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51)
올리버 스톤 감독의 [위대한 시민> 촬영을 시작한 지 두 달.
어느새 촬영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두 달이 쏜살처럼 지나간 것 같아.”
백곰이 속도를 줄여 좌회전하며 말했다.
[위대한 시민> 스튜디오 촬영장으로 달려가는 길이다.“그러게 말이다.”
우혁이 의자에 등을 기대며 대답했다.
지나간 두 달의 촬영 기간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두 달 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 운이 없었으면 우리 둘 다 큰일 날 뻔했어.”
백곰은 핸들을 두 손을 잡고 정면을 응시한 채 말했다.
[위대한 시민> 첫 촬영일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위대한 시민> 촬영장 분위기는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 때보다 조용하고 딱딱했다.스톤 감독은 용의주도한 사람이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
철저하게 준비하고, 준비한 대로 실행에 옮겼다.
자유분방하고 임기응변에 능했던 타란티노 감독과는 스타일이 달랐다.
격정적인 타란티노 감독과 달리 스톤 감독은 분석적이고 냉철했다.
어떤 스타일이 좋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장단점이 있었으니까.
우혁은 서로 반대 성향을 가진 두 감독 스타일 모두 좋았다.
두 사람의 영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타란티노 감독님과 스톤 감독님은 정반대인데,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왜 그럴까?”
백곰이 물었다.
우혁도 백곰과 같은 생각이었다.
두 사람은 물과 기름처럼 성향이 다른데, 잘 어울린다.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뚜렷하지 않았다. 영화적 시공간에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들이 특이한 상황과 사건을 겪는다.
반면 스톤 감독의 [위대한 시민>은 상상이나 환상의 개입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차단한 사실적 시공간의 인물과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각자를 따로 놓아두면 다소 빈약해 보이는데, 둘을 한 곳에 놓으면 둘 다 풍성해 보인다.
서로를 빛나게 하는 효과랄까.
다양성이 불러오는 다채로움.
그 다채로움이 주는 아름다움과 조화.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라 해도 천편일률적인 것에는 아름다움보다는 구속, 억압이 느껴진다.
개성이 서로 다른 두 감독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스톤 감독님은 예술가라기보다는 학자나 교수님 같은 분위기가 느껴져. 멋있어!”
백곰은 스톤 감독을 존경의 시선으로 우러러보았다.
스톤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스태프와 출연 배우들을 이끌었다.
결코 화를 내거나 서두르는 일 없는 베테랑의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스톤 감독은 한 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았다.
촬영 시간.
연기를 조금 못하는 것은 용납해도, 촬영 시간을 어기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한국 영화 촬영장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하지만 할리우드 시스템은 기다리는 시간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기다리는 시간도 스태프들과 스턴트, 단역 배우들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촬영의 경우 촬영 스케줄이 분 단위로 예정되어 있을 정도이다.
스톤 감독은 촬영 시간뿐만 아니라 약속 시간을 칼같이 엄수했고, 그 시간을 반복해서 어길 시에는 신뢰를 접었다.
우혁은 두 달 전에만 해도 스톤 감독의 그 성향을 잘 몰랐다.
첫 촬영일이 있던 날 우혁은 지각을 했다.
일이십 분도 아니도 거의 한 시간씩이나.
촬영장에 지각한 것은, 추체험 이능을 얻은 이래로 그날이 처음이었다.
교통사고가 났던 것이다.
우혁이 아니라 우혁 앞에 달리던 스쿨버스가.
스쿨버스가 ‘STOP’ 팻말을 펼치거나 버스 앞뒤쪽 상단에 있는 신호등에 빨간색 불빛이 깜빡일 때에는 정차해야 한다.
대통령이 탄 의전 차량도 예외가 아니다.
정차하지 않았다가 적발될 경우,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약 1,000달러의 벌금과 트래픽스쿨 의무 교육 이수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는 운전면허 1년 정지에 처해진다.
그날 백곰이 운전하는 우혁의 차는 스쿨버스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앞서 가던 스쿨버스가 갑자기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더니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마주오던 트럭과 스쳤고, 트럭을 피하기 위해 방향을 급하게 선회하면서 버스가 1, 2차선을 가로막고 멈춰 섰다.
“으아아아악!”
그 광경에 놀란 백곰이 비명을 지르며 온 힘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이이이익!
버스와 간신히 추돌을 면하고 차를 세울 수 있었다.
만약 추돌했다면 우혁이 타고 있는 차는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쿨버스는 군용 장갑차와 동일한 소재로 만들어져 추돌 차량이 파손된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악당 조커 일당이 스쿨버스를 이용해 은행 문을 뚫고 들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만큼 스쿨버스가 튼튼하다.
“911에 전화해.”
우혁은 백곰에게 소리친 뒤, 뒤쪽에 차가 오는지 확인한 뒤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운전기사는 가슴을 움켜쥔 채 고통스러워했다.
우혁은 뒤쪽 비상문을 통해 버스 안으로 진입했다.
스쿨버스 안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는 아이,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 넋이 나간 듯 파랗게 질린 아이, 울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아이들로 아수라장이었다.
다행히 크게 다친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운전기사에게 괜찮은지 물어 보았고, 기사는 가슴을 움켜쥔 채 아이들이 괜찮은지 살펴봐 달라고 부탁했다.
“얘들아! 괜찮니? 아픈 사람 없어?”
우혁이 말했으나 아이들은 우혁에게 집중하지 않았다.
몇몇 아이의 우는 소리가 너무 컸다.
그때 우혁의 눈에 운전석 뒤쪽 분실물 바구니에 놓여 있는 토토 인형이 눈에 띄었다.
우혁은 토토 인형을 손에 들고 기사에게 부탁해 마이크를 빌려 복화술을 시작했다.
“얘들아, 안녕! 난 토토야! 왈!”
그제야 아이들이 우혁에게, 토토 인형에게 집중했다.
울음소리도 줄어들었다.
“너희들 괜찮니? 난 너무 놀라서 기절할 뻔했어. 아픈 사람 없니?”
토토 인형의 질문에 아이들이 하나둘 대답을 했다.
“괜찮아!”
“나두!”
“토토 넌 괜찮니?”
한 아이가 질문을 했고, 토토가 대답을 했다.
“나는 괜찮아. 얘들아, 이 차에서 절대 나가면 안 돼. 밖에 차들이 다니기 때문에 엄청 위험하거든.”
그때였다.
한 아이가 운전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토토! 톰 아저씨가 이상해!”
뒤를 돌아보았다.
운전기사가 가슴을 움켜 쥔 채 고통스러워했다.
“얘들아, 모두들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해. 앞으로 나오면 안 돼. 알았지?”
토토가 아이들에게 말하고, 서둘러 운전석을 뒤로 젖혀 운전기사를 뒤로 누인 뒤, 안전벨트를 풀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정신없이 심폐소생술을 하는데, 누군가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돌아보니 911 구급대원이었다.
우혁은 운전기사를 구급대원들에게 맡기고 뒤로 물러났다.
버스 밖으로 구급차와 여러 대의 경찰차가 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토토야, 괜찮니?”
한 아이가 우혁의 가슴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우혁의 가슴에는 토토 인형이 축 늘어져 있었다.
우혁은 토토 인형을 손으로 잡았다.
“괜찮아!”
버스 밖에서는 백곰이 두 명의 경찰에게 무언가 얘기를 하고 있었고, 다른 경찰들이 버스 위로 올라왔다.
“어떻게 된 일이죠?”
경찰 중 한 명이 우혁에게 물었다.
우혁은 자신이 목격한 일을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스쿨버스 운전기사의 의식이 돌아왔다.
“아이들···.”
운전기사는 의식이 깨어나자마자 아이들을 걱정했다.
“아이들은 무사합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구급대원은 운전기사에게 이름 등을 물었고, 운전기사는 구급대원의 질문에 대답했다.
운전기사까지 의식이 돌아오자 그제야 촬영장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미쳤다.
우혁은 토토 인형을 분실물 소쿠리에 넣어 두고 서둘러 버스에서 내려 촬영장으로 출발하려 했으나 경찰이 보내 주지 않았다.
촬영이 있어서 가봐야 한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기자까지 나타나서 사진을 찍어 댔다.
“강우혁 씨, 아니신가요? 여기는 어쩐 일이시지요? 교통사고를 내신 건가요?”
기자가 질문을 했다.
“아닙니다.”
짧게 답변을 하고 백곰을 찾았다.
“좀 전에 감독님한테 전화는 드렸어. 교통사고가 났다고 말씀드렸는데, 목소리가 좋지 않으시네.”
백곰이 말했다.
스톤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려고 했으나 경찰과 기자들 등쌀에 전화를 걸 여유가 없었다.
스쿨버스 교통사고이기 때문에 일반 교통사고와 달리 중대한 사고로 다루었다.
간신히 사고 현장에서 벗어나 촬영장에 도착했다.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늦어서 죄송합니다.”
우혁은 이유가 어찌 되었든 지각한 것에 대해 스톤 감독과 스태프들, 출연 배우들에게 사과했다.
반응은 싸늘했다.
우혁의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주연 배우의 갑질.
백곰의 전화를 받은 스톤 감독도 변명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우혁은 시시콜콜 상황을 설명하지 않았다. 더 구차해질 것 같아서.
“형! 아무도 우리 말을 안 믿는 것 같아. 촬영 첫날인데 이를 어쩌지?”
백곰이 발을 동동 굴렀다.
“어쩔 수 없지 뭐. 그렇다고 그 상황에서 촬영장으로 올 수는 없잖아.”
“그렇지. 형 아니었으면 당황한 아이들이 밖으로 나갈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운전기사 아저씨가 큰일 날 뻔했어.”
그렇게 위안했다.
그러나 촬영 첫날 분위기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우혁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그 누구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왕따였다.
우혁과 백곰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연 배우면 다야?”
“영화 한 편 하더니 자기가 대형 스타라도 되는 것처럼 굴어.”
“동양인 주제에!”
“언제 나한테 걸리기만 해. 가만 안 둘 테니까.”
우혁과 백곰이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대놓고 험담과 경고를 했다.
“만약 그날 저녁 뉴스 시간에 그 사건이 보도되지 않았으면 촬영 내내 힘들 뻔했지 뭐야.”
백곰이 우회전하며 말했다.
다행히 그날 저녁 뉴스에 교통사고가 방송되었다.
스쿨버스 안에는 자그마치 세 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CCTV 화면에 우혁이 버스에서 했던 일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다음 날 촬영장에 갔을 때, 분위기가 전날과 완전히 달랐다.
“뉴스에서 봤어요.”
“미스터 강 아니었으면 운전기사 큰일 날 뻔했겠던데요.”
“영화 제목처럼 ‘위대한 시민’이십니다.”
그 말대로 인터넷 기사에는 그날의 사건을 두고 우혁의 이름 앞에 ‘위대한 시민’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영화 [위대한 시민> 주인공, ‘위대한 시민’ 강우혁!]“오해해서 미안해요.”
스톤 감독이 우혁에게 사과했다.
그 사건 덕분에 우혁과 백곰은 스톤 감독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과 출연 배우들과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다.
촬영은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첫 날 지각 사건이 가장 큰 사고였다.
사고 직후 몇 가지 좋은 소식이 전해져왔다.
디즈니-ABC 방송사에서 ‘메이슨의 작은 기적’을 영화를 만화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우혁에게 토토 역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우혁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또 하나,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가 칸 영화제에 정식으로 초청받았을 뿐만 아니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화이트, 블랙, 옐로우 중 옐로우 한 사람만!
[ 위대한 시민, 강우혁 > 끝