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38)
감개무량하다.
하마터면 방송이 되지 못할 뻔했던 작품이 아닌가.
남우주연상과 대상 후보라는 점도 그렇고.
이전 작품 [홍길동전>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년 만에 대상 후보라니 감개무량할밖에.
“대상 후보에도 올랐다구요?”
대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속사 정의찬 대표의 전화를 받고 우혁은 자신이 잘못 들었거나 정 대표가 잘못 말한 게 아닌가 싶었다.
– 예, 맞습니다.
대상 후보라···.
너무 빠른 거 아닌가?
– 대상 수상이 유력합니다.
그러기를 바라는 거겠지.
– 제 의견이 아니라 언론에서 다들 그렇게 예상하고 있어요.
현재 촬영 중인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에 몰입하기 위해 가능하면 한국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았다.
할리우드 시스템에 적응하기 바쁘기도 했거니와.
– 그런데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겠어요?
못할 것 같다.
[마른 풀잎의 노래>가 백룡영화제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랐을 때에도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할리우드 시스템은 감독이 마음대로 촬영 일정을 조정할 수 없다.
막강한 파워를 가진 프로듀서라 해도 불가능하다.
할리우드에서는 적어도 한 달 전쯤에 모든 스태프에게 공지가 되어야 한다.
우혁이 백룡영화제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은 시상식 2주 전에 들었다.
한국이라면 한 달은커녕 하루 전이라도 감독 마음대로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할리우드에서 만약 그렇게 한다면?
스태프의 인건비를 모두 지불해야 될 뿐만 아니라 추가 촬영으로 인한 비용도 감당해야 된다.
그로 인한 금전적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더 큰 문제는 스태프들의 신뢰를 잃는다는 점.
스태프들이 추가 촬영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적어도 한 달 전에 사전 공지가 되어야 하고, 스태프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안이어야 한다.
스태프들이 다른 촬영 일정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공지하지 않으면 스태프들도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촬영 일정을 마음대로 늘이거나 줄이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우혁은 타란티노 감독에게 시상식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결국 백룡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우혁은 워낙 막강한 배우들이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라 있어 수상은 기대하지 않았으나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시상식에는 꼭 참석하고 싶었다.
무명 시절 백룡영화제에 정식으로 초대받아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이 큰 소원 중 하나였다.
2년 전, [생강>을 시작으로 3년 연속 정식 초대를 받았다.
첫해엔 신스틸러상을 수상했다.
작년에는 [길 밖의 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시상식에 참석했었고, 유력 후보였으나 결과는 탈락.
그 때문에 백룡영화제가 언론과 네티즌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배우로서 영화인의 축제에 참가하고 싶지 않은 배우가 있을까.
기뻐하는 수상자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볼 수도 있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도 되었고.
이번에도 꼭 참석하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 중 일부는 우혁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두고 쑥덕거렸다.
“헐리웃에 진출하더니 국내 시상식은 우습게 보이나 봐!”
“가족들 싹 다 데리고 갔잖아. 왜겠어? 미국에 눌러앉겠다 이거지.”
“나라도 눌러앉겠다. 한국에 왜 들어와. 할 수만 있다면 헐리웃에서 버텨야지. 헐리웃에서 잘 안 되면 모를까.”
“작년에 남우주연상을 안 줘서 삐쳤을지도 모르지.”
언론과 네티즌들은 우혁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
[마른 풀잎의 노래>에서 우혁의 연기는 남우주연상을 받을 만했으나 여우주연상 수상이 유력하고 자기 일정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하지도 않는 배우에게 남우주연상까지 안겨 주는 게 못마땅했던 것이다.예상대로 우혁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대신 [마른 풀잎의 노래>는 신인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우혁은 상을 수상하지도 참석하지도 못했으나 그날의 주인공이었다.
수상 소감에서 우혁이 계속해서 언급이 되었던 것이다.
우혁은 소속사에서 찍은 시상식 동영상을 보았다.
신여랑 감독이 신인감독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소감의 반을 우혁에 대한 언급으로 채웠다.
“신인감독상을 받게 되다니, 믿기지 않네요. 고마운 분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고생하신 스태프들, 출연 배우님들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특히 권선자 선생님과 강우혁 씨! 두 분이 아니었다면 영화를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두 분은 노개런티로 출연해 주셨지요.”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출연을 결정할 당시 투자자는 물론이고 제작사도 구하지 못했는데 강우혁 씨가 제작사도 구해 주시고,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셨습니다. 제작비가 빠듯했지만 강우혁 씨는 스태프와 출연 배우들의 인건비만큼은 한국 최고의 대우를 했습니다. 영화가 성공한 뒤
계약에도 없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했구요. 강우혁 씨에게 신인감독상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신 감독은 신인감독상에 이어 각본상도 수상하면서 다시 한 번 수상 소감을 했다.
“촬영을 앞두고 시나리오를 대대적으로 수정했는데, 강우혁 씨가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수정 전후의 시나리오를 모두 읽은 배우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러더라구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수정되기 전의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각본상을 받지 못했을 것입
니다. 제 시나리오에 날개를 달아주신 강우혁 씨에게 다신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신 감독의 각본상 수상 소감을 들으며 우혁은 신 감독과 시나리오 수정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을 때가 떠올랐다.
우혁이 받은 시나리오는 인물간의 갈등 양상이 약해 극적 긴장감이 다소 떨어졌다.
갈등 양상을 뚜렷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우혁이 맡은 김 선생 캐릭터를 수정해 남원댁과의 갈등 관계를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았다.
우혁은 그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고, 신 감독이 그것을 수용해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주인공인 남원댁과의 갈등을 좀 더 뚜렷하게 부각함으로써 극적 긴장감이 살아나는 효과가 있었다.
남자주연상 발표에 이어 여우주연상이 발표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권선자 선생님이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권 선생님도 수상 소감에서 우혁을 언급했다.
“신 감독이 얘기했지만 강우혁 배우가 아니었으면 [마른 풀잎의 노래>는 시작도 못했을 겝니다.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우여곡절이 참 많았어요. 아슬아슬했지요. 그때마다 강 배우가 애를 많이 썼어요. 강 배우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 자리에
없어서 그런지 강 배우가 오늘 따라 많이 보고 싶네요.”
권 선생님이 눈시울을 붉혔다.
“강 배우가 할리우드에 진출해서 국내 시상식이 우스워서 참석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이 제 귀에 들리더군요. 강 배우는 지금 촬영 중입니다. 할리우드에서는 개인 일정 때문에 촬영을 마음대로 뺄 수가 없지요. 강 배우가 오늘 시상식에 얼마나 오고 싶어 했는
지 아시나요? 무명 시절 백룡영화제에 정식으로 초대받고 싶었지만 초대를 받지 못해 많이 서러웠다고 합니다. 무명 시절을 겪은 분이라면 그 심정을 이해하실 겁니다.”
시상식에 참석한 객석의 배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 배우는 상을 수상하지 못한 건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을 겁니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거예요. 강우혁 씨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려주신 심사위원 여러분, 그리고 강 배우를 아껴 주시는 관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앞으
로도 강 배우를 아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권 선생님은 머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올렸다.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과 사회자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 동영상을 보며 우혁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비록 수상하지는 못했으나 수상한 것 못지않게 행복하고 기뻤다.
그럴수록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더욱 아쉬웠다.
백룡영화제에 이어 SBC 연기대상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못할 것 같아 애석했다.
“시상식에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정 대표에게 말했다.
– SBC 이 사장님께서 우혁 씨 시상식에 꼭 참석하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하셨는데 큰일이네요.
“제가 사장님께 직접 전화 드리겠습니다.”
– 시상식 때 들어오시면 뵐까 했는데 아쉽습니다.
‘나만큼 아쉬울까!’
우혁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쉽다.
많이.
시상식에 참석하면 연기자 동료들, 선후배들을 만날 수 있다.
촬영장에서 만나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서로를 축하하고 축하받는 자리.
할리우드에서는 미국의 주요 영화제 시상식 때 촬영 일정을 잡지 않는다.
시상식을 매우 중요한 날로 여기기 때문이다.
시상식은 영화인 전체의 축제였다.
상을 수상하는 배우이건 수상하지 못하는 배우이건 모두가 행복한 날.
정 대표와 통화를 끝낸 뒤, 이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정 대표한테 얘기 들었지?
“예, 사장님!”
– 멋지게 차려 입고 와! 수상 소감 준비하고!
“수상자로 결정이 된 건가요?”
–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아닌데, 심사위원들 분위기가 그래. 나야 강 배우가 연기대상을 받았으면 싶은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니 기다려 봐야지. 여하튼 둘 중 하나는 수상하는 건 틀림없으니까 수상 소감은 준비해.
“시상식에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사장님!”
– 시상식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안 돼! 꼭 와야 돼!
“저도 꼭 참석하고 싶습니다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습니다.”
– 허허! 이를 어쩐다!
“죄송합니다.”
– ···실시간 영상 통화로 수상 소감을 전해 주면 안 될까?
타란티노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면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촬영 순서를 바꾸거나 하면 될 테니까.
“가능할 것 같기는 한데, 감독님께 확인해보고 전화 드리겠습니다.”
– 그게 여의치 않으면, 수상 소감을 미리 따 두는 방법도 있고.
시상식은 생방송인데 녹화 방송을 내본다는 게 썩 내키지는 않았다.
때마침 타란티노 감독이 우혁의 트레일러 옆을 지나가는 모습이 창문을 통해 보였다.
우혁은 통화를 서둘러 끝내고 밖으로 나갔다.
“감독님! 지금 혹시 시간 되세요?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트레일러 따뜻해요?”
“예!”
“내 트레일러는 난방기가 고장 난 것 같아요. 얼어 죽겠어. 피난 중인데 잘됐네.”
트레일러는 야외 촬영 시 영화배우와 스태프에게 제공되는 이동 숙소이다.
감독과 주인공의 트레일러는 다른 출연 배우나 스태프의 것보다 훨씬 넓고 안락하다.
간단한 샤워 시설, 침대, 책상과 의자, 주방까지 갖춰져 있다.
그런데 이 겨울에 난방이 안 된다면 지옥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감독 트레일러 난방기가 고장이라니!
“여긴 따뜻하네!”
타란티노 감독이 트레일러 안으로 들어서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수리 요청은 하신 거예요?”
“방금 했어요.”
“수리될 때까지 저하고 함께 쓰시죠.”
“탱큐!”
우혁은 타란티노 감독에게 시상식과 수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저런저런! 촬영 때문에 수상 후보가 시상식에 참석 못하다니! 말도 안 돼!”
타란티노 감독이 애석해했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대신, 영상 통화로 실시간 수상 소감을 얘기하기로 했어요.”
“오, 그런 방법이 있군요. 영상 통화 시간만 알려줘요. 최대한 배려할 테니까.”
타란티노 감독은 대답을 하면서 몇 가지 좋은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시상식 실시간 영상 통화 때 레오와 윌, 그리고 자신이 우혁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레오와 윌에게 부탁하면 흔쾌히 응할 게 분명하다.
두 사람은 우혁을 무척 좋아하니까.
레오와 윌이 등장한다면 한국 시청자들이 깜짝 놀라겠지.
케이크도 하나 마련해야겠어.
한국 시청자들에게 영화를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홍보도 홍보지만 이번 기회에 우혁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고 싶다.
우혁을 만난 건 하늘이 내려준 행운이다.
[ 하늘이 내려준 행운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