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39)
똑똑!
타란티노 감독은 레오의 트레일러 출입문을 노크했다.
오스카가 문을 열어 주었다.
“감독님! 어쩐 일이세요?”
“레오 있어요?”
“예!”
“상의할 게 있어서 그러는데, 들어가도 될까요?”
“그럼요. 어서 들어오십시오.”
트레일러 안에 들어서자 레오와 배컴이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진지하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알까기!
배컴은 알까기 고수다.
세 번 도전했는데 세 번 모두 패했다.
언젠가 설욕을 해야 할 텐데!
알까기를 하는 걸 보니, 승부욕이 발동한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배컴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 주었다.
반면 레오는 심각하다.
사람이 왔는데 쳐다보지도 않는다.
백돌 네 개.
흑돌 하나.
레오의 돌이 흑돌이라는 건 원숭이도 알겠다.
그나저나 레오에게 할 얘기가 있는데,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으니 원.
게다가 배컴과 오스카까지 있어서···.
배컴이 있는 건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시상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테니까.
“레오! 얘기할 게 있어서 왔어요.”
“하세요.”
레오는 턱을 괸 채 어떻게 하면 흑돌로 백돌 두 개 또는 세 개, 또는 네 개를 한꺼번에 쳐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오늘만 벌써 세 판이나 졌다.
게다가 이번 판은 백돌 다섯 개에 흑돌 열 개로 싸우지 않았던가.
이번에 지면 촬영이 끝날 때까지 배컴에게 담배를 압수당하고, 크래프트 서비스 코너에 가서 샌드위치 두 개와 따뜻한 커피와 뜨거운 물을 가지고 와야 한다.
이 추운 날씨에 말이다.
크래프트 서비스는 배우에게 공짜로 제공되는 간식 뷔페다.
배컴과 오스카는 그걸 먹겠다는 거다.
맛대가리도 없는데!
크래프트 서비스에서 먹을 걸 가져다주는 건 할 수 있다.
하지만 담배를 압수당하는 건, 안 된다.
심각하다.
차라리 미국을 북한에게 넘기는 한이 있어도 담배를 빼앗길 수는 없다.
그런데 타란티노 감독은 뭐라고 떠드는 거야?
시끄러워서 생각을 할 수가 없잖아!
“멋진 생각이에요!”
배컴이 말했다.
멋진 생각?
뭐가?
“레오는 어때요?”
타란티노 감독이 레오에게 물었다.
타란티노 감독의 말, 못 들었다.
“뭐가요?”
“좀 전에 내가 한 말, 안 들었어요?”
“죄송해요. 못 들었어요. 한 번만 더 얘기해 주세요.”
“우혁이 한국 TV 방송국의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대상 후보에 올랐대요.”
“그래요? 언제죠? 우리도 시상식에 참가합시다.”
“시상식 날짜가 일주일 뒤인데, 촬영 일정하고 겹쳤어요.”
“저런! 우혁하고 저를 빼줄 수 없어요? 둘이서 한국에 다녀올게요.”
“두 사람이 빠지면 촬영할 게 없어요.”
“감독님이 에이즈에 걸려서 그날 촬영을 못한다고 하면 어떨까요?”
“레오!”
“농담이에요.”
“만약 우혁이 수상자로 결정이 되면 화상 통화로 수상 소감을 한다는 겁니다. 실시간으로 말이에요.”
“실시간으로···.”
“그때 레오가 우혁에게 축하 메시지를 해주면 좋겠는데, 해줄 수 있어요? 내키지 않으면 안 해도 됩니다.”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우혁 몰래 하는 게 어떨까요? 서프라이즈!”
“나하고 생각이 똑같군요. 축하 메시지 잘 생각해 둬요. 배컴! 우리가 지금 나눈 얘기, 우혁에게는 비밀입니다.”
“알겠습니다, 감독님!”
배컴이 대답했다.
“배컴! 만약에 레오가 수상 소감 때 등장하면 한국 시청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돌은 던지는 건 아니겠지요?”
“그럴 리가요. 아마 깜짝 놀랄 거예요.”
“윌은 어떨까요?”
“마찬가지일걸요.”
“오케이! ···아참!”
타란티노 감독이 나가려다 말고 뒤돌아섰다.
“누가 이기는지 보고 가야지. 누구 차례예요? 레오! 어서 해요.”
레오는 다시 진지해졌다.
“20초 전!”
오스카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오스카! 감독님하고 얘기를 하는 중이잖아.”
“얘기 다 끝나셨죠, 감독님?”
“물론!”
“15초 전입니다. 시간 안에 하지 않으면 실격이에요.”
오스카가 냉정하게 말했다.
레오는 손가락을 풀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 흑돌을 쳤다.
또르르르··· 땍데구르르!
흑돌은 백돌을 하나도 맞히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레오가 세상을 다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
SBC 연기대상 시상식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SBC에서 방영된 드라마에 출연했던 연기자들이 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모든 시상을 끝나고, 이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그리고 연기대상만 남았다.
사회자에 의해 남우주연상을 시상할 시상자 두 사람을 소개하고 시상자가 무대로 나와 후보 다섯 명을 소개한 뒤, 수상자를 발표했다.
문 PD를 비롯해 연기자들과 시청자들은 숨을 죽인 채 시상자의 발표를 기다렸다.
“2020년 SBC 연기대상 남우주연상 수상자는, [미래를 읽은 남자>의···.”
배우 이름이 호명되기도 전에 기쁨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수상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부르듯이 두 손을 치켜들고서 환호성을 내질렀던 것이다.
수상자는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무대 위로 달려 나갔다.
시상식과 꽃다발 증정식이 끝난 뒤, 수상 소감이 이어졌다.
“고맙습니다. 와!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진짜 고맙습니다. 감독님! 작가님! 그리고 스탭 여러분, 그리고 저를 아껴 주신 팬 여러분···.”
수상자는 감격에 겨워 상투적인 수상 소감을 이어나갔다.
소감을 이어가다가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문 PD는 수상 소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우주연상을 받을 거라고 예상했던 유력 휴보가 떨어지고 의외의 후보가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대상을 누가 받게 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강우혁이 유력하지만 남우주연상처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안중근 장군>이 상을 휩쓸어 버렸다.극본상, 감독상, 신인연기상, 조연상, 우수연기상까지 받았다.
대상까지 받으면 싹쓸이나 마찬가지였다.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의 입방아에 오를지도 모른다.
입방아에 오르더라도 강우혁이 꼭 대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강우혁이 대상을 받지 못한다면?
많이 섭섭할 것 같다.
강우혁 덕분에 [안중근 장군>이 성공할 수 있었다.
고맙다.
고마운데.
감독으로서 해준 게 없다.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했다.
만약 강우혁에게 대상을 주지 않는다면 이 사장에게 한소리 퍼부어 줄 테다.
대상이 부담스러우면, 남우주연상이라도 줬어야 한다.
대상 안 주기만 해봐라!
상념에 잠겨 있는 동안 여우주연상이 발표되고, 시상식과 수상 소감이 이어졌다.
역시 수상 소감은 여우주연상이다.
눈물의 수상 소감이 뭉클하다.
그 상을 받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겠나.
눈물만으로도 감동적인데, 말까지 잘한다.
오늘 시상식에서 가장 돋보이는 수상 소감이다.
올해 최고의 수상 소감으로 회자될 것 같다.
슬그머니 걱정이 든다.
대상을 강우혁이 받게 된다면, 여우주연상만큼의 감동적인 수상 소감이 가능할까?
강우혁이 눈물의 수상 소감을 할 리도 없고.
실시간으로 화상 통화 연결을 한다는데, 자칫 잘못하면 감동은커녕 몹시 산만하고 어수선한 소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또 어떠랴.
상을 받으면 그뿐.
여우주연상의 수상 소감이 끝났다.
심장이 뛴다.
“다음은 오늘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20년 SBC 연기대상의 연기대상을 발표할 차례입니다. 연기대상을 시상해 주실 두 분 모시겠습니다.”
사회자가 시상자 두 사람을 소개했다.
시상자 두 사람은 뒤쪽으로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와 어색한 대화를 주고받은 뒤 후보에 오른 다섯 명의 남자 연기자를 차례로 소개했다.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한 [안중근 장군>에서 안중근 배역을 맡아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인 강우혁!”
네 번째로 강우혁을 소개하자 박수와 환호성이 홀을 가득 메웠다.
후보 다섯 명을 소개한 뒤 시상자 중 한 사람이 들어 있는 봉투 속에서 수상자의 이름이 적힌 큐시트를 꺼냈다.
“2020년 SBC 연기대상의 연기대상을 발표하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수상자는, [안중근 장군>의 강, 우, 혁!”
시상자의 발표가 끝나자 박수와 환호성으로 홀이 떠나갈 듯했다.
“이변은 없었습니다. 2020년 SBC 연기대상의 주인공은 강우혁이 차지했습니다. 여러분 뜨거운 박수로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가 박수를 유도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강우혁 씨는 현재 미국에서 촬영 중입니다. 그래서 수상자를 대신해 [안중근 장군>을 연출해 주신 문웅현 PD님께서 대신 수상해 주시겠습니다.”
문 PD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위로 올라갔다.
“문웅현 PD님은 재작년 당시 신인이나 마찬가지였던 강우혁 씨를 [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 역으로 캐스팅한 바 있습니다. [홍길동전>에서 강우혁 씨는 홍길동 역을 완벽하게 소화함으로써 그해 SBC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지 꼭
2년 만에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사회자가 문 PD와 우혁을 소개하는 동안 문 PD는 무대 위에 올라왔다.
시상식과 꽃다발 증정식을 마치고 수상 소감이 이어질 차례였다.
“문 PD님! 강우혁 씨를 대신해 수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혹시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해주십시오.”
사회자의 말에 문 PD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이크 앞에 섰다
“강우혁 씨와 두 작품을 하면서 신비하기 짝이 없는 깃털 두 개를 얻었습니다. 무슨 새의 깃털일까요? 혹시 아시는 분 계신가요? 오리? 거위? 백조? 공작? 함부로 속단하지 마십시오. 하늘을 덮을 만큼 거대한 붕새일지도 모릅니다. 그 새의 세 번째 깃털을 하
루 빨리 얻고 싶습니다.”
문 PD는 뜻 모를 말을 한 뒤, 서둘러 무대에서 내려갔다.
사회자가 문 PD에게 박수를 유도했다.
“강우혁 씨의 수상 소감을 들을 차례인데요. 아시다시피 강우혁 씨는 지금 미국에서 촬영 중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강우혁 씨가 백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의 유력한 후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죠. 강우혁 씨가 할리우드에 진출하면
서 국내 시상식을 우습게 여기는 거라고 비난했던 기자가 할리우드 시스템에 대해 취재를 했습니다. 그 기자가 쓴 기사를 읽어 보신 분들은 강우혁 씨가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실 겁니다. 그렇다고 대상 수상자의 수상 소감을 듣지 않고 넘어갈 수
는 없지요. 그래서 저희가 강우혁 씨와 영상 통화를 통해 소감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무대 스크린을 봐주십시오. 여보세요? 강우혁 씨?”
스크린에 강우혁의 상체가 나타났다.
강우혁의 모습이 나타나자 열화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안녕하세요? 강우혁입니다.”
“연기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해 주시죠.”
“고맙습니다.”
그때 우혁 뒤로 누군가가 지나갔다.
객석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좀 전에 지나간 사람 레오나르도 아니야?”
“설마!”
“진짜라니까. 틀림없이 레오나르도였어.”
사회자도 레오나르도를 알아보았는지 우혁에게 질문을 했다.
“촬영장인가 봅니다. 뒤쪽에 낯익은 분이 지나가시는 것 같던데, 제가 잘못 본 건가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레오가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
시상식장의 객석에서 비명에 가까운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우혁의 친구 윌입니다.”
이번에는 윌 스미스였다.
다시 한 번 놀라움으로 인한 탄성과 환호가 시상식장을 가득 메웠다.
“디카프리오와 스미스 아닌가요?”
사회자가 거듭해서 물어왔다.
“예, 맞습니다.”
우혁이 대답했다.
“정말 놀랍습니다. 지금 여기 시상식장은 난리가 났습니다. 세계적인 스타들의 모습을 보게 될 줄 몰랐거든요. 두 분과 친하신가 봐요?”
“친하게 지냅니다. 좋은 사람들이죠.”
우혁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을 하는 동안 레오와 윌은 우혁 양옆에 붙어 서서 우혁을 가리키며 엄지를 세워 보이거나 우혁의 어깨를 털어 주었다.
“스미스! 우혁은 어떤 사람인지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사회자가 영어로 윌에게 부탁했다.
“여러분들은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우혁은 멋진 사람입니다. 배울 점이 많아요. 최고의 연기자죠.”
사회자가 레오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레오가 대답했다.
유창한 한국말로.
“나에게 한국은 멋진 나라입니다. 왜냐하면 우혁이 태어나고 자랐으니까요.”
레오의 대답을 흘러나오자 시상식장의 홀을 가득 메운 배우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시 뒤 박수가 길게 이어졌다.
우혁은 빙그레 웃으며 레오와 윌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그때 우혁 옆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랑해요! 우혁!”
우혁이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출연 배우들 30여 명이 손을 흔들어 보이거나 손바닥 키스를 날렸다.
사회자가 스크린에 비친 배우들의 모습을 보며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본 가장 인상적인 수상 소감입니다.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네요. 연말에 큰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 인상적인 역대급 수상 소감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