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24)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형! 미국에서 사람 때렸어?”
백곰이 우혁 옆으로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1주일 전, 미국 디즈니-ABC 방송사의 LA 지역방송사 KABC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PD이자 리포터인 소피아 레이와 함께 [길 밖의 새>, [마른 풀잎의 노래>가 상영 중인 한국 기업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방문한 적이 있다.
매표소가 있는 영화관 로비에서 인터뷰를 한 뒤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철수하려고 할 때, 세 명의 소매치기가 한 백인 여성의 핸드백을 빼앗아 달아나는 것을 목격했고, 우혁은 소매치기를 제압한 뒤 경찰에 넘겼다.
소매치기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폭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주먹과 칼을 먼저 휘두른 것은 그들이었고, 정당방위 차원에서 그들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와서 잘 얘기를 했고, 피해자인 백인 여성과 목격자인 소피아와 카메라맨이 증언해 주면서 상황은 종료되었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CCTV였을 것이다.
“이것 좀 봐.”
백곰이 휴대전화로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 있는 동영상 하나를 보여 주었다.
정의찬 대표의 설명에 의하면 20여 분 전 소속사의 한 직원이 미국에 거주하는 한 한국 유학생으로부터 문제의 동영상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강우혁인지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 직원은 전화를 끊자마자 동영상을 확인한 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고 판단하고 상사에게 보고했다.
상사로부터 동영상 보고를 받은 정 대표는 곧바로 백곰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요청했다.
우혁은 백곰이 건네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다.
우혁이 소피아와 방문했던 영화관의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벌어진 일이 찍힌 CCTV 영상이었다.
20초 남짓의 짧은 영상이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동영상 제목이 왜 이래?
‘A horrible assault of a Korean actor.’
한국인 배우의 무시무시한 폭행.
백인 여성의 핸드백을 날치기해 달아나던 쥐색 모자를 우혁이 제압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우혁이 쥐색 모자를 제압하는 장면만 나오고 전후 맥락은 빠져 있었다.
쥐색 모자가 소매치기라는 사실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고, 쥐색 모자가 우혁에게 주먹질을 한 장면도 보이지 않았다.
이 동영상만 보면 우혁이 일방적으로 쥐색 모자를 폭행한 것처럼 보였다.
영어로 달린 댓글들을 살펴보았다.
– 저 한국인 배우, 혹시 ‘언더커버 보스’에 출연했던 친구 아니야? ‘원더풀 투나잇’에서도 나왔던 것 같은데…
– 한국 배우 강우혁! 현재 그가 출연한 한국 영화가 미국에 개봉되어 상영되고 있다.
– 동양인이 감히 백인을 때려? 내 눈에 잡히기만 해봐. 죽었어!
– 온갖 착한 척은 다하더니 폭력배였잖아.
– 설마 토토한테 폭행을 저지르는 건 아니겠지? 사람을 저렇게 때리는데 개라고 안 때릴까?
– 강이 출연한 영화 두 편 다 봤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완전 실망!!!!!
– 폭행하는 사람이 강우혁이라고? 말도 안 돼!
“형 아니지?”
백곰이 물었다.
“나야!”
백곰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며 대답했다.
“헉! 진짜?”
백곰이 심각한 표정으로 우혁에게 재차 확인했다.
우혁은 대답 대신 생각에 잠겼다.
대체 누가 이런 영상을 유포한 걸까?
이유는?
모함.
왜곡.
악의적 편집.
‘언더커버 보스’와 ‘원더풀 투나잇’ 출연 등으로 미국에서 우혁의 이미지는 매우 좋다.
좀 전에 본 동영상은 우혁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적절한 조치가 필요했다.
할리우드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혁으로서는 간과할 수 없었다.
“소속사에 연락해서 이 동영상이 얼마나 유포되었는지, 비슷한 동영상은 없는지 파악해 줘.”
“알았어. 그럴게.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야? 틀림없이 무슨 이유가 있을 거 아냐. 형이 이유 없이 사람을 칠 사람이 아니잖아.”
백곰에게 간단하게라도 설명을 하려는데, 제작발표회 행사를 시작해야 했다.
“행사 시작이다. 행사 끝나고 얘기해줘. 일단 나는 소속사에 전화해서 동영상 유포 현황부터 파악할게.”
우혁은 무대로, 백곰은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행사장 밖으로 나갔다.
백곰의 뒤를 따르는 기자가 한 사람 있었다.
그 기자는 백곰과 우혁이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것이다.
대화는 듣지 못했으나 두 사람의 표정으로 보아 뭔가 일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썩은 고기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기사거리를 찾아 헤매는 기자의 예민한 촉.
백곰은 기자가 따라붙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전화통화를 했다.
“대표님! 그 동영상에 나온 동양인, 우혁 형이 맞답니다.”
동영상에 나온 동양인?
기자는 몸을 숨긴 채 백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행사가 시작되는 바람에 이유는 못 들었습니다. 틀림없이 무슨 사연이 있을 거예요. 형이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릴 사람이 아니잖아요.”
사람을 때려?
기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썩은 고기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의 반응.
“동영상이 얼마나 유포되었는지, 비슷한 동영상은 없는지 파악해 달라고 형이 부탁했습니다.”
동영상이라···.
기자는 동영상의 단서가 될 만한 단어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예예! 행사 끝난 뒤에 형한테 물어보고 전화 드리겠습니다.”
백곰이 통화를 끝냈다.
아쉽게도 동영상에 대한 정보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은 것만 해도 엄청난 수확이다.
강우혁, 폭행, 동영상.
검색하면 나올 것이다.
검색보다 빠른 건 직접 확인하는 것일 테고.
“강우혁 씨 매니저 되시죠?”
행사장으로 들어가려는 백곰을 가로막고 물었다.
“아, 예!”
“시간 되시면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지금 행사가 막 시작되었는데 참석 안 하시구요?”
“행사 초반에는 인사말 하니까 조금 있다 들어가도 됩니다.”
“제작발표회 기사,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요.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강우혁 동영상, 어떻게 된 거예요?”
기자의 질문에 백곰이 당황했다.
“무, 무슨 동영상요?”
“폭행 동영상인데, 아직 못 보셨어요?”
“···.”
“그 동영상에서 폭행을 하는 사람이 강우혁 씨 맞나요?”
“무슨 동영상을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제가 좀 확인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기자가 당황했다.
백곰은 기자의 표정을 읽고서 깨달았다.
기자는 동영상을 본 게 아니라 넘겨짚는 중이라는 것을.
좀 전에 대표와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수.
문자 보고를 하던가 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기자들이 입장에서는 누가 먼저 발견하고 기사화하느냐의 싸움일 뿐.
“제가 통화하는 거 들으셨나 보군요.”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구요. 귀에 들려서 들었습니다.”
“행사 끝나자마자 우혁 형하고 인터뷰할 수 있도록 주선하겠습니다. 인터뷰를 한 뒤에 기사화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를 하면 폭행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사유도 밝히지 않고 동영상 자체를 소개하는 기사가 나가면 골치 아파진다.
“독대 인터뷰죠?”
“예.”
이게 웬 떡!
“잘 알겠습니다.”
“그럼 행사장으로 들어가시지요.”
“화장실에 들렀다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들어가십시오.”
“기사 전송하려는 건 아니죠?”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백곰은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기자는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화장실 변기에 앉자마자 휴대전화를 검색했다.
포털사이트에 강우혁, 폭력, 동영상을 검색했지만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 미국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강우혁이 출연한 영화 두 편이 미국에서 개봉된 데다가 할리우리 진출을 앞두고 있어서 미국에 자주 방문할 것이다.
외국에 나가서 긴장을 풀고 술이라도 한잔하다가 사고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영어로 검색해 보았다.
Korean actor, Kang, assault.
빙고!
동영상이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수수께끼를 푼 것처럼 쾌감이 밀려왔다.
동영상을 재생했다.
강우혁으로 보이는 동양인 남자가 백인 하나를 간단하게 제압하는 영상이었다.
화질이나 촬영 각도 등으로 보아 CCTV 같았다.
전후 맥락 없이 동양인이 백인을 제압하는 장면만 보인다.
화질이 썩 좋지는 않았으나 동양인은 강우혁과 매우 흡사했다.
밑에 댓글들에 강우혁이라고 추측하거나 단정 지은 것들이 제법 되었다.
미국사람들이 CCTV 화면에서 강우혁을 알아본다?
미국에서 인기가 좋다고 하더니 대단하군!
똑같은 동영상이 여러 개 있었는데 가장 빠른 업로드 시간이 지금으로부터 네다섯 시간 전이다.
최초 동영상을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이 동영상이 올라온 시간이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중요한 건 한국어로 검색했을 때 검색되지도 않는다는 사실.
아직 한국에서도 이 사실을 모른다는 건데···.
다른 기자가 터트리기 전에 먼저 터트려?
최초로 터트리기가 쉬운 일인가.
이 정도 사건이면 엄청난 이슈가 될 게 뻔하다.
독대 인터뷰를 하느냐 사건의 최초 보도를 하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3초쯤 갈등했지만 답은 자명했다.
닥치고 최초 보도!
**
[[안중근 장군>의 강우혁, 백인 폭행 의혹에 휘말려]독립투사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룬 SBC 드라마 미니시리즈 [안중근 장군>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제작발표회에는 많은 기자들과 출연 배우의 팬들이 참여해 [안중근 장군>에 대한 많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출연하는 영화, 뮤지컬, 드라마마다 흥행 바람을 몰고 다니는데다가 미국 할리우드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의 리얼 다큐멘터리 ‘언더커버 보스’와 유명 토크쇼 ‘원더풀 투나잇’에 출연하면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아 가고 있는 강우혁이 주인
공인 안중근 역을 맡아 촬영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그런 그가 폭행 의혹에 휘말려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A horrible assault of a Korean actor(한국인 배우의 무시무시한 폭행)’, ‘A famous Korean actor assaulting a white man.(백인 남성을 폭행하는 유명 한국인 배우)’ 등의 제목으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는 동영상에서 백인 남성을 폭행하는 동양인 남자가
강우혁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강우혁과 그의 소속사에서는 이 동영상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으나 아직 어떠한 입장이나 해명도 보이지 않고 있다.
강우혁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빠른 시일 내로 문제의 동영상에 대한 강우혁의 입장과 해명을 기대한다.
***
“예? 기사가 났다고요?”
백곰이 휴대전화를 다른 손으로 옮겨 쥐며 물었다.
– 20분 전까지만 해도 한국 기사는 없었는데 좀 전에 올린 모양이야. 아직 제작발표회 안 끝났어?
정 대표가 백곰에게 물었다.
“거의 끝났습니다.”
– 최대한 빨리 우혁 씨한테 이 사실 알리고 나한테 전화 좀 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백곰은 통화를 끝내고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마침 행사가 끝났다.
우혁에게 다가가 상황을 얘기했다.
“형! 한국에서 기사가 났어.”
“빠르군.”
“최초 유포자로 추정되는 동영상을 찾았는데 다섯 시간 전에 올렸어. 동영상이 많이 퍼지지는 않았는데 조회수는 꽤 높아. 그리고 비슷한 동영상 두 개를 더 찾아냈어. 둘 다 형이 때리는 동영상이야. 모두 세 명의 백인 남자를 형이 때리더라고. 도대체 왜 때린
거야?”
“그놈들 소매치기야.”
“소매치기였어? 그럼 그렇지! 형이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릴 리가 있나.”
백곰이 활짝 웃으며 좋아라 했다.
그러나 곧 입가의 웃음을 지웠다.
“소매치긴데 동영상에는 소매치기 하는 장면이 하나도 없잖아.”
“새로 찾은 동영상 좀 보자.”
백곰은 휴대전화에서 동영상을 찾아 보여주었다.
둘 다 우혁이 백인을 제압하는 장면만 편집되어 있었다.
편집을 해 유포한 자가 누구 짓인지 알 수 없으나 고약하기 그지없다.
골치 아픈 것은 이 동영상을 사실로 받아들일 많은 사람들이다.
“이제 어떡해?”
백곰이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우혁을 쳐다보았다.
우혁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처음 사실을 알았을 때는 화도 나고 걱정도 되었으나 제작발표회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 일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을 추체험하면서 터득한 게 있다.
살면서 겪게 되는 억울한 일에 발끈할 필요도, 조바심을 낼 필요도 없다는 것을.
떳떳하다면 걱정하지 말 것.
두 다리 쭉 펴고 잘 것.
걱정과 근심은 죄 지은 자의 몫으로 내버려 둘 것.
억울하다고 화를 내고 근심해 봤자 나만 손해다.
대신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 느긋하게 웃으면서.
끝내 오해가 풀리지 않으면?
그건 조물주, 운명, 신의 실수이지 내 실수는 아니니 신경 쓸 필요 없다.
“꼭 나쁘다고 할 수만도 없어.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 있고, 오해 뒤에 드러나는 진실이 더욱 빛을 발하게 마련이니까.”
스포츠도 역전으로 이길 때 더욱 열광하게 마련이다.
우혁은 휴대전화를 들어 소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영상 문제에 대해 도움도 요청하고, 메이슨의 병세가 어떤지 확인도 할 겸.
[ 백인 제압 동영상(제목 수정)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