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36)
촬영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우혁도 할리우드 촬영 시스템에 완전히 적응했다.
촬영이 시작하기 전에만 해도 우혁의 캐스팅에 대한 불신을 품고 있던 스태프들과 출연 배우들이 있었으나 대본 리딩과 촬영이 진행되면서 우혁에 대한 불신은 말끔히 사라졌다.
대본 리딩 이후 에이전시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최고의 에이전시들까지 합세했다.
우혁의 연기를 두 눈으로 확인한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하나같이 놀라워했다.
“화이트와 블랙이 워낙 아우라가 강한 배우라 옐로우가 묻힐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잖아!”
“오히려 옐로우가 화이트와 블랙을 압도하는 것 같은데!”
“압도는 과장이고, 미묘하게 옐로우가 돋보이긴 해.”
“토토 대디가 저렇게 연기를 잘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러게 말이야. 영화 개봉하면 다들 깜짝 놀랄걸.”
“기무라가 옐로우를 했으면, 화이트와 블랙의 들러리밖에 안 됐을 거야. 타란티노 감독이 왜 기무라 자오를 버리고 토토 대디를 캐스팅했는지 알겠어.”
“그러니까 프로듀서이면서 감독을 겸하지.”
“각색, 연출, 편집까지 다 하잖아. 괴물이라니까!”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감독은 한국과 달리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다.
진짜 파워는 프로듀서가 가지고 있다.
할리우드 시스템의 프로듀서는 영화 제작의 총 책임자, 또는 제작팀의 총괄자를 의미한다.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프로듀서가 얼마나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프로듀서라고 일컬어지는 사람은 한 개인이지만 영화사에는 수많은 직원들이 프로듀서를 도와 업무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영화사이기도 하다.
프로듀서는 영화의 기본 콘셉트를 확정한 뒤 영화의 대본을 쓸 각본가들을 고용한다. 이때 다양한 스토리로 발전시키기 위해 여러 명의 각본가들을 고용한 각본가들끼리의 접촉은 허락하지 않는다.
각본가들이 프로듀서에게 보내 온 수많은 시나리오에서 고를 때도 있다.
그렇게 고른 시나리오라 해도 여러 각본가들을 고용해 프로듀서의 콘셉트에 맞게 다듬게 한다.
할리우드 프로듀서들에게 영화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첫째, 시나리오.
둘째, 시나리오.
셋째, 시나리오.
신중하게 시나리오를 찾거나 개발하고, 투자자를 물색해 제작비를 마련하여, 전체 영화 예산의 조성과 집행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영화 제작에 필요한 감독과 배우 등을 캐스팅할 뿐만 아니라 배급 및 프로모션, 광고에 대한 최종적인 의사 결
정을 내리는 사람이 바로 프로듀서이다.
영화감독은 촬영팀을 구성해 프로듀서가 제공하는 시나리오대로 영화를 촬영한다.
캐스팅?
프로듀서에게 제안은 할 수 있지만 결정 권한은 없다.
시나리오 수정?
함부로 했다간 목이 달아나는 수가 있다.
한국에서는 감독 마음대로 시나리오를 수정할 수 있지만 할리우드 영화감독은 프로듀서의 허락 없이는 대사 하나 마음대로 건드릴 수 없다.
수정을 기어이 해야겠다면?
프로듀서를 설득해야 한다.
한국의 영화감독은 영화 촬영을 끝낸 뒤 편집까지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불가능하다.
영화 편집은 편집을 전문으로 하는 편집자가 하기 때문이다.
물론 편집자는 프로듀서가 고용하고, 프로듀서의 요구에 맞추어 편집해야 된다.
때로는 프로듀서가 감독을 겸하기도 하는데 영화 제작이 대형화, 산업화되면서 두 역할을 더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추세이지만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타란티노 감독처럼.
타란티노 감독은 감독이기 이전에 프로듀서이다.
각색, 캐스팅, 촬영, 편집을 직접 수행하는 괴물이자 천재 프로듀서.
대신 투자자를 찾아 제작비를 마련하고 예산을 집행하거나 배급 및 프로모션, 광고는 영화사의 여러 직원들에게 분산 일임하고 있다.
전문화되어 있는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타란티노 감독은 특이한 케이스이다.
그의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퇴출되었겠지만 매번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영화사에서는 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는 다른 영화사를 찾아 떠날 테니까.
“이번에도 타란티노 감독이 옳은 것 같아.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옐로우 캐스팅은 대성공이야. 첫 촬영 때 봤는데, 대단하더라.”
“옐로우 동생은 글쎄···. 첫 촬영을 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대본 리딩만 보면 좀 불안해.”
옐로우 동생.
데이빗이 맡은 배역이다.
대본 리딩 때 실수를 연발했던 데이빗을 두고 말이 많았다.
“그 친구는 미스캐스팅 같던데···.”
“계약 파기할 가능성도 있어.”
데이빗의 계약서에는 프로듀서와 감독의 판단에 따라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데이빗에게 에이전시가 있었다면 그런 조항이 들어가게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우혁에게도 비슷한 조항이 있었으나 우혁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지 않도록 수정 보완했다.
우혁은 데이빗이 하루 빨리 에이전시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에이전시가 있으면 설사 다소 불리한 계약 조항이 있더라도 에이전시에서 방어해줄 테니까.
최고의 에이전시와 계약한 윌을 비롯해 여러 명의 출연 배우들에게 데이빗을 부탁해 보았으나 다들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데이빗의 촬영이 거듭되자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
신 12.
옐로우의 집, 다이닝룸.
저녁.
옐로우와 옐로우 동생 딕이 마주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형! 하고 많은 직업 중에 청부 살인업자가 뭐야? 이유를 불문하고 살인은 옳지 않아. 모기 한 마리도 함부로 죽여선 안 되는 거야. 우리 인간에겐 그럴 권리가 없어.”
탕!
옐로우가 손바닥으로 식탁을 내려치자 딕이 화들짝 놀란다.
“빌어먹을 모기! 달아나 버렸어. 모기도 함부로 죽여선 안 된다고 했던가? 모기가 내 동생에게 병균을 옮길 수도 있어서 말이야.”
“부탁이야. 제발 이제 그만 그 일에서 손 떼.”
“내가 다칠까 봐 걱정인 모양이구나.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아니야. 위험하기로 따지면 내가 하는 일보다 운전이 훨씬 위험할걸.”
“위험하다는 게 아니라 나쁜 일이라고!”
“청소가 왜 나쁜 일이지? 청소를 하지 않으면 쓰레기로 넘쳐날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형이 하는 일은 청소가 아니라 살인이야. 개인이 마음대로 살인을 하는 건 절대 안 돼! 범죄 행위라고!”
“법의 이름으로 사형을 하는 건 괜찮고? 종교나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을 하면서 살인을 저지르는 건? 아무런 죄도 없는 아이들에게 총질을 하고 폭탄을 쏟아 붙는 건? 적어도 난 쓰레기만 골라서 치워. 죄 없는 아이나 부녀자를 죽이지는 않아.”
“쓰레기를 치운다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형을 쓰레기라고 생각한다고!”
“···너도, 이 형을··· 쓰레기라고 생각하니?”
“아니야! 그렇지 않아. 형은 좋은 사람이야. 적어도 나한테는.”
“그럼 됐어. 식사해라.”
초인종이 울린다.
옐로우가 숟가락을 놓고 벽 뒤로 몸을 숨긴다.
딕이 현관문으로 다가가 밖으로 본다.
반가운 표정으로 옷매무새와 머리를 매만진 뒤 문을 열어준다.
딕의 여자 친구 릴리가 들어온다.
“안녕, 릴리?”
“놀러 왔어.”
“들어와.”
“혼자 있어?”
옐로우는 식탁으로 가려다가 두 사람의 데이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빵 하나를 주워 들고 현관문 쪽으로 걸어간다.
“오빠, 안녕하세요?”
릴리가 부끄러워하며 옐로우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어디 가세요?”
“알 거 없다. 놀다 가라.”
옐로우는 딕에게 윙크를 하고 현관문으로 걸어가 밖으로 나간다.
“저녁 먹었어?”
딕이 릴리에게 묻는다.
“아니! 응!”
“안 먹었으면, 같이 먹을래?”
“아니야. 집에 갈게.”
“집에 간다고? 방금 왔잖아. 놀다 가.”
릴리는 베란다 창문으로 바이크를 타고 가는 옐로우의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본다.
“릴리! 너한테 할 말 있어.”
“할 말? 뭔데?”
딕은 안절부절 못하며 뜸을 들이다가 용기를 낸다.
“너랑 사귀고 싶어! 정식으로! 친구 말고 연인!”
“호호호! 말도 안 돼!”
“왜 말이 안 돼? 우리 엄마는 네 나이 때 형을 낳았어.”
“웃기지 마.”
“웃기는 거 아니야. 나 진지해.”
“딕! 나도 네가 좋아. 좋아하지만, 사랑하지는 않아.”
“기회를 줘. 널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게.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수 있어.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어 줄게.”
“그래. 넌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될 거야.”
“내 아내가 되어 줘.”
“널 남편으로 맞이하는 여자는 행운아야. 하지만 난 아니야.”
“혹시··· 사귀는 사람 있니?”
“지금은 아닌데, 곧 그렇게 될 거야.”
“그렇구나. 어떤 놈인지 억세게 운이 좋네. 너처럼 착하고 예쁜 여자가 좋아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 행운아가 누군지 궁금하다.”
“네 형이야!”
“···뭐?”
“옐로우 오빠랑 내가 결혼하면 난 네 형수가 될 거야. 웃기겠다. 딕! 부탁이 있어. 옐로우 오빠가 나한테 관심이 없어. 네가 좀 도와줄 수 없니?”
“너··· 정신 나갔니? 옐로우 형이 무슨 일 하는지 몰라서 그래? 사람 죽이는, 청부 살인업자야. 쓰레기라고!”
“쓰레기? 내 언니를 강간한 놈을 죽여 줬어. 그게 왜 쓰레기야?”
“청부 살인업자가 쓰레기라고. 사람을 죽이잖아. 그 얘긴 그만두자. 이것만 명심해. 형은 안 돼.”
“왜?”
“사자를 사랑하는 토끼를 보면 넌 뭐라고 할 거니? 사자 밥이 될 게 뻔한 토끼한테 뭐라고 할 거야?”
“옐로우 오빠는 사자지만 토끼를 먹지는 않아. 하이에나라면 모를까.”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우리 형,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평범하게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살 수 있을까? 웃기지 마. 교도소에 들어가겠지. 그것도 운이 아주아주 좋아야!”
“너 정말 못됐구나! 옐로우 오빠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니? 오빠는 네 자랑만 하고 다녀. 너처럼 뒤에서 흉보고 다니지 않는다고. 널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사람이야.”
“나도 형을 좋아해. 하지만 청부 살인업자는 싫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청부 살인업자 때문에 상처를 입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내 걱정은 내가 할 테니까 넌 네 걱정이나 해.”
딕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쉰다.
“···한 가지만 묻자. 형이 왜 좋아?”
“이유 없어. 그냥 좋아!”
“싸움을 잘해서?”
“그럴지도 모르지.”
“돈을 많이 벌어서?”
“돈이 많으면 좋잖아.”
“형이 번 돈, 전부 나한테 주기로 한 거 알아?”
“그래?”
“형이 빈털터리라도 좋아?”
“응!”
“!”
“이만 갈게.”
“···.”
거실에 혼자 남은 딕은 거실의 물건을 때려 부수기 시작한다.
“쓰레기들! 죄다 쓰레기들이야! 빌어먹을 쓰레기들!”
딕은 광기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거울을 응시하다가 주먹으로 거울을 가격한다. 주먹에서 피가 흐른다.
– 예쓰!!
타란티노 감독은 ‘컷!’ 대신 ‘예쓰!’라고 쾌재를 불렀다.
– 데이빗 괜찮아요?
“예, 괜찮습니다.”
데이빗이 평상심을 되찾기 위해 애를 쓰며 간신히 대답했다.
광기에 사로잡힌 데이빗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었다.
사랑과 질투, 원망, 분노가 뒤섞인 눈빛과 표정이 리얼했다.
옐로우, 릴리와 대사를 나눌 때의 딕션, 호흡, 템포, 강약 조절도 좋았다.
데이빗의 연기를 본 스태프와 연기자들은 더 이상 데이빗을 미스캐스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
그로부터 얼마 뒤 데이빗은 최고의 에이전시를 구했다.
“형! 나 에이전시 구했어.”
“축하한다.”
“형이 나를 적극 추천했다면서?”
대본 리딩 이후 많은 에이전시에서 접근해 왔으나 모두 거절하면서 조심스럽게 데이빗을 추천했다.
“네 연기를 보고 반했겠지.”
“고마워, 형!”
“고맙긴···.”
“형 말대로 연습 시간을 두 배로 늘렸어. 그랬더니 긴장도 덜 되고, 자신감도 올라간 것 같아.”
“아버님 건강은 좀 어떠셔?”
민망해서 화제를 돌렸다.
“많이 좋아지셨어. 지팡이 없이 걸을 정도로.”
“다행이다.”
“형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계셔.”
“해드린 것도 없는데, 무슨 은인?”
“사람 노릇 못하는 아들, 사람 노릇하게 만들어 줬잖아. 그때 형 못 만났으면, 여태 사람 노릇 못하고 살고 있을 거야.”
“날 만나서가 아니라, 네 아버님을 만나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형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아버지를 찾아가지 않았다면 부랑자가 됐을지도 모르지.”
“아버님한테 잘해 드려라.”
“마음은 있는데 얼굴을 뵈면 마음에도 없는 말이 자꾸 나와. 오늘 아침에도 그랬어. 촬영장에 오려고 차를 타려는데 아버지가 운전석에 앉아 계시더라고. 오늘뿐만 아니라 최근 며칠 동안 계속 그러셨어. 운전을 하고 싶은 건가 했지. 집에만 계셨으니 답답했을
거 아니야. 그 마음을 알지만 내 입에서는 중풍 걸린 사람이 무슨 운전 욕심이냐고 핀잔이 튀어 나가지 뭐야.”
운전이 하고 싶어서가 아닌 것 같은데···.
중학교 때 아버지 생각이 난다.
“그런데 촬영장으로 오면서 문득 아버지가 아침마다 왜 그랬는지 알았어.”
“!”
“최근 며칠 동안 쌀쌀했잖아. 운전석을 아버지 체온으로 따뜻하게 데워 놓으려고 하셨던 거야. 내 차는 온열 시스템이 고장 났거든.”
우혁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중학교 때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했었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이 되면 아버지는 아침마다 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왔다.
가끔은 학교를 가려고 마당에 나왔는데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왜 남의 자전거를 몰고 다니는 거야. 아침마다! 엄마 저 자전거 아버지 주고, 새 자전거 하나 사줘.”
짜증을 부리다가 엄마에게 등짝을 얻어맞았다.
“아버지가 왜 저러시는지 모르겠니? 네 엉덩이 차가울까 봐, 안장 따뜻하게 데우려고 그러시는 거잖어.”
그날 아버지의 체온으로 데워진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가면서 눈시울을 붉혔던 기억이 또렷하다.
“아버지에게 할 말을 연기 연습하듯이 연습이라도 해야 될까 봐.”
데이빗이 말했다.
우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자신에게도 필요했다.
브레이크 타임 때 연습을 해보았다.
“식사하셨어요? 식사는요? 저녁 드셨어요···.”
한국 시간으로 저녁 식사를 마쳤을 때쯤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저 혁이에요, 아버지!”
– 어, 그래?
“식사, 하셨어요?”
– 그래!
“편찮으신 데는 없으시구요?”
– 없다. 일 욕심 너무 부리지 말고, 쉬엄쉬엄 해라.
“예!”
이런저런 안부를 묻고 답했다.
– 전화비 많이 나온다. 끊자.
“···예, 아버지!”
아버지에게 드릴 말이 있었고, 그 말을 하려고 전화를 한 건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먼저 끊으면 끊으려고 들고 있는데, 아버지가 전화를 끊지 않았다.
“전화 안 끊어졌어요, 아버지!”
– 어, 그래!
뚜우우우우···.
끝내 준비한 말을 하지 못했다.
며칠 전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아버지가 종종 아들의 구두를 닦는다는 말을 들었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것이리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하나가 떠 있다.
아들의 구두를 닦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닮았다.
구름을 향해 중얼거렸다.
“고맙습니다. ···아버지!”
[ 최고의 에이전시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