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16)
“당신을 LA 공항의 모델로 발탁하고 싶습니다.”
LA 공항 CEO 알렉산더 마틴이 우혁에게 말했다.
카메라 중 하나가 우혁의 표정을 찍고 있었다.
“저를 LA 공항 모델로 발탁한다구요?”
우혁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저희 공항의 우수 직원들, 그리고 제가 출연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제작할 예정입니다. 그 광고에 당신을 모델로 발탁하고 싶은데 괜찮으신지요? 물론 광고 모델비를 드릴 것입니다.”
알렉산더 마틴이 우혁에게 뒤쪽을 가리켰다.
뒤를 돌아보니 공항 직원들이 세로 1미터, 가로 2미터 길이의 카드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카드에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 100,000
10만 달러.
한화로 1억이 넘는 금액이었다.
일반인에게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우혁에게도 그렇고.
미국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이 TV 광고에 출연하는 일이 많지 않다.
출연료가 충분하기도 하지만 유명 연예인이 광고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이 좋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돈만 밝히는 연예인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국의 연예인은 광고 출연이 인기의 척도이지만 미국은 그 척도가 한국과 정반대였다.
할리우드 영화를 찍게 될 텐데, TV 광고에 출연해서 이미지를 깎아 먹을 수는 없다.
“죄송합니다. 광고 모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알렉산더 마틴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저는 한국의 배우입니다.”
“오, 그래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광고 출연과 상관없이 이 돈을 드리겠습니다.”
우혁은 [언더커버 보스>가 미국 전역으로 방송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10만 달러를 배우로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광고비로 사용하기로 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그 돈도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 돈을 LA 지역 보육원 성금으로 사용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혁의 말에 알렉산더 마틴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위에 둘러서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공항 직원과 연기자, 스텝들이 박수를 쳤다.
알렉산더 마틴이 우혁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훌륭한 분을 만났군요. 감동받았습니다.”
카메라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알렉산더 마틴과 우혁, 그리고 우혁의 품에 안겨 있는 토토를 찍고 있었다.
박수를 치는 공항 직원과 연기자들까지.
“컷!”
책임 피디가 외쳤다.
“역대급 시청률 나올 것 같습니다. 아주 감동적이었어요.”
책임 피디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토토도 연기자였던 건가요?”
우혁이 책임 피디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유기견인 줄 알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유기견인 건 사실이에요. 한 달 전에 발생한 유기견이에요. 한 달 동안 주인이 돌아오길 기다렸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공항 직원의 설명에 의하면, 토토는 공항에서 유기견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충격 때문인지 식사를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너무나 가벼웠다.
유기견보호센터에 보호되고 있다가 이번 촬영을 위해 보호센터의 허락을 받고 잠시 데리고 나왔다고 한다.
“그럼 토토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유기견보호센터에 다시 돌아갈 겁니다.”
유기견보호센터에 보내면 그 뒤의 과정은 뻔하다.
대부분은 유기견보호센터에 보내지고, 운이 좋은 아이는 주인을 만나기도 하지만 많은 유기견이 안락사를 당한다.
“토토는 주인을 만나지 못했나요?”
“안타깝게도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했어요. 저희가 토토를 데려오던 날 안락사 날이었어요. 그래서 하루라도 더 살게 해주려고 센터 직원에게 부탁해서 토토를 데리고 온 거예요.”
보호센터로 돌아가면 안락사 당한다는 의미였다.
토토를 내려다보았다.
‘날 버리지 마세요, 아저씨! 제발요!’
토토가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우혁은 어릴 때 집에서 기르던 개가 죽는 걸 본 뒤로 애완견을 기를 자신이 없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마당 있는 집에 살면서도 개를 기르지 않았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 10분 뒤에 도착할 것 같아. 조금만 기다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했어.”
– 뭔데?
우혁은 대답 대신 품에 안고 있던 토토를 보여 주었다.
아내는 마당이 있는 양평집으로 이사했을 때 애완견을 기르고 싶어 했지만 우혁이 반대했었다.
– 귀여워라! 웬 강아지야?
“길을 잃었는지, 아니면 누가 버리고 갔는지 모르겠지만 주인이 없는 강아지야.”
– 가여워라.
“한국에 데려가서 기르고 싶은데 괜찮을까?”
– 그 아이를 한국에 데리고 간다고? 주인이 돌아올 수도 있잖아.
“항공사 직원이 그러는데 한 달 전부터 주인이 돌아오길 기다렸는데 나타나지 않았대. 만약 여기다 두고 가면 유기견보호센터로 보내질 거야.”
유기견보호센터로 보내진 뒤에 어떻게 될지는 아내도 잘 알고 있었다.
– 민서 아빠 애완견 기르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괜찮겠어?
“난 괜찮아. 당신은 어때?”
– 민서 아빠만 괜찮으면 나야 좋지.
“알았어. 공항에 도착하면 전화해.”
아내와 통화를 끝낸 뒤 우혁은 알렉산더 마틴에게 물었다.
“토토를 제가 데려가도 될까요?”
“진심이세요?”
“예!”
“토토와 함께 출국하려면 여러 가지 증명서가 있어야 할 거예요. 목줄과 케이지도 있어야 하구요.”
“도움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알렉산더 마틴이 부하 직원에게 도움을 지시했다.
공항에 도착했다는 아내의 전화가 걸려왔다.
제작진과 이메일 등의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아내 일행을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갔다.
아내 일행을 만났다.
장인, 장모를 비롯해 안나와 보디가드까지 예닐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있었다.
아내가 장인과 장모에게 토토 얘기를 했는지 모두 우혁이 손에 들고 있는 토토에 관심을 보였다.
“이 아이야?”
아내가 물었다.
우혁은 토토를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예뻐라!”
아내는 토토를 들여다보며 예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장인 장모에게 토토가 유기견이라는 사실과 한국에 데리고 가서 기를 거라는 설명을 했다.
마틴이 보낸 LA 공항사 직원의 도움으로 애완견 동반 탑승과 한국 입국 시 필요한 광견병접종증명서 등의 서류, 운반용 케이지, 약간의 사료, 물통 등을 얻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탑승 수속과 수하물 탁송까지 도와주었다.
애완동물의 경우 케이지 포함 7킬로그램 이하여야 기내 탑승이 가능했는데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규정을 통과할 수 있었다.
***
토토는 유순하기 짝이 없는 아이였다.
긴 비행시간 동안 의젓하게 잘 견뎌 주었다.
유기견보호센터에서 하루 종일 좁은 우리 안에 갇혀 있었기 때문인지 좁은 케이지를 크게 불편해하지 않았다.
무사히 집에 도착했을 때 반대할 줄 알았던 어머니도 토토를 보자마자 잃어버렸던 자식을 되찾은 사람처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문제는 토토가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는 거였다.
비행시간 동안에도 물을 조금 먹고 사료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가 진찰을 받아보니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었으나 영양실조라는 진단을 받았다.
“주인에게 버림받았다는 걸 아는 것 같습니다.”
수의사가 말했다.
“보통 1년이 안 된 아이라 잘만 돌보아주면 새 주인에게 적응합니다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종종 잘못되는 경우도 있어요. 심리적인 병은 어떻게 고칠 수가 없거든요. 전 주인이 다시 나타나거나 이 아이가 마음을 열 수 있는 새 가족이 생기거나 해야 할 겁니
다.”
토토를 안고 집으로 돌아온 우혁은 가족들에게 수의사의 말을 전했다.
그 말을 들은 아내와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였다.
온 가족이 토토에게 사랑을 쏟았다.
하지만 토토는 애원하는 눈길로 사람들을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엄마 좀 찾아주세요!’
다행인 것은 물과 적은 양이긴 하지만 사료를 먹었다.
최소한의 음식만 먹고 자기가 좋아하는 몇 군데 장소에서 앉거나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일반적인 한 살짜리 강아지의 활동적인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토토가 민서 옆을 좋아한다는 거였다.
민서를 안방에 옮기면 안방 문 앞에 엎드려 민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고, 거실로 데리고 나오면 민서를 따라 다니다가 민서가 멈추면 멈추었다.
어머니는 토토가 민서에게 해코지라도 할까 염려된다면서 토토를 데리고 1층으로 데리고 갔다.
하지만 토토는 1층을 좋아하지 않았다.
1층에 내려다놓으면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어머니가 한눈을 팔 때 계단을 기어올라 2층으로 올라왔다.
2층으로 올라오면 민서를 찾았다.
민서 옆에 있으면 토토가 비로소 마음을 놓고 안정을 취했다.
그 사실을 발견한 아내는 토토를 2층에 데리고 있겠다고 어머니를 설득했다.
어머니도 할 수 없이 그렇게 하도록 두었다.
2층에서 생활하면서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민서를 졸졸졸 따라다니면서 민서가 자면 그 옆에서 자고, 민서가 일어나면 일어났다.
잠도 안방에서 함께 잤다.
토토의 잠자리는 민서의 침대 옆.
신기한 것은 민서가 울면 토토도 같이 우우, 소리를 내며 운다는 것이다.
잠을 자다가 둘이 함께 울면 눈을 뜨지 않을 수가 없다.
민서가 기저기를 갈 때가 되면 토토가 민서 엉덩이 쪽에 코를 갖다 대고서 킁킁거리다가 아내나 나에게 와서 빤히 쳐다보았다.
토토가 그런 모습을 보일 때 기저귀를 확인해 보면 백발백중이었다.
“토토는 정말 똑똑해.”
우혁은 그런 토토에게 별명을 지어 주었다.
민서 껌딱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토토가 오늘 한 그릇 다 비웠어. 이제 우리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건가 봐.”
우혁은 그런 토토를 쓰다듬어 주었다.
“밥 다 먹었다며? 잘했어.”
아내도 토토를 쓰다듬어 주며 말을 걸었다.
“토토야! 네 주인도 네가 미워서 그런 건 아닐 거야. 틀림없이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토토 네가 이해해. 우리는 너 절대 안 버려.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자. 알았지?”
토토가 아내의 말을 알아들을 리 없건만 아내는 종종 토토에게 그 말을 하곤 했다.
***
한국에 도착한 지 2주일이 지났을 때 데이빗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 형! 좀 전에 옐로우 동생 역에 출연하기로 계약했어.
“그래? 축하한다.”
– 형 덕분이야. 정말 고마워, 형!
“네가 잘했으니까 계약한 거지. 나야 소개만 해줬을 뿐인데 뭘.”
– 형이 소개해 주지 않았으면 인터뷰 기회 자체가 없었을 거야. 살아가면서 갚을게.
데이빗이 울먹였다.
다시 2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데이빗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 형! [언더커버 보스>라는 프로에 형이 나왔어!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거든. 같이 보고 있는데 형이 나오지 뭐야.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그러고 보니 제작진이 알려준 방송 날짜였다.
“아마 내가 맞을 거야.”
– 이거 몰래카메란데 형 지금 3단계까지 통과됐어. 5단계까지 통과하는 거야? 아니, 얘기하지 마. 결과를 알면 재미없으니까. 만약 5단계까지 통과되면 형은 진짜 영웅 되는 거다. TV 다 보고 다시 걸게.
데이빗이 전화를 끊고 나서 10여 분이 지나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장인어른이었다.
– 이보게. 사위! 자네가 지금 텔레비전에 나오고 있어.
“귀국할 때 LA 공항에서 찍힌 거예요, 아버님!”
– 좀 전에 채널을 돌렸는데 자네 얼굴이 나오지 뭔가.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아무리 봐도 우리 사위 아닌가. 한국인의 자랑이로구만. 우리 교포가 이런 프로그램에 소개된 적이 별로 없거든. 두고 보게. 이거 나가고 나면 교포 사회가 들썩일걸세. 미국 사람
들, 이런 프로그램에 나온 일반인을 영웅으로 받드는 경향이 있거든. 자네가 내 사위라는 게 자랑스럽구먼. 하하하!
장인의 말은 사실이었다.
우혁은 [언더커버 보스> 출연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한국으로 귀국한 뒤로 [안중근 장군> 촬영 일정이 바빠 [언더커버 보스> 촬영과 방송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한국에도 이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그 파장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은 달랐다.
상상 이상의 반응.
숫제 영웅 대접을 해주었다.
영웅 대접을 받게 된 결정적 이유는 토토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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