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33)
“미국은 살벌한 곳일세. 5000만 명이 사는 한국에서 한 해 동안 일어나는 살인 사건보다 400만 명이 사는 로스엔젤리스가 몇 배나 많아. 로스엔젤리스만 그러냐고? 미국의 전 지역이 그래.”
장인이 우혁과 백곰에게 상자를 하나씩 건네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백곰은 장인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올렸다.
“풀어 보게.”
장인이 우혁과 백곰을 바라보았다.
백곰이 먼저 상자를 열어 보았다.
“으어어어억!”
백곰이 상자에서 나온 물건을 보고 기겁을 했다.
생경하기 이를 데 없는 물건이 상자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권총!
장난감이 아닌 진짜 권총이었다.
우혁은 장인을 바라보았다.
“웬만한 사람들은 총을 가지고 있다네. 밤에 다닐 때는 품에 지니고 다니는 경우도 많고. 쓸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만약을 대비해 가지고 있게. 야간 촬영을 하고 밤늦게 돌아올 때는 반드시 지니고 다녀야 해.”
백곰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권총에 손도 대지 못했다.
“특히 자네는 총을 잘 다루어야 하네. 사격은 연예인 매니저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야. 경호원 역할을 해야 하거든. 경호원을 한 명 붙여 주기는 하겠지만 자네도 총을 사용하는 방법은 알고 있어야 해. 시간 날 때 사격 연습을 해두게. 권총 사용 방법은 경호원이
알려줄 게야. 실탄은 경호원에게 줄 테니까 사격 연습을 한 뒤에 경호원에게 받게.”
장인이 방에서 나갔다.
백곰은 장인이 나가자마자 권총이 든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뒷걸음질 쳤다.
“걱정 마. 쓸 일 없을 테니까.”
우혁이 겁먹은 백곰을 다독였다.
“한국은 참 살기 좋은 나라야.”
백곰이 향수병에 걸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과연 그럴까? 미국은 매일 100명이 총기사고로 죽지만, 한국은 매일 50명이 자살해. 인구는 미국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데 말이야.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이 자살률 1위지.”
“그렇구나!”
“미국의 많은 총기사고가 자살이야. 만약 한국에서 총기 보유를 허용한다면 자살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걸.”
“가슴 아프다.”
가슴 아픈 일이다.
우혁도 한때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노력은 하느라 하는데 되는 일은 없고, 어떤 사람은 노력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성공해서 잘사는 모습을 보면 좌절감이 밀려왔다.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그럴 때면 조용히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추체험을 한 뒤로 그런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추체험의 끝은 언제나 죽음이었다.
한 번도 죽음이 없는 추체험은 없었다.
그 끔찍한 고통이란!
수많은 죽음을 추체험하며 절실하게 깨달았다.
살아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추체험을 하고 나서 눈을 뜨면 살아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눈물이 날 만큼 고맙다.
‘아! 고맙게도 살아 있구나!’
감사하고 또 감사해서 눈물이 찔끔 날 때도 있다.
바람 한 줄기, 물 한 모금, 파란 하늘, 꽃과 나무, 수많은 동물들, 그리고 사람들!
한없이 고맙다.
추체험을 하며 깨달은 삶의 의미와 기쁨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우혁이 삶의 의미와 기쁨을 전달할 수 있는 길은 연기이다.
배우로서 한 사람의 인생을 연기함으로써 이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우혁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우혁은 고향인 한국에서 자살이 사라지는 날을 꿈꾼다.
한국뿐만 아니라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나라에서 자살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을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실의에 빠진 단 한 사람이라도 구하고 싶다.
우혁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배우로서 성공과 부를 목표로 달리기만 했지 궁극적인 지향점은 없었다.
추체험 이능을 얻은 뒤로 성공과 부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배우로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삶의 의미를 던져 주는 것.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부랑자 가로등지기가 어두운 골목에 가로등을 켜듯이, 위안부의 아픈 상처를 지닌 남원댁이 상처를 시로 승화시키듯이, 안중근 장군이 독립을 위해 목숨을 무릅쓰듯이!
“내일 영화사에 가야 하니까 푹 자둬. 권총 지니고 있기 싫으면 내가 가지고 있을게.”
우혁이 그렇게 말하며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백곰의 권총 상자를 집어 들었다.
“아니야! 내 건 내가 가지고 있을게. 익숙해져야 하니까.”
백곰이 말했다.
“괜찮겠어?”
“응! 괜찮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백곰은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이라도 되는 양 백곰은 차마 권총 상자에 손을 대지 못했다.
간신히 상자의 뚜껑을 닫고는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집어 들었다.
“잘 자라!”
“형도!”
백곰은 우혁에게 울상을 지은 채 웃어 보이며 밖으로 나갔다.
우혁은 상자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뱀을 만진 적이 있다.
그 느낌과 흡사했다.
쓸 일이 없기를 바란다.
하루에도 총기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날이 드물다는 미국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총기사고 사망자가 매년 3~5만 명이나 되는 나라.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총기사고 사망자가 많은 나라.
폭행, 강간, 유괴, 학대, 살인 사건이 끊이지 않는 곳.
총기, 마약, 각종 도박, 소외, 정신분열, 인종 차별이 넘실대는 곳.
미국!
천국이 아닌, 인간이 살고 있는 땅이다.
미움, 질투, 모함, 배신, 멸시, 조롱, 무시, 불행, 우울, 부정, 반목, 비난, 경멸, 가학, 열등감, 오해, 자만, 오만, 분노가 난무하는 인간의 땅.
사랑, 기쁨, 설렘, 즐거움, 행복, 평화, 감사, 감동, 미소, 긍정, 배려, 칭찬, 희망, 정의, 격려, 이해, 친절, 양보, 겸손, 자긍심, 자존감, 아름다움, 진리, 희생, 용서, 자유가 넘치는 곳이기도 하다.
내일부터 이곳 미국에서 또 다른 연기 인생을 펼치게 된다.
두려움도 없지 않지만 설렘과 기대가 훨씬 크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
영화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운전기사와 경호원 로버트가 차에서 먼저 내려 좌우 차 문을 열어 주었다.
“앞으로는 이러지 마세요. 문은 내 손으로 열 테니까요.”
우혁은 운전기사와 로버트에게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두 사람을 고개를 숙여 보였다.
우혁이 건물 쪽으로 걸어가자 로버트가 따라왔다.
“로버트! 따라오지 않아도 됩니다. 차에서 기다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우혁은 백곰과 함께 건물 쪽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백곰은 모든 것이 신기하고 두려운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우혁을 뒤따랐다.
“어이쿠!”
백곰이 무언가에 걸려 엎어질 뻔 하면서 주차되어 있던 차의 앞 범퍼를 살짝 스쳤다.
바로 그 순간.
빠아아앙!
경적소리가 울렸다.
소리에 놀란 백곰이 차에서 물러나다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차에서 덩치가 크고 선글라스를 낀 백인이 내렸다.
“뭐야?”
선글라스가 백곰을 내려다보았다.
“죄송합니다. 아니, 아임쏘리!”
백곰이 일어나며 선글라스에게 사과했다.
차에서 또 한 명의 남자가 내렸다. 이번에는 흑인이었다.
선글라스와 비슷한 복장이다.
둘 다 경호원인 듯했다.
흑인에 이어 또 한 명의 백인이 내렸다.
경호원들에 비해 몸집이 작고 중성적 외모에 빨간색 뿔테 안경을 쓴 남인 남자가 내려 문을 잡고 서 있었다.
차에서 마지막으로 또 한 백인 남성이 내렸다.
낯이 익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비켜!”
선글라스가 백곰과 우혁에게 물러나라는 손짓을 하며 레오나르도 쪽으로 가지 못하게 막아섰다.
레오나르도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우혁이 레오나르도에게 인사를 하려는데 선글라스가 우혁의 가슴을 밀쳤다.
그 모습을 본 백곰이 선글라스를 제지했다.
선글라스가 백곰을 노려보았다.
“말로 하세요. 밀지 말고.”
백곰이 선글라스에게 말했다.
선글라스가 백곰을 밀어내려고 했으나 조금도 밀려나지 않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백곰의 힘에 놀란 것이다.
“뭡니까?”
로버트가 달려와 백곰을 거들었다.
“진정해요, 로버트! 별일 아닙니다. 동수야, 뒤로 물러나!”
우혁이 두 사람을 말렸다.
그런 뒤 뒤로 물러났다.
레오나르도는 이쪽으로 걸어오더니 백곰이 스쳤던 차의 범퍼 부분을 살폈다.
손으로 만져 보기도 했다.
빨간색 뿔테 안경이 레오나르도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레오나르도는 별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굽혔던 허리를 펴고서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검지와 중지로 브이(V)자를 만든 채.
그러자 빨간색 뿔테 안경이 카키색 지갑에서 담배를 꺼내 레오나르도의 손가락에 끼워 주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주었다.
레오나르도는 담배 한 모금을 내뿜으며 우혁과 백곰, 로버트를 힐끗 쳐다보더니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혁은 로버트에게 차로 돌아가게 한 뒤 건물 쪽으로 향했다.
레오나르도는 건물 앞에 도착하자 피우던 담배를 빨간색 뿔테 안경에게 건네주었다.
빨간색 뿔테 안경은 담뱃불을 바닥에 비벼 끄고서 레오나르도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매니저인가 봐. 형도 저런 매니저를 만났어야 했는데···.”
백곰이 미안한 표정으로 우혁에게 속삭였다.
“나한텐 동수 네가 최고야.”
우혁이 백곰을 향해 빙그레 웃어 주었다.
로비에 다다랐을 때, 레오나르도의 경호원들은 로비에 남고 레오나르도와 빨간색 뿔테 안경만 게이트를 통과해 계단을 올라갔다.
“오, 토토 대디!”
건물 경비 직원이 우혁에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영화사를 방문했지만 아는 척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비 직원은 매우 무뚝뚝하고 불친절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로 먼저 아는 척을 한다.
‘토토 대디’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불리는 우혁의 애칭이었다.
그러자 선글라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토토 대디잖아!”
선글라스가 우혁을 알아보고 놀라워했다.
“토토 대디?!”
선글라스 옆에 서 있던 흑인 경호원도 중얼거렸다.
“어서 올라가 보세요. 타란티노 감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건물 경비 직원이 우혁에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우혁은 경비 직원에게 인사한 뒤 레오나르도 경호원 앞을 지나 게이트를 통과해 백곰과 함께 계단을 올라갔다.
약속 장소인 2층 회의실 문을 노크하자 안에서 타란티노 감독이 들어오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회의실에는 레오나르도, 윌 스미스, 타란티노 감독, 안면이 있는 시니어 매니저와 시니어 디렉터, 그리고 레오나르도와 윌의 매니저가 있었다.
“강! 어서 와요!”
타란티노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혁에게 걸어와 악수를 청했다.
“매니저?”
타란티노 감독은 백곰을 가리키며 우혁에게 물었다.
“예, 맞습니다. 제 이름을 백동수입니다.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백곰이 깍듯하게 한국식으로 머리를 숙여 보였다.
“반가워요. 동수!”
타란티노 감독이 백곰과 악수를 나누었다.
“안뇽하세요!”
시니어 매니저가 우혁에게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인사를 하며 한국식으로 인사를 했다.
한국에서 계약할 때 왔던 시니어 매니저였다.
우혁 앞에서 건방을 떨다가 매운 닭발을 먹고 혼쭐이 났던 그 친구.
“환용합니다!”
이번에는 시니어 디렉터가 우혁에게 인사를 건넸다.
기무라 자오와 매우 긴밀한 관계였던 직원이다.
두 사람 모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우혁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한 적이 없다.
한국말은 고사하고 영어 인사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태도, 표정, 말투가 얼마 전에 방문했을 때와 전혀 딴판이다.
두 사람과 악수를 나누고 나자 타란티노 감독이 우혁에게 어깨동무를 하고서 레오나르도와 윌 앞으로 가서 소개했다.
“레오! 윌! 이 사람이 바로 옐로우 역을 맡을 토토 대디, 강우혁 씨입니다.”
타란티노 감독이 우혁을 소개하자 윌이 의자에 앉은 채 우혁에게 주먹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토토 대디! 반가워요.”
“반갑습니다.”
윌의 주먹에 주먹을 갖다 댔다.
“하이! 옐로우! 아까 주차장에서 봤지요?”
레오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손을 살짝 들었다 곧바로 내리며 말했다.
“하이! 화이트!”
우혁은 레오의 눈을 응시하며 짧게 인사를 건넸다.
레오가 미간을 찌푸렸다.
굽실거리며 자기소개를 늘어놓을 줄 알았는데 꼬마에게 말을 건네듯이 인자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윌이 흥미롭다는 듯 특유의 미소를 머금은 채 레오와 우혁을 번갈아보았다.
전혀 기가 죽지 않고 여유 만만한 우혁의 모습이 놀라웠다.
‘건방지군!’
타란티노 감독은 속으로 ‘우하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우혁의 태도와 표정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기싸움에서 우혁이 전혀 밀리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바라보듯이 레오와 윌을 바라보는 우혁의 눈빛이라니!
그동안 레오와 윌은 우혁을 우습게 여겼다.
두 사람 모두 기무라 자오가 옐로우 역할을 맡기를 바랐다.
듣도 보도 못한 한국의 배우가 쓰리톱 중 하나를 맡는다는 게 못마땅하다는 거였다.
하지만 10일 뒤에 우혁의 연기를 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첫 촬영을 신 3부터 잡은 이유도 레오와 윌의 기를 살짝 꺾어 주기 위해서였다.
‘깜짝 놀랄 테지! 후후후!’
타란티노 감독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화이트와 블랙을 만나 기싸움을 하다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