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4)
────────────────────────────────────
────────────────────────────────────
꿈은 아니겠지?
계약금 3억이 계좌로 입금되었다.
우혁이 지금까지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받은 금액 중 최고였다.
지난 두 번의 기획사에게 그가 받은 계약금은 500만 원, 2000만 원.
휴대전화 인터넷 뱅킹 은행 계좌에 찍힌 금액을 한참동안 들여다보았다.
기쁜 일이다.
계약금 3억보다 기쁜 것은 제대로 된 기획사를 만났고, 백곰을 전담 매니저로 얻었다는 사실.
기획사 ‘나무’의 시스템과 놀라운 능력을 가진 백곰의 도움을 얻어 명배우로 거듭나고 싶다.
이전에는 백곰의 예측과 느낌 대신, 회사의 선택과 권유에 따라 작품과 배역을 맡았다.
그 결과 하는 작품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얻었고, 심지어 촬영이 중단되는 일까지 겪어야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면서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추체험 데이터베이스’라는 이능을 얻었다.
단 한 번의 추체험으로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이 치솟았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 목록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있다.
그 인물들 중 전설적인 무술인 배우 이소룡 단 한 명을 추체험했을 뿐이다.
말론 브란도, 찰리 채플린, 제임스 딘, 로빈 윌리엄스와 같은 명배우뿐만 아니라 징기즈칸, 광개토대왕, 이순신, 알렉산더, 한니발 등과 같은 장군들을 비롯해 우리나라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 시대의 역사적 인물을 경험하고 싶다.
맡은 연기 역할에 따라 사업가, 법정인, 요리사, 각종 스포츠 스타, 세계적인 클래식 작곡가, 가수, 화가, 무술인 등을 추체험할 것이다.
연기뿐만 아니라 인생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게 얼마야? 3억?!”
아내가 휴대전화 인터넷 뱅킹 계좌에 찍힌 잔금을 확인하고는 몹시 놀라워하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새로운 소속사와 계약했어. 나무라는 곳인데 괜찮은 소속사야.”
“웬 계약금이 이렇게 많아? 무서워.”
“앞으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올 거야. 이제부터는 돈을 좀 벌어야겠어.”
“그러지 마. 너무 무리하다가 오빠 건강이라도 해치면 어떡해.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천천히 가자.”
“건강 해치지 않도록 운동 열심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 돈으로 사고 싶은 거 사. 입고 싶은 옷도 좀 사고. 그럴 게 아니라 나가자. 내가 골라줄 테니까.”
“내 옷은 내가 알아서 살게. 그 전에 오빠 차부터 바꾸자. 차 몰고 나갈 때마다 불안해.”
“아직은 잘 굴러가. 회사 차를 이용할 수도 있고. 우선 당신 옷부터 사자. 명품 백 하나 사줄까?”
“오빠! 나 명품 백 같은 거 전혀 갖고 싶지 않아. 필요도 없고. 만약 나 몰래 사 오면 당장 가서 환불할 거야.”
“이러다 싸우겠다.”
“이거 봐. 돈이 화근이라니까. 당장 필요한 돈만 조금 빼놓고 은행에 예금해야겠어. 그러니까 당신도 이 돈 없다고 생각해.”
“그래 알았어. 그 돈 전부 당신 거니까 당신이 알아서 해.”
“당신이 고생해서 번 돈이니까 아껴서 쓸게. ···고마워.”
아내의 눈이 촉촉해진다.
“남편이 돈 벌어다주는 거야 당연한 거지 고맙긴.”
“나는 아내 노릇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잖아.”
“별 소릴 다한다. 이 세상 당신만큼 완벽한 아내가 어디 있다고.”
아내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유산으로 아이를 잃은 것에 대한 자책이었다.
‘그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이제 그만 잊어. 그 아이도 당신 원망 절대 안 해. 오히려 당신에게 고마워하고 있어. 그러니까 나한테 선물을 주고 갔지.’
할 말은 많았으나 아내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지금 아내에게 필요한 것은 백 마디 말이 아니라 아이가 떠나간 몸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남편의 체온일 테니까.
한참동안 아내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토닥토닥!
***
이소룡 추체험을 세 번째 했다.
그의 불꽃같은 인생은 배울 점이 너무나 많았다.
다른 인물도 추체험하고 싶었으나 이소룡에게서 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
몸이 적응한 것인지, 이소룡 추체험 덕분에 체력이 좋아진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추체험을 처음 했을 때는 녹초가 될 만큼 힘겨웠으나 횟수를 거듭할수록 피로도가 낮아졌다.
추체험을 하고 나면 추체험한 인물의 능력이 일부 전이된다고 했는데 세 번째 이소룡을 추체험하고 나서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아침마다 조깅을 하고 근린공원에 가 운동을 하면서 변화를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 체력이 이전보다 확실히 좋아졌고, 발차기 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아내도 우혁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며칠 사이에 몸이 좋아진 것 같아.”
“운동을 열심히 했더니 효과가 있는 모양이야.”
“눈빛도 조금 달라졌어. 얼굴도 더 잘생겨진 것 같고.”
“이게 바로 입금의 위력이라는 거지.”
“그런가?!”
아내에게 추체험 데이터베이스에 대해서 사실대로 얘기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아내의 몸을 떠난 아기에 대해서 말을 해야 하는데 그 말을 믿든 믿지 않든 아내를 혼란스럽게 할 것 같았다.
“새 소속사 식구들은 어때?”
“좋은 사람들이야.”
“동수 씨도 ‘나무’에 입사했다며? 동수 씨가 오빠 매니저가 되는 거야?”
“응.”
“잘 됐다. 동수 씨도 좋아해?”
“글쎄. 아직 전담 배우가 나라는 걸 모르고 있어. 오늘 사무실에 가면 나라는 걸 알게 되겠지. 아마 깜짝 놀랄 거야. 내가 ‘나무’와 계약했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거든.”
“동수 씨 엄청 좋아하겠다. 왠지 울 것 같은데.”
“모르지. 또 형이야? 지겹다. 이럴 수도 있지.”
“절대 그럴 리 없을걸.”
***
첫 출근 날.
백곰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회사 건물 앞에 섰다.
‘내가 ’나무‘ 직원이 되다니!’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유앤씨에서는 출근 첫날 바로 지방 행사장으로 달려가야 했다. 그날만 세 군데 행사를 뛰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선배에게 야단을 또 얼마나 맞았는지.
다음 날 새벽에야 퇴근해서 서너 시간 눈을 붙인 뒤 출근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대기 시간에 눈을 붙일 시간이 있었지만 늘 수면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연예인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다니는 게 좋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회사를 그만둘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 돈을 벌어서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께 돈을 보내드려야 하니까.
유앤씨에서 잘렸을 때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사흘 만에 새로운 직장을 얻었다. 그것도 그가 그토록 오고 싶었던 기획사에.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잘리지 않도록 할 것이다.
쓸데없는 말은 절대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특히 느낌이나 예측은 절대.
그 때문에 유앤씨에서 얼마나 호되게 당했던가.
“동수 씨!”
뒤에서 누군가가 백곰을 불렀다.
돌아보니 정의찬 실장이었다.
“안녕하세요, 실장님!”
백곰이 허리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했다.
“왜 이렇게 일찍 출근했어요. 9시까지 출근하면 되는데.”
정의찬 실장이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입사 결정 통보를 받던 날 9시까지 출근하라는 안내는 받았지만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래서 7시에 출근했다. 7시를 9시라고 잘못 안내한 것 같아서. 7이랑 9는 비슷하게 생겨서 착각하기 쉬우니까.
7시도 늦다고 생각했다. 유앤씨에서는 첫 출근을 새벽 5시에 했었다.
“직원들 아직 출근하려면 멀었으니까 나랑 차나 한잔합시다. 녹차 좋아해요?”
“예!”
사실은 풀 냄새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양잿물을 마시자고 했어도 ‘예’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실장님이 차를 마시자고 하지 않는가.
유앤씨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탕비실이 어딘지 알려주시면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우리 회사는 대표님도 자기가 마실 차는 본인이 알아서 마십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구요. 얘기 나온 김에 말씀드리자면, 동수 씨, 아니 백 대리보다 직급이 낮은 사원도 여럿 있는데, 행여 커피나 녹치 심부름 시키면 안 됩니다. 아셨죠?”
정 실장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예, 알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누구한테 차 심부름을 시켜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심부름을 한 적은 많지만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백 대리 말투는 군대에서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말하는 것 같아요.”
“시정하겠습니다.”
“지금도.”
“시정··· 고칠게요.”
군대 말투는 유앤씨에서 생긴 버릇이었다.
회의실 겸 휴게실에서 정 실장이 준비해온 녹차를 마셨다.
티백으로 된 녹차가 아니라 다기 세트가 완비된 잎 녹차였다.
녹차 향기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앙증맞은 찻잔에 녹차를 따를 때 나는 소리도 너무 좋았다.
쪼르르르르!
차 맛은 또 어찌나 좋은지.
녹차 한 모금을 입에 머금자 푸른 녹차 밭이 눈앞에 펼쳐지는 기분이었다.
어딘가에서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녹차 맛 어때요?”
“싱그러운 바람 맛이 납니다.”
“싱그러운 바람 맛? 표현이 멋진데요. 시 같아요.”
“감사합니다.”
정 실장의 칭찬에 백곰은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실장님, 말씀 낮추십시오. 제가 한참 어립니다.”
“차차 그렇게 할게요.”
백곰은 정 실장이 참 좋았다.
정 실장만 좋은 게 아니라 회사 사람들이 모두 그랬다.
직원들이 하나둘 출근을 했고, 그때마다 인사를 나누었는데, 친절하기 그지없었다.
회사 건물도 깨끗하고 직원들도 좋고.
정말 꿈을 꾸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업무 파악을 하느라 오전이 후딱 지나갔다.
점심시간에는 근처 식당에 가서 즐겁게 식사를 했다.
유앤씨에서는 선배 눈치를 보며 먹었으나 여기에서는 달랐다.
화기애애하게 이런저런 담소를 주고받으며 맛있게 먹었다.
점심식사를 끝나고 정 실장이 호출했다.
“30분 뒤에 백 대리가 전담할 배우님이 오실 거니까 준비하고 계세요.”
“예, 알겠습니다.”
백곰은 그 전담 배우가 우혁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우혁이 나무와 계약하는 조건으로 백 대리를 전담 매니저로 요구한 사실은 끝까지 숨겨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전담 배우가 자기라는 것도 당일 만나기 전까지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백 대리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은 것 같았다.
정 실장도 백 대리가 놀라는 모습이 보고 싶어 우혁이 전담 배우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오늘 만나 보시고 배우님을 캐어하기 어렵겠다고 판단되면 나한테 귀띔해 주세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애써 볼 테니까요.”
“아닙니다. 맡겨만 주시면 어떤 분이든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군기가 바짝 들었다.
정 실장이 돌아간 뒤에도 백곰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과연 어떤 분일지 궁금했다.
어떤 분이든 잘 모시겠다고 말은 했지만 떨린다.
우혁 형처럼 좋은 사람이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까다로운 분이라도 정성껏 모시리라.
– 전담 배우님 오셨으니까 3층 라운지로 나오세요.
정 실장이 인터폰으로 알려 주었다.
“옙!”
백곰은 옷매무새를 매만진 뒤 3층으로 올라가 복도 끝에 위치한 라운지로 걸어갔다.
라운지에는 차를 마시며 직원들끼리 담소를 나누거나 간단한 회의를 할 수 있는 편안한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한 남자가 등을 보인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2미터쯤 가까워졌을 때, 헛기침을 한 뒤 깍듯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배우님!”
백곰은 고개를 들어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
우혁 형이었다.
“혀엉!”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배우는 보이지 않았다.
3층 라운지가 여기 말고 또 있나? 오전에 정 실장의 소개로 건물을 둘러볼 때 분명 3층에는 라운지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앞으로 잘 부탁한다.”
우혁 형이 손을 내밀었다.
“설마 형이 내 전담 배우야?”
“그래!”
“진짜?”
“마음에 안 들면 정 실장님한테 바꿔 달라고 부탁드려. 아니면 내 악수를 받아주든가.”
백곰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설마 꿈은 아니겠지?’
백곰은 눈물을 매단 채 환하게 웃더니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귀엽기 그지없는 춤을.
우혁은 백곰의 춤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