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10)
우혁에게 기쁜 일들이 쏟아졌다.
우선 [마른 풀잎의 노래>가 흥행 가도를 달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나 개봉 한 달 만에 누적 관객수 500만을 넘었다.
출연 배우이자 투자자로서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추세라면 누적 관객수 700만을 달성한 [길 밖의 새>의 성과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길 밖의 새>는 총 제작비 120억을 들여 700만을 달성했을 때 모두들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했다.예상을 넘는 성과였으니까.
총 제작비 5억을 들인 초저예산 영화 [마른 풀잎의 노래>가 [길 밖의 새>와 비슷한 관객을 동원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기적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은 작품이었다.
그 사건 사고가 영화 흥행에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 자체의 힘이 없었다면,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재미가 없었더라면, 외적 요소들이 뒷받침 되었다 해도 이 정도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두 번째 기쁨은 [환생 부부>가 가져다주었다.
사전제작을 끝내고 첫 방을 기다릴 무렵 남자 주인공인 우혁이 구설수에 휘말렸을 때 [환생 부부> 방송국 편성국 간부는 걱정을 늘어놓곤 했다.
“불똥이 우리한테 튀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그런 걱정에 대해 언제나 낙관적인 공선옥 피디는 여유 만만이었다.
“별 걱정을 다하십니다. 덕을 봤으면 봤지 손해 볼 거 없어요.”
공 피디의 말대로였다.
[환생 부부> 제작발표회 때만 해도 언론과 시청자의 반응은 좋다 나쁘다 할 게 없었다.성패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반반.
성공을 장담하는 이와 실패를 예상하는 이가 반반이었다.
뚜껑을 열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뚜껑이 열리자 결과가 나왔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우혁은 그 결과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드라마 [서울 가로등>과 [홍길동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컸다.
늘 좋은 결과만 나올 수는 없으니까.
[환생 부부> 방송은 우혁에게 여러 모로 반가웠다.절묘한 타이밍.
방송 시기가 절묘했다.
친일 언론과 일부 네티즌이 우혁을 ‘국뽕 배우’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드라마 [환생 부부>는 그 어디에도 ‘국뽕’ 냄새가 나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한 가족 드라마였다.
“[안중근 장군> 방송되면 그놈의 ‘국뽕 배우’ 소리 또 듣겠는걸.”
백곰도 우혁이 ‘국뽕 배우’라는 닉네임이 굳어질까 봐 염려스러웠던 모양이다.
문 피디의 [안중근 장군>은 전형적인 국뽕 드라마가 아닌가.
“국뽕 배우 소리 들으면 어때. 불명예스러운 것도 없어. 오히려 자랑스러운 측면도 있으니까요.”
다만 한 가지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이 배우로서 달가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우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안중근 장군> 이후에 타란티노 감독의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와 올리버 스톤 감독의 [위대한 시민>을 개봉하면 국뽕 배우 이미지는 희석될 테니까. [환생 부부>는 꼭 필요한 시기에 방송되어 ‘국뽕 배우’라는 닉네임을 희석시켜 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환생 부부>는 아내와 즐겁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환생 부부> 출연을 결심할 때 아내의 반응이 결정적이었다.아내는 차기작 검토를 위해 가져다둔 작품들 중에서 [환생 부부> 드라마 극본을 읽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은 [환생 부부> 출연 결정은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
아내와 즐겁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있다는 것.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
오늘은 [환생 부부> 2회가 방영되는 날.
아내와 [환생 부부>를 보기 위해 방영 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왔다.
“힘들지?”
아내가 현관으로 들어서는 우혁을 환한 미소로 반겨 맞으며 물었다.
[마른 풀잎의 노래> 때문에 구설수에 시달려 온 우혁을 위로하는 말이었다.“전혀!”
우혁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전혀 힘들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다.
힘들다.
연일 이슈의 중심에 있었는데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좋은 일이라면 또 모르겠다.
‘국뽕 배우’라는 비난을 받는 일이 즐거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전혀!’라고 대답한 것은 아내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힘들지?’라는 아내의 말 한마디로 힘들었던 일들이 순간적으로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민서!
민서를 보는 순간 모든 근심과 걱정 등이 일순간에 싹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마치 마법처럼.
우혁을 기쁘게 하는 일이 백 가지라면 그중 아흔아홉 가지는 민서와 관련된 것이다.
민서가 눈을 맞춰 주고, 웃어 줄 때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쁘다.
민서가 손아귀로 우혁의 검지를 꼭 움켜쥘 때 말할 수 없이 기쁘다.
하품을 할 때, 잠을 잘 때, 옹알이를 할 때 우혁은 기쁨을 느꼈다.
[마른 풀잎의 노래> 누적 관객수가 500만을 넘었을 때, [환생 부부> 시청률 1위 했을 때보다 기쁘냐고?2000배쯤 더 기쁘다.
민서를 보고 있으면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지면에서 5밀리미터쯤 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늘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어마어마한 인내력과 체력, 순발력, 자제력, 충성심이 필요하다.
추체험을 한 뒤로 웬만한 일에는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서가 울면 등에서 진땀이 난다.
같이 울고 싶어진다.
아내는 민서가 태어난 뒤로 지금까지 잠을 깊게 자 본 적이 없다.
밤이 되면 중간에 최소한 두 번 이상은 깨어나서 운다.
그나마 좋아지게 이 정도다.
출산 초기에는 대여섯 번은 기본이었다.
민서가 울면 아내는 자동으로 눈을 뜬다.
우혁도 눈을 뜨기는 하지만 눈만 뜬다.
고개를 조금 움직이거나 몸을 한 번 뒤집는 정도가 고작이다.
일어나는 건 정말 힘들다. 차라리 지구를 들어 올리는 게 더 쉬운 것 같다.
하지만 아내는 가볍게 일어나 민서를 살핀다.
기저귀가 젖었는지 배가 고픈지 열은 없는지 확인하고 민서가 원하는 것을 해준다.
우혁도 마음은 일어나서 기저귀라도 갈아주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가끔은 일어나서 비몽사몽간에 보조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럴 때마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존경스럽기도 하고.
가끔은 민서가 울지 않을 때도 있다.
“민서가 어젯밤에 안 울데.”
우혁이 말하면 아내가 웃는다.
민서가 울었는데 우혁은 자느라 못 들었던 것이다.
“작은 방에서 자. 민서 때문에 잠을 깊이 못 자잖아.”
아내가 말하곤 했다.
“촬영 기간도 아닌데 뭘.”
우혁은 아내에게 별 도움이 못 되지만 혼자 편히 잘 염치는 없었다.
여자와 엄마는 완전히 다른 종족인 것 같다.
엄마가 된 아내는 연약한 여자가 아니었다.
민서를 출산하기 전까지는 가끔 물가에 내놓기도 불안할 만큼 연약했는데 출산을 한 뒤로 아내는 전사로 변했다.
아내가 어머니와 장을 보러 갔을 때 혼자서 민서를 돌본 적이 있다.
한나절이었는데 온몸에 진이 빠져서 아내가 돌아왔을 때쯤엔 왼쪽 어깨 뒤쪽에 담이 온 것처럼 묵직했다.
민서를 안고 돌아다니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민서는 침대에 누이면 울고 안아주면 울음을 그쳤다.
팔이 빠지는 줄 알았다.
남자도 이렇게 힘든데 아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내가 돌아왔을 때 말했다.
“베이비시터 하나 구하자!”
“베이비시터를 왜? 필요 없어. 내가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베이비시터야.”
“나라면 차라리 직장에 나가겠다. 아기 보는 거 너무 힘든데!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야.”
손이 일곱 개쯤 필요한 순간이 있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
민서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휴대전화가 걸려오고, 가스레인지에 무언가는 끓고 있고, 택배가 왔는지 초인종을 눌러대고, 참았던 소변을 더 이상 참기 어려울 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셔. 아버님도 민서 봐주시고. 베이비시터는 필요 없어. 왜 쓸데없는 곳에 돈을 써.”
“이런 데 쓰려고 돈 버는 거야.”
“힘든 거 지나갔어. 두어 달은 정말 힘들었는데 이젠 전혀 힘든 줄 모르겠어. 정말이야.”
“출산 초기에 우울증 앓는 경우도 많다는데 당신은 괜찮아?”
“나도 그게 겁이 났는데, 난 전혀 그런 게 없네. 육아 체질인가 봐.”
하루 종일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의 시중을 드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민서가 떼를 쓰며 울 때의 모습은 천만 대군이 와도 당해 낼 수 없을 만큼 기세가 등등하다.
“돈 아끼지 마. 우리 부자야.”
“돈 아끼는 거 절대 아니야. 육아 힘들어. 힘든데, 힘든 줄 모르겠어. 민서가 내 품에 잠드는 모습, 민서가 먹는 모습, 민서가 하품하는 모습, 민서가 웃는 모습을 양보하기가 싫어. 민서 아빠, 연기 힘들 때 있을 거야. 힘들다고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싶어? 나도
마찬가지야. 혼자 하기 버거우면 얘기할게.”
“좋아! 육아는 당신이 해. 대신 청소해 주실 분, 식사 준비해 주실 분은 구해야겠어.”
우혁이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내가 물러섰다.
우혁은 당장 사람을 구했다.
***
드디어 민서가 태어난 지 100일째 되는 날.
사흘 전, 미국에서 장인 장모가 오셨다.
온 가족이 모여 조촐한 민서의 백일잔치를 열었다.
어머니는 아침에 삼신상(三神床)을 차렸다.
아기를 점지하는 일과 출산 및 육아를 관장하는 세 신령에게 올리는 정성이었다.
삼신상에는 미역국과 흰밥이 차려지고, 아내와 어머니가 삼신상 앞에 단정히 앉아 아기의 건강과 수명과 복을 빌었다.
제가 끝난 뒤 삼신상에 차린 음식을 아내가 먹었다.
백일상에는 여러 종류의 떡과 과일 및 음식이 풍성하게 차려지며, 아기의 장수와 복을 비는 뜻으로 쌀과 흰 실타래를 놓았다.
잔치 뒤에는 백일 떡을 이웃에 돌려 함께 나누어 먹었다.
백일 떡을 받은 집에서는 돈이나 흰 실타래를 떡을 담아온 그릇에 담아 주며 덕담을 한마디씩 했다.
“민서 무럭무럭 잘 자라도록 기도할게요.”
“떡 잘 먹을게요. 민서 100일 축하해요.”
“민서 건강 축원합니다. 잘 키우세요.”
양평 집으로 이사 온 뒤로 그동안 아내와 어머니, 아버지가 동네 분들과 친하게 지낸 덕분에 민서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100일 잔치를 마친 다음날 민서와 아내를 데리고 장인 장모와 함께 미국의 처가댁으로 가기로 했다.
1주일 전, [안중근 장군> 촬영이 시작되었으나 문 피디에게 2주일 전부터 미국에 다녀올 예정이라고 얘기를 해두었다.
촬영은 계속될 것이다.
우혁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을 촬영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
미국 방문을 하는 길에 올리버 스톤 감독을 만나 [위대한 시민> 계약을 하고 타란티노 감독과도 만나 촬영 일정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우혁은 올리버 스톤 감독을 만나는 길에 일생일대의 인연을 만나게 된다.
아내는 처가댁의 집을 처음 가본다.
화상통화를 하면서 배경으로 보기는 했으나 얼마나 큰 집인지 휴대전화 화면으로는 알 수 없었다.
장인 장모는 화상통화를 할 때 얼굴을 화면 가까이 대고 통화를 했기 때문에 뒤쪽이 잘 보이지 않았다.
처가댁에는 아내의 방과 민서의 방이 따로 꾸며져 있다.
아내가 그 방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 기쁜 일들이 쏟아지다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