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21)
소피아 레이와 [마른 풀잎의 노래>와 [길 밖의 새>가 상영되고 있는 영화관으로 이동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영화관으로 올라갔다.
영화관은 쇼핑몰 건물 7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반갑게도 한국의 유명 멀티플렉스 영화관이었다.
“한국 기업 체인점으로 오셨군요. 일부러 여길 선택하신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저는 이 영화관이 한국 기업 체인점인 줄 몰랐어요. 이 영화관에서 당신이 출연한 영화 두 편을 보았기 때문에 여기로 온 거예요. 여기가 한국 기업 체인점이군요. 다른 영화관보다 시설이 깨끗해요.”
상영 중인 영화의 잔여 좌석 수를 보여 주는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다.
20여 분 뒤에 영화가 시작되는 [길 밖의 새>와 [마른 풀잎의 노래>의 잔여 좌석 수를 확인했다.
[길 밖의 새> 52. [마른 풀잎의 노래> 16.매우 좋은 성적이었다.
“[마른 풀잎의 노래>는 곧 매진하겠는걸요.”
소피아가 전광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국에서 매진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
[마른 풀잎의 노래>와 [길 밖의 새> 포스터를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길 밖의 새>의 포스터는 하단에 우윳빛의 반투명한 비닐봉지가 철조망에 걸려 있고, 중단과 상단에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새가 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날개 짓을 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박용구 감독은 하늘을 나는 우혁의 모습이나 부러진 날개 옆에서 울고 있는 우혁을 포스터로 하고 싶어 했으나 우혁이 반대했다.
그 모습은 컬러 홍보 브로셔에 넣기로 하고 포스터는 우혁의 권유대로 인물 없이 상징으로만 가기로 했다.
“저는 이 모습을 보고 슈퍼맨을 떠올렸어요.”
소피아가 관객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모아둔 홍보물 진열대에서 한 장짜리 컬러 홍보 전단지를 우혁에게 보여 주었다.
소피아가 펼쳐 보인 전단지 뒷면에는 박 감독이 포스터로 사용하고 싶어 했던 하늘을 나는 우혁의 모습이 보였다.
“포스터가 참 마음에 들어요. 영화를 보기 전에 이 포스터를 보면,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게 해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죠. 좋은 포스터예요.”
소피아가 [길 밖의 새> 포스터 앞에 서서 전시회의 그림을 감상하듯 바라보았다.
우혁도 소피아 옆에 서서 포스터를 보다가 [마른 풀잎의 노래> 포스터로 눈길을 돌렸다.
박토 위에 피어 있는 들꽃 한 송이.
배경이 되는 박토는 흑백 영상이고, 노란 민들레 한 송이만이 컬러이다.
“두 영화 포스터가 느낌이 비슷해요.”
어느새 소피아가 우혁의 시선을 좇아 [마른 풀잎의 노래> 포스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비슷할 수밖에.
둘 다 우혁의 주장이 반영되었으니까.
“[길 밖의 새>는 영화를 보고 나서 금세 이해가 되었는데 [마른 풀잎의 노래>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확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니까 이 꽃이 할머니의 내면을 상징하는 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제가 맞나요?”
“정확하게 맞히셨네요. 고달픈 삶을 사셨지만 할머니는 그 고통을 들꽃처럼 아름다운 시로 승화시켰지요.”
“이 흑백 배경은 할머니가 살아오신 고달픈 삶을 상징하는 것 같아요.”
우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소피아가 포스터의 상징성을 정확하게 파악해 주어서 다행이었다.
“미국에는 이런 식의 영화 포스터가 없어서 그런지 저절로 눈이 가더라구요. 보세요. 포스터를 유심히 바라보잖아요. 마치 전시회의 그림을 감상하듯이 말이에요.”
소피아가 우혁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소피아 말대로 나이 지긋한 백인 노부부가 나란히 서서 [마른 풀잎의 노래> 포스터를 감상하고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소피아가 노부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KABC-TV의 소피아 레이라고 합니다. 말씀 좀 나누고 싶은데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노신사가 친절하게 응했다.
“영화 보러 오셨어요?”
“예.”
“어떤 영화 보실 생각이세요?”
“나는 어떤 걸 봐도 상관없는데 두 영화 중에서 아내가 지금 갈등 중이에요.”
노신사가 [길 밖의 새>와 [마른 풀잎의 노래> 포스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직 결정 못하셨어요?”
소피아가 노부인에게 물었다.
“둘 다 볼 시간이 없어서 한 편만 보려고 하는데 고르기가 쉽지 않네요. 혹시 영화 봤나요?”
“예. 저는 두 편 다 봤습니다.”
“추천 좀 해주세요. 두 작품 중에서 남자 주인공 강이 많이 나오는 작품으로요.”
“그렇다면 [길 밖의 새>를 추천하겠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계속해서 나오거든요.”
“그래요? 그럼 [길 밖의 새>를 보아야겠네요. 추천해 줘서 고마워요.”
“남자 주인공 강을 좋아하시나 봐요?”
소피아의 질문이 우혁에게 들렸다.
우혁은 소피아의 인터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쪽으로 비켜서서 다른 영화 포스터를 구경했다.
포스터를 보면서 소피아의 질문에 노부인이 어떤 대답을 할지 귀를 기울였다.
“‘언더커버 보스’, ‘원더풀 투나잇’ 보고 강의 팬이 되었어요. 영화를 보기도 전에 말이에요.”
“강을 직접 만나고 싶지는 않으세요?”
“그야 당연히 만나고 싶지요. 하지만 한국까지 갈 수는 없잖아요. 한국에 간다 해도 강을 만난다는 보장도 없구요.”
“뒤로 돌아보실래요?”
소피아의 말에 노부인이 뒤로 돌아섰다.
그곳에 한 동양인 남자가 서 있었다.
낯이 익다.
설마···?
노부인이 소피아를 돌아보았다.
“저 사람이 강이에요.”
“정말이에요?”
우혁은 노부부에게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강우혁입니다.”
“정말 강이에요!”
“예, 부인!”
“세상에나!”
노부인이 놀란 표정으로 우혁을 바라보았다.
“당신을 만나게 되다니 믿기지 않는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토토는 잘 지내고 있지요?”
노신사가 우혁에게 물었다.
“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토토를 입양해 줘서 고마워요.”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저입니다. 토토 덕분에 우리 가족이 더욱 행복해졌으니까요.”
“토토가 당신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영화 보러 오셨나 봐요?”
“아내가 당신 팬이 되었어요. 당신이 출연한 영화를 한다기에 보러 온 거예요.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소?”
“물론입니다.”
“아내하고 포스터 앞에 서 주시겠어요?”
노신사가 우혁에게 부탁했다.
우혁은 흔쾌히 노신사의 부탁대로 노부인과 [마른 풀잎의 노래> 포스터 앞에 포즈를 취해 주었다.
소피아의 도움으로 노부부와 사진 몇 장을 더 찍었다.
“그런데, 영화 티켓은 예매하셨나요? [마른 풀잎의 노래>는 매진이 된 것 같은데요. [길 밖의 새>도 잔여 좌석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얼른 티케팅을 해야겠군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노부부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우혁을 알아본 사람들이 하나둘 다가와 악수를 청하고 사진 촬영을 청했다.
우혁은 일일이 그들의 청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관객이 뜸한 틈을 타 소피아와 우혁은 승강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영화를 관람하고 나오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30분 정도를 기다리자 영화를 관람하고 나오는 관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소피아는 승강기 입구에서 그들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우혁은 카메라맨 뒤쪽에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길 밖의 새>, [마른 풀잎의 노래> 영화 보신 분 계신가요?”
소피아의 질문에 몇몇 사람이 손을 들어 보였다.
소피아는 손을 들어 보인 사람 중에 지적인 외모의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잠시 말씀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예.”
“무슨 영화를 보셨죠?”
“[마른 풀잎의 노래>를 봤어요.”
“영화 어땠나요?”
“따뜻해요. 들꽃 한 송이가 피었다 지는 걸 본 것 같아요. 좋은 영화예요.”
중년 여성이 미소를 머금은 채 소피아에게 말했다.
좋은 영화!
그 뒤로도 소피아의 인터뷰는 계속되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한 명씩.
그렇게 몇 차례 엘리베이터가 오르락내리락 하며 관객들을 실어나르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관객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아요.”
소피아가 카메라맨에게 말했다.
카메라맨은 촬영을 멈추었다.
“반응 들으셨지요? 기분 좋으시겠어요.”
소피아가 마이크를 가방 속에 넣으며 우혁을 쳐다보았다.
그때였다.
엘리베이터 쪽에서 새된 비명 소리가 들렸다.
“꺄악! 저 사람 잡아요. 소매치기예요.”
우혁이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막 열린 엘리베이터 문으로 날렵한 몸집의 한 남자가 달려나왔다.
그 남자는 미국 프로야구 야구 클럽 LA 다저스 모자를 쓰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링 귀고리를 한 젊은 백인 여성과 예닐곱 살의 흑인 소년, 소년의 엄마로 보이는 흑인 여성, 그리고 남자 두 명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두 명의 남자는 다저스 모자를 따라가려는 백인 여성을 교묘하게 방해했다.
소년의 엄마는 놀란 표정으로 소년을 자기 몸 뒤로 감추었다.
우혁은 주차장으로 통하는 문으로 달아나는 다저스 모자를 쫓아가 손을 잡아챘다.
다저스 모자가 우혁을 뿌리치려 했으나 우혁이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자 다저스 모자가 우혁에게 주먹을 날렸다.
우혁은 주먹을 피한 뒤 잡고 있던 다저스 모자의 손을 뒤로 꺾고 오금을 걷어찼다.
백인 여성이 주먹질과 발길질이 있을 때마다 꺄악! 꺄악! 비명을 질러댔다.
다저스 모자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을 때 놈의 상의 품속에 있던 핸드백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 와중에도 놈은 핸드백을 주우려고 했다.
우혁은 놈의 엉덩이를 무릎으로 가볍게 밀어 앞으로 고꾸라지게 한 뒤 바닥에 떨어져 있던 핸드백을 주워들었다.
백인 여성에게 돌려주려고 엘리베이터 쪽을 돌아보자 다저스 모자의 일행으로 보이는 두 남자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한 녀석은 가죽 장갑을 끼었고 다른 한 녀석은 잭나이프를 들었다.
가죽 장갑이 보스인지 잭나이프가 앞장섰다.
잭나이프가 우혁을 위협했다.
“꺄아아아악!”
백인 여성이 비명을 질렀다.
비명에 놀란 잭나이프가 삐끗했다.
우혁은 그 틈을 이용해 낮은 돌려차기로 잭나이프의 발목을 찼다.
“꺄아악!”
잭나이프가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손에 들고 있던 잭나이프를 떨어뜨렸으나 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얼른 다시 잡았다.
하지만 칼을 잡은 손목이 우혁의 구둣발에 밟혀 움직일 수 없었다.
우혁은 잭나이프를 빼앗아 칼을 접은 뒤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바로 그 순간 가죽 장갑의 발이 우혁의 옆구리 쪽으로 날아왔다.
“꺄아악!”
하지만 가죽 장갑의 발이 우혁의 옆구리에 닿기 전에 가죽 장갑의 명치에 우혁의 구두코가 먼저 닿았다.
“꺄악!”
닿았다기보다는 찔렀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가죽 장갑은 그것으로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다.
“이얏!”
딱!
기합 소리와 함께 둔기로 무언가를 가격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니 다저스 모자가 뒤통수를 부여잡은 채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었고, 소피아의 손에는 찌그러진 마이크가 들려 있었다.
앞으로 고꾸라져 있다가 일어나려는 다저스 모자를 발견한 소피아가 다급한 나머지 마이크로 놈의 뒤통수를 가격한 것이다.
그 틈을 이용해 엘리베이터에 있던 소년과 소년의 어머니는 주차장 쪽으로 달아났고, 백인 여성도 우혁에게 달려왔다.
우혁은 백인 여성에게 핸드백을 돌려준 뒤 소매치기들이 차고 있던 벨트를 이용해 하나씩 손을 결박하고, 놈들의 옷으로 머리를 뒤집어씌워 시선을 차단했다.
백인 여성의 비명 소리를 들었는지 주차장 쪽에서 네다섯 명의 경비 직원이 몰려 왔다.
우혁은 경비 직원들에게 소매치기들을 인계했다.
백인 여성은 자기에게 벌어졌던 일들을 경비 직원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
경비 직원 중 한 사람이 경찰을 불렀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결박된 소매치기들을 지켰다.
경찰이 도착한 뒤 백인 여성과 소피아는 경찰에게 목격담을 진술했다.
CCTV가 있었기 때문에 소매치기들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는 충분했다.
***
“그 자가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당신을 보더니 일어나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마이크로 그 자의 뒤통수를 때렸어요.”
소피아가 찌그러진 마이크와 우혁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절 구해 주셨군요. 고마워요. 그런데 마이크는 어쩌지요?”
“어쩔 수 없지요 뭐. 다친 데는 없으세요?”
“괜찮습니다. 자, 이제 헤어질 시간이네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토토랑도 헤어질 시간이네요.”
토토 인형을 내내 들고 있던 소피아가 인형을 우혁에게 돌려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다음에 또 봐요.”
우혁이 토토 인형을 받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잠깐만요. 목적지가 어디신가요? 저희가 가는 길이면 태워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고맙습니다. 이곳이 제가 가려는 곳입니다.”
우혁은 소피아에게 메이슨 토플러의 집주소를 알려주었다.
[ 미국 영화관에서 일어난 일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