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41)
토토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반려동물도 아니다.
토토는, 엄연한 우리 가족 구성원이다.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토토가 가장 먼저 달려와 반겨 준다.
꼬리를 휘저으며 격하게 반겨준다.
그렇게 반가울까?
매일매일 만나는데, 뭐가 그리 반가운지···.
매일매일 만나서 지겨울 법도 하건만, 토토는 언제나 반갑게 반겨 준다.
고맙다.
“토토! 잘 있었니?”
토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초롱초롱한 눈으로 빤히 바라보며 꼬리를 흔든다.
‘아빠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요. 아빠를 다시 만나서 너무 기뻐요.’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토토는 늘 그렇듯 우혁과 먼저 인사를 나눈 뒤 백곰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토토와 많이 놀아주는 사람은 백곰이고, 토토도 백곰을 좋아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외출했다 돌아오면 토토는 백곰보다 우혁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했다.
그걸 먼저 알아챈 사람은 백곰이다.
“토토는 외출했다 돌아오면 항상 형한테 먼저 인사를 하더라.”
처음에는 백곰의 말을 믿지 않았는데, 그 말은 사실이었다.
다른 가족과 함께 외출했다 다녀와도 마찬가지였다.
토토는 우혁에게 가장 먼저 달려와 인사했다.
“토토가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아. 형이 자기를 구해준 은인이라는 걸 토토는 아는 거야.”
백곰은 그렇게 해석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었으나, 토토가 우혁을 깊이 신뢰한다는 건, 우혁도 알고 있었다.
토토는 몸이 불편하고 아플 때면, 우혁을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우혁이 없을 때 아내를 찾았고, 아내마저 보이지 않을 땐 백곰, 백곰마저 찾을 수 없을 때 구석으로 숨어 들어갔다.
신기하게도 자기가 아플 때는 민서를 찾아가지 않았다.
민서를 보호해야 할 존재라고 느끼는 듯했다.
토토는 미국에 온 뒤에도 여전히 민서바라기다.
언제나 민서 옆을 지켰고, 민서가 움직이면 민서를 따라다녔다.
고맙게도 민서는 엄마를 꼭 닮았다.
아빠를 닮았으면 무뚝뚝할 텐데, 다행히 엄마를 닮아 애교가 넘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는다.
물론 울기도 잘 하고.
민서가 울면 토토는 아내가 만든 토토 인형을 물고서 민서에게 가져다준다.
토토 인형을 가져다주면 민서는 대개 울음을 그친다.
민서는 아내가 만든 토토 인형들을 무척 좋아했다.
우혁은 아주 가끔 무기력에 빠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토토가 옆으로 와서 체온을 나누어 준다.
그 체온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그 체온을 느끼며 하룻밤 자고 나면 무기력이 사라진다.
잠을 자고 나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우혁은 토토 덕분이라고 믿는다.
토토는 영특하다.
백곰과 함께 있을 때는 개구쟁이처럼 까불지만, 우혁 옆에서는 점잖다.
마치 사람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연기대상 수상 축하해!”
민서를 안고서 아내가 다가오며 축하 말을 건넸다.
“형수! SBC 연기대상 시상식 봤어요?”
“예! 아침에 인터넷으로 봤어요. 민서 아빠가 수상 소감을 할 때 시상식장에 있던 한국 배우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날 보고 좋아한 게 아니라 레오와 윌을 보고서 좋아한 거겠지.”
우혁이 아내에게서 민서를 받아 안으며 말했다.
“두 분을 보고 좋아한 것도 있겠지만, 두 분과 친한 민서 아빠가 멋있어 보이기도 했을걸! 세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데, 민서 아빠가 제일 의젓하고 멋있더라.”
“그죠, 형수! 형이 제일 멋있다니까요. 처음에는 레오랑 윌이 되게 멋있어 보였는데, 자주 만나니까 평범한 보통 사람이더라구요.”
“내 눈에도 강 서방이 제일 멋있더라.”
장모님까지 합세했다.
“민서 너도 아빠가 제일 멋있지?”
아내가 민서에게 물었다.
민서는 대답 대신 하품을 했다.
“거봐! 두 말하면 잔소리라잖아. 당연한 걸 물으니까 하품을 하는 거야.”
아내가 민서의 하품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했다.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아내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아내의 표정이 밝다.
아내의 표정이 밝으면 세상이 환해지는 것 같다.
며칠 후면 아내가 만든 토토 인형이 세상에 나온다.
아내는 미국에 도착했을 때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했다.
친정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양평집보다 훨씬 넓고 화려한 집에서 살면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불편해했고, 우혁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불안에 떨었다.
청소와 빨래, 요리 등 집안일에서 해방되었으나 아내는 전혀 여유를 만끽하지 못했다.
그런 아내에게 토토는 큰 위안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토토 인형 만들기.
민서가 낮잠을 자는 시간이면 불안이 엄습했다.
그럴 때, 토토가 옆으로 다가와 체온을 나누어 주거나 재롱을 부렸다.
아내는 토토의 위로를 받으며 민서가 낮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토토 인형을 만들며 불안감을 달랬다.
토토의 사진과 동영상을 사이트에 올리는 일도 열심이었다.
‘언더커버 보스’에 출연한 지 8개월이 지났건만 사람들은 여전히 토토를 기억했다.
***
미국의 대표적인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의 제인 필드 기자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제인은 토토를 기억했을 뿐만 아니라, 토토를 좋아했다.
그것도 매우.
백곰이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으나, 매우 유용한 정보였다.
제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아내가 만든 토토 인형 하나를 준비했다.
제인은 영화계의 빅마우스이자 마당발로 통하는 베테랑 기자다.
무엇보다 제인의 기사는 영향력과 파급력이 상당했다.
제인의 기사를 얻기 위해 할리우드 스타들을 보유한 에이전시들이 그녀를 여왕처럼 떠받들 정도였다.
다른 기자는 할리우드 스타와 인터뷰 한 번 하려고 갖은 애를 쓰는데, 제인은 그 반대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제인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그런 제인을, 백곰이 물어왔다!
제인은 1년에 50여 명의 할리우드 배우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지만, 기사를 내보내는 건 딱 네 편.
그녀에게 선택된 배우는 뜬다는 속설이 떠돌 만큼 그녀의 입김은 세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인터뷰를 했는데 기사가 나가지 않으면 황당하고 불쾌한 일이지만, 왜 기사를 쓰지 않았냐고 제인에게 따지는 할리우드 배우는 없다.
제인은 원래 그런 기자니까.
제인을 만나러 간다고 했을 때, 레오와 윌은 제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주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다, 질문을 칼처럼 휘둘러서 당신을 난도질할지도 모르니까 조심해라, 뒤에서 험담하면서 할 말을 면전에서 아무렇지 않게 한다, 실컷 유린한 뒤에 기사를 써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너무 상처받지 마라···.
“토토 대디라고 불러도 될까요?”
인터뷰를 하기 위해 제인을 만났을 때 제인이 우혁에게 허락을 구했다.
그때부터 인터뷰의 반은 토토 얘기로 채워졌다.
“편하실 대로 하세요.”
“토토는 잘 있나요?”
“직접 물어 보시죠.”
“예?!”
제인이 의아해하며 안경 너머로 우혁을 쏘아보았다.
직접 물어 보라니? 무슨 헛소리야?
그때 탁자 위로 토토 인형이 머리를 내밀었다.
“오, 토토!”
제인이 토토 인형을 발견하고는 반색했다.
“안녕하세요, 제인! 만나서 반갑습니다.”
토토가 인사를 했다.
우혁의 복화술이다.
제인이 유치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얼른 복화술을 그만두고 인형을 선물하는 것으로 짧은 공연을 끝낼 생각이었다.
제인이 우혁을 쳐다보았다.
우혁은 그런 제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인도 미소를 지었다.
잘 웃지 않는 걸로 유명한 제인이 아닌가.
“안녕, 토토! 만나서 반갑구나.”
제인이 토토의 앞발을 잡고 악수를 했다.
“말씀 나누세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여기 앉아서 구경하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되고말고, 토토! 안 그래요, 토토 대디?”
“제인만 괜찮다면, 저는 상관없습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자, 그럼 시작할까요?”
“예!”
“왜 연기를 하시죠?”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질문.
토토가 우혁을 쳐다보았다.
제인은 그런 토토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고.
“종종 저 자신에게 묻곤 하는 질문입니다. 왜 사느냐는 질문만큼 저에게는 중요한 문제죠. 이에 대한 답변을 모두 글로 쓴다면 책 한 권 분량도 넘을 거예요.”
“답변을 한 단어로 압축하신다면요?”
어렵다.
제인과 인터뷰를 하고 나면 진땀이 난다고 하더니 알 것 같았다.
“···그냥!”
“그냥?!”
“예! 그냥!”
토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인이 그런 토토의 모습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도 토토하고 같은 생각이에요. 잘 모르겠네요. 조금만 풀어서 말씀해 주실래요?”
“지구는 왜 자전과 공전을 할까요? 나무는 왜 자랄까요? 나비는 왜 날까요? 구름은 왜 하늘을 떠가는 거죠?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꼭 목적이 있어야만 할까요? 그냥 자전하고 공전하면 안 되나요? 나무는 그냥 자라는 게 아닐까요?”
“나비는 그냥 날고요. 구름도 그렇구요. 알 것 같네요. 그렇지 토토?”
토토는 애매모호하게 고갯짓을 했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듯이.
“사랑스러워!”
제인이 검지 끝으로 토토의 코를 톡톡 건드렸다.
제인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쉬운 질문이 하나도 없었으나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제인은 우혁의 답변을 열심히 경청했다.
가끔 녹음이 잘 되고 있는지 휴대전화를 살폈다.
그리고 수시로 토토를 흘낏거렸다.
한 시간쯤 인터뷰가 계속되었을 때, 제인이 쿡 웃으며 토토를 가리켰다.
토토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우혁이 그렇게 한 것이지만.
“쓰다듬어 줘도 될까요?”
제인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우혁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제인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토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토토는 제인의 손길에 반응하며 계속해서 잠을 잤다.
제인은 문득 토토가 인형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복화술을 정말 잘하시네요. 토토가 정말 살아 있다고 착각할 정도예요.”
“토토! 데리고 가실래요?”
우혁이 제인에게 물었다.
“정말요?”
제인이 눈을 크게 떴다.
우혁은 토토 인형을 조심스럽게 제인에게 건네주었다.
제인은 마치 살아 있는 강아지를 다루듯이 토토 인형을 받아들었다.
“따뜻해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요!”
제인이 놀라워했다.
따뜻할 수밖에.
우혁이 지금껏 손에 쥐고 있었으니까.
“고맙습니다.”
놀랍게도 제인의 눈에 이슬이 비쳤다.
“토토하고 비슷하게 생긴 아이를 길렀어요. 텔레비전에서 토토를 보는 순간, 제가 기르던 아이인 줄 알았죠.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 말이에요. 그 아이는 2년 전에 하늘나라로 갔거든요.”
제인이 슬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얼음처럼 차갑다고?
제인은 전혀 차가운 사람이 아니었다.
우혁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세상에 차가운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차가워 보이는 사람이 있을 뿐.
***
토토 인형이 인터넷 쇼핑몰 홈페이지에 소개가 되었다.
렉스 토토(LAX TOTO)라는 이름으로.
인형 사진을 본 사람들은 렉스 토토가 ‘언더커버 보스’에 나온 토토라는 걸 금세 알아보았다.
렉스(LAX)는 토토가 발견된 로스엔젤리스 국제공항을 의미라는 것도.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1,000개만 제작했던 것이다.
“렉스 토토가 벌써 동이 났다는구나.”
그날 저녁 식사 때, 장인이 말했다.
“벌써요?”
아내가 놀라워했다.
“아버님! 이번에는 넉넉하게 제작하시지요.”
우혁의 말에 아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랬다가 안 팔리면 어떡해?”
“팔릴 거야. 두고 봐.”
우혁이 장담했다.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이 서방 말대로 넉넉하게 제작해야겠어.”
넉넉하게 제작했다.
하지만 넉넉하지 않았다.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소피아 PD의 ‘메이슨의 작은 기적’이 디즈니-ABC 방송사 로스엔젤리스 지국 KABC에서 2부작 신년 특집으로 방송되었던 것이다.
우혁이 메이슨의 병실을 찾아가 잠든 메이슨에게 토토 인형과 재채기 인형으로 복화술 연기를 했던 장면도 방송되었다.
그 뒤로 메이슨의 병세는 빠른 속도로 호전되었다.
방송 말미에 메이슨은 완치 판결을 받았다.
메이슨의 회복 속도와 완치 결과에 의사들도 놀라워했다.
메이슨의 몸속에 숨어 있는 외계인 퉤퉤를 내보낼 수 있게 하는 주문은 방송 이후 유행어가 되었다.
“퉤퉤! 엄마한테 혼나기 전에 얼른 집에 돌아가! 얼른!”
방송 이후 주문은 유행어처럼 퍼져 나갔다.
토토 인형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재채기 인형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재채기 인형은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었다.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 소량 남아 있었으나 곧 동이 났다.
재채기 인형 저작권도 아내에게 있었다.
3년 전, 소속사 법무팀에서 [서울 가로등>의 엄승태 PD와 유은아 작가, 방송사, 외주제작업체 등과 협의해 저작권 문제를 해결했다.
장인은 곧바로 재채기 인형 제작에 들어갔다.
토토 인형은 단순한 인형이 아니었다.
메이슨에게 그러했듯이 많은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작은 기적을 일으켰다.
SNS에는 토토 인형을 가지게 된 뒤로 경험했던 기적들에 대한 사례들이 끊이지 않고 올라왔다.
-끔찍한 사고를 겪은 뒤로 실어증에 걸렸던 우리 아이가 토토 인형을 만난 뒤로 말을 하게 되었어요.
-8년을 사귄 제 여친에게 세 차례나 청혼을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는데, 렉스 토토를 선물하면서 청혼을 했더니 청혼을 받아주었어요? 렉스 토토의 기적일까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꿀잠을 잤다. 고맙다, 토토!
[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와 토토 인형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