겨받은 것을 본다.
봉인 처리된 제단이다. 확실히 라니엘에게서 느껴지던 마기는 이게 전부였다.
“후우···.”
칼트는 한숨 돌렸다는 양 크게 숨을 내뱉었다.
“어우, 진짜 다행입니다.”
“뭐가.”
“만약, 상관님이 변절자가 됐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겠습니까?”
잿빛 마법사, 그가 왕도의 적이 되는 순간을 상상해본 칼트는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저 괴물 같은 사람을 누가 막아.’
하운드 전원이 기습으로 친다 해도, 상처 하나 입힐 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러운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마족···.
‘아니, 저분 정도면 마왕하고 직접 계약하려나?’
마왕, 못해도 사천왕급의 마족과 계약하여 변절자가 된다고 가정해보자.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렸다.
그렇게 칼트가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데, 문득 라니엘이 입을 열었다.
“진짜 어디 가서 말 안할거지?”
“안 한다니까요. 마나에 대고 맹세까지 했는데 자꾸 왜 그러십니까?”
“야, 이 모습 됐다고 어디 가서 쪽팔려서 어떻게 말하냐···.”
칼트는 라니엘을 흘겨봤다.
길게 늘어트린 잿빛 머리칼과, 가느다란 속눈썹 사이에 감춰진 푸른 눈동자.
‘확실히, 적응이 안 되긴 하군.’
그가 기억하는 상관의 모습과는 꽤 차이가 있었다. 성별을 떠나서, 그 인상부터가.
“···상관님께는 신세 진 게 많으니, 따로 보고하진 않겠습니다. 보아하니 복잡한 사정이 있으신 것 같고.”
“이젠 니 상관 아니라니까.”
“···아무튼 말 안 하겠다고요.”
칼트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라니엘님께 빚진 게 얼만데, 제가 어떻게 이걸 여기저기 퍼뜨리고 다니겠습니까.”
“빚진 거?”
“제가 은퇴한다 했을 때, 지크프리트 기사단장님과 함께 추천장을 써주셨지 않습니까.”
칼트는 옛 기억을 떠올린다.
사천왕 중 하나, 죽음의 칼 가니칼트의 습격 당시의 기억. 그때, 칼트는 가니칼트의 칼에 어깨를 베여 마기에 중독됐었다.
성녀의 치료 덕에 살아남을 순 있었지만···.
그때의 마기 중독은 칼트에게 큰 부상을 남겼다.
‘검을 휘두르는 데는 문제 없고, 어느 정도의 마기는 견딜 만하지만···.’
더이상 마기가 포화상태인 마계에서 버틸 수 없게 됐다. 그렇게 은퇴를 결심했을 때, 추천장을 써준 게 바로 당시 상관이었던 라니엘이었다.
너 개 코잖아.
짐을 싸고 있는 자신에게 대뜸 찾아와 던진 한마디. 그 말을 떠올리며 칼트는 쓰게 웃었다.
말을 왜 그렇게 하십니까.
아 뭐 씨발아. 하루 이틀이냐? 아무튼 코 좋잖아. 변절자는 귀신같이 찾아내고.
···트래커니까요.
그럼 여기서 일함 되겠네.
툭, 던져줬던 추천장.
그간 수고했다. 도움도 많이 됐고.
그때 입었던 은혜는, 평생을 다해도 갚지 못할 것이리라.
평민이었던 칼트는 퇴역 후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을 테니까.
“···덕분에 부족함 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게 어디 내 덕이냐? 네 능력이 잘난 거지. 나 아니었더라도 너 전역하면 여기저기서 잡아가려고 눈에 불을 켰을걸.”
어디 또 등신 같은 암살자 길드 들어가느니, 왕도에서 일하는 게 낫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라니엘은 턱을 굈다.
“게다가, 마수를 상대하는 데 애먹었을 뿐이지, 마인의 사냥, 인간형의 마수와의 상대는 너만 한 사람이 없었으니까.”
“하하,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하군요.”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이다.
모습은 변했지만 그 은근히 챙겨주는 말투는 여전하다.
‘말투는 좀 거칠어도, 은근히 친절하신 분이라니까.’
칼트는 옅은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게?”
“더 커지기 전에 보고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맥하트는 어떻게 하고.”
“그걸 고민 중입니다. 변절자로 의심되십니까?”
“아니, 변절자는 확실히 아냐.”
“그럼 어떻게 할까요?”
그 질문에 라니엘은 답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리에서 일어서서, 칼트의 앞에 선다. 옛날에는 키가 비슷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라니엘이 올려다보는 모양새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더니 손을 뻗었다.
“뭐, 뭐하십니까?”
“가만 있어 봐.”
그리곤 칼트의 가슴팍에 손을 얹는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칼트의 가슴 근육을 간지럽힌다.
“···왜 그러십니까?”
“야, 칼트.”
“예?”
“너는 씨발아, 내가 대뜸 칼질 좀 하지 말라고 몇 번 경고했냐?”
어?
“딱 대라.”
가슴팍에 맞닿은 손가락이 번뜩, 빛난다.
강타(Smite).
쿠웅!
“억!”
털썩, 칼트가 무릎을 꿇었다.
가슴팍을 움켜쥐고 비명을 내지르는 칼트를 바라보며, 라니엘이 미소지었다.
“위력 십 분할 한 거야 씨발아. 엄살 부리지 마라.”
“아니, 사람 가슴에 강타를 왜 박습니까! 명치 맞으면 어떡하려고···!”
“상관한테 칼질한 새끼가 말이 많네.”
“언젠 상관 아니라면서요!”
눈물이 찔끔 나왔다.
칼트는 켁 케헥, 하고 기침을 하며 라니엘을 올려봤다. 그녀는 여전히 미소지은 채 손을 뻗는다.
툭, 하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이마에 닿는다.
“왜, 가슴 말고 머리에 해줄까?”
꿀꺽.
칼트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머리에 맞는 것보단 가슴팍에 맞는 게 몇십 배는 낫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잠시 잊고 있던 사실에, 칼트는 눈물 한 방울을 주륵 흘렸다.
“칼트.”
“예, 라니엘님.”
“방금 느낀 그 충격 있지.”
“···예.”
“그거 맥하트 그 씹··· 아니, 교수 심문할 때 똑같이 전해줘.”
칼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변절자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심보가 변절자의 것이야. 몹시 고약해. 내가 보기에, 좀 심문이 필요해.”
“아, 예···.”
4.
“맥하트 크레펠트.”
숲에서 돌아온 하운드, 켈트가 맥하트의 앞에 선다.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인상이다.
“예고했던 대로, 따라와 줘야겠다. 가벼운 심문을 받게 될 테니 준비하도록.”
“잠, 잠깐! 방금 전에는 저 라니아 교수가 변절자니 뭐니···!”
“내 오해였다.”
짧게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맥하트는 영문도 모른 채 수갑이 채워져, 켈트에게 끌려갔다.
“뭐야, 맥하트 교수···.”
“변절자? 방금 그렇게···.”
수군거리는 학생들 사이를 지나, 맥하트는 마차로 끌려간다. 마차의 앞에는 기사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는 소녀가 하나 있다.
“···라니아 교수?”
“아, 맥하트 교수님.”
그녀가 살갑게 웃으며 맥하트를 마주한다.
마주침은 잠깐이다. 맥하트가 마차에 타는 것을 보며 라니아 교수는 손을 흔들었다.
“죄송해요, 교수님!”
···뭐가 죄송하다는 건가?
맥하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무언갈 깨달았다.
‘혹시, 오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해 죄송하다 하는 건가?’
맥이려고 했을 뿐인데.
소녀의 움직임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는 동작이라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는데.
‘그런데도, 배우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는겐가.’
따스한 선인(?人)의 심성은, 때로는 치졸한 인간이라 한들 무언가를 깨닫게 하는 법이다.
“···내가 더 미안하네.”
맥하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차에 올랐다.
이윽고 마차는 출발한다.
그 탓에, 맥하트는 라니아 교수의 마지막 말을 듣지 못했다.
“근데, 교수님도 저한테 죄송하지 않으세요?”
그 말은 듣는 사람 없이 허공에 흩어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