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
프롤로그
“나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뱀파이어는 늘 신선한 피를 찾는데, 난 아직도 배울 게 많고, 세상에는 배울 만한 것들이 넘친다.” -로빈 윌리엄스
“당신이 불행해하면 인생이 당신을 비웃을 것이고, 당신이 행복해하면 인생이 당신에게 웃음 지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면, 인생은 당신에게 ‘경의’를 표할 것이다.” -찰리 채플린
“배우는 인생이 주는 모든 경험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배우는 눈앞의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경험을 찾아야 한다.” -제임스 딘
* * *
“세계적인 배우가 되셨는데 감회가 어떠신지요?”
기자들 중에서 누군가가 질문을 던졌다.
강우혁은 질문을 던진 기자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상투적인 답변이다.
하지만 우혁의 진심이었다.
감사하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
하늘과 땅, 바람, 구름, 나무, 새···.
그리고 사람들.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혁은 여전히 따뜻한 미소를 머금은 채 부연했다.
그분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분들 덕분에 연기에 눈을 뜨게 되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셨다고 했는데, 특별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수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중에서 딱 한 사람만 꼽으라면?
눈을 지그시 감는다.
‘너, 여기 있니?’
맑고 아름다운 영혼이 느껴진다.
숲속의 상쾌한 공기를 마신 것처럼 기분 좋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피어오른다.
단언컨대, 인생은 경이롭고 아름답다!
연기를 통해 그 사실을 깨달았다.
‘네 덕분이야! 네가 아니었으면 제대로 된 연기를 하지 못했을 거야. 평범한 배우로 살았겠지.’
10여 년 전만 해도 평범한 배우에 불과했으나 이제 스타가 되었어. 세계적인 스타가.
맑고 아름다운 영혼이 주고 간 선물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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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해야 할 이유
가을 햇살이 따사롭다.
파란 하늘 위로 구름이 한가롭게 흘러가고 있다.
평화로운 날.
철천지원수끼리 싸움을 하다가도 휴전할 것 같은 날씨다.
“날씨 참···.”
···더럽게 좋다!
우혁은 옆에 서 있는 아내 예은을 의식하며 뒷말을 꿀꺽 삼켰다.
욕지거리가 치밀고 나오려고 했으나 입을 다물고서 어금니를 깨물었다.
차라리 비가 오면 좋으련만.
우혁은 가을 하늘을 응시하며 애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아내의 표정을 살폈다.
아내는 49일 전, 유산을 했다.
결혼 1년 만에 얻은 아기를 잃었다.
아내가 간절히 원했던 아기였는데···.
예은은 고아다.
부모 형제는 물론이고 일가친척 하나 없는 천애고아.
그래서였을까, 아내의 꿈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가족을 가지는 것이었다고 한다.
한 남자의 아내와 아이들의 엄마가 되는 것.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꿈이다.
결혼 전 아내가 대학로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할 때, 우혁은 근처 공연장에서 연극 공연을 했고, 종종 아내가 일하는 카페를 찾곤 했다.
동료들과 함께 갈 때도 있었고, 혼자 갈 때도 있었으나 당시만 해도 예은과 결혼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예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그저 수많은 손님들 중 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느 날 예은의 마음속으로 우혁이 훅 들어왔다.
카페 맞은편 건물 벽 한쪽에 버려진 화분 하나가 있었다.
몸통만 남고 잎은 모두 시들어 버린 행운목이 꽂혀 있는 초라한 화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화분인데, 어느 날 한 남자가 그 옆을 지나다가 마시다 남은 생수를 화분에 부어 주는 모습이 예은의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가 바로 우혁이었다.
우혁은 화분 옆을 지나갈 때마다 마시던 생수를 부어 주었다.
그 모습을 본 뒤로 예은도 생각날 때마다 화분에 물을 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죽은 줄 알았던 행운목이 어느 날 연초록 잎을 틔우는 게 아닌가.
우혁도 그 사실을 발견하고는 신기한 듯이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
예은은 우혁의 그 미소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때부터 우혁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예은의 예쁜 외모에 반해 사귀자고 접근하는 남자들이 많았다. 대학생은 물론이고 고등학생까지 카페를 찾아오곤 했다.
예은은 그 친구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콧대가 높다는 소리를 들었다.
한 남자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가 되는 것이 예은의 꿈이긴 했지만 당시 예은은 스물다섯이었고 결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우혁이 마음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결혼 상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을 뿐이다.
한편 우혁은 예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하루는 행운목 화분에 마시고 남은 생수를 부어 줄 때 눈부시게 예쁜 한 여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 화분, 하루에 한 번씩 물 줬어요. 제가!”
“아, 그래요.”
우혁은 몹시 부끄러워하며 몸을 배배 꼬는 예은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낯이 익은데 어디서 봤더라?’
“저는 저 카페에서 일하고 있어요.”
예은이 카페를 가리켰다.
“그렇군요.”
“제 이름은 정예은이에요.”
“아, 예.”
“저기···.”
“?”
“···공연 보러 가도 돼요?”
“그럼요.”
안 될 이유가 있나. 누구나 보러 올 수 있는 공연인데.
“감사합니다!”
예은은 우혁에게 인사를 꾸뻑 하고는 카페로 달아났다.
그날 저녁 우혁은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다가 입구에서 기다리던 예은을 발견했다.
공연을 보고 난 뒤 우혁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꽃다발을 들고서.
예은은 우혁에게 꽃다발을 건네주고도 돌아가지 않았다.
“만두 좋아하세요?”
우혁이 예은에게 물었고, 예은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근처 분식집에 가서 만두를 먹었다.
그리고 헤어졌다.
그것이 첫 번째 데이트였다.
그 뒤로 만두집 데이트가 거듭되면서 연인이 되었다.
그렇게 1년을 만나면서 우혁은 예은이 얼마나 보석처럼 귀하고 아름다운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남몰래 사랑의 감정을 키웠다.
예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혁을 만나면 만날수록 예은이 생각하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과묵하지만 따뜻한 남자.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청혼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부끄러웠지만 용기를 내어.
“밥해 줄게. 나랑 살자.”
우혁은 예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나 지금 청혼하는 거야.”
예은은 진지했고, 우혁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시 우혁은 스물여덟이었고, 미래가 불투명한 배우였다. 그 이름도 유명한 무명배우. 소속사조차 없는.
예은을 사랑했지만 예은의 청혼을 받아들일 염치가 없었다.
“결혼은 안 돼!”
우혁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리고서 자책했다.
‘고아 주제에 욕심도 많지. 우혁 오빠 같은 남자가 무엇이 아쉬워서 나 같은 여자랑 결혼하겠어.’
거절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으나 막상 거절을 당하고 보니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예은 씨가 뭐가 아쉬워서 나 같은 사람하고 결혼을 해. 스물여섯밖에 되지 않은 꽃다운 나이에!”
우혁의 대답을 듣고 예은은 고개를 들었다.
예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입을 열면 울음이 터질 것 같아 고개만 잘래잘래 흔들었다.
‘오빠는 나에게 과분한 사람이에요. 난 고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고, 아무것도 없는 고아인 걸요.’
그로부터 다시 일 년이 지났다.
예은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고, 예은에 대한 우혁의 사랑도 더욱 깊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예은은 자기가 살고 있는 고시원에 우혁을 데리고 갔다.
창문도 없는 방이었다.
방음이 되지 않아 귓속말을 해야 했고, 크기는 코딱지보다 조금 컸다.
“오빠! 여기서 저 좀 구해 주세요.”
예은이 애원했다.
예은은 고시원 생활에 딱히 불만이 없었다.
일을 마치고 고시원 방에 돌아오면 행복했다.
비록 코딱지만큼 작지만 고치 속에 들어온 것처럼 아늑하고 포근한 집이었으니까.
혼자 힘으로 마련한 공간이 아니던가.
하지만 우혁 앞에서 엄살을 부렸다.
동정심을 유발해서라도 우혁을 잡고 싶었다.
제대로 먹혔다.
며칠 뒤 우혁은 예은을 데리고 부모님 집에 갔다.
전화로 결혼할 사람을 데리고 가겠다고 미리 말을 했다.
예은은 고졸이고, 현재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고아라는 사실까지 사실대로 알려드렸다.
우혁의 부모님은 잔뜩 겁먹은 예은을 따듯하게 맞아주었다.
“곱기도 해라. 어디서 이렇게 참한 처자를 데리고 왔니.”
얼마 후 우혁 부모님은 예은을 딸처럼 여겼고, 예은은 우혁 부모님을 엄마, 아빠라고 불렀다.
예은은 행복에 겨워했다.
남편이 생겼고, 엄마와 아빠가 생겼으니 말이다.
신혼집으로 시부모가 아파트를 얻어 주려고 했지만 예은은 한사코 거절했다.
시부모의 형편을 뻔히 알면서 호사를 누릴 수 없었다.
아파트 대신 다세대 방 두 칸짜리 반 지하 전세를 신혼집으로 얻었다.
미안해하는 우혁에게 예은은 말했다.
“집도 넓고, 방도 두 개고, 창문도 있는데 뭘. 아래층이 없으니까 아이가 뛰어다녀도 되고, 얼마나 좋아.”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얘기를 했다.
예은은 빨리 아이를 갖고 싶었다. 엄마가 되는 게 꿈이었으니까.
결혼한 지 1년 만에 아이를 얻었다. 만사가 순조로웠다.
하지만 임신 4개월 만에 아이를 유산하고 말았다.
오늘은 이름조차 지어주지 못한 아이가 세상을 떠난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하늘 위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예은은 활짝 웃어 보인다.
“잘 다녀와. 운전 조심하고.”
다 잊은 걸까?
제발 그래라.
하지만 우혁은 안다. 아내는 그 일을 잊은 게 아니라 잊은 척하고 있다는 사실을.
“갔다 올게.”
우혁도 그 일을 까맣게 잊은 것처럼 아내에게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출고된 지 15년이 지난 낡은 소형 승용차에 올라 시동을 켰다.
쿨룩쿨룩!
쿨쿨쿨쿨쿨쿨···.
간신히 시동이 걸렸다.
서서히 차를 몰아 다세대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좁은 골목을 빠져 나갔다.
모퉁이를 돌기 전에 사이드미러로 뒤를 확인했다.
아내가 제자리에 서서 이쪽을 보고 있다.
모퉁이를 돌자 아내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내의 애잔한 미소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콧잔등이 시큰하다.
연기자로서 성공해야 한다.
착한 아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